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08/14 20:41:14
Name 追憶
Subject 2001년 9월 6일 그녀를 만나다.
2001년 9월 6일...

제대 후 복학하고 4일째 되던 날,
등교길에 '그녀'를 처음 보았습니다. 정확히는 그녀의 '뒷모습'을 처음 보았지요.

개강 첫주인 관계로 강의 계획서 배포 및 간단한 강의 설명을 듣고 첫 수업을 마친 후 저와 비슷한 시기에 전역하고 같이 복학을 한 같은 과 친구이자 같은 동아리 친구인 녀석과 시덥지않는 농담을 주고 받던 중,

아침의 '그녀'를 다시 보았습니다. 허리까지 오는 긴생머리에 반바지 차림의 그녀...
그리 예쁜 얼굴은 아니었지만 큰 키와 분위기 때문인지 인상에 강렬하게 남더군요.

그냥 간단히 말하자면 반했다 정도 될지도 모르겠네요.
3류 연애소설도 아니고, 제가 가서 말을 건다거나 무슨 우연한 사건으로 아는 사이가 된다거나 그런 일 따위는 없을 테니 여기에서 이야기는 끝이 나야 정상이다 라는 것이 그 때의 제 생각이었습니다.

아쉽네... 라는 가슴 속의 한마디가 다였을 뿐이죠.

그날 저녁 동아리 후배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K선배님이시죠? 내일 동아리 개강파티인데 꼭 오세요.'
'아, 그래요? 참석하도록 하지요.'

다음 날 동아리 개강파티가 있는 학교앞 술집에 갔더니... 어제의 그녀가 거기 앉아 있었습니다.
제가 군대간 사이에 입학한 동아리 후배였던 것이죠.

3류 소설같다구요? 제가 생각해도 그렇습니다.
그런 인연은 영화나 드라마에나 등장하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뭐... 그 뒤로는 더욱 더 뻔한 스토리대로 MT에서 친해지고 어쩌고 하다가 좋은 사이가 되었지요.

알고보니 저랑 제일 친한 과 선배의 여자친구'였'더군요... 등등의 난관도 있었고 이런 저런 일들이 있었지면 결론은 해피엔딩이었습니다.

...였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마는,

다음해 6월에 헤어졌습니다. 적지않은 나이였지만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방황도 하고...
휴학을 하기도 하고 했었더랬죠.

그리고 그녀는 졸업을 하고 가끔 들리던 소식도 완전히 끊겼구요. 서서히 잊혀져 가나 했었는데... 만 3년하고 2개월이 지난 며칠 전에 주인인 저 조차도 찾지 않는 제 **월드 미니홈피 방명록에 그애의 글이 있더군요. - 그 며칠 기준으로 2주 전에 쓰여진 글이기는 했지만...

그리 어찌어찌 하여 다음주에 보기로 했습니다.

방명록 -> 문자 -> 통화로 이어지는 뻔한 수순이었지만... 3년이라는 시간... 꽤 긴 시간인데 아무 일도 없었던 사이처럼 서로 시시콜콜한 이야기 들을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 왠지 어색하더군요.

'5월 쯤 검색해서 오빠 미니홈피를 찾았는데... 스토커처럼 보기만 하다가 글남긴거야. 글남기기 까지 무지 조심스러웠어.' (제가 차였거든요.)

'내가 왜 갑자기 연락했는 줄 알아?'
'음... 요즘 니가 놀고-_-있기도 하고 뭐 문득 생각나기도 하고 그래서 연락한거 같은데'
'내가 아무리 생각없는 애라고 해도 설마 심심해서 연락했겠어? -_- 다음주에 만나면 말해줄게.'
'...'

원래는 토요일에 보자고 했었는데 이번 연휴에 잠시 고향에 다녀올 일이 생겨서 다음주로 약속을 미뤘습니다.

사실...
그 3년간 그녀 생각 많이 했습니다. 7년간 사귄 첫여자친구와 이별 후 만난 애가 그녀였거든요. 문득문득 생각날 때면 그애의 사진이 있는 E드라이브의 ****폴더를 클릭하곤 했었죠.

그래서 처음 연락이 왔을 때 잠도 설쳤고... 만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전화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이래저래 고민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만나기로 하니 조금은 평정심을 되찾은 것 같네요.

그녀와의 연애소설이 해피엔딩이 되지는 못했지만... 2부가 시작될지 외전(동물원의 시청앞 지하철역에서 같은 곡의 분위기와도 비슷한...)이 될지는 다음주가 돼봐야 알겠죠.

시덥지않은 3류 연애소설 같은 이야기를 괜히 혼란스런 맘에 끄적여 봤습니다.
좋은 밤되세요...



PS. PGR에 오랫만에 글을 남겨보는군요. 요즘은 별의별 리플들 다 달리는거 같더군요. 그래서 스타크래프트 관련 글 쓰기가 무서워요.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5/08/14 20:44
수정 아이콘
그 여자분도 상당히 고민하고 주저하다가 글 남기신걸껍니다^^ 다음에 만나시면 님께서 마음을 열어보이셨으면 좋겠네요.
전 예전 그녀석 홈피근처에도 못가봅니다.흘;;;;너무 소심해요.ㅜ.ㅡ
다음 결론도 올려주세요. 궁금할꺼예요~
꼬마흡혈
05/08/14 21:21
수정 아이콘
2001년 9월 6일은....


제 생일이었습니다 -_-
이직신
05/08/14 21:56
수정 아이콘
저도 만나고 싶네요.. 아무 말 못하고 뒤돌아선지 어느덧 반년이 다되갑니다. 그녀는 좋은사람 만나 행복하게 잘있는지..
못된녀석..
05/08/14 22:20
수정 아이콘
우와,,, '해'를 뛰어넘는 사랑...ㅠㅠ
감동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아름다운 얘기 좋아함..하하
언제 '사랑'에 관련된 글을 지어보고 싶기두 하구요;; 그건 글쿠...
전에 -못생긴 남자, 귀여운 여자-쓰신 분도 어서 2편부탁해요~~~~
타임머슴
05/08/14 22:31
수정 아이콘
끙.....<못생긴 남자, 귀여운 여자>의 2편이 올라올 경우...어떠한 테러가 일어나도 책임 안집니다...ㅡ.ㅡ
after_shave
05/08/15 00:02
수정 아이콘
400!!! 죄송...훗.
최연성같은플
05/08/15 01:36
수정 아이콘
염장....
햇살같은미소
05/08/15 01:37
수정 아이콘
아....정말 아름다운 글이네요...^^
나이가 들어선지 이런 글만 보면 웬지 기분이 흐뭇해 지네요...
제 짧은 생각으로는, 님의 그녀가 아무 생각없이 글을 남긴거 같지 않은데요.....계속 스토커처럼 보기만 했다는 말도 그렇고....웬지 의미심장한 여운이 남는거 같은데, 부디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내게도 그런 행운이 오길...^^)
legendxp@east
05/08/15 05:03
수정 아이콘
보증인이 필요하신가...보험회사에 취직하셨나? ^^ 농담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5589 자자 월요일이 왔습니다! 우리모두 웃어 BOA요^^(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8] 스트라포트경4516 05/08/15 4516 0
15588 esFORCE를 읽고 든 생각들 [5] 날아와머리위4178 05/08/15 4178 0
15587 [KTF vs 큐리어스] 광주 KTF 신사옥 기념 클럽 대항전 후기 [11] 청보랏빛 영혼4864 05/08/15 4864 0
15586 pgr의 성비에 대하여, 그리고 일반 여성들이 생각하는 여성부에 대하여.. [48] 심장마비4310 05/08/15 4310 0
15585 예전부터 많이 생각하던건데..ㅡ.ㅡ [1] 피어4032 05/08/15 4032 0
15582 빛을 되찾은지 60주년. [19] 포르티4558 05/08/15 4558 0
15581 [CF] 비 맞는 걸 좋아하는 친구도 있더군요. [15] Naana4822 05/08/15 4822 0
15579 이제서야 본 영화... "친절한 금자씨" [14] 박지완4451 05/08/15 4451 0
15578 누가 잘못한 건가요? [44] 마르키아르4218 05/08/15 4218 0
15577 글에는 예의가 필요하다. [8] 시퐁4437 05/08/15 4437 0
15576 [삼성생명광고]나이든 여자로서 SEIJI 님 글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 [743] 냥냥이11146 05/08/15 11146 0
15575 [스포일러 포함] KT 클럽대항전 후기 [6] steady_go!4583 05/08/15 4583 0
15574 토익 시험 많이 보시지요? [16] 신의 왼손 Reach.3821 05/08/15 3821 0
15572 만족반실망반 북한전 [53] haryu5281 05/08/14 5281 0
15571 2001년 9월 6일 그녀를 만나다. [9] 追憶3994 05/08/14 3994 0
15569 [연재]hardcore-1.아마추어-(9)제 3경기[中] [2] 퉤퉤우엑우엑4695 05/08/14 4695 0
15568 삼성생명 "딸의 인생은 길다"라는 광고에 대해... [473] SEIJI12848 05/08/14 12848 0
15567 어제 1줄로 글 쓴 '공공의적'이란 분'만' 레벨 10으로 내려갔네요? [17] 말코비치4314 05/08/14 4314 0
15565 황선홍 선수 인터뷰..(펀글) [19] 임똘똘6579 05/08/14 6579 0
15564 영화음악... [15] fastball4420 05/08/14 4420 0
15562 현실은 이러한데 누가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려 할까요?? [21] 삭제됨4543 05/08/14 4543 0
15561 pgr 최고!!!!!!! [10] SkyInTheSea4263 05/08/14 4263 0
15560 당연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자세 [52] 포르티4419 05/08/14 441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