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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11/03 16:51:59
Name ls
Subject [관전평] OSL EVER 2007 스타리그 16강 5주차
* 편의상 경어는 생략하였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 OSL 16강 5주차 경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16강 A조 5경기 김준영 vs 신희승 @ 블루스톰

시작과 동시에 본진을 뛰쳐나간 SCV가 센터 지역에 배럭을 건설하며 전략가다운 면모를 과시하는 신희승. 이런 신희승의 전략을 까맣게 몰랐던 김준영은 오버로드 한 기를 적진으로 보내고 앞마당 확장부터 가져갈 준비를 한다. 앞마당 건설에 막 해쳐리를 건설하기 시작한 순간 김준영의 오버로드가 신희승의 전진 배럭을 발견했고, 김준영은 바로 해쳐리를 취소하고 본진에 스포닝 풀을 건설한다. 하지만 이미 생산이 시작된 마린 병력을 방어하기에는 턱 없이 늦은 타이밍. 설상가상으로 정찰을 나갔던 오버로드가 마린에게 잡히면서 김준영은 코너에 몰린다.

스포닝 풀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저그 본진 입구에 신희승이 벙커를 짓기 시작하고, 벙커 양옆을 서플라이 디팟으로 틀어막으면서 저그에게 본진 플레이를 강요한다. 하지만 김준영은 꾸준히 생산한 저글링을 본진 구석에 숨기며 신희승의 방심을 유도, 급기야 저글링만으로 입구를 틀어막은 테란 병력을 완벽하게 걷어낸다. 나머지 저글링 병력은 그대로 신희승의 본진으로 달려가 다수의 SCV를 잡아내며 큰 피해를 입혔다. 신희승은 꾸준히 달려오는 저글링을 맞아 팩토리와 스타포트에서 벌쳐, 레이스를 생산하며 분전하지만 이미 기울어버린 상황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김준영 승리.


지난 시즌 우승자 김준영의 저력과 안정감이 부족한 신희승의 단점이 여실히 드러난 경기였다.

벙커 앞에 성큰을 건설해서 상대방이 벙커에서 마린을 꺼내 성큰을 공격하게끔 유도한 다음, 상대 시야 밖에 숨겨 놓았던 다수의 저글링으로 병력을 한 번에 싸 먹는 영리한 플레이. 2패를 기록하며 16강 탈락을 일찌감치 확정지었지만, 오늘의 플레이로 자신의 지난 시즌 우승이 결코 반짝 포스가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신희승은 상대방의 오버로드 정찰 이동 경로와 타이밍을 계산해서 정찰 나온 오버로드를 잡아내고 상대방을 압박한다는, 임요환이나 강민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날카롭고 치밀한 전략을 준비해 왔고, 그 전략을 보기 좋게 성공시켰다. 하지만 그 뒤의 대응은 훌륭한 전략을 뒷받침 해주지 못했고, 다시 한 번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신희승의 경기를 보면 초반 전략 승부에서 득점을 올려 놓고는 운영 싸움이나 상대방의 대응에 말리며 패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부분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이번 스타리그에서 목표로 하는 자리까지 올라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신희승이라는 이름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16강 B조 5경기 박성준(T1) vs 진영수 @ 몽환II

진영수는 투 배럭 이후 팩토리를 생산했고, 박성준은 자원 채취가 가능한 지역에 해쳐리를 2개나 펼치며 부유한 플레이를 준비하는 듯 했다. 하지만 박성준은 투신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드론 대신 저글링을 생산했다. 한 부대 가량 모인 저글링은 진영수의 진영으로 달렸고, 마침 앞 쪽으로 진출해 있던 마린을 간단히 싸먹고 상대 본진으로 달려들었다. 건설 중인 팩토리를 보고 진영수의 의도를 파악한 박성준은 저글링 발업을 누르고 생산을 늘리면서 진출하는 진영수의 병력을 지속적으로 잡아준다.

충분한 자원을 바탕으로 다수의 뮤탈을 확보한 박성준은 뮤탈 게릴라로 진영수의 바이오닉 병력을 꾸준히 줄여주며 시간을 벌었다. 이 과정에서 진영수가 분전하며 적잖은 수의 뮤탈을 잃기는 했지만, 대량 생산된 저글링을 동반해 진영수의 병력을 몰살시키고 본진의 생산건물을 장악하며 지지를 받아냈다.


진영수의 실수와 박성준의 투신 혼이 맞물리며 비교적 쉽게 박성준이 승리를 챙겼다. 상대 병력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의 생마린 병력을 센터로 내보낸 진영수의 실수도 컸지만, 확장만 두 개를 가져가놓고서도 드론 대신 저글링을 찍는 박성준의 투신스러움도 승리에 큰 공을 보탠 셈이다. 김태형 해설위원의 말대로 진영수는 박성준이 투신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걸까. 아무튼 개인적으로 테저전에서 저글링으로 테란을 뒤흔들고 뮤탈+저글링 콤보로 병력을 쓸어내는 구도를 정말 좋아하는데, 가장 좋아하는 선수인 박성준이 딱 이런 구도로 승리를 챙겨서 한결 기분이 좋았음.

하지만 오늘 박성준의 뮤탈 컨트롤은 그다지.. 신들린 듯한 이제동의 뮤탈 컨트롤은 물론이거니와 마재윤이나 김준영 등의 정상급 저그 플레이어들의 그것과 비교해 보아도 부족함이 느껴졌다. 이병민과의 결승전에서 눈 돌아가는 뮤짤로 상대 후속 병력을 끊어내며 역전승을 거두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그것 참. 워낙 유리한 상황이었던지라 뮤탈 병력을 쏟아부은 감이 있긴 했지만, 팽팽한 상황에서 저런 뮤탈 컨트롤이 나왔으면 틀림없이 밀렸을 게다.

박성준은 진영수를 잡아내며 자신의 탈락을 보류시켰다. 다음 경기에서 이전 팀의 동료인 이재호가 변형태를 잡아낸다면 세 명이 1승 2패로 동률을 이루며 한 장의 8강 티켓을 놓고 재대결을 펼칠 수 있는 상황. 반대로 변형태가 이재호를 잡으면 변형태와 이재호가 2승 1패로 사이좋게 손 잡고 8강에 진출하는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된다. 과연 다음 경기의 행방은 어떻게...


16강 C조 5경기 송병구 vs 이제동 @ 페르소나

송병구는 원게이트 테크, 이제동은 3 해쳐리로 경기를 시작한다. 스타게이트까지 테크를 올린 송병구는 커세어로 저그를 견제하면서 템플러 테크로 넘어가고, 이제동은 소수 히드라로 커세어를 방어하며 저글링으로 공격을 시작한다. 저글링이 토스 본진에 난입해서 첫 하이템플러를 사냥하고 다수 뮤탈이 본진과 확장을 오가며 드래군을 잡아주는 등 끊임없이 프로토스를 괴롭히지만, 송병구는 견제 속에서 앞마당을 안정적으로 돌리기 시작하며 병력을 모은다.

어느 정도 조합과 규모가 갖추어진 송병구의 병력이 센터로 진출을 시작하고 이제동은 럴커와 뮤탈로 맞선다. 하지만 하이템플러의 스톰이 적재적소에 떨어지며 이제동의 병력이 뒤로 밀리고 송병구는 그 틈에 멀티를 추가한다. 이후 센터에서 지속적으로 전투가 벌어진다. 저그와 프로토스 모두 자원을 총동원해 병력을 회전시키며 정면승부를 벌이지만,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어느 한 쪽이 결정적인 승기를 잡지는 못한다. 그러나 반복되는 전투 속에서 레어 테크의 유닛을 고집한 이제동의 병력에 비해 다수 하이템플러와 아칸이 포함된 프로토스 병력의 조합이 질적으로 우위를 점하면서 경기는 송병구 쪽으로 기울어지고 이제동은 지지를 선언한다.


인파이터 복서들 간의 시합을 연상시키는 경기. 중반 이후 센터에서 끊임없는 교전이 벌어지는데 두 선수의 병력 생산 및 충원 속도, 전투력이 입이 딱 벌어질 정도. 이 두 선수가 왜 각자의 종족을 대표하는 선수인지를 잘 알 수 있는 한 판이었다.

이제동은 해설자들도 지적한 것처럼 너무 정면승부를 고집한 것이 패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소수 럴커 드랍으로 상대를 괴롭혀주는 플레이도 좋았을 터였고, 하이브 테크를 탔더라면 디파일러, 울트라, 아드레날린 업 저글링 등등 선택지가 훨씬 넓어졌을 것이다. 하이템플러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프로토스를 상대로 히드라-럴커 조합은 아무래도 힘에 부칠 수 밖에 없다.

송병구의 저그전은 김택용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마재윤에게 너무 많은 패배를 기록하면서 저그전이 약한 건 아닌가 싶은 의문을 품기도 했는데, 이제동과의 경기를 보니 그런 의문은 접어 두어도 좋을 것 같다. 송병구가 저그전을 못하는 게 아니라 마재윤이 토스전을 너무너무 잘 하는 것 뿐이겠지.



16강 D조 5경기 마재윤 vs 이영호 @ 카트리나

이영호는 건물로 입구 막고 원배럭 더블을 시도, 마재윤은 쓰리햇으로 출발. 이영호는 배럭을 늘리며 바이오닉 병력을 모으기 시작한다. 마재윤은 스파이어 테크를 타면서 꾸준히 저글링을 생산, 뮤탈과 저글링으로 이영호 본진 앞의 병력을 과감하게 덮치지만 이영호가 무난하게 막아낸다. 상대의 한 방을 막아낸 이영호는 본진에는 다수 터렛을, 입구에는 벙커를 지어 빈집 방어 준비를 하고 병력을 진출시킨다. 마재윤은 뮤탈로 첫 베슬을 떨구며 러시 타이밍을 늦추고 럴커를 확보한다.

이영호의 병력은 센터 언덕을 타고 전진. 마재윤은 병력을 센터 아래쪽 좌우 길로 돌려 이영호의 본진을 노린다. 하지만 이 공격이 아슬아슬하게 막히면서 마재윤의 패색이 짙어진다. 이영호의 진출 병력은 마재윤의 가스 멀티 하나를 파괴하며 득점. 두 선수의 인구수 차이는 100 가까이 벌어졌고, 이영호의 다수 드랍십이 마재윤 본진에 떨어지며 심대한 타격을 입히고 승리를 거둔다.


평소와는 다른 컨셉으로 경기를 끌고 간 마재윤. 뮤탈 짤짤이가 어려운 맵 구조 탓이었을까. 상대 병력이 진출한 틈을 타 본진을 뚫어보려 했지만 두 차례 모두 막히며 허무하게 경기를 내주었다. 자꾸 져서 그런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겠지만 왠지 이영호를 상대하는 마재윤은 어딘가 모르게 나사가 풀려 있는 것 같다. 지난 번 백마고지에서 메카닉 부대 앞에 병력을 꼴아 박던 것도 그렇고..

반면에 이영호의 플레이는 나이스. 마재윤의 본진 공격을 두 차례 모두 막아내는 모습을 보니 컨트롤도 좋더라. 오늘 경기만 놓고 보면 프로리그에서 고만고만한 저그 유저를 상대하는 염보성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음. 이건 뭐, 너무 무난하게 이겨버리니. 김택용도 그렇고, 이영호도 그렇고, 개인리그 16강 단골손님이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마재윤을 피하는 대진운이 있던가, 아니면 마재윤을 잡아내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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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조별 승패 상황

A조 : 신희승(2승1패) - 김택용(1승1패) - 오충훈(1승 1패) - 김준영(1승2패)
B조 : 이재호(2승) - 변형태(1승1패) - 진영수(1승2패) - 박성준(1승2패)
C조 : 송병구(3승) - 이제동(2승1패) - 이윤열(2패) - 김성기(2패)
D조 : 마재윤(2승1패) - 이영호(2승1패) - 김동건(1승1패) - 안기효(2패)

파란색은 8강 진출 확정자. 보라색은 16강 탈락 확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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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1/03 17:03
수정 아이콘
D조의 안기효 선수도 탈락 확정자인듯합니다.^^;
노력의천재
07/11/03 17:08
수정 아이콘
요즘 들이 이런 깔끔한 글이 없어요.. 아..
포모스에 있는 사람들이라도 여기로 다시 온다면..
태엽시계불태
07/11/03 17:17
수정 아이콘
이재호선수는 져도 올라가고 이겨도 올라갑니다. 수정해주세요
07/11/03 17:19
수정 아이콘
Gratiae // 이재호 선수도 빼먹었네요; 수정했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
07/11/03 17:27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오충훈 선수 화이팅입니다! [티원빠]
07/11/03 18:03
수정 아이콘
박성준 선수 인터뷰에서 키보드 h키가 안눌려졌다고 하네요.
개인적으로 3경기 재밌게봤는데 다른분들 반응은 별로 안좋네요ㅜ;; 이제동 선수가 다른 플레이를 할수도 있었지만 못한것보단 굳이 안하는듯한 느낌도 있더군요. 뭐 그래도 최소한 하이브가서 아드레날린은 눌러주는게 훨씬 좋지만서도...
오소리감투
07/11/03 18:2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어제 보면서 느낀 건 3경기 정말 본문 대로 인파이터의 대놓고 정면싸움, 너무 재밌었구요.
4경기는 정말 이영호 '저런 사기유닛 같으니라구' 이 말을 연발하면서 보았네요...
조만간 개인리그에서 큰일 낼 것 같은 게이머인듯...
강예나
07/11/03 19:34
수정 아이콘
박성준 선수 어제 컨디션이 좋지 못해서 뮤탈컨이 좋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간만에 투신다운 플레이는 좋았습니다.=D
07/11/03 19:47
수정 아이콘
cald // 키보드에 문제가 있었군요. 3경기는 저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경기의 승패와 관계없이 8강 진출을 확정지은 상황이라 그런지, 이제동도 다른 거 다 빼고 그냥 힘대힘으로 한 번 붙어보자는 식이더군요. 지고 난 다음에 표정은 참 안 좋던데, 으음. 어쩌면 실전에서 실험을 해 본 건 아니었나 싶기도 해요. 정면공격으로 승부가 가능할까.. 뭐, 이런 거요. 물론 모두 제 억측에 지나지 않지만요. :)

오소리감투 // 이영호는 정말.. 다른 얘기지만 염보성이 개인리그에서 성적을 못 내는 것도 참 의아합니다. 운이 없는 건지, 아니면 결정적인 한 방이 없는 건지. 많은 분들 말씀대로 박명수가 끼얹은 찬물이 아직도 영향을 주나봐요.

강예나 // 어쨌거나 8강행 불씨는 살렸으니 다행이지요. 부디 다음 주 경기에서 이재호 선수가 승리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07/11/03 21:46
수정 아이콘
저도 뒤늦게나마 3경기 보면서 ls님같은 생각을 가졌습니다. 어차피 승패와는 상관없는 자신이 하고 싶은 거 해봤다고나 할까요...송병구선수 역시 드랍같은 게릴라 없이 중앙 교전만 생각하면 되기에 토스로서는 바랄 나위 없는 대결구도이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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