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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5/12 01:20:01
Name 뻬파
Subject March는 아직 연주중
안녕하세요. 저어기 4월 29일 단상을 올려놓은지 24시간도 되지 않아 이런 경기롤 보고
흥분에 휩쌓여있는 저어기 지나가는 올드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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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안어울리지 모르겠지만, 오늘의 경기를 보니 그야말로 이곡이 생각나더군요.
시카고의 You're the inspiration입니다. 박정석의 오늘 경기. 우리가 팬으로서 존재하는 이윱니다.


이 건실한 세레모니에 감격한 팬이 나하만은 아닐거라 믿으려... 그가 돌아왔음을 알리노라.

*

600여일동안 박정석이 어떤 훈련을 했고, 무슨 갈등을 했으며,

어떤 심적 고통을 느끼고 있었을지 알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걸까. 이길 수 없는걸까. 이대로 계속 선수 생활 자체를 할 수 있을까. '

팬심이란건 언제나 불안하기 마련이고, 조금만 흔들려도 선수보다 훨씬 더 섣부른 판단이란 것을 하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섣부른 판단이란건 오히려 그 대상인 선수에게 실례되는 일이다. 그냥 믿고 기다리는 것. 그게 가장

올바른 결정이란 것을 알지만,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걱정이 되고, 밥이 안넘어가고, 경기 결과에 맘졸이며,

생방도 못보고, 그 선수의 승리가 결정된 기사를 보고서야 재방을 챙겨보는 것. 그것이 안타깝지만 나의 하찮은

팬심이다. 올바르지 않지만, 가슴이 아프니까. 가슴이 먹먹해지고 뒷골이 뻑뻑해지는 감정이란건 참 힘든일이니까...라며

자신에게 핑계를 대지만, 그건 결국 그 선수를 믿지 못했다는 것이다. 글의 처음에 적은 말처럼 우리는 모두 알수 없다.

**

박정석의 오늘을 기다린 사람이 얼마나 많았을까. 최근처럼 올드들의 활약이 눈부실때-임요환, 강민, 최인규, 강도경 등등-

박정석의 기분은 어떠하였을까. 경기석에 들어선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림을 본 건 나의 착각이겠지. 그가 긴장했을리가...

그리고 나의 착각은 전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산산히 부셔지고, 있었다.

몽환은 다양한 전장을 한군데로 모은 맵이다. 생각해보면 오늘의 몽환은 영웅의 귀환을 환영하는 축제의 장이였다.

단 한번의 위기 상황에서 그야말로 자로 잰듯한 타이밍에 러쉬하는 드라군 드라이브. 변형태의 시즈 탱크는 그야말로

비명횡사해버리고, 그 이후는... 박정석의 귀환을, 프로토스 영웅의 귀환을 환영하는 March가 되어있었다.

프로브는 테란의 본진에 직접 찾아가 자신의 주인이 돌아왔음을 애꿎은 SCV군에게 과도하게 알려주었으며

템플러와 리버는 자신의 진정한 주인을 무당 스톰과 인공지능 강화 스캐럽으로 환영했고,

김태형 해설의 아쉬움처럼 드라마가 아닌, 퍼레이드의 마무리로 캐리어가 등장하기에 이르른다.

***

변형태가 잘못한게 있냐고 한다면 글쎄. 초반에 탱크를 너무 쉽게 잃고 경기내내 끌려다닌 것일까.

하지만 번번한 진출 타이밍에 본진의 급습을 받고, 그 찰나를 상대방에게 넘겨주었다는 것.

결국 승리를 넘겨주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겠지.

하지만 600일만에 승리한 그이건만. 표정의 변화가 없다. 아- 이겼다. 라는 시원한 표정도 없이

세레모니도 없이-인사는 세레모니라고 하기엔 그가 좀 아깝지 않은가. 뭔가 좀 기대했는데 말이지- 키보드와 마우스를

챙긴다.


선수 대기실에서의 그는 여전히 자신의 키보드와 마우스를 챙기고 있다.

아- 그렇구나.

나는 또 섣부른 판단을 하고 있었다. 그의 귀환에 나는 이리도 기뻐하고 있었건만 그는 아직 그게 끝이 아니라고

경기로 말한다. 1시합을 이겼을뿐. 그의 600일은 고작 오늘의 승리만을 위한게 아닌 것이겠지.

인터뷰에서도 그는 아직 요즘 선수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으며 갈길이 멀다고 말한다.

아마도 그는 이렇게 자신의 물건을 챙기고, 오늘 환호를 가슴에 새기며 다시금 연습하러 연습실로 향하겠지.

이 건실하고 성실하고 어처구니 없이 선한 이 친구의 승리에 그 자신이 그렇게 기뻐할수 없는 대신

우리가 기뻐해주자. 영웅의 귀환을.

Nio.G.Readman the Paper

1줄 요약: 연주가 시작된 March는 아직 연주중. 곡명은 'Return of the 英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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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12 01:24
수정 아이콘
저도 "세레모니! 세레모니!"하고 외치다가 그 인사에 웃어버렸습니다.
대기실 장면에서는 폭소했구요.
그는 여전한 영웅입니다.
성실하고 착하고 배려심 많고 조금은 수줍음이 남아있는 그런 영웅이요
07/05/12 01:32
수정 아이콘
저만.. 세레모니를 외친게 아니었군요.. ^^
whatever
07/05/12 01:35
수정 아이콘
박정석을 끝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카이레스
07/05/12 01:45
수정 아이콘
겸손하고 성실한게 박정석 선수의 최고 미덕이죠.
이번 리그에 그 보답을 받을 겁니다^^

p.s 글 정말 잘 쓰시네요 부럽습니다^^
07/05/12 01:51
수정 아이콘
아..정말 2년여 만에 PGR에 댓글을 남겨보네요...
이래서 영웅이고...이래서 박정석이지요...
선수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괴로운 일상과 마주하는 한 가운데서도
응원하는 선수분의 승리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다시 재충전하여 기분좋은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이러한 고마움을...
승리를 염원하고 승리에 기뻐하는 것만으로 보답할 수 있을런지...

아...정말 고맙습니다...Reach!
07/05/12 01:59
수정 아이콘
글 정말 잘 쓰셨어요~괜히 눈물이 핑도는...;;
저만큼이나 그의 승리를 그의 귀환을 바라는 팬들이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되네요~
그도 알겠죠?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그의 승리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걸~
잠도 안오는 밤이네욧..히히
I have returned
07/05/12 02:25
수정 아이콘
진정 프로다운 선수죠
수상경력이나 외모, 인기 등에 안주하지 않고 발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럽더군요
예전과 같은 성적이 뒷받침된다면 스타계에서 최소 다섯손가락 안에는 드는 인물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쥬이넨
07/05/12 02:39
수정 아이콘
박정석 선수 너무 순해요-_ㅠ
술자리에서 얘기를 나눠본적도 있지만 너무 순하고 약간은 고지식한 부분이 안타깝습니다..천하에 군림하는 박정석 선수가 너무나도 보고싶은 한 팬의 주절거림이었습니다..더불어 박정석 박용욱 화이팅!!
피시방아르방
07/05/12 02:39
수정 아이콘
멋진 글 잘 봤습니다. 오늘 진짜 감동..
07/05/12 04:29
수정 아이콘
박정석을 끝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2)
글 정말 잘 쓰셨어요~괜히 눈물이 핑도는...;; (2)
멋진 글 잘 봤습니다. 오늘 진짜 감동.. (2)
바람새
07/05/12 04:33
수정 아이콘
'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걱정이 되고~승리가 결정된 기사를 보고서야 재방을 챙겨보는 것'
이부분 제가 그런 마음이라 완전 공감합니다 그리고 한줄요약 너무너무 맘에 듭니다
나두미키
07/05/12 06:54
수정 아이콘
갈수록 ob 들의 활약에 스타를 더 자주 보게 됩니다......
07/05/12 07:03
수정 아이콘
박정석을 끝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3)
글 정말 잘 쓰셨어요~괜히 눈물이 핑도는...;; (3)
멋진 글 잘 봤습니다. 오늘 진짜 감동.. (3)
METALLICA
07/05/12 07:16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올라온 스타리그, 점점 기량을 끌어올려 멋진 모습 기대합니다.
배째는 플레이
07/05/12 08:40
수정 아이콘
글 정말 잘 쓰셨어요~괜히 눈물이 핑도는...;; (3)

너무도 기다렸습니다..영웅..
애연가
07/05/12 11:19
수정 아이콘
아 진짜.. 기쁜데 왜 눈물이나.. (배경음악에 문제가 있는 거 같아요 ㅠㅠ)
루모스
07/05/12 14:00
수정 아이콘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걱정이 되고, 밥이 안넘어가고, 경기 결과에 맘졸이며, 생방도 못보고, 그 선수의 승리가 결정된 기사를 보고서야 재방을 챙겨보는 것... 정말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Karin2002
07/05/14 11:18
수정 아이콘
이 건실하고 성실하고 어처구니 없이 선한 이 친구의 승리에 그 자신이 그렇게 기뻐할수 없는 대신 우리가 기뻐해주자. 영웅의 귀환을.

이 부분, 정말 마음에 와닿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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