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래간만에 글을 씁니다.

결승이라서 다 접고 시청을 했는데 1경기 끝자락부터 보게 됐습니다.

조이기를 당하며 지는 모습을 봤는데 어떻게 그런 장면이 나왔는 지를 몰라 좀전에 곰티비 다시보기로 확인을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김택용 선수가 가장 기본적인 대테란전 전술을 쓰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pgr에 가끔 들어와서 눈팅을 하곤 했었는데 김택용 선수가 진영수 선수를 지상군 물량과 모택동식 전술을 쓰는 모습을 보며 '본좌의 싹'이 보인다는 분들도 계셨고 서지훈 선수를 잡은 이후에도 정말 잘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저는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진영수 선수를 상대하는 김택용 선수의 전술은 대테란전에서는 가장 위험한 '마약 처방'으로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이 틀리기를 바랬죠.

그런데 오늘 박성균 선수와의 경기를 보면서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김택용 선수는 지상군 위주의 싸움을 하는 선수입니다.

거기에 전략을 가미하죠.

괴물량 + 전략 + 확장력 + 센스로 승부하는 스타일입니다.

김택용 선수의 오늘 경기에서도 물량은 기가 막혔습니다.

그런데 그 물량을 죄다 꼬라박을 해 버리더군요.

마치 과거 박지호 선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죠.

오늘 김택용 선수의 경기에서 발견한 가장 큰 문제점은 가장 기본적인 전술이었다고 봅니다.

아래는 제가 발견한 토스가 테란을 상대할 때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플레이임에도 김택용 선수가 하지 않은 것들입니다.



1. 셔틀 질럿 떨구기를 하지 못하고 셔틀이 잡히는 모습이 서지훈 선수와의 경기 이후로도 여전했다.
2. 셔틀 질럿 떨구기를 할 때 터렛이 많거나 셔틀 체력이 빠져 있다면 옵저버 한두 기를 밀어 넣으면서 드랍을 해야 한다.
3. 셔틀 질럿 떨구기를 할 때는 지상군과 셔틀에서 질럿이 떨어지는 타이밍이 중요하고 셔틀에서 눈을 떼면 안된다.
4. 마인이 많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이나 노옵저버 플레이를 할 때는 반드시 질럿 한두 기를 먼저 보내서 마인을 제거해야 한다.
5. 1경기에서 셔틀의 체력이 빠졌으면 질럿을 조이기 라인의 우측 사각지대에 내린 후 마인 피해를 입지 않고 질럿이 탱크에 달라 붙게 하는 전술적 센스를 보였다면 충분히 걷어낼 수 있는 타이밍이 분명히 있었다.
6. 캐리어를 운용할 때는 반드시 옵저버 한두 기를 대동해야 한다.
7. 업그레이드에 충실한 테란의 지상군을 상대할 때는 반드시 하템 한두 기를 섞어줘야 한다.
8. 온리 드라군으로 탱크와 벌처를 상대하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플레이이다.
9. 질럿과 드라군이 함께 있고 옵저버도 있는데 마인을 제거한다고 질럿과 드라군을 함께 마인이 있는 곳에 어택을 찍어서는 안된다. 반드시 드라군으로 마인을 제거해야 한다. 질럿 한두 기가 테란의 조이기를 걷어내고 그렇지 못하고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조이기에 터렛 하나와 체력이 간당당간한 탱크 한두기가 남아서 뚫리지 않는 경우가 얼마나 자주 나오는가? 체력이 안깎인 질럿은 시즈 포격에 3번을 견뎌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시즈 포격 한 방이나 두 방에 잡힌다. 블리자드에서 공격 타입과 대중소 유닛으로 나누고 각 유닛에 딱 그만큼의 체력을 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기본에 충실하면서 김택용 선수 특유의 지상군 기동전을 펼친다면 지금 스타일도 안정적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여러분은 김택용 선수의 대테란전에서 개선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덧글로 달아 봅시다.


ps 1.
김택용 선수가 오늘 MSL에서 진 것은 약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자칫 느슨해 질 수 있는 때에 불의의 일격을 당하면서 어느 누구라도 잠시 방심하는 순간 최고의 지위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테니까요.
자신의 특기인 대저그전 역시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았으리라 믿고 싶습니다.
그러니 온게임넷에서 우승을 한 후 다시 본좌에 도전했으면 합니다.
이후 아마도 박성균 선수와 본좌 쟁탈전을 벌일 것이고 그 때엔 멋지게 제압하며 MSL, OSL에서 각각 최소 3회 우승씩을 거머쥐고 본좌가 되었으면 합니다.
최소 각각 3회 우승입니다.
김택용 선수, 이 정도로 큰 비전을 가져야만 나태해지지 않는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ps 2.
김택용 선수!
오늘의 패배는 확실한 기본기에서의 실력의 차이였습니다.
그것을 인정하고 대테란전 실력을 기본부터 다시 갈고 닦았으면 합니다.
아무리 전략 좋고 아무리 잘 뽑아도 전투에서 지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반면 전략이 덜 좋고 물량이 좀 줄어도 효율적인 전투를 하면 전략과 물량을 모두 커버할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하세요.
명량해전에서 12 vs 133의 전투를 승리로 이끈 이순신 장군의 전술을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물량은 효율적 전투 앞에선 추풍낙엽일 뿐입니다
만일 당신이 지금보다 약간 덜한 물량에 기본적인 전술에 충실하다면 단언컨데 송병구 선수의 대테란전을 능가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대테란전 승률이 급등할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