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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8/01 02:59:04
Name 낭만토스
Subject 한의원... 어떻게 생각하세요???



오늘 한의원에 갔다왔습니다.

뭐 크고 유명한 한의원은 아닌것 같지만 그래도 동네 한의원은 아닌정도랄까요??


재수생이라 그런지 이맘때면 체력도 떨어질때고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다보니

목이랑 어깨가 계속 아프더군요. 그 때문인지 두통도 심하고요.

어머니께서 한의원에 가자고 해서 따라 나섰습니다.


가더니 우선 혈압을 제더군요.

그 후에 진료를 받으러 들어가서 상태가 어떤지 말했습니다.

그러더니 맥을 제고 눈도 한번 까보고 혀도 한번 보고... 상의를 벗으라 하더니

바로 누워서 이리저리 쿡쿡 찌르고, 업드려서 이리저리 쿡쿡찌르더니

아프면 말하라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코 속에 침 한방 놓으면 좋아질거라고 하더군요.

코 깊숙한 곳에 침을 양 콧구멍에 한방씩 놓고 피를 콸콸 쏟았습니다.

그리고 그 피 받아내는 동안 목과 어깨 등쪽에 부항을 뜨더군요.

피 멈추고 나서 부항을 땐다음에 업드려서 전신에 침을 맞았습니다.

정수리부터 발 뒤꿈치쪽 아킬레스 있는곳까지요.

침 맞는 동안 이상한 기계를 놓고 등에 뭘 붙이더니 전류흐르는 걸 하고 있었습니다.

한 15분쯤 지났나요? 이젠 약을 지으라더군요.

약을 짓는 한의사는 또 따로 있어서 다른 방으로 갔습니다.

뭐 다른 검사 없이 말로만..

뭐 어디가 아프지 않느냐... 제가 어디가 아픕니다. 이러면 그렇죠? 그렇죠?  라는 투였고요.

뭐 점 보는줄 알았습니다. 뭐 제가 특별히 심각한 질병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너무 불신감만 커지더군요. 침이나 부항뜨고도 별 효과가 없는것 같았고요.

목과 어깨 결리는건 아직도... 두통도 아직도......

돈은 얼마 냈는지 자세하진 않지만 정확한건 50만원 이상은 낸것 같네요.

이전까진 한의술이 굉장히 신통방통하다고 생각했고

어떤면으로는 양의술보다 뛰어난 면도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양의술이 드러난 부분만 치료한다고 생각하고 한의술은 그 본질을 찾아 본질부터 치료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너무 불신감만 얻고 왔습니다.


피지알에 각계 각층 여러분야의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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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eedragonmulti
06/08/01 03:22
수정 아이콘
피튀기는 돌팔이 논쟁이 시작될 냄새가...
비롱투유
06/08/01 03:29
수정 아이콘
한의학 같은게 대체의학으로 최근에 각광을 받는다죠?
그런데 그 용어부터 새로 정립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한의학 같은 것으로 양의학을 대체 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어느정도 보완할 뿐이죠.
그렇기에 엔서니 기든스의 말처럼 보완의학으로 명칭을 바꾸어 생각해본다면 한의학에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들중 상당수는 허리가 아플 경우 병원보다는 한의원을 간다고 하죠. 효과도 한의원이 더 뛰어나다고 느끼고요. 한의학이 양의학을 완전히 대체는 할 수 없지만 이런식으로 모자른 부분을 보완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팬이야
06/08/01 03:31
수정 아이콘
제목이 한의원~이래서 또 어떤 정치인이 사고를 저질렀나 라고 제 나름대로 추측하면서 들어왔는데..

저도 예전에 농구하다가 다리를 접질러서 한의원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더군요.. 뭐 가격이 약간 부담되고 결정적으로!! 간호사가 안이뻐서 다시 가본 적은 없지만..
마르키아르
06/08/01 03:46
수정 아이콘
스타로 비유하자면.

양의학은 마린의 생명력은 40 , 럴커의 공격력은 20 , 그러니까 마린의 방업을 먼저 해주면 3방에 죽네. 그러므로 럴커와 싸울때는 방업을 하고 싸워야겠다 라고 판단을 내린다면..

한의학은 수천경기 해보면서 방업해보니까 좋더라.. 럴커랑 싸울때는 마린 방업해야겠네.. 라고 판단을 내린다일까나요..
풀업프로브@_@
06/08/01 04:07
수정 아이콘
아...이 주제는 상당한 논쟁을 불러올 수도 있을것 같아 살짝 걱정되네요.
저조차도 예전에 유게에서 의료제도로 논쟁하다 흥분했던 기억도 나구요.
양방과 한방은 사이가 상당히 안좋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조차 말하기가 조심스러운게 사실입니다.
이 글이 갑론을박을 불러일으킨다면 모를까...
전 그냥 가만히 지켜볼 따름이지요.
IntoTheNal_rA
06/08/01 04:31
수정 아이콘
그다지 질(?)이 좋지않은 곳에 가셨군요.
그런식으로 뚜렷한 병명이 없는 애매한 증상의 경우에는
한방이 양방보다 월등히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운이 없으셨다고 해야겠네요.

그리고 퓨전이 너무 지나친것 같습니다.

상당한 실력과 경험을 갖추고 있으신 한의사분이라면
굳이 혈압재지않고 이상한기계에다 등짝에 뭘 붙이고
코에서 피를 쏟아내는.. 그런거 안 합니다.
어지간한 증상은 대충보고 기가 막히게 알아내고, 처방도 일사천리죠.
필모그래피
06/08/01 04:41
수정 아이콘
말하기 조심스럽습니다만 한의학에 돌팔이가 꽤나 많은건
사실인것 같습니다
magnolia
06/08/01 05:20
수정 아이콘
님들,, 모두 새벽에 안주무신거??
Nada-inPQ
06/08/01 05:53
수정 아이콘
1. 약을 먹는다고 다 낫진 않습니다 : 전 감기걸려도 약을 먹지 않고, 주사를 맞지 않고 그대로 둡니다. 약 먹어도 별 차이가 없거든요. 근데 또 낫지 않는다고 해서 오진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현대의 약은 정해진 답(정답)이긴 해도 완벽하게 증상에 맞는 해답(문제를 해결해내는)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까요. (쉽게 얘기하면, 인간이 신은 아니잖아요. ^^;)
2. 한의학이 본질이라 생각하신다면, 본질이란 게 얼마나 접근하기 어렵고, 그에 대한 문제가 치료하기 어려운지 생각해보시는 것도. 세상엔 수많은 문제들이 있고, 그것에 본질이란 것이 있는데, 어떤 것은 본질을 파악했음에도 해결되지 않곤하죠.(종교, 성, 민족 등등)
3. 세상에 무엇이든 간에 돌팔이는 존재한다 : 양방에도 한방에도 법조에도 교육에도 과학에도 정부에도 국회에도 돌팔이는 존재합니다. 성급한 일반화는 언제나 불신과 불화, 다툼을 부를 뿐입니다.

2번은 정신이 오락가락하야 좀 이상하군요. 마음에 안 들면 생략해주는 센스를 바랍니다. 아, 전 한의학과는 무관한 사람입니다.
06/08/01 06:40
수정 아이콘
한의학과 들어가면 한의학이 사기라고 느낀데요 ㅡ,.ㅡ)
서광희
06/08/01 07:03
수정 아이콘
다른건 모르겠고, 침이나 뜸은 맞고, 뜬 직후에 바로 효과가 없으면, 그건 제대로 한게 아니라고 합니다.
허리아프거나, 목/어깨결림 이런건 정말 한의원에서 침한번 맞는게 제대로이긴 한데, 글쓰신분이 가신곳은 좀 아닌듯 하네요.

한의원 입장에선 솔직히 침이나 뜸 가지고는 돈이 안되고, 약을 많이 팔아야 하는데.. 아마..... 음..

차라리 주변에 물어서 괜잔은 침술원 같은데서 침을 맞아보세요. 경험 많고,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하는 침은.... 정말 마법 같습니다.
모또모또
06/08/01 07:25
수정 아이콘
이건 제 말이 아니고 저명한 전문가의 말인데요 그 분 강의 듣다 안건데
저도 사실 그 전에는 한방에 대한 회의를 느꼈거든요 전세계적으로 한방이 사양추세에 있다는 것은 의료계통에 좀만 관심이 있으면 다 아는거고요 but 현실적으로 어떤 질병이 있는데 그 질병을 낫게 하는 비율이 70퍼센트는 양방이지만 서양의학의 한계도 분명히 있다고 하더군요 나머지 30퍼센트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서는 한방과 대체의학이 그 역할을 하는데 대개 한방이 20퍼센트 대체의학이 10퍼센트라고 합니다 한방이냐 양방이냐 어느쪽이 옳냐는 질문에 그 분이 대답하신거고요 절대적인 것은 없다고 합니다 아직까지는 그래도 제 개인적인 소견입니다만 한의원가서 한약사먹는거 여간해서는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뉴스에서도 많이 나왔고 저희과교수님이 우리나라 생약계 권위자신데 우리나라에 떠도는 생약, 즉 한약의 90%는 형태만 한약이지 유효성분이나 효과가 전혀 없는 쓰레기들이라고 하더군요
eldritch
06/08/01 07:29
수정 아이콘
점 보는 것 같았다고 말씀하시길래 한마디만..
한의원 할려면 사주팔자 점 보는것 정도는 기본적으로 배워야 된다고 합니다. 실제로도 그런 수업에 한의대에 개설되어 있다고 들었구요. 나이 지긋이 드신 분들이 주로 한의원을 찾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주팔자 운세 이런 얘기 들으면 다들 조아라 하시니까요?
한의쪽도 의약분업이 되면 좋은텐데 아직 요원하죠. 한의사님들은 무슨무슨 탕에 뭐가 얼마 들어간다는 것은 똑같이 배우는데 뭔가 다른데와 다른 비밀스러운 비법이나 조합이 있는것처럼해서 원재료값의 수백배에 팔고 있는데 환자들이 무슨재료를 얼마나 넣는지 모르고서도 마치 영약을 먹듯이 생각하게 만드는 건 문제라고 봅니다. 우리부모님 때문에 어릴때 한약 많이 먹었는데 이제 안먹죠. 울부모님은 그때 유명하고 비싸면 다 좋은 줄 알았는데 이제 시대가 변해서 인지 부모님들도 그런건 사기라면서 잘 안믿으시더군요. 한때 한약에 스테로이드 넣어서 팔다가 적발된 한의원이 좀 있었죠. 한약이라는게 특히 보약이라는게 먹으면 대부분 효과가 즉시에 나는게 아닌데 스테로이드를 넣으면 무릎통증이라던지 허리아픈데 바로 안아프니까 그 집 약 잘짓네하고 소문이 퍼져서 문제가 되었었죠.
개인적으로 한의원은 어디 삐거나 하면 침맞으러 가끔 가는데 (주위에 침술원이 없어서) 40대이상 되신 한의사분들만 찾아가고 거기서 주는 약은 안먹습니다.

그리고 질문 하나만..
제가 한의원에 그리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좀 않좋은 얘기만 귀에 쏙쏙 들어오는데..제가듣기로 한의대에서 침놓는거나 진맥에 영 소질이 없어도 졸업하고 자격시험치고 한의원 차리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정말 그런가요?
침술원이 한의원보다 침을 잘 놓은 다는 얘기를 하면서 이런 말은 하는 걸 들었는데 과장 된 것 같기도 하고해서요.
낭만토스
06/08/01 08:09
수정 아이콘
글쓴이입니다만, 지금 왼발 아킬레스건 쪽에 맞은 침이 있는데 걸을때마다 아프네요. 오른발은 안아픈데 말이죠... 가만히 있으면 안아픈데... 움직일때마다 통증이......
세리스
06/08/01 08:23
수정 아이콘
한의학은 대체의학으로서 상당히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책적으로 과학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추상적인 것들이 많죠. 하나하나 뜯어보면 얼마든지 수치화 할수 있을텐데 말이죠. (물론 연구비용은 @_@) 과학화만 될수 있다면 돌팔이(...)문제나 약값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수 있을거 같습니다. 그리고.. 한쪽 말만 들어서는 모르죠. 한방 가면 양방 씹고 양방 가면 한방 씹고 -_-
이카로스
06/08/01 09:26
수정 아이콘
마르키아르님의 비유가 정말 인상적이군요... 의학과 한의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사람이 가장 잘 알아 들을수 있을것 같네요...

뭐 저도 모또모또님이 답변해주신 부분을 들은 적이 있어 공감하는 바이고....

쉽게 말씀드리면, 최근의 추세는 대부분 동양의학은 치료차원 보다는 예방차원에 초점이 맞춰져있고 서양의학은 치료차원에 맞춰져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뭐 한의원에서 관절부분에 이상이 있어 침맞는건 치료차원이라고 보시면 되지만, 그래도 사람의 체질이나 이런 부분에 맞춰서 미리 좋은 한약을 먹어두는것이 많죠..

이 논쟁은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라 댓글이 몇개 나올지 궁금한데요??
06/08/01 09:37
수정 아이콘
글쎄요 북경 관광코스에서 북경대학교 교수들에게 진맥받아봤는데
[역시 정부가 공산당이어서인지 경력 30은 족히 넘어보이는 할아버지 교수님들이 무더기로!, 베이징 올림픽 홍보용이라고 관광 코스에 낀거라고 하시더군요]
바로 며칠전에 종합검진으로 알고 있는 몸상태에 대해서 제손만 몇번 잡으시더니 바로 다 맞추시더군요, 혈압기계 같은것도 없고 온리 손으로 맥만 잡았었는데... 그저 그냥 어디가 안좋다! 라고 하시는게 아니라 제가 어릴때부터 앓아왔던 특수한병들, 그리고 상태가 안좋은 내장 종류, 부위까지 다 맞추시니..
가족들도 놀라서 아버지가 교수분에게 농담으로 컴퓨터로 스캔한게 아니냐? 하고 하실정도 였습니다. 물론 국내에는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한의학 자체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봅니다
06/08/01 10:02
수정 아이콘
한의학은 학문적인 특성상 개인차가 클 수 밖에 없으며, 흔히 과학화로 얘기되는 수치화 객관화가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한의학 얘기를 하려면 한의학의 기준으로 잘라봐야지 서양의학의 잣대를 들이대면 제대로 볼 수 가 없습니다.
아직까지도 서양학문이 동양학문을 제대로 파악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깊이가 다르다고 할까요?

본문에서 언급하신 것에 대해 제가 말씀드릴수 있는 것은 사람을 탓해야지 학문을 탓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좋은 tool을 가지고 얼마나 제대로 하냐..사람한테 달린거죠 연장탓을 해선는 안됩니다.

눈에 보이는게 전부는 아닙이다.
이는 사람은 항상 자신이 볼 수 있는 시야내의 것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이상의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의 안목의 수준이 어떠하냐에 따라 보이는 것의 차이가 어마어마 합니다. 끊임없이 공부를 하는 이유는 이것 때문일 것 입니다.

그리고 위에서 한의대에서 사주팔자를 배운다고 들었다는 얘기를 어느분이 하셨는데, 제가 알기로 커리큘럼의 정식과목으로 그런것을 가르치는 대학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어서 공부하는 분들은 있겠지만요 사주학에 대해 공부를 하는 이유는 같은 동양학의 분야이기 때문에 환자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해서 보는거거든요
Ne2pclover
06/08/01 10:24
수정 아이콘
중의학과 한의학과는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일단 그건 짚고 넘어가야겠고요.
보약 같은 경우에는.. 한약의 일부는 간을 심하게 망가뜨리는 경우도 있다네요. 그거야 뭐 돌팔이 한의사들이 지은 경우일 수도 있겠고요.
근데, 사실 교수님들께 여쭤봤더니.. 한의학을 부정하시고 비판하시고 해도, '아 몸이 허하네. 한약 한 첩 달일까' 하시는 분들도 있답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보완의학' 으로서 과학화를 제대로 이루어내야 된다고 봅니다.
연아짱
06/08/01 11:12
수정 아이콘
Ryan님//
인문학이라면 서양학문으로 잣대를 대기 어렵지만, 자연과학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현상은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깊이의 문제가 아니에요
한의학을 논외로 하고 다른 자연 과학 분야에서 동양의 자연 과학을 서양의 자연 과학의 방법론으로 그 깊이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나요?
(행여 기..라든가, 풍수... 이런 거를 예로 드시는 거라면 토론을 사양하고 싶습니다)
동양의학도 서양의학적 방법론으로 연구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양의학이라고 모든 과학적인 기전이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서양의학 역시 인체의 연구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경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그런 것을 보완하고 경험을 과학적인 근거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과학적 통계적 기법을 동원하여 역학조사를 하고 기전을 밝혀내기 위해 연구하는 것입니다
한의학에서도 이런 서양의학적 방법을 통한 연구가 필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Liebestraum No.3
06/08/01 11:13
수정 아이콘
한의학은 사람 개개인의 체질에 맞는 처방을 내리는 것이 보통인데 그것을 수치화 객관화하기란 불가능하지 않나 싶군요.
양의학의 처방에 중심이 되는 것이 '병'에 있다면
한의학은 그 중심이 '사람'에 있기 때문에 같은 병이라도 처방이 저마다 다른 경우가 많지않나 싶습니다.
Daydreamer
06/08/01 11:27
수정 아이콘
에... 경희대 한의대 지금 본과 2학년입니다.
먼저 이런 주제가 나올때마다 안좋은 결말을 본 기억이 많아서... 두려움에 떨면서 글을 씁니다.

먼저 낭만토스님께 위로와 사죄의 말씀... 저는 지금 공부하는 학생이라서 잘은 모르지만 한의학적으로 요통은 원인이 매우 다양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허리가 아파서 한의원에 갔는데 손가락을 따주니 허리가 싹 낫더군요. 그러면서 체해서 그런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만큼 요통이라는게 원인이 다양해서 잡기 어렵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네요. 그 한의사분의 실력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거니와 제가 판단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지만, 어찌되었건 낭만토스님께서 겪으신 고통이 줄지 않은데 대해서 대단히 안타깝고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

eldritch님// 몇 가지 오해하고 계시는 부분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답변드립니다.

1. 사주팔자 기본적으로 배우지 않습니다. (다른 한의대는 잘 모르겠지만) 시험적으로 2~3년 전에 예과생들을 대상으로 '명리학'이라는 과목이 개설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개설되어 있지 않고요. 또한 환자에게 '당신은 사주팔자가 이러하기 때문에 이러한 약을 먹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하시는 한의사분들은 제가 알기에는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한의학의 변증체계는 망(望), 문(聞), 문(問), 절(切)이라 하여 보고 듣고 묻고 짚어보는 것을 기본으로 하며, 강의해주셨던 분은 '聞과 問의 일부 과정으로 쓰는 것'이라고만 말씀하셨습니다.

2. '무슨무슨탕에 들어가는 것은 똑같은데 뭔가 다른 듯이 보여서' '원가의 수백배를 받는다'...이 표현은 죄송하지만 좀 악의마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한의원에서 약을 지을 때 그 처방은 처방명만 알고 책을 찾아서 지으면 얼마든지 훨씬 싸게 지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의사들에게 짓는 것은 (1) 한의학에 대한 전문 자격을 인정하며 그 사람이 내 몸에 대한 변증을 정확히 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준다 (2) 또한 처방과 내 몸의 증상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경우 처방에 특정 약재를 가감하여 준다 는 것에 대해 환자가 동의하고, 그러한 일종의 '자문료' 개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 한의학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첩약 의료보험'이 실시되면 더 좋겠지요. 하지만 결코 한의사들이 첩약을 지어주면서 '아무것도 아닌데 폭리를 취한다'는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3. '한의대를 졸업하는데 침구나 진맥에 소질이 없어도 라이센스가 가능하다'... 글쎄요. 어떻게 받아들이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대부분의 한의대생들은 졸업한 후에 개원의 밑에서 근무하면서 일종의 관리 감독을 받거나, 혹은 병원에 근무하면서 역시 실전 경험을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는 학생때 이미 봉사활동 등을 통해서 환자들을 많이 겪어보고요. 그러므로 어떤 사람이든지 결국은 소질이 생기게 되어 있습니다.


---

한의학이라 해서 결코 서양적 방법론을 거부하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학계에서 수많은 연구자분들이 서양적 방법론에 의해 한의학적 원리를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계시며 많은 연구 성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pubmed에서 검색해봐도 꽤 많은 논문이 나오더군요) 또한 한의대생인 저 역시 결코 서양의학을 부정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의학이 고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겸허히 서양의학을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실제로 가끔씩 물어보는 사람이 있을 경우 그렇게 얘기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의료는 과학이 아닙니다'. 의료행위의 기전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야 있고 그렇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만, '비과학적이므로 저 의료행위는 타파되어야 한다'는 것은 어딘가 좀 비논리적인 구석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결코 한의사들이 비과학적인 수단에만의존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어느 부분이 비과학적이라 해서 의료행위의 가치마저 저버려서는 안되지 않을까요.



말이 길고 좀 횡설수설하는 면이 없지 않나 싶어 좀 부끄럽습니다. 분란 없이 토론이 잘 마무리지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연아짱
06/08/01 11:29
수정 아이콘
조금수정합니다
Liebestraum No 3.님//
"무조건 체질이 다르니까, 사람이 중심에 있으니까 처방이 다르다.."
한의학에서 이렇게만 주장한다면 상당히 무책임한 것입니다

서양의학이라고 모든 것이 수치화 객관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통증의 정도는 서양의학이라고 수치화, 객관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주관적인 증상도 최대한 객관화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완벽하게 객관화, 수치화 시킬 수 없을지는 몰라도 근접하는 연구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사람마다 체질별로 처방이 다르다면, 사람별로 체질별로 처방별로 분류하고 증상이 어떻게 어느 정도 좋아지는지 연구해야 함이 당연한 것 아닌가요?
한의학 역시 인체를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에 짊어져야할 의무입니다

Daydreamer님//
리베님꺼 보고 답글 쓰기 시작했는데, 드리머님 댓글이 먼저 달려서 괜히 분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싶어 수정합니다^^
한의학계에서 그런 노력이 있음은 알고 있고 계속되어야 하기에 댓글을 달았습니다
06/08/01 12:40
수정 아이콘
연아짱님//
한의학이 서양과학에서 얘기하는 자연과학의 분야로 보아야 하는가는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기준을 얘기하는 것도 바로 이부분때문입니다.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인간과 서양과학적인 관점에서 보는 인체는 다릅니다.
이는 한의학에 대해 제대로 공부를 해보셨다면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한의학에서 氣를 제외한다면 남는게 뭐가 있습니까? 핵심을 빼고는 얘기가 안되는거죠
이 부분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서양의학적 접근은 본질적으로 무의미합니다.

또 하나...亞자방이라고 아시는지요? 한번 불을떼면 100일간이나 온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온돌문화의 정점에 달했었던 문화유산입니다. 아직까지도 현대 과학기술로 그 원리를 밝혀내고 재현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홍명바
06/08/01 12:57
수정 아이콘
제동생이 경희대한의대다닙니다. 좀 충격적인 얘기일수있겠는데요.. 동생왈.. 솔직히 얘기해서 맥짚는거 거진 다 사기랍니다.. 손목 맥짚어서 맥박정도나 알까 정확히 어디에 무슨 병이 걸렸는가를 어떻게 아냐고 스스로 답답해 하더군요. 대부분의 한의사들은 맥은 그냥 한번 짚어보는거고.. 문진(말로 물어보는것)으로 안나오는건 혈압계 혈액검사 CT MRI같은 양의학검사없으면 힘들다고 합니다. 동생도 한땐 고민많이 하더군요..
그렇치만 침술은 분명 효과가 있고 훌륭한 치료법이라는 점..
06/08/01 13:25
수정 아이콘
헐 맥짚는게 다 사기라구요? 충격이군요..

그런데 허준같은 드라마보면 정말 맥짚는걸로만으로도 다 알잖아요
어떨 땐 실을 연결해서 짚는데도 알아내고..
도대체 예전 의원들은 어떤 경지일까요?
06/08/0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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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대 한의학과 본과 1학년입니다...저도 리플 달기가 좀 겁이 나지만...
조금만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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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사주팔자에 관한 이야기... 저희학교는 생리학 시간에 배웠습니다. 그렇다고 통달할 정도로 배운건 아니고;;사주팔자가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의 오행과 깊게 관련이 되어있고, 한의학 역시 음(陰)과 양(陽), 그리고 오행(五行)을 기본으로 한 이론이기 때문에 사주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죠. 실제로 로컬에 나가계신 분들중에 사주를 이용해서 환자분들의 체질을 감별하시고 그에 맞는 처방을 찾으시는 분들도 꽤 계신다고 알고있습니다. 사실 동양철학(철학이라니까 좀 추상적이네요)도 다른 학문과 마찬가지고 크게는 한 뿌리에서 시작한 것이니 만큼 사주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주역(周易)을 알고 있으면 한의학을 배우고 임상에 적용하는데 크고작게 도움이 될 지언정 해가 되진 않겠죠^^;

그리고 객관적 수치화라는 부분에 대해서는...저도 강의시간에 몇몇 교수분들께서 주장하는 바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한의학의 현대화를 위해서는 꼭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라구요. 그런데 실례지만 여기 계신분들중에 직접 자료들을 찾아보신 분들은 계신가부터 여쭙고싶네요. 위에 한분이 말씀하셨듯이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현재 전국의 한방병원들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에 달하는 각각의 병증에 관한 처방과 그 효과에 관한 수치데이터를 꾸준하게 모아오고 있습니다. 학회에서 발표도 하겠죠.(저는 안가봐서 모릅니다;) 국제보건기구에서 침(acupuncture)에 대한 의학적 효능을 공인한건 '동양에서 그렇다고 하니까 인정해주자'라고 해서 된게 아닙니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시하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죠. 헌데 이 객관화라는게 조금 웃기다고 해야될까...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한의사A씨는 환자X씨를 보고 '아, 이 병은 감기다'라고 생각해서 치료합니다. 그런데 한의사B씨는 같은 환자X씨에게 '음...이건 더위를 먹은게로군'이라고 생각하며 치료합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자면 (치료기간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두 한의사의 치료가 모두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게 생깁니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두사람 모두 맞을 수는 없는 노릇인데 말이죠.(여기에 있는건 그냥 간단한 예입니다. '더위먹고 감기걸린 환자였다'라는 가정은 배제하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A씨나 B씨나 '내 처방이 옳은 처방이었다!!'라고 주장할 수 밖에 없으니...객관화가 힘들어 집니다. 이런점이 조금 힘들죠.

마지막으로 진맥에 관한 이야기라면....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무리 감각이 무딘 사람이라도 일정기간 적절한(달리 쓸말이;) 훈련을 거치고 나면 최소한의 맥 구별은 할 수 있게 됩니다. 사실 진맥으로 얻어낼 수 있는 정보는 한의사 개개인마다 천양지차입니다. 신의(神醫)의 경지에 오르신 분이라면 진맥만 하고도 '헉! 당신은 3일 뒤에 죽을 병이야!!'라고 말하는게 가능하다고 합니다만....제 입장에서는 '...' 이고;; 간단하게 맥이 빨리 뛰는가 천천히 뛰는가, 맥이 세게 뛰는가 약하게 뛰는가, 맥이 고르게 뛰는가 아니면 8비트하이햇 변박자 드럼리듬처럼 '쿵쿵탁쿵타락탁'하고 제멋대로 뛰는가만 파악해도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 그 말 많은 '임신맥'(정확한 명칭은 공부가 부족하여 잘;)은 한의학을 공부하지 않으신 분이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임산부의 맥은 일반 환자분들과는 맥이 뛰는 양상이 다릅니다. 맥짚는게 사기라는 말은...글쎄요...저로서는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아서 나오는 말이라고밖에 생각 할 수 없네요;
Adrenalin
06/08/0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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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dreamer님께 한가지 질문이 있는데요. 정말로 총명탕 같은 것이 효과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학교 선생님들은 오랫동안 수험생들을 봐왔지만 총명탕 때문에 공부가 더 잘되었다는 학생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시던데... 정말 효과가 있는지 아니면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얄팍한 상술인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총명탕이라는 것이 제 생각에(주위 친구들을 볼 경우)그 가격에 비해 터무니 없이 비싼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데 이런 건 어떤가요? 분명 한의학과 같은 곳에 들어가 총명탕 제조법 같은 건 배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그리고 염치없지만;; 한 가지만 더 질문할게요. 제가 작년까지 축농증때문에 환절기마다 이비인후과 찾아다니면서 고생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작년 봄께 어떤 한의원에서 꽤 비싼(신문 기사 보고 알아본 다음 비싸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그 정도 일 줄은 몰랐습니다.) 약을 처방 받고 몇 주만에 신기하게 굉장히 호전되었습니다. 제가 알아본 바로는 이 한약은 오랜 연구 끝에 발견한 새로운 소재, 대략 이런 식이었는데요. 이런 새로운 소재가 한도 끝도 없이 많을 것 같은데 한의학과에서는 이런 것에 대해서도 배우는 건가요?
캐터필러
06/08/0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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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의대를 다니다가 그만 둔 한 전직 한의학도가 쓴 글입니다.
대한민국에서 한의학은 양방을 흉내내는 잡동사니 의학입니다.

개원한 한의사들은 환자를 치료한다기 보다는 한의를 판매한다는 표현이 더 올바를 것 같
습니다. 각종 환약과 보약한제에 목매달아 맥한번 잡아보고 신체장기중 기가 허한 부분
을 귀신같이 때려 맞추는 사탕발림으로 우매한 환자를 우롱하는 것도 모자라서 최근에는
양방에서 시행하는 온갖 잡기술을 배워 '비만이니 성장클리닉에다 비염알러지전문...심지
어 에스테틱까지..장삿속이 점입가경입니다. 성장클리닉에서 그런다죠? 약지어먹고도 성
적안오르면 부모탓하라고....비염클리닉 개설해놓고 남몰래 대한이비인후과학회에서 나
온 이비인후과학 책사서 숨어서 공부하는 현실이 바로 이땅의 한의학의 현실입니다.

수백년전의 동의보감으로 아직까지 이땅에서 한의학을 독립된 학문으로 연명하게 만든 허
준은 그들에게 있어서 위대한 한의사라기 보다는 오늘날 본인들을 존재하게 하고 그나마
버티고 연명하게 만든 정말 신세를 톡톡히 본 감사한 선배일 뿐입니다.

진정 한의학이 제대로된 의학이 될려면 장삿속을 버리고
제발 한번 맡은 환자는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환자를 봅시다.
큰병원에 보내더라도 한방병원으로 보내시고....
제발 '니쥬가리'patient 만들어서 양방으로 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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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이 비과학적이라는 주장이 있다. 거기에 대해 한의학계에서는 한의학이 매우 과학
적이라고 반박한다. 어느 주장이 옳을까? 내 생각에는 한의학이 '과학적'이라고 할 때
의 '과학적'이란 단어는 '과학에 의한', '과학적 방법에 의한'이라는, 엄밀한 의미에서
의 '과학적'이 아니라 '이치에 맞는', '사리에 맞는', '짜임새가 교묘하여 허술한 구석
이 없는' 정도의 뜻으로 확장된 의미인 것 같다. 다만 현대에서는, 과학이 과거 서양 중
세에서의 신학이나 조선시대 유학과도 같은 지위를 누리기에 - 근래 이공계 기피 현상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긴 하지만 - '비과학적'이란 표현은 마치 '비합리적', '비윤리
적', '야만적' 등의 표현과도 거의 마찬가지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바, '비과학적'이란
비난에 노이로제를 보이는 한의학계에서는 한의학이 '과학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
인다. 그러나 사실 한의학은 과학이 아니다. 엄밀한 의미에서의 그 과학말이다.

'기(氣)'는 실재하는가? 이 질문에 당신은 뭐라고 답하겠는가? 나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으려면 먼저 '기'라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정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란 무엇일
까? 만물에 깃들어 있어 그것을 움직이고 살아있게 하는 그 무엇? 기공술사로 하여금 손
을 대지 않고도 사람을 쓰러뜨릴 수 있게 하는 힘? 어두컴컴한 밤길을 걸을 때 누군가가
뒤에 있는 듯한 느낌에 뒷덜미가 쭈뼛해지게 하는 힘? 손가락 주위에 빛이 나는 듯한 사
진이 찍혀 나오도록 하는 힘? 아니면 열? 또는 전기? 아마도 기에 대한 정의는 불가능할
것이다. 앞서 열거한 것들 중 일부를 포함한, 기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사
례들에 대해 그 원인을 기가 아닌 다른 것으로 설명하는 사람들(과학자들)도 있다. 기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만져지지도 않으며 기기(機器)를 사용해 측정할 수도 없다. 기의 존재
를 믿는 사람들은 체험되는 많은 현상들의 원인을 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
은 다른 것으로 생각한다. 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은 모든 현상에는 신의 뜻이 담겨 있
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다른 원인을 찾는다. 이런 점에서 기와 신은 유사
하다. 신학은 학문이기는 하지만 신학이 과학은 아니다. 신이 과학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의 존재의 증명이랄 수 있는, 기적을 반복해서 재현할 수 있다면 신과 기적
의 관계에 대한 법칙이 도출되고 신학이 과학이 되겠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법률에 'emmision'의 금지에 대한 조항이 있다. 'Emmision'이란 '안온방
해', '생활방해'라 옮겨지는 것인데 민법 제217조 1항에서는 "토지소유자는 매연, 열기
체, 액체, 음향, 진동 기타 이와 유사한 것으로 이웃 토지의 사용을 방해하거나 이웃 주
거자의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아니하도록 적당한 조처를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
다. 만약 누군가가, 이웃 사람이 자신의 집에 악마의 형상을 한 조각품을 들여놓았는데
그것에서 강한 살기(殺氣), 음기(淫氣)가 방출된다는 것을 이유로 위 법 조항에 근거,
그 조각품의 철거 및 정신적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고 할 때 당신은
이 사건에 대해 무어라 말하겠는가? 한의학도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원고(이웃 주민) 주장
의 타당성에 대해 조사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 자신이 피고가 되
었다고 한다면 그 때에도 (가슴에 손을 얹고)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아마 "미친 X!"라
는 소리가 절로 입 밖에 나올 것이다. 내가 사건 담당 판사라면 이렇게 판결할 것이
다. "원고는 피고가 피고 소유의 주택에 설치한 조각품을 설치, 사용한 행위로 인해 유해
한 자극이 발생, 주거 및 생활에 방해와 고통을 가하므로 민법 제217조 1항을 위반한 것
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동법 조항은 상린관계(相隣關係)를 규정한 것으로서 그 위반에
관한 소(訴)에 있어서 비록 그 유해성 여부를 판단에 있어서는 객관적 요건이 아닌 주관
적 요건만을 갖추어도 유해성을 인정할 수 있는 바, 반드시 법률 규정상 또는 사회 통념
상 유해성이 인정되어야 할 필요는 없으며 원고가 소를 제기하였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도 그 주관적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유해성이 인정된다 할지라도 그에 앞서
원고가 동법 규정 또는 사회 통념상 유해한 자극의 발생 자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
하였으며 설령 그를 인정한다 할지라도 그 유해한 자극이 원고 및 원고의 소유물에 도달
하여 원고의 주거, 생활 및 원고의 소유물에 대한 재산권을 침해하였음도 입증하지 못하
였으므로 본 사건에서의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한 문장을 이렇게 길게 쓰기도 쉽지는
않군요)." 만일 패소한 우리의 불쌍한 이웃이 행패라도 부린다면 경찰에 체포되어 재판
을 받기에 앞서 정신감정부터 받도록 의뢰될 것이다.

히로나카 헤이스케라는 일본 수학자가 쓴 '학문의 즐거움'이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구절
이 나온다.

"... 사람의 두뇌는 컴퓨터나 로봇과 달리 관용성을 갖고 있다. 이 특징 때문에 '지혜'라
는 것이 생기지만, 거꾸로 이 관용성 때문에 생각지도 않았던 과오를 범하고 사실을 잘
못 인식할 때가 있다. 예컨대, 어느 젊은이가 사랑에 빠졌다고 하자. 당연히 그의 마음
속에는 상대방도 자기를 좋아해주면 좋겠다는 소망이 생긴다. 그러다가 소망은 어느
새 '혹시 상대방도 나를 좋아할는지 모른다.'라는 기대로 변하고 그 기대가 자꾸만 커져
결국에는 '상대방도 나를 좋아한다.'라는 확신에까지 도달하게 된다. 이처럼 사람은 관용
성이 있기 때문에 어떤 현상을 보고 사실과 다르게 사고할 수 있으며, 연상이나 추측에
의해서 상상을 자꾸 키워나가다가 마침내는 상상을 마치 사실인 것 같이 생각해 버리는
수도 있다."


기의 존재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그런 착각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지 않을까? '기'는 정의
되어 있지 않고 어떤 범위로 한정되지도 않기 때문에 통계로써 접근할 수도 없어 과학의
대상이 아니다. '사랑'으로 인한 신체적 변화는 과학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사랑' 그
자체가 과학의 대상이 될 수는 없듯이 말이다. 이것은 기에만 적용되는 얘기는 아니다.
혈(血)이나 정(精), 신(神) 내지는 오장육부를 비롯한 대부분의 한의학적 개념들에 적용
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지 모른다. "설령 한의학이 현대
적 과학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왜 문제인가?" ... 문제가 된다. 정
신기혈과 오장육부는 실체적 개념이어야 한다. 인간의 육체와 생리, 병리 현상이 형이상
학적인 것이라고 전제하지 않는 한, 마땅히 그래야 하고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실제
로는 어떤가? '간(肝)'이 'liver'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한의
학에서 말하는 간을 대충 '간장(liver)+간장의 기능들'로 볼 수 있다고 할 때(반드시 일
치하지는 않지만) 간은 실체적 개념인가 관념적 개념인가? 실체적 개념과 관념적 개념이
모호한 비율로 뒤섞인 개념 아닌가? 간의 개념에 포함되는 간장의 기능들은 무엇 무엇인
가? 의서에 나와있는대로라고? 만약 누군가가 종래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 색다른 것을
간의 개념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했다고 가정하자. 이를테면 "무좀은 간기가 울체되어서
생겨나는 병이다."라고 누군가가 주장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무좀과 간의 관련성을 긍정
또는 부정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 어렵다면 그것은 무좀의 한의학적 기전
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만일까? '명문', '단전', '삼초', '심포'는 무엇인가? 해부학적
으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의서에서는 그 위치들을 분명히 언급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이것들을 무엇이라고 이해해야 할까? 분명히 의서에서 말한 곳 어디엔가 존재하지만 우리
가 아직 찾아내지 못했을 뿐일까 아니면 기의 덩어리라든지 해서, 애초에 눈에 보이거나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성질의 것인 것일까? 만약 삼초가 후자에 해당된다면 왜 보이고 만
져지는 소장, 대장 따위와 함께 육부라 불리는 것일까?그리고 그 기능을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내 생각이긴 하지만 한의학에서의 많은 어휘들을 한의학자들 각각이 나름
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해서, 한의학자들이 서로 논쟁을 할 때 같은 단어를 쓰고
는 있지만 그 뜻하는 바는 제각각이 되고 말기에 논의는 한 치도 앞으로 나갈 수가 없게
된다. 마치 자본주의자의 '자유'와 공산주의자의 '자유'가 딴판이듯이 말이다. 이렇듯 핵
심적인 개념들이 제대로 정의되지 않기에, 한의학은 그 대상을 특정할 수 없고 그 언어
는 다의적(多義的)이 되며 따라서 과학이 아닐 뿐더러 서로의 말을 알아들을 수도 없는
바벨탑 공사장 인부들의 언어가 되고 만다.

앞서 등장한, 우리에게 친숙한 여러 단어를 비롯해 한의학의 근간을 이루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 있다. 바로 한의학의 바이블이라 일컬어지는 황제내경이 그것인데 이후의 모
든 의서는 그 주석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내경에 '肝主目'이라 되어 있으면 그
해석과 적용에 대해 수많은 의가(醫家)가 연구를 하고 책을 써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
지 의문이 생긴다. '간주목'임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간주목'의 세 글자 하나하나의
의미를 확정하는 작업부터 선행되어야 하긴 하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이것이 간과 눈 사
이에 무언가 관련이 있음을 말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관련성을 어떻게 입증
할 수 있을까? 만약 그 입증이 어렵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간주목'을 믿어야 할까? 내경
은 신이 번개로 글귀를 새긴 십계명인가? 누가 무엇을 보고 이렇게 썼던 것일까? 그리고
세상의 모든 황제내경 책이 어느 순간 사라져버려 한의학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
게 되었다면 지금의 우리는 '간주목'임을 다시 발견하게 될 것인가?

내경의 문장 하나하나를 명제라 할 때 - 한의학의 바이블에 서양학문인 논리학의 '명
제'란 단어를 갖다 붙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참, 거짓을
구분할 수 있다면' 정도의 뜻을 나타내고자 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명제가 성립하
기 위해서는 참, 거짓을 가름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의학의 많은 어휘들이 제대로 정의되
어 있지 않아 명제의 성립부터가 되기 어렵다는 제 생각을 앞에서 밝혔습니다. '이 세상
은 아름답다'라든지 '철수는 키가 크다' 등의 문장이 명제가 될 수 없듯이 말입니다. 여
기에서는 일단 명제가 성립한다는 전제하에 논의를 진행하겠습니다 - 그 참, 거짓은 어떻
게 판별할 수 있을까? 인간의 신체를 포함한 자연물(무기물 및 유기물)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 자연과학의 명제들은 대부분 귀납적 추리에 의해 도출된다. 보다 선행하는, 상위 범
주에 대한 명제로부터 연역적으로 도출되는 것들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귀납적 추론의 타
당성은 거의 전적으로 논거의 정확성에 의존한다. 즉, 가장 훌륭한 귀납 추론의 명제란
최선의 증거들로 뒷받침되는 명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간주목'은 무엇에 근거하고 있
는 것일까? 내경에 그 근거가 나와 있는가? 아니면 다른 어느 곳에 나와 있는가? 그 근거
를 찾기 힘든 것은 비단 '간주목'뿐만일까? 여기에서 '내경은 한의학의 바이블'이라는 표
현은 비유적인 표현으로서만이 아니라 축자적인 의미를 갖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해진
다. 성경의 '말씀'과 마찬가지로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그 자체가 진리이고 그 권위
는 절대적이다. 동의보감의 개정판이 나오지 않는 것도 허준이 죽었기 때문이 아니라 이
러한 이유에서이다. 명백한 오류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 아직은 오류임이 발견되지 않
은, 혹은 애당초 오류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한 성질의 - 다른 부분들과 함께
섞여 있는 채로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누가 감히 동의보감의 개정판을 낼 수 있을
까?


이런 식의 경전 그 자체에 대한 믿음은 흔히 원리주의로 편향됨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목
격할 수 있다. 종교적 원리주의의 결과는 종종 이교(異敎)와 타종파에 대한 배척, 불관
용, 종교적 확신을 업은 광기와 무자비한 탄압이었다. 여기서 잠깐 버트란드 러셀의 이야
기를 하자면, 그는 소년 시절부터 확실한 것, 증명될 수 있는 것을 추구했다. 그래서 그
는 수학에 매료되었지만 공리(公理)는 증명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크게 낙담했다
고 한다. '간주목'이 공리일까? 증거없이 그것을 파악할 수 있는 날카로운 직관을 가진
사람은 매우 희귀할 것 같다.

보지 않고도 믿는 것은 보고도 믿지 않는 것보다 인류의 정신과 문명의 발전에 백 배는
더 해롭다.


서양문물이 들어온 이후 동양의 자연과학은 차츰 멸종되어 갔다. 오늘날까지 생명력을 유
지하고 있는 것은 풍수지리학, 명리학 - 자연과학으로 분류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 과
한의학 정도일 것이다. 인문학에서는 유학(儒學) 정도가 거의 유일하게, 현대의 살아있
는 인류학적 화석이랄 수 있는 갓 쓰고 도포 입은 할아버지들과 함께 남아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 지금의 국문학은 동양전통학문이라고 보기 어렵다. 국어를 소재로 하고 있을
뿐 방법론이라는 틀은 서양어문학의 그것이기 때문이다 - 유학 역시 단지 숨이 붙어 있
을 뿐이다. 과거 통치이념으로서, 생활 규율로서, 윤리도덕으로서 한국 사회 구석구석 스
며들어 있던 유학이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서구와 일본의 자극적이고 전염력 강한 물
질문화의 홍수에 휩쓸려버렸기 때문일까? 아니다. 유학은 용도폐기됐을 뿐이다. 현대사
회, 국가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삼강오륜과 인의예지는 민주주의적 가치에 대한 신봉과
시민적 덕목들로 대체되었으며 청빈과 안빈낙도는 사익(私益)의 추구라는 자본주의 체제
의 전제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어찌하여 명리학 - 거창하게 말하자면 이런 이름이지만 기
실 사주팔자와 궁합, 택일, 작명 따위의 장사가 이 나라에서 되는 현상 말입니다 - 과 한
의학이 유학처럼 'obsolete'해지지 않고 'present'한 것인지 궁금함이 생겨난다. 어째서
일까?


명리학이 살아남은 것은 우리가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서양)학문의 힘으로 미래
를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미래를 궁금해 하기 때문에 명리학 - 사
실 '학'자는 붙이는 것이 마땅하지 않지만 - 이 살아남아 있는 것이다. 여기서 누군가가
손을 들고 이렇게 말한다. "서양에도 점성술이 있지 않느냐?" 그래, 맞다. 그러나 점성술
은 적어도 양심상 '학'자는 쓰지 않는다. '학'자를 붙이고는 있으나 명리학이 충족시켜
주는 것은 지적 호기심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안의 경감일 뿐이다. 애당초 진리 따위에
는 관심이 없다. 모름지기 학문이라 하면 이론이 현실과 부합하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그 둘을 접근시키려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명리학은 자신과는 전혀 닮지 않은, 출중한
외모의 다른 누군가를 그려 놓고는 자화상이라고 하며 스스로 만족해할 뿐이다. 이렇게
비난할 수 있는 이유는 충분히 많다. 명리학의 주요 분야 중 하나인 사주에 대해서는 이
런 물음들을 던질 수 있다. 한날 한시에 태어난 일란성 쌍동이의 살아가는 모습이 딴판
인 경우는 어떻게 된 것인가? 자시(子時) 정각에 태어난 A, 자시에서 축시(丑時)가 되기
1분전에 태어난 B, 축시 정각에 태어난 C가 있다고 할 때 A와 B의 사주, B와 C의 사주
중 어느 쌍이 서로 더 유사한가? 제왕절개로 생일이 하루 앞당겨진 아이는 운명이 달라지
는가? 수술이 잘못돼 엄마가 죽는다면 확실히 달라지겠지만. 몇 달 동안이고 해가 지지
않는 백야의 자시나 축시에 태어난 북극 지방의 아이의 사주는 같은 자시, 축시의 깜깜
한 밤에 태어난 온대 지방의 아이의 사주와 비교해 어떤가? 소띠인 아이는 소의 특성을
닮는다고 하는데 갑자기 온 국민이 소고기광이 되어 나라안의 소를 모두 잡아 먹어버리
게 되면 어떻게 되나? 그 빈자리가 전부 수입 물소로 채워지면 어떻게 되는가? 아니면 수
백만년이 흘러 한우가 모두 미노타우로스로 진화하면 또 어떻게 되는가? 무엇보다도 사주
는 왜 태어나는 시점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 (운명에 예정된) 죽을 시점이나 태어난지 3
년 3월하고 3일 3시간 33분 33초가 됐을 때하고는 관련이 없는가? 아니, 태어나는 시점
이 아닌 잉태되는 순간이 좀 더 그럴싸하지 않는가? 그건 확인할 수가 없으니까 안 된다
구? 인간 복제가 실현되었을 때, 복제품인 아이의 사주는 그 자신의 출생 시점을 따르는
가 아니면 오리지널의 출생 시점을 따르는가?


한의학에 대해 말하자면, 한의학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아직 인체의 생리와
병리를 완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근대 서양의학, 의술이 전래된 이후 공
중위생 및 보건 체제가 정비되고, 예전 같으면 죽었을 환자들을 많이 살려놓음으로써 평
균 수명이 크게 연장되었으나 여전히 세상에는 괴이하고 희귀한 질병이 많고 인체의 생
리 또한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 있다. 서양의학이 제거하거나 답을 줄 수 없는 문제들
이 아직 많기 때문에 한의학과 한방 - 한의학의 임상 부분을 뜻함. 이후 동일 - 이 시장
에서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한방이 양방에 대항해 경쟁력을 갖는 분야는 암이나
중풍 등의 불치/난치병, 만성질환이 대표적이다. 의도된 바는 아니겠지만 한방은 양방의
틈새 시장 상품인 셈이다. 그런데 이런 질병들은 양방으로든 한방으로든 잘 낫지 않는 것
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평균 수명이 증가하고 보건 및 생활 수준이 개선되면서 의료 수요
의 발생은 급성/유행성 질환에서 만성/퇴행성 질환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고 이
런 상황 변화 아래 구미(歐美)에서도 대체/보완의학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지만, 소위 대
체/보완의학이 기존 서양의학(conventional medicine)에 대한 말 그대로의 대체의학
(alternative medicine)이 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영원히 보완의학
(complementary medicine)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서양의학이 빠른 속도로 자신
의 약점을 보완해 나가고 있는데 반해, 대체/보완의학은 - 특히 한의학처럼 오래된 것일
수록 - 변화/발전이 더디거나 한정된 방법론과 소재로 인해 재생산력이 떨어지기 때문이
다. 10년 전하고만 비교해 봐도 지금의 병원은 크게 시설과 서비스가 개선되었고 보다 친
환자적인 곳이 되었고 또 되어가고 있다. 수술 방법도 환자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방향으
로 많이 개선되었다. 아무래도 환자를 '손님'으로 보는 자본의 논리가 개입되었기 때문이
겠지만 그 때문만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서양의학은 때론 일부 대체/보완의학의
영역을 편입시켜가면서 분자생물학, 유전공학, 물리학, 화학, 의료공학 등 인접/관련학문
의 성과들을 흡수해, 줄기세포나 레이저를 이용한 치료/수술법의 개발 등 개가를 올리고
있다. 한방에서는 레토르트 파우치 탕약 포장법의 개발 이후 무슨 이렇다 할 큰 발전이
있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연구 개발에 들이는 비
용과 인력의 차이, 그리고 오랜 기간 한의학이 받아온 차별과 홀대를 고려할 때, 이런 단
순한 비교는 온당치 못하다."라고. 그러나 그런 책임을 외부로만 돌릴 수는 없을 것 같
다. 인삼에서 사포닌을 추출해 약을 만들었을 때, 그 약은 한약일까 양약일까? 유효 성분
을 추출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서양의학(약학)의 방법론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그것은 양
약이라 할 것이다. 그러면 플라스틱, PVC, 탄소섬유나 무색무취무미의 돌가루 따위를 '한
약'으로 쓸 수 있을까? 기미론적 접근을 할 수 있는가? 해괴한 것들만 가지고 예를 들고
있다고? 그럼 아스피린이 한약으로 쓰일 수 있을까? 인삼, 당귀, 오미자는 그 성분들을
추출해 약(양약)을 만들 수 있지만 아스피린이나 비아그라를 한의학적/기미론적 효능에
근거해 한약으로 쓴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 약리작용을 한의학적 언어로 표현하
는 것이 가능하다 해도 그것으로써 한약으로 간주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의원에서 체
열진단기, 초음파영상장비를 쓴다고 해서 그것들이 한의학적 도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양도락이니 체질감별기니 하는 것들이 있지만 아직까지 그런 기기들을 이용한 진단의 효
율성과 정확성, 신뢰성에는 의문의 여지가 많아 보인다. 서양의학은 그 자신의 방법론을
유지한 채 대체/보완의학(한의학)의 영역에 속하던 것들을 흡수, 확장되어 나갈 수 있지
만 한의학은 그러지 못하거나, 적어도 그런 면에서 많이 뒤처진다. 서양의학은 (육체 및
정신의) 인간의 영역에서의 생물학, 화학, 물리학 등 여러 학문의 교집합이다. 관련학문
이 변화하고 발전하면 서양의학도 그에 따라 변화, 발전한다. 분자생물학이나 방사선학에
서의 성과들은 의학에서 가져다 또한 자신의 성과로 삼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학문
들에서의 쓰이는 용어들은 상호호환성을 갖는다. 학문마다 나름대로 의미의 한정, 추가
를 하기는 하지만 같은 글자로 표현되는 하나의 용어가 서로 딴판인 뜻을 갖는 경우는 그
렇게 많지 않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그 발전의 궤(軌)를 같이 하듯이 서양의학과 그
인접/관련학문들도 그러하다. 하나 현대에서의 한의학은 상당히 유별난 존재가 되어버렸
다. 과거에는 어떠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날 그 우군은 동양철학 정도만이 남아 있을 뿐
이다. 그러나 동양철학은 서양의학의 해부학과 마찬가지로 죽은 학문이다. 단지 오래되었
기 때문이 아니라, 해부학은 오늘날 거의 그 궁극에 다다랐기 때문이고 동양철학은 새로
운 관념과 사상을 만들어 낼 힘을 잃었기 때문에 살아있는, 싱싱한 학문이 아니다. 한의
학의 땅에서 자라는 작물들은 이제, 지금까지 물을 대 오던 저수지의 물이 얼마 남지 않
아 하늘에서 비가 오기를 바라고 있어야만 하며 새로 나오는 숱하게 많은 비료들은 모두
맞지가 않아 하루가 다르게 키가 자라는 옆 옥수수밭을 보고 있어야 할 뿐이다. 이것이
단지 학문적 헤게모니의 문제일까?


한의학의 언어는 다른 학문들의 그것과 서로 소통되지 않는다. 한의학은 고립된 소수 민
족의 언어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한의학 용어는 번역이 불가능하
다. '기'는 'Qi'로, '삼초'는 'San Jiao'로 옮겨질 수 있을 뿐이다. 'Triple Energizer'
또는 'Triple Burner'도 있지 않느냐고? 'privacy'를 '사생활'로, 'virtual
reality'를 '가상현실'로 옮기는 것 이상으로 등가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헛웃음이 나오
는 번역이다. 이것은 영어에 대해서만이 아니다. '창만'과 '복창'의 차이점을 한의학의
한자어를 쓰지 않고 설명할 수 있는가? '元氣'와 '宗氣', '衛氣'를 설명할 수 있는가? 법
률용어보다도 더 우리말로 옮기는 것이 어렵고 - 내가 보기에는 - 거의 불가능에 가깝
다. 이러한 소통 불가능성은 결국 학제적(學際的) 연구를 불가능하게 하고 다른 학문들로
부터 스스로를 고립되게 만든다. 한의학의 권위는 그 언어의 난해함과 불가역성(不可易
性)에 상당 부분 의지하고 있는 듯 하다.


한의학에 대해 의심하게 되는 또다른 이유는 지금은 폐기된, 과거의 서양의학 이론들과
의 유사성이다. 거의 1천년간 서양의학에서
캐터필러
06/08/0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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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 대해 의심하게 되는 또다른 이유는 지금은 폐기된, 과거의 서양의학 이론들과
의 유사성이다. 거의 1천년간 서양의학에서 절대적 권위를 누렸던 갈레노스의 4체액설은
인간의 성격(기질)을 결정하는 요인을 검은 담즙, 노란 담즙, 점액과 혈액의 4가지 체액
의 양과 그 체내 비율이라 하고, 체액이 무질서해지면 병이 생긴다고 했다. '4'라는 숫자
에서 사상체질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그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음양의 부조화로 보고 있는 한의학의 기본이론과의 유사성이다. 방혈(放血)요법이라는 것
이 있었다. 병독(病毒)이 들어있는 나쁜 피를 빼내 환자를 치료한다는 방법으로서, 혈액
의 기능이 밝혀지고 수혈요법이 개발되기 전까지 서양 근대에서까지도 널리 사용되었는
데, 일단 피를 뽑아내고 (혈액 부족으로 인해)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면 아직 병독이 다
빠져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오히려 계속해서 피를 뽑아내 많은 사람들의 명을
재촉한 치료법이었다. 이것은 그 바탕이 되는 생각과 방법에 있어 사혈(瀉血)과 너무도
비슷하다.


서양에서는 19세기까지도 자위행위는 두통, 치통, 관절통, 근육통, 복통, 맹장염, 치질,
조로(早老), 우둔, 허약, 불임, 우울, 자살충동, 범죄성향, 정신박약 기타 많은 질병/이
상상태의 원인으로 여겨졌었다. 오늘날은 오히려 건전한 성행활이 권장되고 있지만 말이
다. 한의학 의서에서는 자위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성교에 대해
서는, 잦은 성교는 신정(腎精)을 소모시킨다며 경계하고 있다. 내 주관적 견해로는 윤리
적 가치 판단을 의학의 영역에 개입시킨 것 같은 인상을 받지만 - 아무튼 그렇다.


한의학 내지는 한의학계의, 정확성과 현실부합성 추구에 대한 불철저함 또한 문제의식을
불러 일으킨다. 한의학 저술에는 '정미롭다', '대저', '무릇', '반드시', '~할 따름이
다', '마땅히'와 같은, 가치중립적이지 못하거나 단정적, 독단적인 표현이 많이 등장하는
데 이런 것은 지금의 과학 저술에서는 거의 절대적으로 금기시되는 표현들이다. 이런 잘
못은 표현만 현대적으로 바꾼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그 내용에 대한 검토
도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기에 바로잡는 것이 간단하지 않다. 내경이나 동의보감에 나오
는 모든 '마땅히'와 '반드시'를 삭제하는 순간, '진리'가 '학설'로 격하되고 불쌍한 우리
의 한의학도들은 대혼란에 빠져들고 말 것이다.


한의학의 곳곳에서 발견되는 유교적, 도교적 요소들도 현대에 맞지 않는 학문이라는 생각
에 근거를 보태준다. 유의(儒醫)라는 것이 있었다. 유생 출신으로서, 대개 과거에 낙방하
고 의업으로 업종 전환한 사람을 일컫는데 말하자면 '편입생'인 셈이다. 원래부터의 전공
자들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랐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명칭을 보아서는 두 개의 전공이 단
절되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또한 방제학의 군/신/좌/사
약이나, 군사가 적을 공격하는 것으로 약이 병을 낫게 하는 작용을 표현하는 것 따위도
그 증거이다. 도교의 영향은 우리가 예방의학 시간에 배웠던 '연년익수(延年益壽)', '경
신(輕身)', '흰 머리가 검어지는 효능' 따위의 표현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냐고? 군신좌사의 방해(方解)는 유교의 국가체제관을 방제학에 대입한 것인데, 인간
사회의 논리를 자연(의학)에 들이대는 것은 온당치 못하지 않을까? 마치 다른 동물을 잡
아먹고 사는 맹수를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불성설이다. 현대의 정치학
자들이라면 입(법), 행(정), 사(법)의 세 가지로 방해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연년익수
니 경신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 신선(神仙)을 형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신선이 과연 존재
하는 것일까? 서양에서는 유니콘이니 불을 뿜는 용이니 하는 것들이 모두 멸종되었지만 -
신화나 동화 속에서만 살고 있게 되었지만 - 동양에서는 청룡, 백호, - 이것은 예외이
긴 하지만 - 현무, 주작과 함께 신선이 지금도 화석이나 미이라로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존재하고 있다. 풍수지리에서, 한의학과 기공술에서 말이다. 또한 호
랑이의 앞다리뼈를 먹으면 호랑이의 힘과 용맹을 자기 것으로 할 수 있다거나 웅담을 먹
음으로써 곰처럼 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은, 사로잡은 적을 잡아먹음으로써 그 힘과 용기
를 자기 것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식인종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과연 그러하다면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에 나오는 괴물처럼, 다른 사람의 뇌를 먹어서 자신의 지식을 늘
리려는 사람들과 그들을 피해 도망다니는 사람들로 세상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호랑이
뼈나 웅담이 전혀 효능이 없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유비추리(類比推理)의 오류
를 지적하려는 것이다.


한의학은 '뇌'라는 매우 중요한 장기에 대해 거의 주목하지 않았다. 인간의 모든 생명유
지/생리활동과 정신활동의 사령탑인 이 기관의 기능과 중요성에 대해서 한의학 의서들에
는 거의 아무런 언급도 없다. "오늘날 뇌의 기능이라고 알려진 대부분의 생리작용을 한의
학에서는 오장육부의 기능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을 뿐 아닌가?"라고 누군가 반문한다
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그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가? 왜 어떤 것은 간의 기능이고, 어
떤 것은 신의 기능인가? 오장육부 각각에 뇌의 기능을 결합시켰다면, 오장육부는 그렇다
면 오장육부인가 뇌인가? 뇌의 기능 대부분이 오장육부에 할당되었다면 뇌가 제거되더라
도 그 기능들은 제대로 기능해야 할 것 아닌가?" 오장육부의 개념을 '오장육부+그 무슨
기능'으로 받아들이면, 우리는 다시 앞서의 용어 정의 및 명제 성립 여부의 문제로 복귀
하게 된다. 무엇이 무엇인가 말이다.


한의학은 서양의학과는 달리, 국소가 아닌 인체 전부를 보기 때문에 보다 근원적인 치료
가 가능하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국소가 아닌 인체 전체를 보려 한다는 말에는 나도 동
의한다. 그러나 나무는 중요하지 않고 숲만이 중요할까? 이 논제에 대해 길게는 쓰지 못
하겠지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대략의 의미는 전달될 수 있으리라 본다. 감기만큼
이나 흔한 것이 창상(創傷)이나 절상(切傷) 등의 외상, 골절인데 한방은 왜 이런 것도 치
료하지 않는가? 아니면 못하는 것인가? 피부가 찢어지거나 칼에 베여서 몇 바늘 꿰매거
나 팔다리가 부러져 접골, 깁스를 하러 한의원에 간다는 사람은 없다. 삼국지에, 화타가
조조의 뇌수술을 하려 하다가 의심을 사 결국 죽임을 당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화타가
처형되기 전 옥리(獄吏)에게 건네주며 후세에 전하라 부탁한, 청낭서를 아궁이에 넣고 태
워버린 그 옥리의 아내에게 뇌와 수술, 이 두 가지에 대한 책임을 한꺼번에 돌려버리면
마음이 좀 편해질까?


경락은 신비스럽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보면 그 신비로움은 한층
더해진다. 내경 시대의 경혈 개수, 위치와 지금의 그것이 다르다고 하는데 누구에 의해
어떻게 변화된 것인가? 지금 우리가 보는 책 중에는 현대적인 해부도에 혈위를 나타낸 것
들이 많은데 그렇게 정확한 위치는 언제부터 정해진 것인가? 경혈의 크기는 직경 0.5cm인
가 1cm인가? 그 직경 0.5cm 또는 1cm 안에만 침을 놓으면 그게 어디이든 효과는 똑같은
가? 모양은 원형, 타원형 또는 불규칙형 가운데 어떤 것인가? 경혈의 깊이는 어떤가? 깊
이가 이르는 곳이 체표인가 피부층인가 근육 속인가 그도 아니면 뼈의 표면인가? 스테인
리스 침이 아닌 나무침이나 알미늄침을 쓰면 어떻게 되는가? 침의 단면이 원, 타원, 사각
형, 육각형일 때는 각각 어떻게 다른가? 경락의 순행방향에 평행하거나 거스르도록 침을
뉘어서 꽂으면 보사(補瀉)가 되는데 가령 순행방향과의 교각이 45도나 90도가 되도록 꽂
으면 어떻게 되는가? 경혈점에 침이 꽂혀 있으면 기의 흐름이 그 자리에서 멈추게 되거
나 흩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기가 침을 타고 올라가 방전(放電)되듯이 공중으로 흩어져
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현재 여러 연구진들이 이와 같은, 혹은 이와 유사한 의문들에 답
하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길게는 수천 년 짧게는 수백 년 된 침술의 역
사에서 나와 같은 의문을 가졌던 사람이 없지는 않았을 텐데 이미 나름의 대답들이 존재
하고 있었어야 하지 않느냐고 따진다면 지나친 처사일까? 그 대답들의 존재에 대한 소식
을 단지 내가 듣지 못했을 수도 있긴 하지만.


학교에서 동의보감 특강을 들은 적이 있다. 신형(身形)문에 '검은 사람이 어떻고 흰 사람
이 어떻고...' 하는 구절이 나오는데 내가 강사에게 '검은 사람', '흰 사람'이 무슨 말인
지를 물었더니, 그가 강의실에 앉아 있던 학생들 중 각기 살색이 검은 사람과 흰 사람을
한 명씩 일으켜 세우더니 보는 바와 같은 의미라고 말했다. 내가 이어서 "흑인과 백인은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더니 그는 그런 얘기는 일단 넘어가자고 했다. 강사 자신도 어떻
게 생각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뜻이리라. 당신은 알겠는가? 한 가지 더. (적어도 동양
권에서는) 보통 살색이 흰 것은 그 사람이 부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여겨져왔는
데, 어떤 살이 흰 사람이 잘 먹고 잘 살다 갑자기 형편이 곤궁해져 밖에 나가 뙤약볕 아
래서 오랜 시간 일해야만 먹고 살 수 있게 되어서 살빛이 검게 되었다면 이 사람은 흰 사
람일까 검은 사람일까? 그리고 동의보감에서 말한 (검은, 혹은 흰) 그 사람의 체질 - 사
상체질이 아닌 - 은 그대로 유지될까 바뀌게 될까?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가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사람의 몸 안에서 기가 올라가고 내려가고 한다는 표현이 많이 쓰이는
데, 위아래가 없는 무중력의 우주 공간에서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위아래'라는 표현이
중력과는 무관하게 쓰인 것이니 아무 상관 없는 것인가? 평생 물구나무선 채로 사는 어
떤 수행자가 있다면 그 사람에게 있어서는 어떨까? 춘하추동 사계절이 인간의 건강상태,
질병발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데 계절 구분이 없는 열대 지방이나 극지방에서는 어떻
게 되는가? 중국은 온대지방이고 온대기후에 맞춰진 기술(記述)이니까 다른 기후를 갖는
지역에서의 적용이 곤란하다는 점을 가지고 걸고 넘어지면 안되는 것일까? 한여름에 냉동
창고에 갇혀있다 구조된 사람이, 열이 펄펄 나고 몸살을 하는 등 한사(寒邪)에 감촉되어
나타나는 병의 증상을 보였다고 할 때, 이때의 그 한사를 그 사람의 몸에 봄이 지나고 한
여름이 되도록 숨어 있던, 지난 겨울의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한사와
겨울이라는 계절은 서로 별 관련이 없는 것 아닐까? 그러나 분명히, 한의학에서는 '한사
로 인한 병은 겨울에 호발(好發)한다'고 하는 정도 이상으로 그 둘의 관계를 밀접한 것으
로 보고 있는 것 같다.


한의학적 진술/기술은 그 정오(正誤)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다. 그러니까 '氣之萬物之生
而動原也'라고 누군가 - 내가 방금 지어낸 말이지만 - 말했다고 할 때 이것이 맞느냐 틀
리느냐를 갈라 말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맞다고 하는 사람과 틀리다고 하는 사람 - 이
경우에는 아마도 거의 없겠지만 - 이 끝없이 자기 주장을 할 것이고 모두가 승복하는 판
단은 아마도 - 절대적 권위자의 한 마디가 있기 전에는 -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의계에는 'OO선생' 등으로 불리는 이들이 꽤 있다. 각기 제나름의 학파를 이끌고들 있
는 모양인데, 누가 정통이고 누가 사이비일까? 누가 학자고 누가 장사꾼일까? 누구의 학
설이 참신한 것이고 누구의 학설이 생뚱맞은 것일까? 그런 것들을 누가 가려줄 수 있을
까? 회교를 믿든, 힌두교를 믿든, 마음대로 하면 될까?

세상의 모든 학설이라는 것이 다 그런 것 아니냐고? 글쎄,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을 것이
다. 아무튼, 그러한 특성 -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는, 그러나 대체로 장사꾼들에게
는 장점인 - 때문인지 한의학은 최소한 그 배타성과 독점성, 권위에 있어서는 서양의학
에 뒤지는 것 같다. 그 증거로는 길을 가다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경락 마사지' 광고를
비롯해 수지침, 침구사, 한약재를 넣어 만든 건강식품, 옥매트, 한방 사우나, (인삼과 대
추가 들어간) 삼계탕 등 수도 없이 많은 것들이 있다. "이런 것들은 한약이 식품으로 사
용되어도 좋을 만큼 안전하고 국민들이 한방을 선호하고 그 효능을 신뢰하며, 한의학이
대중에게 친근하게 와 닿고 있으며 보편적, 일반적인 것이기에 때문에 다양하게 널리 활
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오히려 한의학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아닌가?"라고 누
군가 말할 것 같지만, 글쎄... 너무 친근하다 보면 만만해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농약
수치만 기준치 이하로 나오면, 기의 흐름이 원활해지는 것은 증명해야 할 필요가 없으니
그렇게 광고해도 의료법, 식품위생법,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걸릴 것이 없으니 말이다. 옥
돌로 매트를 만들어서 수맥을 차단하고 막힌 기의 흐름을 소통시켜준다는데, 한약이 아니
라 '옥돌'이니 한의사협회에서 걸고 넘어질 것도 없고 '수맥' 때문에 풍수지리협회나 수
자원공사에서 태클 걸 일도 없을 것 아닌가? 다음과 같은 광고는 거의 매일 볼 수 있
다. '이 약은 동양의학 2천년의 신비를 집대성한 것으로서, 오장육부의 기를 북돋고 피
를 맑게 해주며 위를 튼튼하게 해주어 겨울에 감기 한 번 안 걸릴 정도로 몸이 튼튼해지
고 기운이 샘솟으며 머리가 총명해져서 학업 능력이 향상되고 무쇠도 씹어 삼킬 수 있을
만큼 소화력을 강하게 해주어 당신의 건강 뿐 아니라 운명마저도 바꾸어줍니다. 단 열흘
동안만, 다시는 만나볼 수 없는 파격적인 특가로 모시겠습니다.' ...카드 할부로 건강식
품 수집하는 게 취미인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누가 봐도 헛소리임이 분명하지만 만약 우리
가 관련 부처 공무원이라고 할 때 이 광고를 허위/과대광고로 단속할 수 있을까?

사상체질이라는 것이 있는데 한의대 다닌다고 하면 누구라도 체질을 봐 달라고 부탁해올
정도로 일반인들도 흔히 알고들 있는 것이다. 주로 이것을 밑천삼아, 우리나라에서 '漢醫
學'을 '韓醫學'으로 바꾼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비유하자면 - 신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
기독교에서 장로교파를 분파(分派)해 나오면서 '기독교'라는 이름을 버리고 '장로교'라
고 하는 것 만큼이나 - 실제는 그렇지 않지만 - 보기 민망한 일이다. 각설하고, 사람의
체질을 4가지로 분류하는데, 4체질이 아니라 각자 나름의 이론을 펼치며 8체질 또는 16체
질, 64체질을 주창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것이 옳을까? 무엇이 정통이고 무엇이 사이
비일까? 누가 정파(正派)이고 누가 사파(邪派)인가? 모르긴 해도, '2체질'로 줄어든다면
모를까 - 이때 그 두 체질은 '양인'과 '음인'이 되겠지? 아니면 '남'과 '여'? - 8,
16, ... 이렇게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분류가 세밀해지고 개별화가 더 잘 될 테니까 - 개
개인의 특성에 더 잘 맞출 수 있게 된다는 의미에서 - 더 우수한 이론 아닐까? 그래서 어
쨌다는 것이냐고? 좋다, 임팩트가 좀 약했던 것 같다. 예전에 '그것이 알고 싶다'이던가
어디선가의 TV 프로그램에서 체질을 다룬 것을 본 적이 있다. 8, 16, 64 체질 얘기도 거
기서 본 것이지만, 어쨌든 기자던가 하는 사람 한 명이 경희의료원 사상의학과를 비롯,
몇 군데의 한방병원/한의원에서 체질감별을 받았는데 결과가 다 제각각이더라는 것이다.
학교를 갓 졸업한 새내기 한의사도 아니고 다들 상당한 경력과 인지도의 소유자들이었는
데도 불구하고 그리되었던 것이다. 어떻게 된 것일까? 방송에서는 딱히 어떤 결론을 내리
기 조심스러워하며 끝을 맺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한의사들이 죄다 엉터리이거나 방송
국 측에서 어떤 속임수를 쓴 것이 아니라면 사상체질이라는 것의 유효성과 신뢰성에 의문
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제마가 애당초 '사상체질'로써 말하려 했던 것이 오늘날 한의학
자들이 이해하고 있는 것과 달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긴 하나, 그런 것을 접어두고
볼 때 이렇게 객관적으로 공인할 수 있는 체질감별을 누구도 할 수 없다면 사상체질의학
그 자체에 결함이 있거나, 현대인의 체질이 이제마 생존 당시와는 많이 달라졌거나, 현재
로서는 아무도 사상의학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거나 세 가지 중 하나일 것이고 그
모두의 경우, 사상의학은 신뢰성과 효용을 상실하게 되며 계속 전수되어야 할 가치 또는
필요가 있을지도 의문이라 할 것이다.


TV에 나오는 한의사들을 보면 대개 이렇게들 말을 한다. "계란의 효능은, 본초강목에 보
면 어쩌구저쩌구..., 또 단백질과 포화지방산이 풍부해서 어쩌구저쩌구..." 이렇게 '한방
+양방'으로 말하는 것이 거의 정형화되어 있는데, 만약 본초강목에도 동의보감에도 나와
있지 않은 -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 타조알의 한의학적 효능을 묻는다면 어떤 대
답이 나올까? ...네이버 지식검색에 물어보라고 한다고?


극히 일부이겠지만 - 이런 전주곡으로 시작되는 노래 가사는 항상 '일부'가 아닌 '전
부'에 대한 대량학살로 끝난다는 것은 알고들 있겠지? 나는 그러고 싶지 않지만 - 한의학
으로 에이즈를 치료할 수 있다느니, 서양의학 책들과는 달리 한의학 의서들은 개정판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한의학이 영구불변의 진리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라느니 - 이 얘기는
당신이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겠지만 - 하는 말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의대생들
가운데에도 양방과목을 줄이거나 아예 없앴으면 좋겠다고 말하거나 '양방적' 사고를 갖
고 있는 교수들을 경원시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 물론 양방과목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
하고 있으며 서양의학과 한의학을 뒤섞어 배움으로 인해 한의학의 정체성이 혼미해지고
그로 인해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하는 현상은 나도 안타깝다(여태까지 한의학을 비난, 매도
해 놓고 이렇게 말하는 것을 가증스럽게 여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 역시 학생
의 - 또는 학생이었던 - 입장에서 안타깝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 혼란의 궁극적
해결책은 의료일원화(의학의 일원화는 필요하지 않다. 각자 제 나름의 길을 가면 될 것이
기 때문에)이고 그 모델은 중국식보다는 일본식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런 학생들은
나중에 그들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 사회 어디에나 원리주의자, 극단주의자, 쇼비니스트
들이 발견되기는 하지만 특히 한의계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비판과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
는 커녕 '정통'으로 간주되고 - 위기의 농촌을 구할, 농촌후계자처럼 - 한의학의 적통(嫡
統)을 계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듯 하다. 이것은 나만의 관찰일까?

학문 본질상의 문제점과는 거리가 있는 주제일지도 모르지만, 한의계의 척박한 학문적 풍
토 역시 지적하고 싶다. 알려진 사실들, 참이라고 받아들여지는 것들에 대한 검증과 정확
성, 무오류성 추구의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는 말이다. 단적인 예로, 최승훈 교수님의 학
부생 시절만 하더라도 학교에서는 내경의 저자가 '황제'라고 가르치고 배웠다고 하는 사
실이다. 내경에 대한 문헌학적 고증이 언제 시작되었고 그 당시까지 얼마만한 성과를 거
두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 연설문의 작성자가 대통령 본인이라고 하는 것 만큼이
나 잘못되고 상식적으로도 의심이 가는 지식이 그렇게 가까운 과거에 이르기까지 대학이
라는 곳에서 가르쳐졌다는 것에서 한의계의 학문적 풍토에 대한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벽에 걸린 액자나 책장 속 화타, 허준의 그림 아래 '초상화' 또는 '상상화'라는
세 글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해서 슬픔을 느꼈다면 감수성 과잉일까?

음양오행과 오운육기는 자연현상 및 인체 생리/병리를 설명하는 데 있어 매우 강력하고
도 효과적인 도구이다(내가 이렇게 말하다니 뜻밖인 사람도 있겠지만 - 실제와의 부합여
부는 논외로 한다 - ... 나는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너무 강력하고 효과적이
다보면 스스로의 힘에 겨워 쓰러질 수도 있지 않을까? 음양오행(이후 '오운육기'는 생략)
은 세상 만물의 이치를 설명할 수 있다. 흔히, 동양철학을 하는 사람들은 마치 세상 이치
에 통달한 듯한 인상을 주곤 하는데, 그것은 음양오행을 꺼내들면 세상만사 설명 안 되
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 여기서 '모든 이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
다'라는 격언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모든 것에 대해 설명 가능한 하나의 원리란, 사
실 아무것도 설명하고 있지 않은 것 아닐까? 음양오행의 세계상 속에서는 우주만물이 하
나의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체제를 이루고 있다. 일월성신과 지구(라는 개념은 없었지
만), 하늘과 땅, 자연과 인간이 모두,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하나씩의 톱니바퀴들이었고
용과 호랑이, 혼백과 몸뚱이, 죽은 자와 산 자가 모두 이 세계의 구성원이었다. 우주와
인간 세상이 별개가 아니었기에 임금이 부덕하고 인심이 사나워지면 까마귀가 울어대고
다리 다섯 달린 송아지가 태어났으며, 마찬가지로 도읍의 지기(地氣)가 다하면 나라가 어
지럽고 도적의 무리가 설쳤다. 압도적인 자연의 힘 앞에 인간은 무력했기에 사시사철과
24절기에 맞춰 농사를 짓고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잤으며 하늘의 노여움을 사지 않기 위
해 제사를 지냈다. 이것이 이 세계의 질서를 거스르지 않는, 순리에 따르는 삶이었다. 그
러나 언젠가부터 모든 것이 바뀌어 버렸다. 아직도 추운 겨울에는 옷을 입고 더운 여름에
는 옷을 벗어야 하긴 하지만 이제 인간은 더이상 자연 앞에 무력한 존재가 아니었다. 비
가 오지 않으면 물을 끌어다 댔고 어두워지면 불을 켜면 그만이었으며 무엇보다도, 비가
오지 않아도 공장의 기계가 돌아가는 데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직 해와 달을 움직
이는 데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지구로 달려오는 소행성 정도는 핵미사일을 쏘아 튕겨버릴
수도 있게 되었다. 음양오행 방정식에서 종속변수이던 인간이 독립변수가 되어 버린 것이
다. 아직 되어 가고 있는 중일 수도 있겠지만.


땅 위에 동서남북 4방향을 가리키는 선을 그으면 음양오행의 좌표계가 하나 만들어진다.
4방위 그 각각의 중간 방위들을 포함한 8방위 또는 16방위나 그 이상의 방위 각각에 오행
이 대응하여 이 좌표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오행적 속성을 부여한다. 그런데 이 좌표평
면을 지면에 수직하도록 90도 회전, 일으켜 세운다면 어떻게 될까? 지면과의 교선에 대해
서는 여전히 오행을 대응시키는데 문제가 없겠지만 사선방향이나 지면에 수직한 좌표축
에 대해서는 어떨까? 나는 잘 모르겠지만, 여전히 오행의 대응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 그
러나 그 오행적 속성의 영향이 중력, 고도와 그에 따른 기온 변화나, 지중(地中)과 공중
(空中)의 차이에 의한 영향보다 더 강할까? 음양오행의 세계는 잘 짜여져 있고 조화롭지
만 거기에서는 '순리'를 따르는 것 말고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그리고 이
미 인간은 더이상 '순리'를 따르지 않을 뿐더러 세계를 바꾸어 놓았다. 이제 음양오행은
자신이 만든 세계가 붕괴되는 것을 목격해야 하며 새로운 세계에의 접근도 금지당했다.
또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는 길을 잃고 헤맨다. 일단 불온한 의도의 유도심문
에 걸려들면 그는 할 말을 못 찾아 허둥댄다. 소위 '발칙한' 질문들을 던지면 우물쭈물하
거나 오히려 화를 내고 마는 것은 마치, 신의 은총으로 이교도를 감화시키려던 전도사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과학의 발전은 진리의 계속적인 축적의 결과가 아니라 기존
의 반대학설이 우위를 점하면서 그동안 공식적이던 학설체계를 전복시키는 일련의 과학혁
명들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그 유명한 '패러다임'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는데, 서양과학사에서는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복이 여러 번 있었음을 우리는 볼
수 있다. 베이컨, 데카르트, 코페르니쿠스, 뉴튼, 다윈, 프로이트 등이 그것이다. 그러
나 동양에서는 그에 상응할 만한 변화의 역사를 찾기 어렵다. 한의학에서는 사상의학이라
는 것이 비교적 최근에 등장하긴 했지만 그 이전의 것들을 무효로 되돌리지도 않았고 아
직 한국 - 그것도 남한에서만 - 통용되는, 현재로서는 학설의 하나일 뿐이다. 말하기도
민망한 제3의학은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한편 콩트는 '실존철학 강의'에서 인간의 정신
이 세 단계를 거친다고 했는데, 모든 것의 배후에 하나의 신이 존재한다고 보는 신학적
단계, 모든 것을 몇몇의 이념으로 환원시키는 형이상학적 단계, 목적과 근원에 대해 질문
하는 대신 원인, 법칙 그리고 관계에 대해 질문하는 실증주의 학문적 단계가 그것이
다. '실증주의'란 간단히 말해, 인식을 학문적으로 증명 가능한 사실들에만 국한하는 (과
학)철학사조인데 음양오행과 오운육기의 한의학은 형이상학적 단계에 위치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 그러했고 현재도 그러하며 아마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한
의학의 패러다임은 황제와 신농씨 이후로 지금까지 근본적으로 깨지지 않고 있다. 워낙
우수하기 때문일까? 한의학은 여태껏 근본원리들에 대해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지 않은
채로 지나왔다. 서양문물이 물밀 듯 들어오고 논밭과 초가집이 주상복합아파트로 바뀌는
와중에도 그 파도를 그대로 뒤집어 쓰지 않고 빗겨 맞았던 한의학은, 그 존재를 용납해
준 외적 환경과 행운에 의해 위기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이지 내적으로 도전을 극복한 것
이 아니다. 한의학은 생존한 것이 아니라 생존당한 것이다. 마치 조선이 일제로부터 해방
당하고 민주주의를 이식당했듯이.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공룡은 멸종하고 악어가 살아
남았듯이.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한의학은 아마존 정글의 원주민들이 태고의 생활 양식
을 보존하고 있듯 수천 년 전의 모습이 지금까지 소실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이다.


해방 이후 한의과대학이 세워지고 한방이 다시 공인받게된 것도 정치/사회적 여건 덕택
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때는 모르겠지만, 한의사 면허 제도가 만들어지고 한방의
료가 제도권내로 들어온 것은 광복 이후 민족주의의 물결이 넘쳐 흐르던 가운데 일제에
의해 흔들리고 사라진 것들을 원래대로 되돌리려던 당시의 욕구에 의한 바가 클 것이다.
그래서 장래 문제를 일으킬 소지에 대한 예측없이 한/양방이 병존하는 체제가 되었고 이
미 면허제를 실시중이던 양의사에 대등한 지위를 부여키 위해 한의사 면허제를 시행하기
시작하였고 면허 시험 응시 자격을 제한하기 위해 한의과대학이 설립되었을 것이다. 이
런 시나리오가 참이라면, 한방의료의 제도권 복귀는 자체의 역량과 당위성에 의했다기보
다는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근래 한방의료의 각광도 평
균수명 연장, 소득수준 향상과 건강욕구의 증가, 만성/난치질환의 비중 증가 및 전통적으
로 보신을 좋아하는 국민 성향 덕택이 크다고 할 것이다.

한의과대학의 체제도 문제다. 원전학, 경혈학 등을 제외한 생리학, 병리학, 약리학, 예방
의학, 진단학 및 소아과, 부인과, 안이비인후과, 피부과, 정신과, 재활의학과 등은 모두
의과대학의 기초/임상 구성을 그대로 옮겨 온 것이다. 한데 한의학은 국소가 아닌 전체
를 보는 의학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그렇게 뿔뿔이 찢어 놓은 것일까? (양방중심
의 의료일원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이 이유도
기초분야의 분과에 대해서는 구실이 되어주지 못한다.) 한의학에서 생리와 병리를 구
06/08/0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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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한의원은 장삿속이고, 일반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숭고한 곳인가요? 제가 볼 땐 다 거기나 거긴데요. 어차피 한의학과를 가든 의학과를 가든 최소한 돈과 명예를 바라지 않습니까? 한의사는 무슨 돈에 환장하는 장사꾼 취급하고 일반 의사들은 환자를 치료하는 고매한 사람이고, 이런 이분법 자체가 솔직히 일반인으로서 웃깁니다.
한의학이 더 낫네, 서양의학이 더 낫네, 이런 식의 비교 별로 하고 싶지 않습니다. 환자의 입장에서 여기가 아플 때는 여기가 낫더라, 여기가 아플 때는 이곳이 낫더라, 하는 가치 판단에 의해서 가는 거니까요. 여러 가지 데이터를 가지고 환자를 치료하겠지만, 치료 받는 환자도 경험상 이럴 때는 여기, 저럴 때는 저기, 라는 판단이 존재합니다.
네, 어디든 사람이 문제지 도구가 문제겠습니까? 이쪽이든 저쪽이든 간에 진짜 환자 치료하기 위해서 노력하시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밖에 보지 않는 사람이 있는 거겠죠.
아, 참고로 저는 한의대 다니는 사람도 알고 일반 의학대 다니는 사람도 아는데요, 두 사람에게 내가 어디 아프다고 하면서 증상을 물어보면 대개 두 사람 다 엇비슷하게 이야기하는 듯하더군요.
Daydreamer
06/08/0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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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터필러님//

1. 우선 장문의 댓글 퍼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실제로 한의대를 다니다가 학문적으로 실망하고 다른 전공을 택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사회적으로 지금 한의계가 조금 과대포장되어 있는 점도 없지 않아 있겠고... 일제시대의 말살정책으로 인해 이전의 전통이 이어져오지 못하고, 이후 아무런 비판이나 대안 없이 양방과목의 커리큘럼을 그대로 이어온 것도 그 원인일 수도 있겠고... 한의계에서 자체적으로 지고 가야 할 짐이고 업보이고 숙명이겠지요. 생각할거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2. 또한 글의 내용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며 많은 부분이 사실입니다. 물론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많지만 이 점에 대해서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이미 유사한 주제로 다른 사이트 등에서 숱하게 논의된 문제이니만큼 제가 말을 더한다 해서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를 판매한다', '숨어서 양방 공부를 한다'... 네, 그런 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겁니다. 하지만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일부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하여 해석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캐터필러님은 '니쥬가리'patient 때문에 한의사들과 관련하여 고생을 하셨고 증오하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반드시 치료하겠다는 각오로' 치열하게 공부하고 치열하게 치료하는 한의사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어느 업계나 그렇겠지만요.) 또한 '숨어서 양방을 공부한다'라고 하셨는데... 공부하지 않으면 '양방도 모르면서 무슨 치료를 이야기하는가'라고 비판받는 것이 요즘 세상이니 어찌 공부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4. 마지막으로... 동의보감이 어떤 책인지 아십니까? 허준이 '한의사들을 연명하게 했다'라... 동의보감이라는 책의 성격을 아신다면 이런 얘기를 할 수 없는 것으로 봐서 절대 읽어보시지 않으셨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이 공간에서 동의보감이 이렇다 저렇다 설명드리기는 힘들고... 동의보감과 그 이후의 한의학 사상의 발전(물론 이 말에도 반감을 가지시겠지만.)에 대해서 한번쯤은 찾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Daydreamer
06/08/0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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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renalin님// 먼저 질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 총명탕은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공부 잘 하게 해 주는' 약이 아닙니다. ^^; 정신이 불안해서 건망증이 있을 때 쓰는 약이지요. 그러니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큰 효과를 보기 힘듭니다.

2. 물론 그런 소재에 대해서도 배웁니다. 단지... 대학과정중에서 배우는 것은 지금까지 널리 쓰이고 있는 약물, 그리고 그 약물의 최신 연구동향에 대한 것들이고, 대학원에 진학하면 이러한 소재들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우고 연구하게 되죠. 물론 그 약재가 실험을 통해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그 효능의 메커니즘이 알려지면 정규 커리큘럼에도 들어가게 됩니다. (오가피와 가시오가피의 효능이 분리된 것 등이 이 예입니다.)
06/08/0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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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더워서 집에 있으려니 리플 달거 말고 할 일이 없어지는군요;
지금 제가 쓰는 답글은 어디까지나 한의학을 공부하는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지 '한의학 하는 사람은 다 이렇게 생각한다'는게 아니라는 점을 먼저 말씀드리고 답합니다.

먼저 글을 전부 읽어보고 나서 느낀점은 '마치 애들 투정부리는 듯 하다'군요. 캐터필러님은 이분이 한의학을 얼마나 공부하신 분인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빨리 읽느라 군데군데 놓친 부분이 있는 것 같지만 전체적인 글의 틀을 볼때 여느 예과1,2학년생이 술자리에서 털어놓는 푸념과 전혀 다를 바가 없군요...

먼저 氣의 실재, 혹은 객관화에 대한 부분입니다. 글에 서술되어 있는 바와 같이 기에 대한 정의는 사랑의 그것만큼이나 다양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누구도 섣부르게 정의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겠죠. 사랑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랑에 대한 정의를 한두문장으로 압축시킬 수 있겠지만 열렬한 사랑(혹은 짝사랑...;;)에 빠져있는 사람은 사랑에 대한 정의를 논문수준으로 작성할 수 있을겁니다. 객관화게 관해서는...글쎄요...현재 상용화, 혹은 연구되고 있는 기기중에 '아기가 엄마품에 안겼을때 아기 몸에 느껴지는 어머니 품의 압력과 온도, 어머니가 느끼는 아기 몸의 촉감과 무게감과 따듯함, 그리고 상호간에 느껴지는 정신적 안도감과 그에 따른 신진대사의 변화'에 관하여 총체적으로(수치까지)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기가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 정도의 기술력이라면 '기'라는 것도 측정할 수 있지 않을까요.

뒤에 나온 간주목에 대한 이야기는 공부를 하지 않으신 분이라는 말밖에 나오질 않습니다;; 황제내경은 일단은 수천년전의 황제시대부터 주욱 내려져오는 의서라고 되어있지만 기존에 전해져오던 것을 한(漢)나라 대에 이르러 여러 의학자들이 집대성한 종합의서라고 보는것이 맞습니다. 우리가 '수학의 정석'을 볼 때 갖가지 수식들이 난무하지만 정작 '1+1은 2가 되고 2*3은 6이 된다'라는 매우 기본적인 수학공식에 대한 설명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황제내경 또한 그러한 부분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으며 때문에 후에 많은 의학자들이 '황제내경엔 이렇게 써져있는데 이건 이래서 그런 것 같다'라는 연구서를 수도 없이 지었습니다.삼초에 관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또한 '명백한 오류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 아직은 오류임이 발견되지 않은, 혹은 애당초 오류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한 성질의 - 다른 부분들과 함께 섞여 있는 채로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동의보감은 개정되지 않는다'라는 말이 써져있는데 어불성설입니다. 사실 한의학은 양방의학의 도입 이후로 꾸준히 쇠퇴의 길을 걷고있었으며 의서들도 변질에 변질을 거듭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된 이론들이 난무한 가운데 '오리지날'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때문에 가장 그 '오리지날'에 근접한 동의보감의 '있는 그대로의 가치'가 중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국내에만 동의보감 연구회가 헤아릴 수 없이 많으며, 몇몇 용기있는 학자들이 책에 대한 수정을 시도하기도 합니다만, 그 방대한 양의 원본에 비하면 일부분이고, 또한 오리지날과의 혼동을 막기 위하여 '동의보감에 관련된 참고서적'을 출간할 뿐이지 따로 '동의보감 개정판'이란것을 내놓지는 않습니다.

점성술과 명리학에 관한 이야기는 궂이 한의학이 아니라도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논의되고있는 문제이기에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점성술도 중세 유럽에서는 '점성학'으로 불리웠으며 정식 교과과정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다만 차차 소외되어가면서 '잡기'의 하나로 전락해버렸을 뿐이죠. 명리학에서의 '한날 한시에 태어난 사람의 운명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은 너무나도 초보적인 질문에 지나지 않으며 시중에 나와있는 어느 명리학 서적을 보아도 그 답이 나와있습니다. 제가 봤던 책에는 '사주는 하늘에서 주어진 운명일 뿐 사람 개개인 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며 그에 따라 쌓게되는 업 또한 다르므로 사주로 모든 것을 결정지으려 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허나 하늘에서 받은 운명을 알게 되면 인생살이 조금 수월해지지 않겠는가' 라고 써져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방이 양방과는 다르게 여러 학문과 교집합을 이루지 못하는 외로된 학문이라는 점은 보는 시작에 따른 견해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언급되어있는 것을 보면 너무 근대의 의학발전만을 언급하고 있군요. 한의학 역시 발전합니다. 오행침법(사암침법이라고 하는게 맞을까요;?기억이 가물;)을 비롯하여 오늘날의 일침법에 이르기 까지 침술에 있어서만도 수십가지 가 넘는 침법이 소개되고 사용되어 왔으며, 한약을 달이는데에도 유효성분 추출법이 점차 효율화되고 있으며(이건 기계의 발전이죠;), 언급된 바와 같이 진찰에 있어서도 체열진단기 등의 기구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체열진단기, MRI등의 도입은 논쟁의 여지가 많습니다. 한의학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많지만 그렇다고 쓰지 않고 있으면 '역시 한의학은 고립된 학문이다, 객관성이 없다'라는 말씀을 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사실 그런 기기들이 없어도 '제대로 교육받은' 한의사라면 충분히 진찰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기회비용이라는 것도 있고 하다보니 도입된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저는 아직 학생신분이라 더이상은 모르겠군요;;

한의학 용어에 관한건, 어느 한의학 서적을 보더라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언급되어있는 衛氣를 볼까요? 지금 제 책장에 꽂혀있는 책 '대학 경락경혈학 총론 - 임윤경(교수님;) 저'에는 '衛(호위할 위 자 입니다)는 모든 邪(외부의 안좋은 것이라는 뜻이겠죠?)에 대해 방어하는 작용을 하는 氣이다'라고 나와있군요. '한의학의 권위는 그 언어의 난해함과 불가역성(不可易性)에 상당 부분 의지하고 있는 듯 하다.'는게 아니고 글 쓰신 분의 무지함이 한의학을 난해하고 불가역적으로 만들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과거 폐기된 서양의학들과의 유사성에 대하여 써져있는데 이것은 당연한 이야기 입니다. 어디까지나 생활 속에서 싹 튼 의학이니만큼 완전히 같지는 않겠으나 유사한 생활을 했었을 먼 옛날의 서양 사람들과 동양 사람들의 의학이 같다는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종기가 나면 짜내고, 상처가 나면 피를 멎게 하고 붕대로 감싸는건 특별한 이론체계가 있어야 성립되는 기술들이 아닙니다. 그 다음으로 언급된 성생활에 관한 내용이라면, 잦은 성생활이 피로도를 증가시키는건 지극히 당연한 사실입니다. 윤리적 입장이고를 떠나서 당연한거 아닌가요;; 한의서 어딜 봐도 '부부라도 성생활을 하지 말라'라고는 나와있지 않습니다. 다만 '여색을 밝히고 술을 물마시듯이 하면 건강에 해롭다'라는 당연한 말만 써져있을 뿐;;

한의학 저술에는 '정미롭다', '대저', '무릇', '반드시', '~할 따름이다', '마땅히'와 같은 서술어가 많이 등장한다고 써져있는데 이것 역시 무지에서 비록된 것이라고밖에 할 수 없겠습니다. 뭣보다도 '한문으로 써진 고서(古書)'입니다;; 수천년전, 짧게는 수백년 전에 써진 책에 대고 '뭐야, 이딴식으로 써놓은거면 과학적 자료가 되질 않아'라고 해봤자 어이가 없을 따름입니다;; 또한 제가 한문에 약해서 잘 모르겠지만 한문에는 상기된 접속사 외에는 딱히 문장을 매끄럽게 연결 해 줄 수 있는 접속사같은 것이 없습니다;; 글쓰신분이 '이건 이럼 안되지!!'라고 하시기 이전에 원문을 제시하시면서 '이건 차라리 이렇게 쓰는 편이 좋지 않겠는가?'라고 말씀하셨다면 저도 할말이 없습니다만, 이건 생트집이군요;

한의학의 곳곳에서 발견되는 유교적, 도교적 요소들은 이해를 돕기 위한 방편일 뿐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아이가 엄마한테 (물론 이건 잘못된 예 입니다만 잘 생각이 안나서;) '엄마 컴퓨터에 씨피유가 뭐에요?' 라고 말하면 엄마는 '응, 그건 컴퓨터가 가진 뇌야'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것을 가지고 '어머니가 전자기기에 대한 설명을 인체와 비유하여 설명하였으므로 어머니는 생물학을 전공하던 사람이다'라고 말 할수는 없겠죠. 마찬가지입니다. 당시에는 유교와 도교의 개념이 일반 서민들에게까지 박혀있던 시기이므로 그런 방면으로 연결지어 설명하는 것이 훨씬 이해가 쉬웠습니다. 호랑이 앞다리, 웅담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건 의대에 진학한 제 친구도 아는 당연한 이야기 입니다;; 웅담에는 간조직의 재생과 관련된 유효성분(뭔지는 모릅니다;;)이 들어있고, 간에 도움을 주는게 맞습니다. 뇌에 관한 내용은 글 쓰신분의 의도를 잘 모르겠으니 패스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창상(創傷)이나 절상(切傷) 등의 외상, 골절인데 한방은 왜 이런 것도 치료하지 않는가? 라고 말씀하셨는데, 치료법이 있고 원한다면 치료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한의원에서 약재를 모아서 찧고 빻아서 환부에 대고 헝겊으로 묶고 약을 드리고 하는 것 보다 양방쪽이 훨씬 간편하고 (결정적으로;) 비용과 시간이 싸기 때문에 환자분들이 양방을 선택하실 뿐이죠. 또한 환부를 소독하고 피를 멎게하는 등의 간단한 의료행위는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양방이나 한방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경락에 관련된 내용도 마찬가지로 '이분이 책을 읽으셨나..'라는 의구심을 들게 만드는군요; 이건 그냥 가까운 의료서점에 가서 경혈학 연구서적 하나만 구입해서 정독해도 해결 될 문제일 것 같습니다; '도해 임상취혈'이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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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달다보니 정신이 없어서 밥을 까먹었군요;; 나머지 답글은 밥먹은 뒤에 달겠습니다;;
pErsOnA_Couple
06/08/0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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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것없지만, 지방한의대 한방병원에서 수련의하고 있는 사람인데요.

캐터필러님 글보고, '다 비켜 이 떡밥은 내꺼야!'라고 외치고 열심히 글쓰다.. 이리저리 일에 치여 쓴 글은 날아가고, 떡밥은 daydreamer님, IS님이 중간캡쳐해가버리셨군요. -_-;

캐터필러님이 퍼온 글은 사실 이쪽에선 좀 된 글이고, 제대로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은 보시다시피 많습니다. 양방 역시 니쥬가리 patient 만드는 경우 여기에서만도 많이 봤습니다. 한의학, 서양의학 모두 인체를 보는데 완전한 학문은 아닙니다. 날세워 상대방 죽이는데 골몰하지 말고 좀 생산적인 방법을 찾는게 어떨까 합니다.

자세한 것은 daydreamer님과 IS님이 잘 말씀해주실것 같습니다. -_-;
아큐브
06/08/01 16:09
수정 아이콘
이야... 참 쉬운 논의가 아니군요

근데 대단히 흥미롭긴 합니다....

우리집에 아이가 '아토피'가 심해 치료방법을 고심하며
'한방치료를 해볼까'하는데 비용과 한의사선생님의 식이요법
- 근데 그 식이요법이라는게 먹지말아야 할것 10가지가 아니라
먹어도 되는것 10가지...-
때문에 그냥 포기하고 병원에 같더니 '입원'을 시키라더군요
이리저리 연구해보니 '아토피'가 딱히 완치가 되는것도 아닌데
꼭 입원을 시켜야 하나하고 고민 했는데 의사선생님이 워낙 강하게
말씀하셔서 시켰다 '폐렴'만 옮아 고생하다 보름만에 퇴원했습니다

환자입장에서는 여러모로 고민할게 많습니다...
Timeless
06/08/0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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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와 학문의 괴리는 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이 글에 적힌 한의학도들이 말씀하신 것이 개원가에서 적용될까요?

개원가는 지금 그야말로 business war입니다.

위에도 나와 있지만 한의원은 '총명탕', 가정의학과는 '공부 클리닉'이란 예로 부연 설명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환자가 개원가에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학문 자체를 비난, 비판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같은 학문을 익힌 개원가로 부터의 잘못을 집단 전체가 짊어지고 가는 거죠.

한의학에 대해서 아무리 원론적으로 잘 설명하셔도 개원가에서 한의학과 실제의 괴리를 경험한 환자 및 그 주변인에게는 안통합니다. 그것은 제가 몸담고 있는 의학도 현재 마찬가지 상태구요.

글을 읽어보면 낭만토스님은 한의학에 대한 실망이 아니라, 개원가의 한의원에 대한 실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한의대생들이나 대학병원 한의사들이 줄 수 있는 답변은 낭만토스님을 시원하게 만들어 드릴 수 없을꺼에요.

저도 아직 직접 접해 보지 않은 '개원가'는 무시무시하다는 소문만 파다합니다^^;;
Timeless
06/08/0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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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큐브님//입원은 대부분 입원 criteria(쉽게 말하면 입원을 해야하는 상황에 대한 원칙이라고 할까요?)에 의해서 이루어집니다.

입원할 때 그 의사가 입원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고 '무조건 입원하셔야 합니다' 이런식으로 강경하게 나왔는지요?

혹 입원해서 받은 검사나 치료가 외래에서는 어려운 것은 아니었는지요?

둘 다 아니라면 그 병원이 혹시 '돈'에 대해 안좋은 평판이 있는 병원일 수도 있겠네요.

안좋은 경험을 하게 되어서 유감입니다_(_ _)_
Timeless
06/08/0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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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먹어야 하는 10가지 음식이라..

요즘 중요한 코드가 삶의 질(quality of life)입니다. 10가지 음식만 먹어도 낫지 않는 병이면 그 제한으로 의한 스트레스가 더 클 뿐이죠.

아토피 환자에게 10가지 음식만 먹으라는 것은 마치 골다공증 환자에게 '돌아다니다 넘어지면 다른 사람에 비해 쉽게 부러지니까 집에만 계세요' 하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토피는 참 어려운 질병입니다.

'알레르기 행진'이라는 의학적 용어가 있습니다.

알러직 소인이 있는 아이들이 피부발진(아토픽 피부염)으로 고생하다가 더 자라서는 이제 알러직 천식으로 고생하다가 나중에 더 자라서 알러직 비염으로 이어지는 행진이지요.

아토피 피부염이라면 나이가 들면서 좋아질 수 있습니다.

우스개 소리로 천식 전문의의 자녀가 천식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정도로 알레르기, 아토피는 어려운 질병입니다.

자녀분이 잘 성장하길 기원합니다.
아큐브
06/08/01 16:40
수정 아이콘
timeless님

그 병원이 '소아 알러지'쪽으로는 '신통'하다는 소문이 있었고
특히 특진했던 선생님이 '잘본다'는 소개를 받고 갔는데...만약
'입원'을 안하면 더 이상 진료를 안해줄듯한 '포스'로 권하더군요...

황당한건 입원중 받은 치료가 스테로이드와 항생제를 섞은 연고를
하루 3번 간호사가 발라주는것뿐인걸 나중에 깨달았을때.... 우울했습니다
06/08/0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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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밥먹고 오니까 의욕이 다 사라졌네요; 더 길게 적을 수가 없겠습니다;; 다만 pErsOnA_Couple님이 말씀하신 것 처럼 캐터필러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은 저만큼이나 부족한 학생도 모두 대답해 드릴 수 있는 문제구요(나머지 부분도;;). 탐리스님께서 말씀하신 개원가 문제는...글쎄요...저도 학생이다보니 '개원가'는 무지막지하다는 소문만 종종 접할 뿐;;; 역시 이론과 실재는 틀린가봐요;;

풀업프로브님께서 말씀하신 '정치적 문제의 의사편입'은 중국도 마찬가지라고 알고 있습니다. 저는 중국에서 중의사가 의사로 구분되지 않는다...라는 말을 처음듣네요;; 역시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하지만 중국에서 중의사와 중의학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법에 명시해놓았다는건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한의학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는 상태죠... 정치적 이유라면 중국쪽에 월등히 앞서간다고 생각합니다; 중화사상과 관련된 것도 있구요. 그리고 근거에 관해 말하자면 끝도 없을 것 같네요; 양쪽이 완전히 다른 탑을 쌓고있는 실정이다보니...쉽게 말하자면 (아주 부적절한 예지만;) 평생동안 산 속에서 지내며 사서삼경과 주역 등만 공부하고 산 선비가 감기에 걸렸을 때 양방의사가 찾아가서 '이런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이렇게 생긴 바이러스가.... (이하생략;)' 라고 말해준다면 선비는 '뭔 그런 근거없는 소리를 하는거요! 내 몸에 이렇게 된건 내가 도에 부합하지 않는 생활을 하였기에 하늘에서 품부받은 수명이 줄어들어 생긴 것이오!'라고 말합니다. 접점을 찾을 수 없는 논쟁이죠; 오히려 '그럼 양방을 한방의 관점에서 객관화하여 근거를 대고 설명해보시오'라고 한다면 어떨까요....물론 양쪽의 학문을 같은 지위에 놓고서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아무래도 어렵겠죠^^; 치료효과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난치병이 치료되었을 때 그 근거를 묻는다면 '한의학적 관점으로 볼때 뭐 기가 허해서 생긴 병이니 어디를 보해서 뭘 받쳐주고 그에 따라 끌어내려온 사기를 사해주고 정기를 보충해주고 어쩌구저쩌구'라고 답을 할 수는 있지만 그걸 양방의 입장에거 과연 '근거있는' 말로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네요...
Timeless
06/08/0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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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큐브님//제가 '그 병원 이런 이런 점에서 참 이상하다'고 해서 어떻게 아큐브님의 마음을 긁어드릴 수도 있겠지만 저로서는 항상 주의해야 하는 것이 환자들의 '병원에 대한 신뢰도 저하'입니다.

하나의 가설을 세워보자면, 그 병원이 '소아 알러지'쪽으로 유명한 만큼 노하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토피 환아의 부모님들이 아시다시피(저보다 더 잘 아실지도 모릅니다^^;;) 알러지는 '알러젠'이라는 항원이 중요한 작용을 합니다. 그렇다고 볼 때 '입원'은 주거 환경과 식사 환경, 그리고 치료 환경이 단 번에 바뀔 수 있는 방법입니다.

만약 입원을 해서 '아토피'에 효험이 있었다고 하면 일단 성공아니겠습니까?

그 이후 그 호전 양상이 주거 환경의 변화 때문인지, 식사의 변화 때문인지, 치료 환경의 변화 때문인지를 추가로 알아낸다면 이후 환아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위에 제가 쓴 것이나 이 덧글이나 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병원을 바꾸어 보시면 모를까 '의학'자체에 불신을 가지지는 말아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본인이던 가족이던 죽을 때까지 한 번도 병원 신세를 지지 않을 수는 없는데, 환자-의사 사이에 신뢰가 없으면 치료가 원활할 수 없답니다^^;;
풀업프로브@_@
06/08/0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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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론을박이 됐고 한의학쪽 회원분들이 글을 많이 올리셨으니 저도 이젠 균형 맞추는 차원에서 몇 가지 문제제기를 하겠습니다.
타이핑 편의상 양방, 한방으로 칭하죠.
(양방은 오늘날엔 동서양이 함께 연구를 하니 현대의학이 더 맞을듯)

1. 한의사가 의사로 인정되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우리 나라밖에 없습니다

한방의 기원인 중국에서조차 한의사를 의사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의사가 추가로 중의학을 배워서 같이 할 수는 있다고 하더군요.
우리 나라만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법적으로 한의사를 의사의 범위에 넣는데, 이는 정치적인 이유로 과거정권이 벌인 일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왜 한의사를 의사로 인정하지 않을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사람의 생명을 다루려면 행위의 근거가 명확해야 하는데 한방은 그렇지 않거든요.
양방은 치료내용이 모두 기록되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논문과 교과서를 근거로 잘못을 따질 수 있죠.

양방은 행위에 대한 근거가 분명하며 (예를 들어 xx균에 감염이 됐으니 이 균을 죽이는 xx약을 투여했다)
과학으로 근거를 찾을 수 없을땐 잠시 통계로라도 근거를 마련합니다(A랑 B수술 중 이유는 아직 모르지만 통계적으로 A가 낫더라)

하지만 한방은 그 근본인 '양과 음', '기'에 대해서도 근거가 불투명합니다...그냥 전해내려오는걸 믿는거죠.
물론 나름대로 근거가 있으리라 믿어드리고는 싶지만...
그 믿음이 저와 제 가족의 목숨을 다루는데 쓰인다면...전 글쎄요 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믿음에 확실한 근거가 없다면...한의사는 의사의 분류에서 빠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치료하지 말라는 얘긴 아닙니다만...법적으로 의사의 분류에 들어가는건 아니라고 봅니다.
의사라는 분류는 전세계적으로 근거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사람들로 통용되고 있거든요.

2. 치료 효과가 과연 있는가라는 문제

한방의 치료 효과에 대해 가장 결정적인 의문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플라시보 효과입니다.
플라시보 효과는 다들 아시겠지만 치료 안했는데도 심리적인 이유로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겁니다.
냉동 컨테이너에 갇힌줄 알고 얼어죽을걸 두려워하던 사람이 실온에서 죽었다는 얘기가 있듯이
인간은 뇌가 지배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뇌에서 믿으면 그것이 신체적으로도 나타날 수 있죠.

따라서 양방에선 어떤 행위의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실험에서 플라시보 효과를 철저히 배제합니다.
실험 대상자가 자신이 먹은 약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게 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부터 시작해서
약 주는 연구원조차 모르게 해서 연구원의 표정이나 분위기로 인한 영향까지 배제하는 더블 블라인드 테스트,
심지어 정보 처리하는 사람까지 모르게 하는 트리플도 있습니다.
이런 엄격한 테스트를 여러 단계 거쳐서야 비로서 논문이나 검증에 통과할 수 있으며...
그렇게 구축된 것이 현대 의학의 치료들입니다.

양방에선 일반감기는 100%, 허리통증은 90% 이상 그냥 놔둬도 완치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방은 어떻습니까? 치료하다가 나아도 그것이 진짜 한방 덕분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외국의 연구에 따르면 침 놓는 자리 근처에 아무데나 놔도(비록 한의사가 한건 아니지만) 환자가 느끼는 효과는 똑같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양방의 의문들에 대해 한방은 여태까지 명확한 반박을 못하고 있죠.

양방이 한방의 치료 효과를 의심하면 한방은 이렇게 얘기합니다..."너희가 치료 못하던 환자를 치료한 경험이 있다"
그러면 양방에선 이렇게 되묻죠..."그게 너희가 한 치료로 나은 것이 확실하냐?"

현대 의학은 아직 인체를 다 이해하지 못합니다...종합병원에서도 포기한 환자가 기적적으로 나아서 걸어나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양방은 그런 경우를 우리가 치료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직 이해하지 못한 어떤 이유가 있을꺼라고 생각하고 그걸 찾으려고 노력하죠.

소에게서 우두에 노출됐던 사람이 수두에 안걸리는걸 보고 양방에서 만든 것이 백신입니다.
물론 고대 중국에선 수두를 예방하기 위해 수두환자의 수포를 가루내서 흡입했던 사실이 있죠.
바로 이 경우에서 양방과 한방의 결정적인 차이가 나타납니다.
양방은 그 현상의 과학적인 근거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한방은 경험적으로만 받아들이고 기존 이론으로 설명했다는거죠.

"어떻게 하든 효과있으면 됐지 무슨 문제냐?"라고 물으신다면 저는 이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그건 의학은 아니다"라구요.
A라는 행동을 했더니 우연히 A란 병을 앓던 환자에게 맞아서 나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 전부 A라는 행동을 취하면 안됩니다.
중국에서 종기 가루를 흡입해서 수두가 예방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죽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한방에서 정확히 분류하는 능력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양방에서 X-ray나 CT, MRI로도 부족해서 직접 조직을 떼서 현미경으로 봐도 확실히 진단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체질이나 진맥 등으로 환자를 분류한다는건 좀...
그렇다면 같은 증세를 보이는 2가지 바이러스에 각각 감염된 환자를 분류할 수 있는지 묻고 싶네요.

치료 효과에 강한 의문이 드는건 사실이지만...수천년의 경험의학이니깐 제한된 경우에 효과가 있는건 사실이라 치더라도,
그걸 바탕으로 추출해서 이유를 밝혀내고 의학을 발전시키는데 사용되야지...생명을 다루려고 해서는 곤란하다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그러한 바람직한 방향으로 중의학의 과학화를 이루고 있는 반면에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인력이 임상으로 나갈뿐 과학화는 거의 전무합니다...이미 엄청난 차이가 있는걸로 알구요.

사실 제기하고 싶은 문제는 10가지도 넘습니다만...이건 댓글이고 시간제약도 있고 해서...
우선 생각나는 2가지 정도만 문제제기를 하고 나머지는 기회되면 더 올리도록 하지요.
팅커벨
06/08/01 17:37
수정 아이콘
Timeless님//

이런 고차원적인 문제에 감히 댓글을 작성한다는게 조금 두렵지만

지금 님꼐서 말씀하시는건... 너무 어려운 현실이다고 생각합니다..

제 머릿속에선 Timeless 님의 말씀은 다른 예로 표현 한다면

"한국 정치를 개 말아먹는 정치인때문에... 한국정치를 불신하지 말아달라."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틀린 예는 아니라고 봅니다...

정치 역시 의학 못지않게 중요한데....... 이미 많은 사람들 머릿속엔 불신으로 가득합니다.......


극소수의 나쁜사람들때문에 불 인식이 쌓이는건 어쩔수 없다 생각하네요....
아큐브
06/08/01 17:39
수정 아이콘
저 처럼 '아토피'자녀를 둔 부모가 이런 저런 치료에
실망해서 의사에 반감을 가지는 경우가 흔하더군요

그러나 저는 인생에 나름대로 고마운 의사선생님을 많이
뵌적이 있어 의사나 의학전반에 불신이나 저항이 있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timeless님의 충고는 세겨 두겠습니다
팅커벨
06/08/01 17:42
수정 아이콘
참고로 의약파동 때 의사들 전부!!!!



'악 마' 들 처럼 보였습니다........................

사람들이 죽어가는데......................지들이 진료하던 환자들 내팽기치고
나가서 데모들 했쬬.. ㅡㅡ
아큐브
06/08/01 17:47
수정 아이콘
이건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적어도 법률은 '의료행위'나 '의사'에게 매우 엄격한 제한이나
직업적 권리,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만난 양의(편의상)들은 대부분 한의학에 부정적이고
심지어 조롱하는 분들도 있던데.... 그렇다면 왜 양의들은
직업상의 양심이나 자존심을 걸고 한의사들의 의료행위를 본격적으로
문제삼지 않는지...? 아니면 겉으론 한의학을 불신하는척 하고 집에서는
'보약'지어먹는건 아닌지...?
풀업프로브@_@
06/08/01 17:53
수정 아이콘
팅커벨님//의사에 대한 호칭이나 주제 이탈 등을 볼 때 좀 사적인 감정이 실린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그 때도 응급실은 계속 돌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의약분업 때 국민들의 신임을 많이 잃은건 의사들도 잘 알고 있으며..그 때 국민들이나 여론에 더 잘 얘기할 수 있었는데라며 후회하는 사람도 많을겁니다...하지만 아시다시피 의사들은 여론형성이나 언론에 관해서는 완전 바보수준입니다.
그 당시 의약분업을 반대한 것도 아니였습니다...그것의 순기능에는 찬성하는 입장이였죠.
다만 시행이 너무 빠르다...준비한 제도도 너무 허술하다...더 신중히 진행해야한다라고 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정부는 약속을 계속 어기기만 했습니다.
마치 지금의 FTA추진과 흡사해 보이네요.
결과적으로 지금 상황을 보면 그 당시 의사들의 주장대로 의약분업으로 인해 총 의료비는 2배 가까이 늘었지만 의료의 질은 나아진게 없습니다...결국 의사와 국민이 피해보는 가운데 약사들이 가장 많은 혜택을 가져갔다고 보고 있습니다.
팅커벨
06/08/01 18:00
수정 아이콘
풀업프로브@_@//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의시가 자신들이 진료하던 환자를 거부하면서 까지 데모를 했어햐 하는거죠....

의사도 분명 협회, 의회 의 장 이 있고 그들로 인해 주장을 해도 되는것임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이 알고있는 한 기득권자이자 지식인들이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데모를... 그리 오~ 래 했어야 하는거죠...

그리고 비용은 모르지만... 조제약성분의 투명성은 좋아졌습니다.

자세히는 말씀드리기 싫지만 그때당시 피해자의 친익척 관계로.. 좀 그랬습니다..

지금은 그다지 악 감정은 사라졌어요..
풀업프로브@_@
06/08/01 18:07
수정 아이콘
팅커벨님//제가 리플내용을 수정했는데 그 사이 답글을 달아주셨네요.
의사들도 의약분업의 순기능에는 찬성하는 입장이였다고 부연설명 썼습니다.
갑자기 한의학 얘기에서 의약분업파동 얘기로 주제가 확산되는데...
제가 드릴 말씀은 다 드렸고 더 이상 리플을 달지 않으려합니다.
이런 식으로 끝없이 논쟁하는건 pgr의 공지에도 있듯이...시간만 소모하는 어리석은 행동이라는걸 배웠거든요^^;
저는 제 생각을 글로 표현했고 판단은 읽으시는 분들께 맡기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팅커벨
06/08/01 18:15
수정 아이콘
풀업프로브@_@//

나중에 수정하셨네요..(순기능에 찬성하다는 애기..)
전 그다지 입장이 없었습니다...

솔직히 그런 지식이 전무했고 잘 알지 못하는것에 입장을 애기한다는 거 조차 저는 제가 어리석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방법.... 의견 표출이 왜.... 그렇게 어리석게 나왔나.. 이거죠...

의사라는 신분이 그리 가볍지 않음을 국민도 알고 의사 자신들도 분명 인지했을 것이라 저는 믿기 때문입니다..

시간만 소모했던 리플은 아니라 생각하며 저도 리플을 마치죠...
풀업프로브@_@
06/08/01 18:28
수정 아이콘
팅커벨님//더 리플 달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건 갑론을박이 아니라서 한번만 더 적어보고 갑니다^^;
'리더스북'에서 나온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란 책을 권해드리고 싶어서요.
잔잔한 이야기들도 많이 있고 괜찮은 책입니다...베스트셀러이기도 하구요.
특히 이런 주제와 관련해서는 1권의 248page와 2권의 85page의 에피소드를 한 번 읽어보시면 의사들의 일면을 조금은 이해해주시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LowLevelGagman
06/08/01 19:56
수정 아이콘
간단하네요. 아프면 먼저 근처 병의원을 갑니다.
근처 병의원에서 원인을 잡아내지 못하면
큰 병원에 갑니다. 큰 병원에서 조차도 원인을 알지 못하면
그때서야 한의원에 갑니다.
바른손팬시
06/08/01 22:49
수정 아이콘
결정은 소비주체인 환자 즉 일반 국민들이 합니다.
가서 나으니 한의원이 아직 있는 거고 가서 좀더 편하게 보편적인 질병들에 쉽게 대처하니 병의원이 훨씬 더 많은 겁니다.

물론 과정의 여러 혼란으로 한의학이 일정수준의 보편적의학자 생산력은 떨어진다고 보지만 동양의학 특성상 뛰어난 한의사들 많습니다.

의사들도 마찬가지구요.

괜한 악의적인 애기로 서로 상처주지 맙시다.
캐리어가야할
06/08/01 22:52
수정 아이콘
주위의...50대 전후의 의사나 교수들은 '우리가 대학다닐때 한의대는 3류대였어. 꼴통들이 이제 침들고 에헴 영감님 소리 듣는데 그걸 어찌 믿냐'고 하더군요-_-;;
한의대졸업한 친구가
'한의사고시(?)보기전에 학생당 100만원 이상씩 갹출한 돈으로 교수들 전국룸싸롱대접 한다' 길래 '그 짓을 왜 하냐?'고 물었더니
'괜히 합격률이 9x겠냐. 문제받아와야지 아님 못붙어- _-;' ....
그 친구한테 '나 너한테 진료받으러 안간다' 라고 그랬습니다^^;
영혼의 귀천
06/08/02 00:44
수정 아이콘
양의 중에선 한의를 이상하리 만치 낮춰보는 분들이 많더군요.(다 그렇진 않습니다만...)

왜 그럴까요?

사람 목숨 보는 거 거기서 거긴데...

풀업프로브님...
감기로 병원가도 약 주고 주사주잖아요.
감기는 100% 치료된다고 양방에서 생각한다면 왜 돈들게 약이랑 주사줍니까?
그냥 낫는다고 보내면 될 일이지....

캐리어가야할까요님
양의는 교수모시고 룸싸롱 안가는 거 처럼 말씀하시네요..-_-;;;
다 똑같습니다.
마르키아르
06/08/02 01:19
수정 아이콘
캐리어가야할까요//

그런쪽은 양의건 한의건..-_-

아니.. 의사의 범주를 벗어나 우리나라 어느 집단을 가나 큰차이 없다고 봅니다..

방법에 있어서만 약간의 차이가 있을뿐..
꽃단장메딕
06/08/02 23:29
수정 아이콘
친척중에 꽤 유명한(?) 한의사가 있는데..부인이 30대 중반의 나이에 암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그 얘길 직장에서 했더니..
동료 모친께서는 팔이 너무 아파서 한의원을 계속 다녔는데 괜찮다는 소리만 하더랍니다. 그래서 몇개월동안 계속 침만 맞았는데, 최근 병원에서 "뼈가 부러졌다." 는 소리를 들었다더군요.

제 친구 어머니는 얼마전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하다고 생각되는 병원에서 사소한(?) 수술 받고, 수술 잘됐다는 소식 들은 며칠 뒤부터 한달간 의식 불명이다가 돌아가셨습니다. 환자를 살릴수도 있다며 다른 수술을 3가지나 더 권유하더라는군요. 마지막 수술후 이틀 만에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수술비 천만원 이상 나왔다고 하던데, 그냥 수속 밟아주더라고 하네요.
(친구가 여기저기 알아본 바에 따르면 어차피 죽을 환자 대상으로 임상실험했던 것 같다고...)

몸 건강한 게 젤 입니다. 병원 잘못가면 없는 병까지 얻어올지도...컥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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