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12/23 14:49:35
Name 비롱투유
Subject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대로 너희도 남에게 대접하라"
━ 1

동,서양의 고전들을 읽다보면 놀랄만큼 비슷한 부분을 많이 발견하곤 합니다.
2000년 전에 유럽과 아시아의 활발한 교류는 없었을터인데 거의 동시대에 쓰여진 책에 같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인간의 역사를 관통하는 절대적이며 상대적인 보편성이 존재한다고 믿게 됩니다. 4대 성인으로 뽑히는 공자, 예수, 석가모니, 소크라테스의 관한 책들을 보면 다른 부분도 많지만 같은 이야기를 조금은 다른 표현으로 옮긴 것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그런 모습을 볼때 어떤 하나의 극이 있고 그곳을 향해 나아가는 길만이 다른 것이라는 생각마져 들곤 합니다.

논어에서 제자가 공자에게 "제가 평생 마음에 품고 살아야할 한 글자를 가르쳐 주십시오"라고 묻자 恕를 써주었다고 합니다.
이 恕를 <대학>에서는 혈구지도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즉 위에 싫어 하는 바로 아래에 부리지 말고, 아래에 싫어하는 바로 위를 섬기지 말고, 앞을 싫어 하는 바로 뒤를 대하지 말고, 뒤를 싫어 바로 앞을 좇지 말고, 좌를 싫어하는 바로 우를 사귀지 말고,우를 싫어하는 바로 좌를 사귀지 말라. 이것을 혈구지도 (즉 상대방을 헤아리는 도리)라 한다"

흔히 서를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 것"이라 쉽게 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태복음 7장 12절에서 예수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대로 너희도 남에게 대접하라"

작은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은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 2


다산 정약용은 서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남의 마음 헤아리기를 내 마음같이 하는 것을 恕라 한다
恕는 하나로써 만 가지를 꿰뚫는 것이다
恕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추서推恕요 둘은 용서容恕다
추서란 자수自修를 위주로 하는 말이며 내가 선을 행하는 방도요
용서란 치인治人을 위주로 하는 말이며 남의 악을 관용하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 論語古今注



공자, 예수, 다산 모두가 서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서의 사상이 언제 어느 곳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사상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다른 사람도 하기 싫음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따라서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않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고요.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니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어디서나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겠지요.

그 보편적인 것이, 그 당연한 것이 요즘들어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한 마디씩 툭툭 내뱉고 쉽게 깔보고 욕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고려하기는 커녕 마음내키는대로 말하고 행동합니다.

모두에게 거울이 필요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외모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이 담긴 참된 모습을 볼 수 있는 그런 맑은 거울이 필요합니다.
거울을 바라봄은 용모를 단정히 하기 위함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용모를 단정히 함은 상대에게 공손하기 위함이라고 했습니다.
남에게 뽐내기 위해서 거울을 바라보고 용모를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공손하기 위해서 거울을 지니며 용모를 단정하는 것입니다.

거울을 앞에 서서 욕한번 해보시겠어요?
어때요?
보기 좋나요?

깊은 마음속까지 일그러지지 않았다면 분명 추하게 보일 겁니다.
그러면 이번엔 거울을 바라보며 한번 웃어보세요.
사랑한다, 고맙다, 행복하다 라는 말을 하면서요.
아까보다 훨씬 보기 좋지 않나요?

지금 그 모습이 상대가 바라볼 바로 그 모습입니다.
우리 모두 말 한마디 내뱉기 전에 한 줄 글을 쓰기 전에 자기만의 거울에 비추어 볼 수 있다면 우리가 함께 존재하는 이곳이 훨씬 더 밝고 기분 좋은 곳이 될꺼라 믿습니다.

















ps : 모두 즐겁게 웃으면서 행복하게 지내자고요.
그게 불가능한 이상이라 할지라도 그 길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봅시다. ^ㅡ^

ps 1 : 요즘들어 우리, 모두라는 낱말이 참 좋더라고요.
잘해라. 잘할께 보다 잘하자!가 훨씬 좋지 않나요?

ps 2  : 좋은 성탄연휴되세요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영웅의 등짝
06/12/23 14:5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비롱투유님도 즐거운 성탄되시길 바랍니다.
06/12/23 15:0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에게로 추천을 살짝 외치고 싶네요
06/12/23 15:4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에게로 추천합니다^^
모두모두 즐거운 성탄되세요~
Frostbite.
06/12/23 17:04
수정 아이콘
추게로~를 외치고 싶습니다

근래 피지알에서 본 글중 가장 감명깊은 글이네요. 마음 깊숙히 새기고 살겠습니다.
태엽시계불태
06/12/23 19:22
수정 아이콘
추게로~

정말 좋은글이네요. 이런글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포로리
06/12/23 23:57
수정 아이콘
좋은글엔 역시 말도안되는 토론이 없어서 좋아요.
06/12/26 07:01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에게로-에 한표!! // 동서양 고전에서 이런 공통점이 나온다는 것은 "인간"이면 모두가 명심해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8244 hwantastic in 광주. [15] 애정 중독자.3728 06/12/25 3728 0
28243 김동수 선수의 프로게이머 복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72] 김광훈9414 06/12/25 9414 0
28242 솔로로써 익숙해진다는건 이런걸까요? [14] 뉴폰5164 06/12/24 5164 0
28238 동네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른게 화근이었습니다 ㅇㅇ; [26] 폴암바바7319 06/12/24 7319 0
28237 2년뒤 공군팀이 프로리그에 출전한다면? [37] 마르키아르5101 06/12/24 5101 0
28233 [영화 Review] Romantic Hoilday (Spoiler-free version) [9] LSY4108 06/12/24 4108 0
28232 정말 공군측이나 엠비시 게임측이나 제게 참 가혹하네요.... [30] 김주인9598 06/12/24 9598 0
28231 [잡글] 분홍자전거는 어디로 갔을까? [2] 코리아범3744 06/12/24 3744 0
28230 이유있는 마법, 김택용의 질롯(들) [22] 호수청년6698 06/12/24 6698 0
28228 사랑이야기 - 누가 가장 바보에요? [5] 삭제됨4142 06/12/23 4142 0
28227 농구에 관심있으신 분, 대학 NO.1 포인트가드 김태술 선수의 이야기입니다. [20] Forever_Sooyoung5414 06/12/23 5414 0
28225 [L.O.T.의 쉬어가기] 박서 아닌 임요환!! [27] Love.of.Tears.7937 06/12/23 7937 0
28224 다섯번째 하늘(SKY)의 제왕은? [24] 백야4285 06/12/23 4285 0
28223 박지윤 VS 박지성의 대격돌 [40] 처음느낌6337 06/12/23 6337 0
28222 르까프 OZ VS MBCgame Hero 플레이오프! [230] SKY925257 06/12/23 5257 0
28220 [만화 '식객'이야기] 소고기 전쟁 - 대분할 정형 [11] The xian6371 06/12/23 6371 0
28219 2006 프로리그 후기리그 플레이오프 5경기 이제동 vs 이재호 [22] 그래서그대는4150 06/12/23 4150 0
28218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대로 너희도 남에게 대접하라" [7] 비롱투유4547 06/12/23 4547 0
28217 르까프 VS MBCgame Hero 플레이오프 엔트리! [595] SKY928035 06/12/23 8035 0
28216 아마추어 중계진 모집 [4] 우승기4238 06/12/23 4238 0
28213 인터넷 서핑을 하던중에.. [9] SkPJi5616 06/12/23 5616 0
28212 독서에 대해서 감명받은 한 얘기 [6] 그르르르르3666 06/12/23 3666 0
28210 좋은 책은 항상 좋은 책인가? [12] OrBef3980 06/12/23 3980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