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희 할머니는 만 82세십니다.

오늘 할머니가 아프신데 할머니께서 허리가 너무 안 좋으셔서 혼자서는 병원을

못 가신다기에 제가 병원에 모셔가려고 할머니댁에 왔습니다.

천안에서 광양까지요.. 아침에 여수행 기차를 타고 순천에서 내려서 광양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다섯시간 반 걸리더군요... 제겐 너무너무 소중한 할머니께서 아프시다니

아주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할머니네 도착하니 할머니께서 밭에서 일하고 막 들어오셨더군요..

할머니께서 좋아하시는 바나나를 사가서 까드리고 "할머니 병원 가요~ 빨리요"라며

무턱대고 할머니를 끌고 나왔습니다..

알고보니 할머니께선 아침부터 밭에나가서 일을하셔서 아침 점심 모두 굶으셨다더군요.

그나마 제가 까준 바나나가 처음으로 드시는거라길래 울컥 화가나서 잔소리를 좀 했네요.

병원에 갔더니 혈압이 거의 최악이더군요... 지금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정도라는 소리에

가슴이 철렁하는데 거기다 심장병까지 있으시다더군요...

위장도 안 좋으신거 같은데 작은 병원에서는 검사할수가 없으니 큰 병원으로 가라고 말씀

하시는데 너무너무 속상해서 자꾸 할머니께 잔소리만 늘어놨네요..

할머니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나오는데 할머니께서 죽이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 죽을

한 그릇 사드리고 시장을 빠져나오려는데 자꾸 저한테 뭘 사주려고 하시더라구요...

고구마니 꽃게니 하도 사주시려고 해서 그냥 고구마만 사서 왔습니다.. 자꾸 싸가라며

사주시려고 하는 할머니와 혼자서 먹지도 못한다고 말리는 저 사이에 주인집 아주머니가

"그게 할머니 맘이유~"하는데 참.... 뭐라 말을 못 하겠더군요..

집에와서 쌀씻고 밥 올리는데 좋은 쌀은 다 자식들 준다고 안 드시고 정말 쌀벌레가 득실

득실한 쌀을 드시는걸 보고 너무너무 속상하고 맘이 아팠습니다..

쌀을 열번을 씻어내도 나오는 쌀벌레를 보면서 얼마나 맘이 아픈지...

할머니맘을 알기에 화도 낼수없고 앞으로 좋은 쌀 드시라는 말만 했어요..

저녁 먹고 전 내일 볼일때문에 다시 천안가는 기차를 타로 나왔습니다.

할머니께서 아프셔서 맛난것도 못 해준다고 꼬깃꼬깃한 만원짜리를 내미시는데

할머니의 그 만원이 너무너무 커보였습니다.

예전같으면 도로까지 나오셔서 배웅해주셨을텐데 몸이 아프셔서 그렇게 못한다며 집에서

배웅해주시는데 할머니께 인사하고 돌아서면서부터 눈물이 나더군요..

택시타고 나오기 전까지 아주 펑펑울었습니다.

'도대체 삼촌들은 뭘 하는거야. 할머니 모시고 병원한번 안가고'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할머니께 "제가 대학교 졸업하면 할머니 입에맞는 틀니 꼭 해드릴께요~ 그니까 오래오래

사셔야돼요"라며 할머니와 약속을 했는데 어쩌면 그 약속을 못 지킬꺼 같아서 걱정입니다.

기차시간전에 pc방와서 오늘 일을 적고있는데 옆에 사람 많은데 또 할머니생각에 눈물이

나네요.. 너무나도 야위셔서 바짝말라버린 할머니 팔을보며 가슴이 미어집니다.

오늘 이렇게 할머니를 두고 떠나는데 제가 앞으로 군대가서 할머니 못 볼 생각하니 또

눈물이 나더군요.

"할머니 제발 제가 대학교 졸업할때까지만 살아계세요.. 그때 좋은 틀니 해드릴께요"

"할머니 오래오래 살아주세요... 사랑합니다"

pgr분들도 할머니가 계시다면 잘 해주세요.

보고싶어도 더이상 볼수 없을때 후회하지 마시구요...

P.S 기차타고 올라가는길에도 계속 울거 같습니다. 어쩌죠.. 남자가 돼서 창피한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