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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1/22 23:42:44
Name The_CyberSrar
Subject 포기를 모르는 남자
때는 2001년 이었다. 임요환과 홍진호가 펼쳐내는 치열한 사투속에서 스타크래프트는 그렇게 내게 다가왔다.

코카콜래배 스타리그의 흥분을 뒤로 하고 얼마나 흘렀을까..
나보다 조금은 어려보이는 소년 하나가 자꾸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KPGA라는 대회에서 덜컥 우승을 차지해버렸다.
나는 경악했다. 어리고 어린 소년이 절정고수들을 이겨내고 정상을 차지했을때 눈을 의심했다.

그 이후 그 소년은 승승장구했다. 3시즌 연속 KPGA를 정복하더니 급기야는 임요환과 홍진호의 고향
온게임넷 스타리그까지 제패해버렸다.
처음에는 흥미 그리고 경악 나중에는 동경했다.
내가 가지지 못한 재능을 시샘했고 한편으로는 동경했다. 그 끝없는 강함에 이끌렸다.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던가. 끝없이 계속될 것 같던 소년의 천하가 점차 저물고 있었다.
여전히 소년은 강했지만 몽상가 강민과 괴물 최연성이라는 호적수의 등장으로 소년의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어느 사이엔가 소년은 온게임넷 스타리그와 MSL에서 별 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고 간간히 프로리그에서 소년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대로 끝인 줄 알았다. 유일하게 내 이목을 집중시킨 천재라는 거창한 별칭을 가진 그 이윤열이...

하지만 아니었다.
모두가 천재의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이제 그는 최강자가 아니라고 했다.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소년만은 "아직이야.. 아직" 이라고 외쳤다.
오랜 부진 끝의 스타리그와 MSL..
당골왕MSL에서 승승장구하며 결승에 안착했다. 결승상대는 이미 이긴적이 있던 상대였다.
당시 최강의 포스를 가진 "운영의 마술사" 박태민과의 7전 4선승제..
MSL은 강자지존의 세계였음을 재확인시켰다. 동시에 천재에게는 회복 할 수 없을 것만 같던 상처를
그리고 어울리지 않는 낙인을 새겼다. 바로 2인자라는 평가를..

그도 그럴 것이 MSL로 새롭게 출범하며 소년은 세번의 결승전을 치루었다.
강민과 최연성 그리고 박태민과.. 그들은 소년에게 모두 패배를 안기며 2인자의 낙인을 찍었던 것이다.

하지만 소년만은 영욕의 낙인을 인정하지 않았나보다.
이윽고 이어지는 "아이옵스배 스타리그"에서 우여곡절끝에 난적 박태민을 준결승에서 만나게 되었다.
5전 3선승제에서 소년은 벌써 두번의 승리를 박태민에게 내주었다.
이번에도 소년이 질것만 같았다. 그것도 0-3이라는 수치스런 스코어로 말이다.

안타까웠다. 그리고 억울했다.
내가 아는 소년은, 재기넘치는 그 소년은 그렇게 힘없이 무너지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렇게 되지 않기를 희망했다. 빌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1경기를 힘겹게 따내더니 기어코 스코어를
역전시켜 버렸다.

슬픈 드라마에서도, 슬픈 영화에서도 내 눈물은 언제나 말라있었다.
그렇게 메마른 내 눈이 촉촉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뭐야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연신 눈물을 훔쳐냈다.
그 순간 결심했다. 이 스타판이 끝나는 날까지 그 때까지 난 저 소년을 응원할테다하고...
왠지 모르게 저 소년, 이윤열이라는 동향의 촌놈이 내 마음을 울려버렸던 것이다.
그 4강을 기적적으로 이기고나서의 결승은 사실 내 관심밖이었다.
이미 이윤열이라는 게이머는 내 마음에 불멸이었으니까.

포기를 모르는 남자,근성가이,노력의 천재, 난 그들을 존경하고 좋아한다.
정작 나 자신은 그것과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든 이윤열은 천길 낭떠러지에서도 다시금 기어 올라와 정상에 설 것으로 믿고 있다.
이미 여러차례 보여준 바가 있지 않은가.

신한 시즌2,3 에서의 투혼도 잊지 않고 있다.
그 끝없는 투쟁심, 고고한 프라이드 그것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2009년 1월 22일
이윤열의 2연승을 지켜보면서

-수정-
양대리그에서 보이지 않았다는 표현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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