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론부터 말해 e스포츠연맹의 출범은(그게 연맹이든 협회든 아니면 협의회 2기든)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범주 내에 있는 일이라 봅니다. 협의회 활동이 작년에 여러 문제 이후 종료되었지만 스타크래프트2 게임단이 서로 연합해서 진행해야 하는 일이 있는 것은 누구나 상식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일이고 기존 e스포츠계가 스타크래프트2를 이후에도 아예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기도 어렵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최근 블리자드와 KeSPA간의 직접협상으로 위태위태한(?) 분위기가 조성된 것 역시 톡톡히 한몫 했을 거라 봅니다. 기존 e스포츠계가 스타크래프트2로 종목변경한 이들을 어떻게 배척했고 어떤 식으로 e스포츠의 전설들을 내팽개쳤는지를 생각한다면 더더욱 당연한 움직임입니다.


- e스포츠연맹 출범 이야기가 나오자 마자 온/오프라인에서 아는 주위 사람들 중 몇몇이 저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질문 내용은 두 가지였는데 첫째는 이 소식을 사전에 알았는지였고, 둘째는 스타크래프트2 협의회에서 맡았던 역할이나 그와 비슷한 역할을 이번 e스포츠연맹에서도 제가 하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두 질문 모두에 대해 간단하게 대답하면, 지금 저는 e스포츠연맹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출범 소식도 알지 못했습니다. 협의회 자문위원 자격으로 썼던 마지막 칼럼에서 언급한 것처럼 저는 그 날 이후로 '한 명의 e스포츠 팬으로 물러가 있는' 상태이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 어쨌거나 언론 보도상으로 보면 새로 출범하는 e스포츠연맹의 성격이 그 전의 협의회와 크게 다른 것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가입되지 않은 게임단이나 해외 게임단에게도 문호가 열려 있는)'열린 조직'이고, '권익을 위한 단체'이고, '블리자드에 권리를 인정해 달라는 요구'도 원하고 있습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른 생각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글쎄올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과거 협의회 감독님들께 스타크래프트2의 문호는 앞으로도 계속 열린 상태여야 한다고 주장했던 적이 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e스포츠연맹의 성격은 이상적이되, 단체를 유지하는 측면에서는 그만큼 어렵습니다. 이상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고 이상이 높다면 그것을 현실에 반영하기 위한 작업은 더 엄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협의회든 연맹이든 협회든, 권익에 따라 만들어질 수 있는 단체지만 그것을 쉽게 깨는 모습이 또 보인다면 그분들이 꿈꾸는 '팬들이 인정할 수 있는 단체'와의 거리는 안드로메다만큼 멀어지겠지요.


- 그런 생각을 갖지 않으시기를 바라지만, 만에 하나라도 작년에 협의회의 와해 및 해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과거의 실책이나 잘못된 사례들을 굳이 떨쳐낼 생각은 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스타크래프트2 e스포츠에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과거의 일들은 머리 위를 떠도는 칼처럼 계속 신뢰를 위협할 것입니다. 그것은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언급되는 것을 막으려 한다 해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부분이 상처로 다가올 때 느리지만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그런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게 하는 것 뿐입니다. 하던 대로 계속 하다가 잘못이 쌓이면 단체에 대한 신뢰는 무너지고 그런 일이 반복되면 무너진 신뢰는 다시 회복되지 않습니다.


- 일단은, 스타크래프트 2 프로팀과 e스포츠 연맹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지켜보겠습니다.

지켜볼 만한 가치가 있는 소식들이 들려왔으면 좋겠습니다.


- The xi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