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5/12/12 18:11:15 |
Name |
Lunatic Love |
Subject |
[공모] 너의 마우스가 가는 곳으로 (단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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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토는 저그를 이길 수가 없어요.”
이 한마디를 하고 그 남자는 친구와 함께 밥을 먹으러 나갔다. 나는 아무말도 못했다.
“.............”
화가 난다. 모자를 푹 눌러쓴 그 겜방 폐인 남자. 재수없다. 짜증난다. 흥이다. 분명히 게임밖에 모르는 사람일꺼다. 냄새도...맡아보진 않았지만...여하간. 나는 이래뵈도 L여대 어문학부 여성 스타리그 1등도 했었단 말이다. -0-
그런 나를 이렇게 무참히 밟아버리다니.
저녁에는 잠이 오질 않았다. 나에게 스타를 가르쳐준 남동생은 그저 웃기만 한다.
“누나. 고수는 엄청나게 많아. 누나야...학교내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여후배들이나 선배들하고 게임한거야. 그거 가지고 왜 그리 흥분을 해.”
“됐어. 그 뭐야...질럿 많이 뽑는 거 말고 다른거 가르쳐줘 어서. 내일 겜방가서 그 남자한테 리겜 신청할꺼야. ”
“ 우와. 누나. 완전 폭주네. 알았어. 대신 내일 저녁밥 사줘.”
...
실패다...-_- 배우기는 커녕 동생 저녁만 거하게 사준꼴이었다.
공중유닛을 빨리 뽑아서 뭘 어떻게 한다던데, 모르겠다. 커...무슨 리버?
그건 모르겠고, 해보니 굼벵이. 아니. 리버가 참 좋은것 같았다. 왠지 한번에 드론들 터져나가는거 보고 감동받아버렸다. 리버가 한방 터뜨리고 날때의 그 호쾌함. 오호호홋. 각오해랏.
아 그리고 나의 열렬한 후원자. 나의 착한 동생.
결전을 위해서 마우스와 패드를 특.별.히. 싼 값에 빌려주었다. -_- 근데, 써보니 왠지 내가 잘하는 사람같고 실제로도 느낌이 좋았다. 뭔지 모르겠지만, 폼은 나잖아?
적당히 친구들과 게임을 하였다. 그러다가 조금 지겨워져서 인터넷을 하고 있는데, 한 사람이 아르바이트생과 무언가 트러블이 있나보다. 막 화를 내면서 그냥 자판기 옆에 앉아버린다. 어. 그때 그 사람이다.
조심스럽게 난 다가갔다.
“ 지난번에 저랑 게임하신분 맞죠? "
“ 네??...네. ”
푹눌러쓴 모자 때문에 얼굴은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상당히 흥분한듯한 얼굴색이었다.
“ 리겜 신청해도 되요? 지면 제가 음료수하나 살께요. ”
“ 네?? ”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쳐다본다. 앗. 얼굴이 보인다. 뭐...얼굴은 봐줄만 하네. 피식웃더니 나에게 말했다.
“ 아...죄송한데요. 오늘은 겜하러 온게 아니라...일이 있어서 잠깐 온거거든요. 그래서...”
나는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어떻게든 한겜하고 복수할 생각만이 내 머릿속에 있을 뿐이었다. 거절하지 않게 하려면...그래 최소한 동생한테 이것저것 빌린 거도 말하면서 어떻게든 겜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내가 앉아있는 곳을 가르키며 말했다.
“ 오늘 겜하려고 마우스랑 패드도 가지고 왔단 말이예요. ”
“ 에에에?? -0- ”
그러더니 그 남자는 슬쩍 다가가더니 내 동생의 마우스를 잡아보고 이리저리 살펴본다. 아니 왜 남의 물건을 저렇게 막 만지나? 하여간... 뭐... 훗. 넌 이미 졌다.
내 리버가 너를 용서치 않을 것이야!! 오호호호 ^0^
“ 그럼 ... 대신 지면 이 마우스 저 주세요. ”
어? 마우스를? 동생껀데...뭐 상관있나. 넌 어차피 이미 진거야!!
...
큰일났다. 마우스 뺏기게 생겼다. ㅠ_ㅠ 사기꾼아니야? 이사람?
어쩌지??? 안절부절하는 내 모습이 보였는지 그 남자는 지갑을 빼냈다.
“ 게임 즐거웠습니다. 이 마우스 잘 쓸께요. 게임 한번가지고 마우스 가져가기는 뭐 이상하니 돈 드릴께요."
으아아아아....화난다. 나도 돈은 있거든? 어 근데, 수표네?
“ 이름하고 주민번호...있네...-_-; ”
나는 수표를 획 뺏어갔다. 분명히 사기다. 사기친걸꺼다. 화면 다 보이게 하는 프로그램있던데 분명 그거 썼을꺼다. 내 리버가 그렇게 죽을 리가 없단 말이다. ㅠ_ㅠ
근데, 이 수표 가짜는 아니겠지?
저녁에 집에서 동생은 난리가 아니었다.
그마우스는 돈주고도 못산다면서 막 화를 내는 것이었다.
아니...이 누나님께서 게임에 지고 오셨는데 위로는 못해줄 망정...
아 정말 되는 일이 없다.
난 미안하다며 동생에게 그 남자에게 받은 수표를 쥐어주며 내방으로 돌아와 방문을 걸어잠구고 이불을 뒤집어 썼다. 그리곤 토끼인형의 귀를 잡고 배를 마구마구 때렸다. 근데, 그 사람 이름이 뭐였지? 수표에 썼던데...아우...바보바보바보...
...
얼마나 지났을까.
친구가 수업시간표를 같이 맞추자며 전화가 왔다. 슬슬 개강인가. 나와 친구는 다시 그 게임방을 찾았다. 내 자리. 크흑...내 동생 마우스...ㅠ_ㅠ
“어? 안녕하세요?”
앗. 그 맵핵- 동생이 그거 맵핵이라더라 -을 써서 나에게 이긴 비열한 저그!!! -0-
...어 근데, 지난번 처럼 모자눌러 쓰고 온게 아니라 그래도 좀 괜찮네? 아냐아냐 비열한 저그!!! -0- 비열한 놈. 비겁자. 흥. 쳇.
“ 저 스타대회 나가는데, 와서 응원해주실 수 있으세요?”
“ 네? ”
그러더니 내 손에 티켓을 쥐여줬다.
“결승은 못갔구요. 3,4위전에 나가요. 응원하러 한번 와 주세요.”
...
티켓이 있다.
그렇게 게임을 좋아하는 동생에게 물어보면 어떨까.
동생이 오늘 늦게 왔다. 옷에 담배냄새가 난다. 모의고사 끝나고 겜방갔었구나....-_-
나는 동생에게 그 티켓을 보여주었다. 난리가 아니다. VIP석이라며 친구들에게 자랑할꺼라고 하면서 나를 끌어안는다. 징그럽다. 떨어져라. 얼릉.
...
동생에게서 전화가 계속 온다. 그런데, 꼭 이런날에는 일이 생긴다. 심리학 보강이다. 크흑...그때 겜방만 안갔어도 그냥 수업따위 제껴버리는 건데...ㅠ_ㅠ
많이 늦어버렸다.
겨우겨우 도착한 그곳. 엄청난 사람들. 콘서트장을 방불케하는 큰 소리들과 현란한 조명. 스타리그가 이렇게 큰거였던가. 다행히 마지막 경기는 볼 수 있을꺼 같다. ^0^ 럭키~*
동생이 있는 자리에 가서 겨우겨우 앉았다. 보니까 네모난 상자안에 그 비겁자 저그 남자가 있다. 땀을 뻘뻘흘리고 있다. 땀을 닦아 내더니 이내 손으로 얼굴을 부벼댄다. 그러더니 나와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친 상태에서 주시하며 동생에게 물었다.
“뭐랑 뭐가 싸우는거야?”
“응? 저그 대 프로토스!! 누나. 누가가 봤던 사람 말인데, 사실은...”
“이따가 말하자...잠깐만... ”
나는 그 비겁자 저그를 쳐다봤다.. 해설자의 격양된 해설이 울려퍼진다.....
입으로 중얼거리며 나의 비겁자 저그를 향한 복수의 메세지가 전달됐고, 드디어 복수에 성공했다.
“ 플.토.는.저.그.를.이.길.수.가.없.어.요.”
" 2대2까지 몰리기는 했지만, 박태민선수, 이번 게임에서 공격보단 수비에 치중하면서 크로스카운터를 노릴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 크로스 카운터가 얼마나 강력하고 날카롭냐에 승패가 결정지어 지는 거 겠죠!!!"
" 넵. 이승원 해설....“
- Go Rush
그때 프로토스에게 져서 기분 않좋았는데, 한 여자가 플토가 최고라며 웃었다.
그래서, 가볍게 짓밟아줬다. 양민학살...좋지 않다. 아...민망했다.
그래서 그 상황을 벗어나려고 밥먹으러 갔었는데...
겜방서 어떤 놈인지 내 마우스를 훔쳐갔다. -_-
하지만...
내가 필요한 마우스를 준 그녀. 그녀가 내게 말해준다.
플토는 저그를 이길 수 없다고.
그말 절대 틀리지 않아. 보여주겠어.
by Lunatic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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