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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8/02 03:00:32
Name 루미너스
Subject VT 모드를 문득 회상하며

얼마전 유머란에 안습자료라고 올라온 나우누리의 근황사진이 기억나는 군요. 한때
전뇌공간 안의 통신문화를 선동한다던 나우누리가 이제는 웃음거리로 밖에 남지 않았
다는 사실은 내가 어느덧 나이를 그만큼 먹었구나 하는 사실 보다도 왠지 모를 아릿한
추억을 하나 던져줍디다.

내가 통신을 처음 시작한 것은 97 년 무렵이었습니다. 난 그때 초등학교 5학년 생이었
으니 퍽 조숙했던것 같네요. 아니, 요즘 애들 인터넷 하는거 보면 별로 그렇지도 않나
보네요 어쨌든. 당시 '이야기 7.0'(확실한지는 기억이 잘 안납니다.) 을 사용해서 atdt
01410 을 타이핑 하고 들어간 세계는 당시 나에게 충격이었죠. 왜냐하면 메인메뉴에

'하얀 살결, 당신에게만 살짝'

뭐 이런 메뉴가 당시 어리고 순수하고 청초했던 내 인성, 인격에 커다란 파문을 던져주
었기 때문... 죄송합니다. 어쨌든 어렸으니까요. 또 시대가 시대인 만큼, PC 통신이란게
당시 우리 동네(!)에서는 매우 희귀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점차 빠져들었죠. 말로만 듣
던 '채팅' 이란 것도 해보고 어른 행세(라봐야 17 쯤으로 뻥치고 다녔죠)도 해보고.. 그
렇게 매일 시간 가는줄 모르고 하다가 어느날 날라온 전화비 고지서에 어머니께 빗자루로
터지던 기억이 납니다. 으으.

그 후, 이것저것 알게 되어 맨 처음 두드리게 된 통신 채널은 바로 하이텔. 속칭 안녕전화
이때도 가장 많이 들어간 곳은 대화방 입니다. 으흐흐. 역시 공갈은 계속 되었고 난 재밌
고 깔쌈한 17 세 오퐈였. 크악.

그 후 이런저런 동호회를 알게되었죠. 제일 많이 간 곳은 연재소설 란인 serian 과 환타지
동호회인 환동.(fntsy) 그 당시부터 루미너스란 닉네임을 쓰게 된 것 같습니다. 루미너스
는 이영도님 소설에 나오는 달 이름이죠. 하하 어쨌든. 그리고 천리안으로 넘어오면서도
이런저런 동호회 많이 가입하고 커뮤니티 활동을 꽤나 활발하게 했습니다.

음. 그 당시 커뮤니티란 것은 얼마나 끈적끈적 벌꿀같던가. 끽 해야 이용유저 200 만인 통
신채널, 끽 해야 회원 500~1000 명인 동호회 란 것은 얼마나 인간적이었겠습니까. 할일 없
이 대화방에 죽치고 앉아서 사람들과 두런두런 이야기 하고 가끔 새로 들어온 신입 회원들
과 반갑게 인사하며 왕따시키고(좋은 것은 아닙니다만, 어렸지요 그때는..). 가끔 벙개도,
정모도 하고... 같은 지역에 살면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참 좋은 시절이었습니다 그려.

그리고 폭풍같은 고교 시절이 지난후에 다시 접속한 PC 통신은 어느새 쇠락의 길에 접어
들었더군요. 동호회는 예전같지 않고 대화방에는 사람없이 번섹한다는 구질구질한 방제들
만 주륵. 왠지 내 추억의 일부분이 사라지는 아픈 기억입니다.

요즘 인터넷을 하면서 가끔 그 시절 커뮤니티가 몸살나게 그리워 질 떄가 있습니다. 물론
PGR 같이 좋은 사이트도 많지만, 뭐랄까 예전 같은 된장냄새가 덜 난다고 할까요... 쓰기
나름이겠지만, 예전과 같은 열정은 많이 사라진 것 같네요. 시대가 변했다는 것은 예전의
즐거움 또한 사라진다는 것인지, 왠지 허망하고 쓸쓸하고 담배만 찾게 되는군요 주섬주섬

  오늘도 담배 연기는 바람에 스치우고, 문득 옛 생각이 나 두드려봤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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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8/02 03:13
수정 아이콘
atdt 정말 이젠 아련한 추억의 단어로군요
06/08/02 03:38
수정 아이콘
저의 첫 PC통신은 2400bps, 케텔입니다. 대략 1991년...그땐 7자리 전화번호 매번 치느라 귀찮았는데, 얼마 뒤 이야기 나오고 01410으로 단일화되고 그러면서 수월하게(비교적) 접속하게 되서 좋아했죠. 치익 소리 뒤 화면이 양갈래로 갈라지는 게 장관이었습죠.
hyuckgun
06/08/02 04:35
수정 아이콘
2400bps도 고속모뎀이라는 화려한 광고문구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전화요금이 정액제에서 종량제로 바뀌던 날 1분 1초를 아쉬워하며 통신을 했었죠. 케텔을 쓴 건 그 후였고..당당히 자신의 이름과 ID를 밝히던 때가 그립군요. 키보드 워리어들은 상상도 못할 일이죠..
06/08/02 09:15
수정 아이콘
삐~~~~~~뽀~~~~~~치직~@#$%퐈~치직~
그리고 연결.
Ne2pclover
06/08/02 09:33
수정 아이콘
I 만 치면 이야기..
이야기 5.3버젼이었던가요. 그 데스크탑 배경의 그림ㅋ.. 기억나네요. 당시 새롬 데이터맨 쓰던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 어, 그러고보니 이야기는 그 다음에 어떻게 되었을까요..

전 하이텔 kga 개오동에 많이 다녔답니다. 말고도 채팅도 가끔 해봤고 머드게임도.. 이제는 다 추억이 되어 버렸군요..

atdt 01410 그립네요..
구경플토
06/08/02 09:56
수정 아이콘
91년 이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2400 mnp 3,4,5 지원 모뎀을 구입했던 것이...
강가딘
06/08/02 10:00
수정 아이콘
저하고 비슷하시군요. 전 98년부터 하이텔에서 활동했었죠.
연결했을때 삐~~~하는 경쾌한 연결음 소리도 새롬데이타맨의 불루스크린도 이젠 추억의 한자락이균요.
폐인28호
06/08/02 10:07
수정 아이콘
나우누리 최대의 실수는 단지 양적인 팽창을 위해 무료회원들을 받았다는거죠...
거기서 질적으로 엄청나게 하락하기 시작해서 정말 나우누리를 사랑하던 회원들이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었죠...
정말 VT모드... 지금도 그립네요;;
06/08/02 10:23
수정 아이콘
전 96년부터 하이텔을 이용했습니다.. 접속시 들리던 그 가래끓는 소리가 그립군요..
누굴 위한 삶인
06/08/02 10:34
수정 아이콘
한떄 전화비 20만원짜리 통지서 받고나서 엄청 혼났던 기억이 나네요.
어머니께서 밖에서 일 하실떄 항상 통신하나 않하나 그거 체크 할려고 집으로 수시로 전화했던 기억이 나네요.
밖에서 전화하면 그 특유의 모뎀소리가 나잖아요 ㅇㅇ/
캬~ 그립긴 하군요....
Emerald Sword
06/08/02 11:35
수정 아이콘
소리를 줄일려고 ATM0을 쓰고 ATDT01410을 하던 게 어제 같은데 말입니다 -0- 14.4k 모뎀 쓰다가 56k을 달게 되면서 (그것도 56k 초기에 경품으로 당첨을!) 세상에 ZMODEM이 이렇게 빠를 수도 있구나 하면서 감탄했었는데..
레지엔
06/08/02 11:50
수정 아이콘
97에 초5시면 86년생... 저랑 나이 비슷하시네요^^;; 전 95년부터 하이텔쓰다가 아이디 공유-_-;; 로 96년부터는 하텔-천리안-나우를 썼죠... 뭐 주 활동무대는 하이텔 시리얼-서머-환동-무사동... 쩝 그때 삼국지 클럽이라고 원래 시뮬동에 있다가 소모임으로 독립한 곳에서 잘 놀았는데... 그 시절이 그립네요-_ㅠ 혹시 당시 하텔 삼클(sg256이었던가..) 활동하시던 분?
06/08/02 12:14
수정 아이콘
91년이면.. 제가 태어나던 해네요
흐흐 세월이란게 이런거겠졈 ㅋ
나쁜테란
06/08/02 13:10
수정 아이콘
전화비20만원,집으로 종종 전화..
정말 동감이요..ㅠ_ㅠ
예아나무
06/08/02 13:39
수정 아이콘
전 천리안썼었는데... 42메가짜리 게임을 받으려고 2시간동안 받았던(그것도!!! 4메가씩 10개짜리였어요!!!!)기억이 생생하네요. 결국은 플레이해보고 바로 지웠지만;;; 아련한 추억이여..=ㅁ=/
PsychoBox
06/08/02 13:52
수정 아이콘
97년 나우누리로 시작/ sgsamc, sguris, pug, namomo, humor 1, mmpc, aurora, anc, natasa, chat 16, chatin, 휴아' '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렸네요.. 키텔 하이텔 천리안 에듀넷.. 후. 갑자기 딸기랑 블루베리 (타자대전프로그램)가 그립네요 ^^;
그때 만들었던 나우 아디가 dol82.. 82년생이어서가 아니라;. dol. 8. 2. 돌팔이죠. 중1짜리 센스치곤 나쁘지 않았습니다 (응?)

이놈의 나우누리는; 유머란에서 돌던 나레즈라는 단어를 버젓이 광고에 내놓고 쓰고 동호회자료실 와레즈화를 조장하더니.. 결국엔;
아프리카. pd박스. 클럽박스. 캬- 하던 장사 어디갑니까 ^^;
LowLevelGagman
06/08/02 14:02
수정 아이콘
전 96년도 유니텔부터 썼는데... VT 모드는 전용 에뮬레이터를
먼저 사용해보고 접해봤죠. 전 유니텔 접속번호인 01413으로
접속했었는데..후후
당시 쓰던 모뎀이 갑자기 기억나네요. 2000년인가 두루넷 달기
전까지 근 5년정도를 썼는데..
mwave 였나?? 모뎀+사운드 카드 일체형인 독특한 시스템이었죠.
어떻게 속도 좀 높여볼라고 별 짓을 다했었고,
초당 3kb정도 나오면 감사하게 여겼는데..
이제는 초당 30kb 정도 나오면 답답하네요.
초보저그
06/08/02 14:09
수정 아이콘
저도 그때의 삐~~ 사운드가 그립습니다. 특히 외형상으로 발전한 만큼 거대한 쓰레기장이 된 현재 인터넷을 생각하면 더욱.
[couple]-bada
06/08/02 15:04
수정 아이콘
나우누리.. 채팅방, 삼국지 퀴즈클럽, 머드(환상지대, 사르디니아), 나모모..... 등등. 지금도 텍스트머드를 하고 싶은데... 남은게 별로 없더군요. 소스공개도 안해주고...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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