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09/28 15:00:14
Name 응삼이
Subject [잡설] 양촌리 마을회관 이야기
응삼이는 지금 마을회관에 달려가면서 심정이 착잡하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있는 일이지만 오늘은 특이나 더 시끄럽다고 급히 달려온 일용이가

조금은 야속하기도 하다.

'그것두 제대로 못하나? 청년회장직을 맡겨뒀으면 단호하게 굴 때도 있어야지...쯧쯧'


요즘은 나이가 들어 청년들과 어울리지 않고 노인정 귀퉁이에서 눈치보며 소일하는

처지에 아직은 완전히 청년회장을 내놓은 것도 아니어서 마을회관에 신경 쓰지 않은 게

한편으론 미안하기도 하였다.


마을회관에 들어선 순간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온갖 술병과 장터같이 떠들썩한 소리며...

기존의 양촌리 청년들은 숨죽이고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서울서 온 듯한 인물들을 가만

쳐다만 보고 있다.

응삼이가 들어서자마자 낯익은 몇몇 마을 청년들이 말도 못하고 눈짓으로 구원을 보낸다.

비좁은 구석자리에 간신히 비비고 앉으니 옆에 앉아있던 금동이가 귓속말로 저들이

어찌 놀고있었는가 이야기한다.

누군가 물어보니 읍내 잘 나가는 유지의 아들과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들인 것 같단다.

그러고 보니 한명은 안면이 조금 있는 듯하여 옆에 다가가 다른 사람들에게 안 들릴

만한 목소리로 슬쩍 물어보았다.


"맞는데 왜 그러시죠?" 하고 이상하다는 듯 대답한다.

"아, 아니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응삼이는 괜스레 세련돼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기가 죽어 우리 마을에서 왜 저들이

떠들고 주인행세를 하는가 하는 원망이 든다.


가만 그들이 이야기하는걸 듣고있으니 WTO가 어떻고 증권이 어떻고 도무지

시골사람들은 알아듣지도 못할 자기네들 끼리만이 알 수 있는 이야기를 욕을 섞어가며

큰소리로 떠들어댄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너무 크게 떠들지 말고 욕은 좀 쓰지 맙시다 하고 큰소리로

얘기해 보지만 돌아오는 건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반응뿐....

우리 읍에 있는 마을 중의 하난데 나도 이 동네랑 조금 관계가 있는데 왜 그러냐는

핀잔만 돌아온다.

그래도 응삼이는 이미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던 터라 또다시 그들이 떠들고 듣기

민망한 말들을 계속하자 억지로 한 명을 팔을 붙잡고 내보내버린다.

밖에 나가서는 욕을 해대는 그 사람 말을 응삼이는 못들은 척 무시해버린다.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고 이젠 적응이 되었다.


지난 몇 달 전 각자 집에서 놀고있는 마을청년들을 위해 몇몇 이들이 마음 맞춰서

농사 이야기며 동네 살아가는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마을회관을 지어 놓았지만

낯선 자들이 부셔놓고 가는 바람에 이번에 새로 지은 마을회관이다.


그래도 양촌리가 각박하단 소리 안 듣도록 지나가는 나그네도 쉬어갈 수 있게 나름대로

마을회관을 정리하고 닦고 쓸고 물도 떠놓고 이불도 갖다 놓아두었지만 이런 일이

자꾸 생기니 마을회관을 아예 처음부터 안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도 수없이

드는 응삼이다.


읍내는 이미 다방과 술집으로 엉망이 되어 순진한 마을 청년들은 읍내를 멀리하게 되고

맘 편히 말할 수 있고 쉴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인데 이젠 이곳도 더러운 꼴 못 보겠다고

아예 안 나오는 사람도 제법 생겼다.



오늘도 응삼이는 자신도 이 마을을 떠나 도시로나 갈까하는 생각이 든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카오스
02/09/28 15:04
수정 아이콘
웬지 보면서 씁씁하네요.. 드릴 말씀이...
02/09/28 15:12
수정 아이콘
짐작은 했지만.. 마음 한 구석이 찡~~~하네요.
글은 재미있게 쓰셨지만... 마을 사람 몇몇이 이제는 마을을 떠나려 한다는
생각을 하니 이제 다른 마을처럼.. 난장판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되네여
꿋꿋하게 마을을 지키고는 싶지만.. 딴 동네 사람들이 무서워서
어제는 말도 못꺼네고 오늘에야 몇마디... 달고는 있지만..
기존의 분들중 너무 많으신 분들이 어제 일에 염증을 느끼고 계신거
같아서 마음이 아파옵니다...
"a pu da !!" 힘 내세요 응삼님 !!!
02/09/28 15:17
수정 아이콘
멋진 글이네요..
응삼님
왠지 지이이잉.. 한~~ ^^
언제나 채팅러쉬 응삼뉨~~
a p da~~
na ga juse yo
의 달인~~
화링
02/09/28 15:24
수정 아이콘
지금 피지알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좋은 글입니다...
언제쯤 다시 사람들이 마을 회관을 찾아주실련지...
저는 항상 기다리겠습니다..
작은 마을과 양촌리 마을회관...정말 소중한 공간들인데, 너무 많은 상처를 받는 것 같군요. ㅠ_ㅠ
응삼이님 그래도... 마을 회관, 지켜주십시오~ (__) 망치를 휘두르며!
02/09/28 15:41
수정 아이콘
죄송해요 제가 딱부러지게 못해서 ㅜ.ㅜ
수시아
02/09/28 15:42
수정 아이콘
채널이야기 인가요?... 게시판 이야기 인가요?....
02/09/28 15:50
수정 아이콘
날다님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저는 어제 처음 날다님 보고 너무 기뻤는데...
자주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ㅠ_ㅠ
ataraxia
02/09/28 16:03
수정 아이콘
For our Clan Channel Pgr21- Fighting!!
icarus-guy
02/09/28 16:11
수정 아이콘
컹 이제야 응삼교에 몸을 바치기로 했는데 교주님이 저희를 버리고 가면 안되죠 ㅡ_-;; 그쵸 ^^ 누구나 손쉽게 갈수있는 pgr21 클랜채널에
어떤 제재가 있을수 있을까요 ,, 그것이 문제군요 음~
생글생글까꿍
화이팅 응삼님~@^^@
나는날고싶다
02/09/28 16:29
수정 아이콘
죄송합니다..
피자조아
02/09/28 16:58
수정 아이콘
저도 불청객들의 횡포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서로 믿고 좋아하고 오랜시간 함께한 사람들이 배신한 것도 아니잖아요.
정작 중요한 그들은 그대로인데,특정 사건 때문에 몰려온 불청객들
때문에 소중한 사람들과 더이상 함께하지 않겠다는건 많이 아쉬운 일입니다.
저는 피지알에 온지 얼마되지 않아 아는 분들이 거의 없지만,여기저기
둘러보며 좋은 분들이 많다는걸 보고 너무 좋았습니다.
이제 좀 친한 척-_-해보며 어울릴려는데 마침 큰 사건이 터져
그 일 때문에 좋은 느낌 받은 분들이 떠날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져서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은데 응삼님이 딱 어울리는
글을 써주셔서 댓글 달아봅니다.
소중한건 옆에 있을 땐 작게 느끼고,잃고나서 크게 느끼는 법이잖아요.
그 동안 피지알을 가꿔온 분들,
소중한 것이 작은 것이라도 있다면 떠나지 마세요. (^_^)
Michinmania
02/09/28 18:09
수정 아이콘
응삼님..피어님..모두 힘내세요..
정말 이틀사이에 너무나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닥쳐오네요..ㅠㅠ
응삼이
02/09/28 19:05
수정 아이콘
오해가 생기는듯 하여 댓글 답니다.
이 내용은 특정 누구를 겨냥한 것이 아닌 채널에 자주 오시는 회원님들은
다 공감하실듯 합니다. 하루에도 비슷한 사례가 몇번씩 생기는 일입니다.
게시판에도 해당 되는 말이겠지만 며칠전 부터 써 놓고 고쳐온 겁니다.
그냥 무식한 한 회원의 바램으로 생각해 주시길...
후니...
02/09/28 20:07
수정 아이콘
응삼님.. ^^ .. (_ _)
02/09/28 23:07
수정 아이콘
아.... 이글을 읽고 나니.... 그간의 일을 대충 짐작할 수가 있게되었습니다. 모두들 힘내시구요.... 운영자님들의 수고에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pgr 화이팅입니다 ^^
응삼님 힘내세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6817 [잡담] pgr 게시판 다시 읽기.... 진주조개 이야기. ijett1332 02/09/28 1332
6813 이런 쓸데없는 상상도 해봅니다 -_-; [7] Nemesis1167 02/09/28 1167
6812 문준희JuniToss 선수의 리플을 보고 [7] 김연우1843 02/09/28 1843
6811 연극에 대해서....... [2] 김형석1049 02/09/28 1049
6810 박정석의 아름다운 꿈이 시작된다. [17] 꺼러지1742 02/09/28 1742
6805 온게임넷 결승전. 임요환 선수에게 바라는것. [8] 하수태란1741 02/09/28 1741
6804 GO팀은 눈물의 팀인가.-_- [16] 김연우2941 02/09/28 2941
6803 70%의 승률 [5] 김연우1628 02/09/28 1628
6802 끝없는 소모적 논쟁 InToTheDream1185 02/09/28 1185
6800 우리 이렇게 하죠? [2] 라누1072 02/09/28 1072
6798 귀차니즘을 극복?하고 ... [1] 황무지1499 02/09/28 1499
6797 슬픈 일입니다... [1] 이도근1064 02/09/28 1064
6796 3,4위전 이야기는 없는지....... [8] minyuhee1272 02/09/28 1272
6795 맘설레게 하는 온게임넷,겜비씨결승전 [3] 바른사나이1146 02/09/28 1146
6794 내가 알았던 pgr21. [10] nodelay1144 02/09/28 1144
6793 [리플]카이저토스 vs 확장형저그 [4] TheKaiSeR1026 02/09/28 1026
6791 임요환이 프로토스에 약하다?? [21] 김호철1708 02/09/28 1708
6790 임요환 역시 황제다..그러나 박정석도 대단하다. [18] 김호철1635 02/09/28 1635
6789 [잡설] 양촌리 마을회관 이야기 [19] 응삼이1441 02/09/28 1441
6787 pride of dropship(3) 하늘이내린이1211 02/09/28 1211
6786 작은마을.... [8] 카제미돌쇠1118 02/09/28 1118
6783 10월의 게이머.. [11] jbloap1643 02/09/28 1643
6782 박정석선수의 vod를 보면서 느끼는 결승전 예상 [6] neo1413 02/09/28 141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