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05/18 19:29:34
Name 두더지
Subject 축구, 좋아하십니까?
축구팬이 아니라도 '태클'이란 단어는 알죠.
축구팬만 축구 보는 것도 아니고... 이젠 '태클'은 그라운드 밖에도 있으니가요.

축구 경기에서, '태클'은 수비에서 거의 필수요소나 다름없는 기술이지만,
태클도 잘 써야지... 잘못 쓰면 경기를 망치게 되죠.
경기장 분위기를 흉흉하게 만들기도 하고, 우리팀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게 되기도 합니다.

너무 깊은 태클, 상대 선수의 발목 위로 들어가며 발바닥이 보이는 태클...
경고 받기 십상이죠. 깐깐한 주심이라면 레드카드를 꺼낼지도 모릅니다.
공은 다른 곳에서 굴러다니고 있는데 볼 쟁탈과 관계 없이 들어가는 거친 태클은
바로 퇴장명령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죄송한데요, ..." 하고 시작하는 말의 경우
사실, 그 속마음은 별로 안 죄송한 경우가 대부분이죠.
죄송하면 죄송한거지, 뭐라 그리 용건이 긴지...
"필독" 이라고 제목에다 써놓은 글,
운영자나 게시판 관리자도 아닌데 "필독" 운운하는 경우,
정작 그 글의 내용은 별 영양가 없는 글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태클은 아니고요, ..." 하고 시작하는 댓글의 경우,
사실, 태클 맞습니다.
글을 그렇게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태클'이고 '딴지'임을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죠...
태클 아니긴요, 이어지는 내용을 보면 다 '태클'이건만...  

태클 자체는 기술입니다. 아니, 태클 잘 하는 것이 기술이죠.
태클 자체를 욕할 바가 아닌 겁니다. 축구에서나, 게시판에서나... 말입니다.
그러나, 태클도 '잘' 해야되는 겁니다.
어설픈 태클은 안하느니만 못하다고나 할까요. 축구에서나, 게시판에서나 말이죠.

태클 잘할 자신 없으면 그냥 태클은 포기하는 것이 어떨까요.
축구공 혹은 본문의 핵심적인 내용과 관계없는 태클은
경기장과 게시판 분위기를 흉흉하게 하고 소란스럽게 할 뿐일지도 모릅니다.
너무 깊고 거친 태클은 상대방을 다치게 할 수 있죠.
그리고 그 태클이 빌미가 된 다툼 때문에 태클을 날린 자신도 다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맘에 좀 걸리는 부분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그게 '본문'의 내용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큰 관계가 없는 사소한 부분이면...
때론 좀 대충 넘어가기도 하고 그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공은 저쪽에 있는데, 다른 곳에서 볼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필드 구석에서 "저녀석이 자꾸 내 유니폼 잡아당겨요" 라고 심판한테 뭐라 한다고...
심판이 그거 듣기나 하겠습니까.
저번에 제가 쓴 '스타크래프트의 흔적들'이란 제목의 글을 읽고,
누가 "그래서 스타크래프트가 공각기동대 베꼈단 말이냐? 그런 억지가 어딨냐"
라고 한다면, 이건 그야말로 글의 내용조차 파악 못한 허접한 태클 되겠죠.

아, 그런가보다...
아, 그렇게 생각하나보다...
아,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나? 하고
지나갈 수도 있는 부분은, 그냥 지나 가는 것이... 어떨까요.
적어도, 가끔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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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테란'정민
03/05/18 20:4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두저지님. 앞으로 왡 두더지님의 글들이 기다려지겠는걸요... 참 저는 황량하게 쓰고도 하지못한 말들을 다 해주시네요. 때론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자체가 너무나 척박하고 냉소적이고 획일화되어있기에... 서로에 대한 존중과 다양성에 대한 인정이 소멸되는건 아닌지 걱정이되기도 하네요. 무슨말을 하는건지 원... 저는 원래 마무리가 안돼요 ㅠㅠ
03/05/18 21:23
수정 아이콘
축구장에서나 pgr에서나 백태클은 퇴장시켜야 합니다..ㅡ.,ㅡ
두더지
03/05/18 21:45
수정 아이콘
아, 백태클~ 생각을 못했군요. 흐흐...
그냥 이정도로도 충분할지 모릅니다 ; "적당량의 귀차니즘은 정신건강에 이롭다."
두더지
03/05/18 21:48
수정 아이콘
귀족테란'정민'님, 너무 기다리진 마세요 =.=;; 저도 사실 그리 착한 사람 아닌지라... 좋은 말 하려면 아주 식은땀을 흘리며 애를 써야 되거든요. 흐흐흐. 그나저나 '황량하게'라는 말을 보니 전에 쓰던 닉네임이 생각나는구만요...
구보의전설
03/05/18 22:02
수정 아이콘
깜딱 놀랐습니다. 요즘 재가 쓰는 닉네임이 "축구 좋아하니?" 여서리 ㅡ.ㅡ;
안형준
03/05/18 23:11
수정 아이콘
별로 상관없는 얘기지만, 혹시 반니스텔루이 좋아하시는 분있나요? 축구얘기하면 역시 이런 얘기가 _-_
03/05/19 01:24
수정 아이콘
은희경 소설 중에 이런 구절 생각나네요.

'너같은 얘에게 이런 말하긴 뭣하지만'으로 시작되는, 자기가 하고 싶어 못견디는 얘기를 꺼내면서도 최후까지 자존심을 드러내려는 옹졸한 가식 따위의... 어쩌구 하는.
마요네즈
03/05/19 02:23
수정 아이콘
ㅋㅋ 그냥 제목만 보고 들어왔는데.. 좋은 글이네요..
저도 별로 상관없는 얘기지만.. 전 몇년동안 변함없이 Nedved의 팬이랍니다~^^ (개인적으로 최고라고 생각함,,)
03/05/19 21:50
수정 아이콘
저도 역시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반더바트 화이팅, 아약스 화이팅...^^
더불어 위에 언급된 루드도 힘내고 네드베드도 힘내고...--;
(유베가 과연 챔스 우승을 할수 있을것인가..)
늦었지만 pgr 재오픈 축하도 보냅니다...^^
벌쳐의 제왕
03/05/19 23:15
수정 아이콘
좋은글 쭉~ 읽고 내려와보니 두번째 꼬리에 No.1...님의 백태클...ㅎㅎ
역시... 재밌는 곳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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