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Insane AI 같은 것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예전에 슈퍼컴퓨터와 세계 체스 챔피언이 붙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최종결과는 인간의 승리였죠.

마찬가지로 슈퍼컴퓨터로 스타크레프트의 인공지능을 관리한다면 저는 충분히
프로게이머를 능가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 어떤 프로게이머도 못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멀티태스킹 입니다. 최강이라고 불리는 이윤열 선수도, 저그 상대로 절대로
안 죽는 벌쳐 플레이 한 번 하고 나면, 아무튼 평소 때 보다 물량이 어딘가 부족해도
부족하고, 돈이 남아도 어딘가 남게 됩니다.

그 어떤 손 빠른 프로게이머라 할지라도 격렬한 물량전의 와중에서 자원을 1000 이하로
관리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 어떤 프로게이머도 벌쳐 하나 하나를
정교하게 컨트롤 해주지 못합니다. 테란 게이머들이 저그 럴커를 상대로 매트릭스
슈팅을 보여주는 것도, 한 두 마리 일 때나 가능한 일입니다.

부대 단위를 넘어서게 되면, 사실상 한 마리 한 마리의 컨트롤은 포기하게 됩니다.
뒤에서 매딕이 엄청나게 받쳐 주는 상태에서, 약간의 운에 의지해, 머린이 녹으면
한꺼번에 녹지만, 매딕의 치유력을 믿고 배 째라 식으로 럴커에 덤비는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물론 부대 단위의 컨트롤은 그 와중에도 계속 해주겠지만, 한 마리 한 마리가
매트릭스 네오 움직이듯이 움직이는 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매딕이 버티면 럴커가
녹는 것이고, 매딕이 못 버티면 머린 매딕이 녹아나갑니다.

하지만 슈퍼컴퓨터가 컨트롤을 한다면, 머린이 100마리이든 200마리이든, 그
하나하나를 각기 컨트롤 할 수 있습니다. 즉 한 마리 한 마리가 전부 임요환 머린이
되어서 럴커의 촉수를 좌우로 피하면서 럴커밭을 돌파할 수 있는 겁니다. 머린 50마리가
동시에 그런 컨트롤을 하면서 럴커밭을 돌파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슈퍼컴퓨터의
엄청난 연산능력을 이용해서, 순간적으로 럴커의 촉수가 향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향을 계산해 내고, 머린들을 컨트롤 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게임의 벨런스 자체가
무너지게 됩니다. 프로토스나 저그는 더 이상 스타크레프트에 명함도 못 내밀겠죠.

더 엄청난 것은. 50마리의 머린이 한 마리 한 마리가 모두 매트릭스 네오가 되어서
럴커밭을 돌파하는 와중에도, 슈퍼컴퓨터는 쉬지않고, 초당 몇 번씩 맵에 있는 모든
유닛과 건물들을 제어하면서, 머린 매딕 생산을 멈추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이게 정말로 무서운 거죠.

이렇게 되면 그 동안 우리가 알아왔던 전략이나 전술 개념이 송두리채 바뀔 수 있습
니다. 그 동안 하이템플러 발업질럿에 맞서서, 바이오닉을 고수하는 것은 미친 짓이
라고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슈퍼컴퓨터가 컨트롤을 하게 된다면, 정말 바이오닉이
후반까지도 프로토스를 압도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예를 들어 싸이오닉 스톰이 날라올 때, 대부분의 프로게이머들은 해당영역 안에 있는
바이오닉 부대를 한 방향으로 빼내거나, 혹은 컨트롤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슈퍼컴퓨터라면 해당영역의 모든 유닛들이 각자 최단거리 방향으로 동시에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수 십 마리의 머린들이 일렬로 총을 난사하며, 슈퍼 컴퓨터는 각기 파괴당할 가능성이
높은 유닛들을 초당 몇 번씩이나 컨트롤을 하면서 뒤로 빼거나, 하이템플러의 사이오닉
스톰의 사정거리를 정확하게 체크하면서, 뒤로 조금씩 조금씩 물러나게 하는 컨트롤이
가능하게 됩니다. 철저하게 수학적 확률에 의지하는 거죠.

또한 앞으로 전진할 때도 바이오닉 병력들이 개인간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엄청나게
넓은 범위에 걸쳐서 진군을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 동안 성큰 컨트롤을 인간으로서는 불가침의 영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슈퍼컴퓨터가
컨트롤하는 성큰들은 더 이상 머린 매딕 파이어뱃 대규모 부대를 무서워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10개의 성큰들이 동시에 한 마리의 머린을 공격하면서 즉사시키는 컨트롤이
가능합니다. 몇 번만 해주면, 변길섭 선수가 제 아무리 불꽃러쉬를 해도 성큰밭 하나
돌파 못하고 망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제 아무리 슈퍼컴퓨터라 해도 체스, 바둑에서 인간을 이기지 못하는 걸로 봐서는,
스타크레프트에서 프로게이머 같은 전략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겁니다.
사실 전략이나 전술적인 수준은 지금의 Insane AI 에서 비슷한 수준이겠죠.

하지만 컨트롤과 물량 만으로 능히 프로게이머를 훨씬 상회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시작하자 마자 힘싸움만 펼쳐도 절대 당해내질 못할 테니까요.
프로토스 프로게이머 상대로 종이비행기 스카우트가 사이오닉 지질 때 마다 완벽하게
산개하며 활개치고 다닐지도 모를 일이죠.

대규모 시즈탱크 부대가, 앞에서 밀려오는 질럿 드라군 하이템플러의 조합을 보면서,
어떤 식으로 포격을 가해야 가장 효율적일까 라는 사실을 즉각 슈퍼컴퓨터가 계산해
낼 것이고, 시즈 세 대가 동시에 질럿 한 마리를 포격하는 식의 공격, 혹은 네 대를
한 묶음으로 드라군을 공격하는 식의 컨트롤을 하면서, 그야말로 질럿, 드라군을 녹여
버릴지도 모르죠. 다만 인공지능이 마인박는 컨트롤은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슈퍼컴퓨터가 제어하는 환경에서는 무식하게 많은 일꾼들이 필요없을 듯 합니다.
미네랄 당 2마리만 있으면 충분하지요. 각각의 일꾼들이 자기 전용의 미네랄을
지정하고, 2마리가 번갈아 가면서 하나의 미네랄을 채취한다면, 모든 미네랄은 항상
풀로 가동되는 상태가 될 것이고, 남는 인구수는 그만큼 전투병력으로 환산되는 거지요.
즉, 일꾼들이 훨씬 효율성 있게 자원을 채취하게 되지요. 스타크레프트 자체적인
인공지능에 의한 자원채취보다 훨씬 효율성 있게. 미네랄에 빈 자리 있으면 찾아가는
식의 인공지능은 상대가 안 됩니다. 물론 인간인 프로게이머는 죽었다 깨어나도
일꾼들을 컨트롤하지 못 할 겁니다.

슈퍼컴퓨터는 그런 식으로 초당 몇 번 씩이나 일꾼들을 컨트롤 하면서도, 동시에
전장에서는 머린 50마리가 매트릭스 컨트롤로 럴커밭을 돌파하고 있고, 배럭에서는
생산이 멈추지 않습니다.

박정석 선수의 셔틀이 미사일 타워에 자주 터져서 속상한 분들도 많을 텐데, 슈퍼
컴퓨터는, 터렛의 위치만 알면, 어느 경로까지 무사하게 셔틀이 전진할 수 있는지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대박 납니다..^^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전부 헛소리에 불과합니다. 저 따위가 감히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지요. 다만 이제 갓 인공지능을 공부한 공돌이로서 갑자기 흥미가 생겨서 한번
말해봤습니다. 인공지능에 정통한 고수분들이 있다면 많은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