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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7/02 21:24:53
Name Via_Avalon
Subject 그도 기억되었으면
홍진호 선수의 은퇴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리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기억되겠지요.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바라건대 제게는 한 사람 더, 기억되었으면 하는 이름이 있습니다.

먼저 솔직한 고백을 하면서 글을 시작해야겠습니다.
그를 만난 것은 동아리에서, 2학번 높은 과의 선배로 만났습니다.
잘생긴 얼굴에 아담한 체격, 머리는 장발에 금발로 염색을 했고 스타를 참 좋아했습니다.
남자 후배들을 만날 때마다 피시방에 데려가 같이 스타를 하길 좋아햇습니다.

4학년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스타하자, 놀자, 술마시자 하고 웃던 당신을 나는 솔직히 좋게만은 보지 않았습니다.
어울리면서도 이 사람은 군대도 아직 가지않고 무얼 하나 하는 생각을 반복했습니다.
08년, 그는 졸업을 했고 학사장교로 입대한다며 우리는 마지막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그 자리에 그는 말했습니다.

"내가 공군의 감독이 되어보겠다"고..

그가 학사장교를 선택한 이유는 여기에 있었습니다.
공군 게임단 감독의 자리는 주어진 기회가 아니었고, 그가 치열하게 만들어 낸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한 사람의 시청자에서 판을 움직이는 중심인물이 된다는 것, 누가 이런 도전을 할 수 있었을까요?

녹록한 길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제주도로 배치를 받았고 1년 간 그곳에서 복무했습니다.
저는 그의 약속을 잊었고 그렇게 시간은 흘렀습니다.
하지만 그는 돌아왔습니다. 보란듯이, 그토록 원했던 꿈을 마침내 실현시켜내고 말았습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공군 게임단을 가꾸어가고 또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 그동안 그는 정말로 행복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시작은 평탄치 않았습니다.
14연패였나요? 두 달 동안 그는 승리를 하지 못했고 감독 최대연패 갱신이라는 불명예와 함께 임무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쏟아지는 비난과 비판들, 어리다는 말도 참 많이 나왔습니다.
예, 그는 많은 선수들보다 어렸습니다. 그들의 팬이었으니까요.

그는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의 팬에서 존경받는 감독으로 거듭나는 동안, 그는 우리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그는 누구보다도 우리의 감사함과 찬사를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훌륭한 경기를 보여 준 것이 아니고, 세레모니와 쇼맨쉽으로 각인된 것도 아니며, 우승뱃지를 주렁주렁 달지 않았더라도
그는 이스포츠의 역사에 어느누구 못지 않을 기여를 했고, 또 명예로울 수 있는 자격을 얻었습니다.
이제 그는 지휘봉을 내려놓고 다시금 한 사람의 팬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우리의 감사함과 찬사를 받을 자격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가 오래도록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를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박대경 감독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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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a_Avalon
11/07/02 21:29
수정 아이콘
글을 올리는 순간 로그인이 풀리며 증발되었습니다.. 쓰지말까 하는 순간 아래 글이 보였습니다. 다시금 힘을 내 글을 썻지만 왠지 첫 번째 쓴 것만큼은 제 양에 차질 않네요.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아래 글쓴 분께도 감사를..
은.하.
11/07/02 21:45
수정 아이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참 멋져요.
박대경 감독님께 이러한 사연이 있었네요.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텐데 멋지게 이뤄내신 거였군요.
두유매니아
11/07/02 22:24
수정 아이콘
예전에 공군감독님 글이 올라와서 그때와 유사한 리플을 답니다.
감사합니다. 당신의 선택이 지금의 공군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도 끈질긴 공군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날아랏 용새
11/07/02 22:44
수정 아이콘
남자 후배들을 만날 때마다 피시방에 데려가 같이 스타를 하길 좋아햇습니다.
.....

박대경 감독님, 좋은 선배셨군요.
결코 제 과거가 떠올라서가 아닙니다. ^^;;
사이버 포뮬러
11/07/02 23:37
수정 아이콘
선수들만큼 스타를 사랑하는 분이셨군요..
이런분들이 계셔서 지금 e스포츠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거겠죠?
명장으로 기억될거라고 믿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만큼은..
Winter_Spring
11/07/03 00:08
수정 아이콘
이스포츠판에서 계속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박대경 감독님 감사합니다.
저그의눈물
11/07/03 00:13
수정 아이콘
박대경감독님 정말 어느팀에서라도 영입해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분은 신트리쯤은 발로해도내셨다죠,,,
11/07/03 03:31
수정 아이콘
좋고 능력도 있는 분이셨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판에서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the hive
11/07/03 06:50
수정 아이콘
박대경 감독님 응원글이군요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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