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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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8/12 07:35:47
Name Gidday
Subject 글을 올리고 지워버리신 적은 없으십니까?
흔히 엎지러진 물을 주워담을 수 없듯이 한 번 한 말은 다시 되삼킬 수 없다고 합니다.

자신의 컴퓨터에 혼자서 친 글이나 노트에 끄적끄적 쓴 글이야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만은 인터넷이라는 공공의 장소에 글을 올리던가 한마디 하는 것은 그 글을 본 사람이 있는 한 이미 해버린 말과 같은 것이 됩니다.

PGR21에 15줄 빠듯이 채운글을 올릴때는 꽤나 많은 생각이 듭니다.

때로는 쓰다가 귀찮아져서 창을 닫아버리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아무리 내용을 정리하려고 해도 원하는 내용이 나오지 않아서...

때로는 글을 올렸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부끄러워서 글을 지워버리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꽤나 충동적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어제 봤던 영화가 굉장히 괜찮았었거든요. 내용상 사건의 진상이 가장 마지막에 반전 비슷하게 나오기 때문에 나름대로는 폰트를 화이트로 하면서까지 신경써서 올렸던 글입니다.

그런데 떠억하니 첫 댓글이 제가 그렇게까지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께 감추고 싶었던 그 내용을 한줄로 명쾌하게 밝히는 글이더군요.

그것을 본 순간 저는 제 글을 지웠습니다. 아시다시피 일반 회원은 댓글을 지울수 없으니 제가 가지고 있던 유일한 권리인 제 글을 지울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한 것이죠.


그리고 글을 다시 올리려다가 멈칫 했습니다.

다시 그런 댓글이 올라오는 것이야 사실 별로 신경쓰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과연 내 글이 10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읽힐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PGR의 자유게시판의 글들은 대부분이 조회수 1000을 훨씬 넘는 글들입니다. 그 말은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제 글을 읽는다는 것입니다.

문득 1000명이 넘는 청중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장면을 상상해봤습니다.

무지무지하게 떨릴 것 같습니다. 보통 준비하고 몇번의 리허설을 하지 않고서는 강단에 설 수조차 없을 것 같은 부담스러운 광경이었습니다.



인터넷이 주는 익명성의 효과는 생각보다 대단한 것이어서 타이핑하는데 15분도 걸리지 않는 이런 글도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읽는다 해도 전혀 부끄럽지 않게 만들어줍니다.

그럼에도 저는 글을 올리려다 때려치고, 올리더라도 지워버리는 그런 행동을 반복하게 됩니다.

가끔 이 게시판에 올라왔다가 지워지는 글들을 보면 자신의 글이 왜 지워졌는지 항의하는 글들이 심심찮게 보입니다.

그런 분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그런 용기가 부럽고 언제나 글을 쓰고 올리는데 소심한 자신이 미련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저는 글을 쓰다가 지우고 다시 쓰는 그런 과정을 반복합니다.

왜냐고요? 아직도 제 글을 남이 읽는 것이 창피하거든요. >_<


PS. 썼다가 지운 글은 장진감독의 <박수칠 때 떠나라> 라는 영화에 관한 글이었습니다.

다시 올리기는 좀 그렇고, 괜찮은 영화입니다. 수사물, 블랙코미디를 좋아하신는 분이라면 만족할 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캐스팅, 각본도 괜찮았고요.

늘어진다는 평이 있는데 마지막,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면 그런 생각이 날아가버립니다.


PS2. 오늘은 날씨가 좋을 것 같네요. 집에 틀어박혀 게임이나 하면 좋겠지만 공부해야 하므로 나가봐야겠네요. 좋은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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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미
05/08/12 07:38
수정 아이콘
많이 지워 보았습니다. 글 올린 후 맘에 안 든다고 전전긍긍하다가 나흘이 지나고 나서야 지운 것도 있고, 올리자마자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안 가요"라는 댓글을 보고 지운 것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암울해지죠. ^^;
05/08/12 07:40
수정 아이콘
저도 글 쓰는 데만은 한없이 소심해져서 근 2년동안 피지알에 올린 글도 겨우 2개밖에 안되는군요. ^^;;
05/08/12 07:58
수정 아이콘
전 전략에 대해 썻는데.. 100줄이 안되서 자유 게시판 으로 옮겼죠 -┏
그런데 거기서 별로 라는 분이 계셔서.. 샥 하고 지워버렸습니다 -┏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 했는데 말이죠..
수달포스
05/08/12 08:44
수정 아이콘
pgr에서 쓰는글은 좀 더 신중하고 정성을 들여 쓰고자 하는게 pgr인들의 "인지상정" 아닐까요? 편하게 쓰고도 남들에게 찬사를 받는 그런분들도 많은 이곳에서 저같은 부류는 글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댓글정도죠..^^;
그러나 그 부담의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저 다른분들의 글을 읽고 지나치기보다는 자신이 주체가 되어 생각이나 의견을 밝히고 다른분들과 공감대를 찾거나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것이 이 게시판을 좀 더 잘 활용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기때문입니다.
천여명의 대중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천여명이 관람하는 미술관에 미술작품을 출품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저말고도 다른분들의 멋진 미술작품들이 많이 있고, 저는 저의 작품에만 애정을 부어 완성시킨다는 느낌이라면 한결 편해질것 같네요.
이렇게 말하는 저 역시 수도 없이 글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죠. 얼마전엔 글을 올렸는데 반응도 시원찮고 해서 글 쓰기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중입니다 ^^;
홈런볼
05/08/12 10:01
수정 아이콘
맞아요. 저도 글을 몇 번 올렸다가 지워본 적이 있지요. 그런데 그 지우는 이유의 대부분이 많은 생각을 해보지 않고 툭 내뱉듯 던지는 악플성 리플때문이지요.

말을 하기에 앞서 생각도 좀 해보고 이왕 할 것이라면 좋은 말을 많이 했음 하는 바램입니다. 적어도 제가 좋아하는 pgr에서만큼은 말이죠. ^^

그래도 피지알이라는 곳이 있어 다행입니다. 요즘은 다들 인터넷 게시판이 쓰레기화 되어서 말이죠. --
05/08/12 10:15
수정 아이콘
많이 지워봤죠...... 근데 저는, 사람들이 리플을 안달아서 "아,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이 없구나 ㅠ_ㅠ"하고 지운 게 대부분이라는 ㅡ_ㅡ;;
못된녀석..
05/08/12 10:49
수정 아이콘
하하, 제 경험상 글은 여러사람이 참여할 수 있을만한 글이어야 하겠더군요...;;
전에는 그러지 않고 썼다가 몇백이 넘어가도록 리플이 없길래 지워버린...--
낭만토스
05/08/12 12:26
수정 아이콘
바로 그것이 유명한 pgr 글쓰기 버튼의 무게가 아닐까요? 저도 오늘 몇번이나 무게에 눌려 주저앉았는지 모르겠네요
05/08/12 12:45
수정 아이콘
높은 조회수..저도 오늘 글 하나 올리는데 정말 떨렸습니다. -_-;
스피넬
05/08/12 13:14
수정 아이콘
전 아직 글써본 기억이 없네요^^;;
리플도 썼다가 삭제하는걸요...
비오는날이조
05/08/12 15:00
수정 아이콘
박수칠때 떠라나.. 였던가요? 쓰셨던 글과 바로 밑에 무섭게 달리던 댓글도 보았습니다.
보구나서 참 씁쓸 하더군요. 글쓴분의 피지알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는 글이었는데..
혹여나 스포일러로 사람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하고 염려하시는 마음이 귀에 들리는듯한 글이었는데...

바로 밑에 낭만없는 리플을 달아주시더군요. 오래 쓰신글인듯 했는데..
다음에 다시 더 좋은글로 부탁드릴게요
정테란
05/08/12 15:19
수정 아이콘
그렇게 소심할 필요까지야...
저는 글쓰는 솜씨가 별로 없지만 일단 써놓은건 좀 거시기해도 그냥 둡니다.
심한 오타가 있는 경우 수정하는것 빼고는요.
내가 써놓은 글을 지운다는 것은 자신감의 결여라고 볼수 있고 악플들에 의해 지우는 것은 자존심 문제일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악플이 달리던 뭐하던 일단 버팁니다. 제 자존심 문제라서...
05/08/12 17:52
수정 아이콘
정테란님, 저도 사실 글을 안올리면 안올렸지 잘 지우지는 않습니다만..
오늘 아침에는 조금 심했죠.
일례를 들자면 식스센스를 보고 재미있어서 소개글을 올렸는데 말이죠.
첫 댓글이 "브루스 윌리스, 영화 시작할 때 죽고요, 귀신이에요." 라는 댓글이 올라왔습니다.
솔직히 더 많은 회원들이 보기 전에 지우는 게 예의죠. 제가 올린 글에 그런 댓글이 달렸으니 일말 제게도 책임이 있으니까요.
다시 안 올린건 또 그런 댓글이 달릴까봐이기도 했지만 사실 별로 정성이 안들어가서 그런 글을 두번씩이나 올리기엔 자존심이 허락안한겁니다.^^
그러고보니 그 댓글 단 회원분 아이디 잊어버렸네요... 참 개념없으신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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