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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2/02 01:06:50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744735124
Subject [일반] <러브레터> - 어쩌면, 우리 모두는 그림자를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약스포)
<러브레터>는 어떤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어떤 부재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와타나베 히로코는 약혼자 후지이 이츠키를 그리워하다, 졸업 앨범에서 본 주소로 편지를 보냅니다. 돌아오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하고서요. 그러나, 우연히 동창에 동명이인이라는 우연이 겹쳐 다른 후지이 이츠키에게 편지가 갑니다.

영화를 보면서 처음 들었던 생각은, 지금이면 이 이야기가 성립하진 않을 것 같다, 는 생각이었어요. 지금은 다들 즉각적이고, 빠르다보니, 이야기의 중심 소재가 되는 편지 자체가 너무 오래된 것 처럼 느껴지긴 하거든요. 약간의 장난스러운 생각을 지나 든 생각은, 영화가 꾹꾹 눌러 연필로 쓴 편지 같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엄밀히 말하자면, 편지의 세대는 아닙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부터 PC가 보급되었고, 아이폰이 국내 출시되었던 것도 중학교 부근이었던 걸로 기억하구요. 게다가, 어렸을 때는 글 쓰는 걸 딱히 좋아하진 않았거든요. 손 아프다고. 그렇지만, 아주 가끔씩은 편지로만 전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게 손으로 쓴 글씨라면 더더욱이요. 편지로, 글로, 때때로는 손글씨라는 방법을 써야지만 전달할 수 있는 생각과 감정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그건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정서와 순간들에 대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서 많은 것들은, 지나간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다른 의미로는 부재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구요. 저는, 가끔씩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게, 그 사람과 함께했던 그때의 나를 그리워하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 시절과 그 상황의 나를 그리워하는 것과,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걸 우리는 혼동하는 게 아닐까 하구요.

이 질문은 여전히 까다로운 질문입니다만, 영화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영화는 묘하게 시간을 엇갈리게 놓고, 그 시간을 마지막 순간에 겹쳐놓으면서 세심하게 이야기를 건네는 화법이 인상적입니다. 저는 이 영화가 첫사랑과 그리움에 대한 영화인 동시에, 멈춰버린 시간, 혹은 어긋나 있던 순간들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마치 바뀌어버린 시험지를 바로 말하지 못했던 것 처럼, 어떤 순간이 지나면, 감정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은 하지 못한 채로 남겨지니까요.

그래서, 그 유명한 설산과 설원에서의 장면은 메아리가 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시기를 놓친 말과, 너무 늦게 깨달아 버린 감정은 반복될 뿐, 답을 들을 순 없는 성격의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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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산바라기
25/02/02 01:07
수정 아이콘
후지이 이츠키 스트레이트 플래쉬
aDayInTheLife
25/02/02 02:16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αυρα
25/02/02 01:11
수정 아이콘
그래서 후지이 이츠키 스트레이트 프라쉬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에 있죠
너무 좋아하고 가장 많이 본 영화입니다.
aDayInTheLife
25/02/02 02:17
수정 아이콘
그쵸, 그래서, '잃어버린 시간들'인거죠.
lifewillchange
25/02/02 02:03
수정 아이콘
말하지 못하기에 더 애틋해지는거 같습니다. 다음 재개봉을 기다려요
aDayInTheLife
25/02/02 02:17
수정 아이콘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 지 알거 같아요.
저도 오타루를 다시 가보고 싶어지더라구요.
슈퍼너구리
25/02/02 03:18
수정 아이콘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재개봉 했다고 해서 얼마전에 봤습니다.

초반부에 히로코와 미츠키가 동일인물인줄 알았.......

얼마전에 다녀온 오타루 생각도 나면서

가슴 아픈 먹먹함과 따스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aDayInTheLife
25/02/02 12:30
수정 아이콘
저도 별 생각없다가 재개봉으로 보게되었네요.
그 먹먹함이라는 감정이 가장 두드러지는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터치터치
25/02/02 06:23
수정 아이콘
오겡끼를 그토록 사무치게 외치던 약혼자 입장서는 그지 같죠
걍 부드럽게 처리되서 주인공들 감정선에 영향을 주지 않아서 그렇지만

짝녀 닮아서 자기랑 사겼지
짝녀처럼 깨지고 싶지않아 성격답지않게 고백한거지
죽을 땐 약혼자인 자기 냅두고 첫사랑을 떠올렸지

존재감 바사삭 할듯
25/02/02 09:14
수정 아이콘
어쩌면 분노와 자괴의 오겡끼였을수도 크크
aDayInTheLife
25/02/02 12:30
수정 아이콘
야 이 XXX야!!!! 크크크크
터치터치
25/02/02 13:42
수정 아이콘
개갱끼 데스까~~~~
25/02/02 11:35
수정 아이콘
'잘 지내고 있나요'라는 단순한 한 마디를 이렇게 가슴 아프게 표현한 영화는 흔치 않죠.
마지막, 웃으려다가 울음이 터진 이츠키의 얼굴은 잊을 수가 없네요.
얼마 전 이츠키/히로코 역의 나카야마 미호가 심장마비로 사망하였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aDayInTheLife
25/02/02 12:31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뒤로 갈수록 와 1인2역이구나! 했습니다. 실은…
+ 25/02/03 01:43
수정 아이콘
'극장에서 처음으로 보려고 숨 꾹 참고 안 보고 있는 명작들' 리스트에 있던 영화였는데
이번 재개봉으로 처음 봤고 벌써 3회차 관람했습니다.

10대나 20대 때는 이 영화를 보고 별 감흥이 없었겠구나 싶더라구요.
볼 때마다 죽은 이츠키가 첫사랑을 잊은걸까, 첫사랑을 잊지 못한걸까 생각하면서 보니까 또 다르게 다가오더라구요.

멜로영화 상당히 안 좋아하는 편인데, 자꾸 돌려볼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 항상 좋은 영화후기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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