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휘군입니다.
지난 번엔 변동성과 리스크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오늘은 좀 더 구체적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지난 번 글에 이어서 다시 한 번 미리 한 줄 요약을 하면 이렇습니다.
*헷지해야한다*
2. 무지성 적립식 투자는 정답입니다. 하지만 지성이 있잖아?
예전에 이곳 pgr21에서 무지성 미국 지수 적립식 투자와 관련된 글이 올라온 적이 있는데, 저 역시 그 글에 완전히 동의합니다. 만약 본인이 매달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저 전략이 최고의 카드 중 하나일 것입니다. 지수가 떨어지면 떨어지는대로, 오르면 오르는대로 매달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금액만큼 미국 지수를 사는 것이죠. 그런데 이 좋은 걸 사람들이 왜 안 하는 걸까요? 레버리지의 민족이라 수익률이 성에 안 차서? 남들은 엔비디아로 6배 먹었다는데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서? 무지성으로 정해진 대로 해야하는데 자꾸 지성이 개입해서? 너무 오른 것 같으니 팔고 싶고 더 떨어질 것 같으니 팔고 싶어서?
심리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그 외에도 이 전략엔 두 가지 골치아픈 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목돈이 생겼거나 '매달 일정 금액'이 끊겼을 경우입니다.
이러면 '적립식'의 이점이 사라지고 '타이밍'에 노출되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예를 들어 올해 1월에 목돈이 생긴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 돈을 몽땅 미국 지수에 넣었으면 지금 손해를 보고 있을 겁니다. 현재 미국 증시가 일시적인 조정인지 대세 하락장의 초입인지 알 수가 없는 만큼 불안감이 생깁니다. 트럼프 취임 직전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최고조에 달했었으므로 어쩌면 고점을 잡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미장이니까 존버하면 언젠가는 오르겠지만 어렵게 만든 목돈이 하락하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일입니다.
이 전략의 어려운 점 중 다른 하나는 '미국 지수'만 추종하는 것 역시 충분한 헷지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2000년 이후 글로벌 증시 상황을 보면 중국 증시가 잘 나가던 시기, 인도와 베트남 등 신흥국이 잘나가던 시기, 미국이 잘나가던 시기 등으로 나뉩니다. 최근 몇 년간 미국만 홀로 잘나갔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지는 알 수 없습니다. 간단한 예로 트럼프가 좋아하는 '고립주의'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미국 경제가 어떻게 될까요? 미국 본토를 관세로 둘둘 말고 이민자를 막은 미국이 과거 몇년처럼 독야청청할까요? 이런 것도 고려하면서 미국 지수 투자를 하자니 '무지성'하기가 참으로 어려워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애매하면 미국 지수 적립식'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미국이 똥을 싸도 언젠간 그 똥을 닦지 않겠습니까? 심지어 지들이 싼 똥을 한국한테 닦으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3. 주식투자에 논리가 필요한 이유
목돈이 생겼거나, 무지성 투자를 하자니 지성이 자꾸 고개를 든다거나, 아니면 목표 수익률이 미국 지수 상승률보다 높거나, 친구가 돈을 많이 벌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서라거나... 등의 이유로 개별 주식을 투자하고 싶은 분들을 위한 챕터입니다.
주식을 잘하는 방법은 쉽습니다. 좋은 것 (기업, 산업, 국가경제, 원자재 등)을 싸게 사면 됩니다.
그런데 어떤 기업이 좋은 기업이고 지금 그 기업의 주가가 싼지는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까요?
그것들을 알려주는 이론이 많이 있습니다.
저PER 주식을 사야한다, 고 ROE 주식을 사야한다, 매년 이익성장률이 몇% 이상인 주식을 사야한다 등등.
그런 이론을 모두 공부할 필요는 없지만 본인이 어떤 주식을 사기로 마음 먹었다면 자신이 왜 그 주식을 사는지 적어도 이유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아니, 그냥 아는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공부를 해야 됩니다. 업황은 어떻게 될지, 경쟁사가 출현할 가능성은 없는지, 오너가 알짜배기 자회사를 분할상장할 계획이 있는 놈인지 (국장 맛 좀 볼래?), 이익이 떨어졌으면 왜 떨어졌는지 등등 공부할 것들이 많습니다. 사실 저는 어떤 투자를 결정할 때 투자 이유에 대해 A4 2~3장 정도의 리포트는 작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이상하지 않습니까? 몇 달치 월급, 혹은 연봉 이상을 걸고 돈을 벌고 싶은데 부동산 임장 다닐 정도의 노력도 안 하는 것이 말이죠.
주식 초보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바로 뇌동매매입니다. 자신만의 논리 없이 남들이 추천해주는 걸 사고, 남들이 공포에 질렸을 때 파는 식입니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것은 보통 비쌉니다. 여러 사람이 원하니까요. 그렇게 잘 모르는 비싼 걸 사고나서는 기도 메타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문제는 저렇게 산 상품이 가치가 오른다고 해도 그것을 들고 있을 힘이 없다는 점입니다. 왜 오르는지 모르니까요. 그래서 뇌동매매를 하는 분들은 수익을 내도 적은 수익에 빠져나오고, 손실이 나면 왜 떨어지는지 몰라 손절을 못하는 식으로 원금을 잃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텐버거 (10배 상승)를 외치지만 정작 어떤 주식이 10배 오를때까지 들고있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그 기업의 미래가치와 비전, 앞으로 증가할 매출과 이익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만 수 차례의 조정을 견디고 텐버거라는 결실을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잘 모르는 걸 비싸게 사지 마시고, (공부를 통해) 잘 아는 것을 삽시다.
기억해주십시오. 어떤 상품에 돈을 걸기 전에 공부를 해야한다는 것. 투자하기 전에 자신만의 논리를 세워야한다는 것. 스스로 그 논리를 믿는 만큼만 돈을 걸어야 한다는 것.
4. 내 논리가 틀리면?
어쩌다보니 글이 길어졌는데 이 챕터가 제가 두 편의 글을 쓴 이유이자 본론입니다.
먼저 현재의 증시에 대한 저의 논리를 적어보겠습니다.
저는 트럼프가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를 실행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 관세가 많으냐 적으냐의 이슈는 있겠으나, 그 동안 트럼프가 했던 말, 그리고 미국 장관들이 하는 말과 행동들을 통해
관세에 대한 트럼프의 확신이 '뻥카를 날려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하는 제스쳐'는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이처럼 전면 관세가 시행되면 우선 미국 내 물가가 상승할 것입니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 어려워질 것이고, 최악의 경우엔 금리를 다시 올려야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미국 증시에 큰 충격이 있으리라 보는데, 그 시기는 관세의 여파가 실제로 경지지표에 드러나는 시기 - 약 5~6월 정도부터라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미국 증시가 조금 떨어졌지만 관세 노이즈가 익숙해지면서 일부 반등을 줄 것이고, 본격적인 추세는 관세 여파가 지표에 보이는 순간부터- 라는 것이 저의 뷰입니다.
저는 위에 적은 논리를 약 70% 정도의 강도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반영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예언자가 아니고 경제 전문가도 아니며 트럼프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심리학자도 아닙니다. 제 논리는 당연히 틀릴 수 있습니다.
트럼프가 떨어지는 증시에 압박을 받아 슬그머니 관세를 철회할 가능성도 있고 여러 나라에 너 관세! 외쳤던 게 진짜 협상용 카드여서 매번 한달씩 유예를 하다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관세 전면 시행'에 대한 제 확신이 70%라고 했으니 30%는 확신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저는 이 30%에 대해서도 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자신의 논리가 틀릴 경우에 대비하는 것, 이게 바로 헷지입니다.
헷지는 여러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대표적으로는 어떤 상품의 롱을 잡으면서 일부 자금을 숏에도 노출하는 식의 헷지가 있겠습니다만 그건 전문가들이나 하는 것이니 넘어갑시다. 중요한 것은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상품에 돈을 건다는 점입니다. 위의 제 논리를 예로 들면, 저는 관세 때문에 미국 증시가 떨어질 거라 봤는데 반대로 관세가 철회될 경우 미국 증시가 크게 오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논리 안에서는 오히려 나스닥을 사두는 것이 헷지 전략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 장의 숏에 베팅을 할 수도, 금을 살 수도, 채권을 살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여러 자산을 자신의 논리에 의거해 배분해 보유하는 것이 헷지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가지고 있는 주식을 어떤 논리로, 어떤 강도로 확신해서 구입하셨습니까? 자신의 논리가 틀릴 경우에 충분히 대비하고 계신가요? *헷지*하고 계십니까?
5. 방귀가 잦으면 똥을 쌉니다. 매매가 잦으면...
위에 적은 것처럼 투자를 할 때 '논리'가 필요하다면, 자연히 매매를 자주 할 수 없게 됩니다. 우리가 전업투자자도 아닌데 하루에 몇 번씩 사고 팔 종목을 매번 저렇게 논리를 갖추는 게 가능할까요? 이를 바꿔서 말하면, 하루에 수차례 매매를 하는 분은 논리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매매를 하고 있다는 의미도 됩니다.
그 워렌 버핏조차 내일의 주가는 예측을 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주가는 개의 목줄을 잡고 산책하는 것과 같아서, 개가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만 최종 목적지는 알 수 있다'고 했지요. 혹은 이런 말도 했습니다. '주가는 단기적으로는 인기투표지만 장기적으로는 내재가치를 따라간다'고... 그런데 왜 워렌 버핏조차 모르는 걸 스스로 안다고 생각하십니까. 자신이 인기투표에 참가해 남들이 튀기 전에 먹고 빠져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을 저지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잊지마세요, 잘 모르는 것에 돈을 거는 것을 바로 '도박'이라고 부릅니다.
논리를 세우고, 그에 맞춰 자산을 보유하고, 자신의 논리가 실현되는지 지켜보세요. 자신의 논리가 틀렸다면 왜 틀렸는지 분석하고 보완하세요. 주식 투자에 이보다 나은 길은 없습니다.
6. 그 외 국장 팁
국장은 두 가지 장점이 있고 그 외 모든 것이 단점인 시장입니다.
장점 하나는 세금이 적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가 그 주식을 좀 더 잘 안다는 점입니다.
단점은 여러분 모두가 아시는 그런 것들입니다. 도박판으로 접근하는 개미들, 개미 등쳐먹고 싶은 오너들, 성숙하지 못하고 신뢰없는 시장 등등.
이런 증시 할 때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웬만하면 그냥 미국 지수 적립식 투자를 하십시오) 뒤통수를 덜맞기 위해 나름 익혀온 것들을 조금 적어보겠습니다.
(1) 한번이라도 증권 가지고 장난치는 회사는 사지 않는다.
네이버 증권 챕터에 들어가서 개별 주식 - 종목 분석에 들어가면 3년치 간략 재무제표가 나옵니다. 거기 제일 아래 보면 발행주식수가 나와요. 그걸 보고 3년 이내 주식 수가 늘어난 회사는 쳐다보지 마십시오.
그리고 '그 회사 + 상장' 으로 검색을 합니다. 쪼개기 상장을 한번이라도 했다면 쳐다보지 마십시오.
(3) 배당에 인색하다면 오너에게 문제가 있다
회사에 이익이 많이 나는데도 배당을 안 주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국장에서 그 돈 아껴서 투자하는 회사는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대부분 세금이 문제가 되거나 주가를 하락시켜 자식한테 물려줄 생각을 하는 회사들입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회사가 딱히 성장가도를 달리지 않는데 배당을 1%도 안 주는 회사는 거릅니다. 물론 회사의 매출이 매년 크게 성장하는 회사들은 예외입니다.
(4) 애매하면 산업별 etf를 산다
etf를 구입하면 쪼개기 상장에 뒤통수 맞을 리스크를 많이 줄여줍니다. 산업 동향만 살펴도 되므로 개별 회사 공부할 시간을 줄여줍니다. 한국처럼 경기사이클을 타는 산업이 대부분인 나라에서는 큰 이점입니다.
7. 도움 받은 책들
마지막으로 주식 공부하면서 도움 받았던 책들을 소개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워런버핏 라이브 : 1986~2018년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오간 질문답을 정리한 책. 투자 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습니다. 추천할 책 중 딱 한 권만 고르라면 이 책을 고르겠습니다.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 : 좋은 주식을 고르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할 수 있다 퀀트투자 : 여러 투자 전략을 백태스킹해 정리해놓은 책입니다. 저per 전략, 고 roe 전략 등등. 이 책에 나온 전략을 그대로 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투자 방식에 어떤 것이 있는지, 과거 어떤 성과를 냈는지, 현재도 먹힐지 유추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 개별 주식을 다루는 법보다 돈 버는 사고 방식을 알려줍니다. 경제 사이클을 보는 시각도 제공합니다.
그 외 피터린치의 책들 : 워런 버핏 라이브에서 인생을 배웠다면 주식을 가르쳐준 건 피터린치의 책들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책 자체가 재밌습니다!
그럼 긴 글 이만 줄입니다.
모두들 성공투자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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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투자 원칙에 관련된 좋은 글을 읽은거 같네요. 헷지의 중요성은 한 번 크게 맞아봐야 깨닫게 되죠. 물론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서 크게 맞은게 잊혀지고 "헷지 안했으면 수익 더 났는데"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하는게 또 몰빵노헷지 베팅인게 인간인지라..이념수준으로 머리속에 박히지 않는 이상 힘든것이 헷지 아인가 싶습니다
댁보다 주식 많이 해봤네, 어디서 줏어들었네 허허거리면서 빈정거리는 건 님인데 왜 님이 더 화가 나있는 건가요...?
좋은 글이라고 띄워주고선 주식하는 사람들은 귓등으로도 안 들을 거라고 한 사람도 님인데 왜 저한테 그러시는지...?
하고 싶은 말이 '실전 투자자에겐 쓸데 없는 백면서생의 글이다'인건지, '좋은 조언을 실전 투자자들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어느 쪽인지 확실하게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님이 바보취급을 한 게 이 글인지, 실전 투자자들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게요.
전 사람들 바보취급 한 적도 없고 님이 화가 나신 것 같길래 바로 님 말이 맞고 제가 틀린 것 같다고 하고 끝냈습니다.
좀 길게 썼으니 귓등으로나마 들어주셨으면 좋겠군요.
일반인들은 옵션 거래에 익숙해지기 전엔 제대로 된 헷지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헷징에 비용이 너무 크게 들어가는 듯 하고요.
한 예로 많이 추천받는 일정 금액의 현금을 쥐고 가는 방법은 그 놀고있는 현금이 왠지 아깝게 느껴지죠.
하지만, 옵션으로 헷징은 일반인이 하기엔 복잡하기에 사실상 헷징은 어렵고요.
그러니 더더욱 변동성이 작은 지수 추종 거래를 추천하는 거겠죠.
그래도 굳이 개별주를 거래해야 한다면 헷징 대신 손절 범위를 반드시 정해두고 거래를 시작해야 할테고요.
일반 회사원은 살림하랴, 회사일하랴, 공부하랴, 다른 취미활동하랴 등등의 이유로 투자를 위한 시간을 따로 내기 힘듭니다. 그리고 특히 회사일하는 동안에 실시간으로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없는 노릇이죠. 따라서 이런 시간 가성비를 생각하면 더더욱 지수 추종 전략이 일반 회사원에게 최적인 투자 방법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