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08/12 09:11:43
Name 총알이 모자라.
Subject 강가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여름이 되면 소양강의 강물은 더욱 시리게 느껴진다. 소양호의 깊은 수심 덕인지 소양강

의 물은 아주 차고 시리다. 작은 산들바람에도 강가에서는 서늘함이 느껴진다. 아주 무더

운 여름날 강가의 그늘을 찾아들어 바람을 세며 가끔은 시간의 무심함을 탓하게 된다.

아주 오래 전이라 말해도 좋을 만큼 어렸을 때 소양강 다리 한가운데에서 바라보던 석양

은 참으로 인상 깊었다. 강이 휘도는 삼악산 봉우리 사이로 떨어지는 석양은 거친 구름을

붉게 달구고 한껏 기세를 올리는 마지막 불꽃의 뜨거움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석양이 쓸쓸하고 외롭고 조용할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특

히 여름의 석양은 그 긴 뜨거움만큼이나 화려하기도 하다.

강과 산이 많은 동네에 살면서도 난 헤엄도 모르고 등산도 귀찮아한다. 그저 지켜보는 아

름다움으로 만족하고 만다.

겨울은 겨울인 것이 여름은 여름인 것이 가을은 가을인 것이 봄은 봄인 것이 썩 어울리는

모습이다. 시간을 내어 이미 익숙한 풍경을 구경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생각하지

만, 어쩌랴 살아가는 것의 여유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닌 이미 충분히 익숙해진 것들 속

에 숨어있는 것을..

휴가 기간동안 결국은 서울에 가서 술 한잔 한 것이 한 일의 전부가 되었다. 컴퓨터를 쓰

는 시간도 줄이고 게임하는 시간도 줄이고 생각을 하고 약간의 공부를 하고 무엇보다 지나

가는 시간의 풍경을 즐기며 살아가고 싶다.

강가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어둑해진 하늘에 노란 가

로등들이 이쁘게 줄을 선다.





아! 집에까지 언제 걸어가지...ㅠ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basemoon
05/08/12 09:25
수정 아이콘
항상 느끼는 거지만 총알이 모자라님의 글은 굿입니다...
형광등™
05/08/12 09:51
수정 아이콘
안보인다 싶으셨더니 휴가갔다 오셨군요.
갔다오신 기념선물을 좋은 글로 해주시네요. 잘봤습니다. ^^
05/08/12 10:25
수정 아이콘
총모 님의 글을 항상 좋아하면서도, 무엇인가... 딱 집어서 표현할 수 없는... 총모님의 열광적인 팬이 되지 못하는... 뭔가가 뭐지? 하고 항상 아쉬워했었는데,

오늘 찾았습니다.
'강과 산이 많은 동네에 살면서도 난 헤엄도 모르고 등산도 귀찮아한다. 그저 지켜보는 아름다움으로 만족하고 만다.'

^^ 그래도 총모님의 글은 정말 언제나 '굿' 입니다.
05/08/12 10:48
수정 아이콘
저도 한 동안 안 보이시길래 궁금했었는데 휴가 다녀오신거였군요 ^^
LogicPowerII
05/08/12 11:59
수정 아이콘
이정표 없는 거리 3번만 부르시고, 담배 몇개 피우시면...;;
05/08/12 16:22
수정 아이콘
얼마전 십년넘게 살아온 춘천을 등지고 온 저로써는 그 풍경이 생생하네요 ㅠ_ㅠ 흑, 향수병이 다시 도져 버리겠습니다;ㅁ;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5504 여러분도 이런 경험해 보셨나요? [13] 홈런볼4424 05/08/12 4424 0
15503 강가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6] 총알이 모자라.4035 05/08/12 4035 0
15502 글을 올리고 지워버리신 적은 없으십니까? [14] Gidday4014 05/08/12 4014 0
15498 촌놈인 저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15] OverCoMe4138 05/08/12 4138 0
15496 대체 누구를 위한 도전이란 말이냐??? [11] The xian4470 05/08/12 4470 0
15494 우리도 쏠로 탈출 한번 해 봅시다! [41] 영웅5041 05/08/12 5041 0
15493 내일 펼쳐지는 SO1배, 한번 예측해 보아요~. [44] 그때부터5352 05/08/11 5352 0
15492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 NO 사랑은 상처를 남기고.. [9] 치토스4499 05/08/11 4499 0
15490 가상속에서의 축구선수가 되어버린 나, [19] 아트오브니자4700 05/08/11 4700 0
15489 [잡담]내시경 받아보셨나요? [46] 형광등™4919 05/08/11 4919 0
15487 피시방 금연에 대한 제 생각 [26] 스키피오4093 05/08/11 4093 0
15486 어머니께 꾸중을 듣다가 문득.... [26] 낭만토스4389 05/08/11 4389 0
15485 '신산(神算)' 이창호의 기적 [39] SEIJI12897 05/08/11 12897 0
15483 2005 하반기 프로게이머 신인 드래프트 결과 [38] 이지아7773 05/08/11 7773 0
15482 흡연하는 분들의 주장중 [44] 임똘똘6014 05/08/11 6014 0
15481 감정 조절에 대해서 [3] 타임머슴3207 05/08/11 3207 0
15480 여러분 라면 좋아하십니까? [77] 앗뜨5535 05/08/11 5535 0
15479 천둥소리 들어보셨죠? [29] 아장파벳™4460 05/08/11 4460 0
15478 위닝 9탄이 나왔습니다. 비록 정발은 아직 안나왔지만^^ [29] 비네오이니4362 05/08/11 4362 0
15474 날라...당신은 아직도 몽상가인가요? [29] 퉤퉤우엑우엑5535 05/08/10 5535 0
15473 [잡담] 박찬호선수가 오늘 1승을 거뒀습니다. [33] 이직신4453 05/08/10 4453 0
15472 기적을 믿습니다^^!! 자이언츠 화이팅!! [44] 서녀비4316 05/08/10 4316 0
15471 처음부터 박정석선수를 응원한건 아닙니다 [17] 바람새4328 05/08/10 4328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