예능프로는 별로 안보는 1인인데 유독 일본 후지텔레비의 토크쇼 정크스포츠는 곧 잘 시청했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거의 이경규급인 예능인 하마다가 사회를 보고 현역이나 은퇴한 스포츠선수들을 데려다가 스포츠계의 에피소드들을 얘기하는 프로죠. 일본이다보니 어쩔수없이 야구가 가장 많이 취급이 되고 티비출연이 낯선 마이너스포츠선수들에 비해 야구선수들은 입담도 좋더군요. 그중 특히 웬만한 예능인들 뺨치게 재밌는 선수가 있으니 한신 타이거즈 출신 세키모토 켄타로라는 사람입니다. 선수시절은 그냥 그런 서수였으나 토크쇼에서의 구수한 오사카사투리로 푸는 썰들이 너무나도 재밌어서 야구를 잘 하는 예능인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약력을 소개하자면 1997년 한신타이거즈에 입단해서 2015년에 은퇴하기까지 3할에 못 미치는 2할대 타율을 유지한 똑딱이 타자에 내야 모든 수비보직을 다 경험해본 유틸리티 플레이어에 대타의 신이였다고 하네요. 인상적인 에피소드들은 일부 공유해봅니다.
1. 프로입단
저도 텐리고교출신 대형 내야수 슬러거라고 소문이 나서 입단했거든요. 정작 프로에 들어와보니 전혀 안 통하는겁니다. 그래서 이 영역의 1인자(자이언츠의 모토키선수)를 배워 똑딱이의 길을 걷기로 했죠.
2. 2군에서 연봉협상
기본적으로 자리에 앉기바쁘게 쓸데없는 소리말고 여기 이름하고 주소 적고 도장 찍어 이런 스타일이죠. 1년차에 그럭저럭 성적을 내서 나름 기대를 하면서 연봉협상에 임했죠. 앉자마자 음 명년에는 30만 업이야 하더군요. 속으로 앗싸하는데 매니저님이 착각하지마 물가상승분이니까 라고 하더군요. 그 담해에는 50만엔 업이였는데 또 그러더군요. 착각하지마, 물가상승분이니까.
3. 야 휴대폰
고생끝에 처음으로 선발명단에 들어가서 첫 타석에서 안타를 쳤어요. 스타트 좋고 이랬는데 2경기째부터 노히트가 이어지고. 정신차리고 보니까 27타수 1안타인겁니다. 결국 0할9푼0리가 돼서 선배한테 야 휴대폰 이렇게 불렸어요. 0할3부까지 떨어지니 누구도 놀리지도 않더군요. 여름이 돼서야 겨우 제대로 된 타율로 돌아왔습니다.
4. 똑딱이 vs 장거리타자
벤치뒤에 스윙연습용 방이 있어요. 한 세명 정도 들어가는데, 저희(똑딱이선수)들이 안에서 스윙연습하고 있으면 장거리타자분들이 들어와서는 그냥 주변 상관없이 휘두르는겁니다. 이분들은 기본적으로 무신경하니까요. 그러면 저희는 밀려나서 어쩔수없이 벤치에 앉아있는데 장거리타자들이 나오면 또 냉장고앞이나 쿨러가 잘 들어오는 자리들을 다 차지하고 우리는 밀려서 결국 가장 기피하는 감독님 앞자리에 가서 앉는거죠. 역시 벤치에서 자리와 비거리는 비례하는가봐요.
5. 내야수 vs 외야수
내야수들은 항상 긴장한 상태로 경기에 임해요. 근데 외야 보면 집중 안하서 서서 스윙연습이나 하고.....
외야수들은 제멋대로에요. 저희는 내야 흙바닥을 잘 손질해가면서 수비하는데 공수교체때 하필이면 거기를 다 밟으면서 지나가요. 속으로 나도 외야가서 삽으로 구멍 하나 파줄까? 싶죠.
6. 누구 덕분이냐고
중장거리 타자들은 자기들이 치고싶은대로 치면 되는데 저희 똑딱이들은 제약에 제약이 걸린 상황에서 타격을 한단 말이죠. 치고싶은 공이 있어도 어쩔수없이 루킹을 하거나 필사적으로 파울볼을 걷어내면서 물고 늘어져서 상대투수 체력을 빼놓고 클린업 분들한테 자 이제 쳐주세요 이렇게 해드리는데 그러고 홈런 딱 치잖아요? 히로인터뷰에서 다 팬분들의 덕분입니다 이런단말이죠. 뒤에서 스파이크와 배트 딱으면서 듣고있자니 우리는 일절 언급이 없어요. 누구 덕분이냐고, 세키모토 덕분이잖아!
7. 연장 10회 사요나라 찬스
2015년 개막전 드래곤즈전 연장 10회에 사요나라 찬스가 온겁니다. 대타 세키모토 아나운스나가고 경기장이 확 달아오르는데. 저는 대타로 들어갈때 기본적으로 좋은 이미지만 상상하고 들어가거든요. 안타치고 세레모니를 하는. 그 날에는 두손 들고 1루 밟는 모습을 상상하고 들어갔는데, 풀 카운트가 된거에요. 이러면 뭐 무조건 스트라이크가 올거니까 멋지게 쳐줄게 이러고 있는데, 데드볼을 딱 맞은겁니디다. 이 상황은 또 상정을 안 했으니까 어떻게 기뻐해야할지 몰라서 어버버한적이 있습니다.
8. 투수한테 무시당하기
(투수들이 상위타자들과 하위타자들 상대할때 구속이나 이런게 전혀 다르다는 얘기를 하면서) 제 클라스쯤 되면 무시당하는것도 레벨이 달라요. 마쯔자카 다르빗슈 이런 선수들 제 후밴데 완전 개무시죠. 투구폼 이런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사인도 제대로 안보던데요. 우에하라선수는 저한테는 130정도의 공밖에 안 던져요. 그래서 전 우에하라선수의 날카로운 150을 본적이 없습니다.
9. 해설한테 무시당하기
저희(하위타선 똑딱이들)이 타석에 들어갈때면 해설자분들도 휴식모드에 들어가시는거 같아요. 하위타선이 이어줘서 이제 슬슬 클린업이 나올쯤에 제대로 힘줘서 해야되니까. 아마 (우리가 칠때는) 등받이에 쭈욱 기대고 계실걸요? 이어폰 벗으셨을수도 있어요.
10. 치기쉬운 공이 오는거 아니였어?
미디어도 대대적으로 보도(세키모토의 은퇴경기를 가질 예정)했고 팬들도 상대선수들도 다 알고있었죠. 저도 선수생활하면서 수많은 선배님들의 은퇴경기를 봐서 아는데 아무래도 일종의 배려가 있단말이죠. 제 경기는 히로시마 카프스와의 경기였는데 상대투수가 쿠로다선수였어요. 대선배가 미국서 돌아오신 직후인데 당연히 배려해줄줄 알았죠. 눈물을 참으면서 마지막 타석에 들어서는데 초구가 바깥쪽 낮은공이 가차없이 들어오는겁니다. 아 아무리 쿠로다선배라고 해도 중앙으로 준다는게 좀 빗겨나간거겠지하고 생각하고 두번째 공 딱 휘둘렀는데 포큰거에요. 순식간에 2스트라이크에 몰리고 3구째는 아슬아슬하게 존 밖으로 나간 슬라이더. 간신히 배트를 멈추고 1루심판 바라보니 세입! 해주시더라구요(모두들: 심판도 알고계시네). 은퇴경기도 정면승부를 해주는게 미국스타일인가 생각도 하면서 그런데 여기는 일본이잖아, 중앙으로 안 주면 곤란한데....4구째 또 바깥쪽 낮은 직구가 딱 들어와서 손도 못쓰고 아 삼진이네 이러는데 구심이 볼! 주시니까 상대포수가 왜?! 라고(모두들: 심판도 다 아는데 상대 배터리만 모르네) . 발로 타석 바닥을 쓸면서 심판한테 고맙슴다 했더니 심판이 어..어! 하시더라구요. (히로시마는 뭐가 걸린 경기인가라는 질문에) 클라이막스시리즈 진출이 걸려있기는 한데, 2아웃 주자없는 상태 히로사마가 7점 앞서있어요. 쿠로다선수가 7점 리드면 그냥 이긴거나 마찬가지거든요. 저한테 히트하나 준다고 뭐가 달라질거 없거든요? 마지막에 또 포크가 들어오는걸 억지로 맞췄더니 투수땅볼..... 적어도 헤드슬라이딩이라도 하자라는 마음으로 뛰는데 세발도 뛰기전에 1루아웃이 되더라구요......
적고보니 별로 재미없네요. 이건 원판 걸죽한 오사카사투리로 들어야 맛이 사는건데....
시간도 남고 자게 글 리젠도 잘 안되고 해서 재미도 없는 글을 올렸습니다.
번외: 하나 까먹었네요
11. 번트는 왜 타율 안쳐주는데
(대타전문 선수들만 나온 회차에서 번트를 자주 할수밖에 없는 자신들에 대한 하소연을 하면서)
번트라는게 희생타라고 하잖아요.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행위거든요. 번트라는건 성공을 해도 타율은 안 오르는데 실패를 하면 타율을 까먹는단 말이죠.(일동: 옳소 옳소. 번트도 뭔가 보상을 줘야 할거 아냐. 번트 실패하면 욕은 또 오지게 먹어요. 주자가 느려도 번트 댄 사람이 혼나....) 어느해는 제가 33번 성공하고 딱 2번 실패했거든요. 그해 제 타율이 2할9푼8리였는데 그놈의 번트 2번때문에 3할을 놓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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