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05/29 00:12:56
Name 난폭토끼
Subject in the pgr...글과 리플, 그리고 '좋은' 게시판...
제가 자주 가는 커뮤너티가 몇개 있습니다. www.nbamania.co.kr과 knightclan.net, warcraftxp.com, 그리고 www.pgr21.com 입니다.

으음... 상당히 정리가 잘되어있고 (그래서 거의 모든 게시물을 읽어봐도 시간이 아깝지 않고) '내부통제' 가 잘 되어있는 커뮤너티가 있는 반면(어딘지 아시죠?), 게시물중 일부는 클릭하기도 '짜증나는' 경우가 존재하는 게시판도 있습니다. 개인이 만든 홈페이지며 각 분야에서 어느정도 이름있는 곳입니다. 요즘 knightclan은 좀 -_-; 하지만 아직도 '내부통제' 는 어느정도 되어있는 깔끔한 곳 같습니다.

pgr21님의 글을 일주일에 몇번이나 보십니까? pgr21님의 있는듯 없는듯한 존재감, 전 그분의 글을 그다지 많이 접하지 못했고 다른 운영자분들의 글을 훨씬 많이 보았죠. 그리고 pgr의 장점중 하나인 주도적인(?) '일반홈피회원분' 들의 훌륭한 글들을 더 많이 보았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pgr21님의 존재는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한 번은 그 분의 존재감, 아니 이 정도로 '훌륭한' 홈피를 이끄실 역량이 있고도 남으심을 새삼 느낀적이 있습니다. pgr에 들를때면 항상 맨 위에 떠있죠. 바로 '명문화된 삭제규정' 이 포함된 공지사항이었습니다. 모자란 놈이지만 가끔 후배들이나 조언을 구하고자 하는 분들이 절 찾으실땐 거기에 적혀있는 문구들을 인용하곤 합니다. 짧은 제 생에 만난 글들중 몇 안되는 아주 '성숙한' 글들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 글을 쓰기전에도 다시한 번 읽어보았습니다. 이전에 읽을때와는 사뭇 다른 생각이 들더군요. 마치 어린왕자를 10대때, 20대때, 30·40대때 읽으면 다르듯 pgr21님의 글은 그랬습니다.

인터넷문화의 선도국가인 우리나라엔 좋은 게시판이 있습니다. 그러한 곳엔 항상 성숙한 회원들과 훌륭한 운영자분들이 있으십니다. 10이면 10 모두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전체 인터넷 커뮤너티나 게시판의 숫자에 비해 그러한 평가를 받을만한 곳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대체 왜 그런걸까요...

'감히' pgr의 성격이 어떱네, 어떤 글들이 올라오길 바라네, 뭐는 좋고 뭐는 나쁩네 따위의 말을 하고자 하는것은 아닙니다. 그럴 용기도, 자격도 제겐 없는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요즘의 pgr은 예전과 사뭇 다른것 같습니다. 음, 제 개인적인 차이지만 예전엔 pgr에 오면 문자중계를 제외한(항상 게임을 보니) 거의 모든글을 클릭했습니다. 단 한번도 그 시간이 아까웠던적이 없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성스레 달린 답글들과의 대화속에서 따뜻함도 느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러기가 전보다는 어려워진것 같습니다...

제가 가는 커뮤너티에 a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그 친구는 이제막 16세가 된 어린친구죠.(저도 많이 어린나이 입니다만) 그렇지만 그 누구에 비해서도 매너가 없다거나 글의 무게가 떨어짐을 느끼지 못합니다. 물론 그 친구가 진중한 얘기만을 적는다는게 아닙니다. 항상 밝은 모습, 어린친구들 특유의 활기찬 글이 대부분입니다. 또다른 커뮤너티에 b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올해 30이더군요. 그렇지만 항상 문제만 일으키고 다닙니다. '나이값' 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게 하는 인물입니다. 으음, 왜 그럴까요? 전 연배가 어떻게 되든 게시판을 이용하는 기본적인 것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의지만 있다면 초등학생 이상의 교육수준만 되어도 충분히 '좋은', '환영받을만한'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내용이 좀은 빈약하더라도 그 '마음' 만큼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커뮤너티에 대한 '애정' 만 있다면 말입니다.

'pgr21에는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은 안왔으면 좋겠습니다.
법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 안주면서 스타 같이 좋아 할수있는분이면 좋겠습니다.' by -pgr21-

새삼 요즘의 pgr이 시끄러워 지고 있다는 얘길 하지 않아도 아시리라 믿습니다. 호미님이 이 얘기 한 번쯤 해보는게 어떻냐는 걸 얼핏 본것 같습니다. '감히' 제가 이렇게 시작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좋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꼭 누가 잘못하고 누가 잘했단 얘기보단 어떤식이 좋을지 어떤식이 pgr에 오시는 많은분들에게 '환영받을 만한' 지에 대한 얘길 해보고 싶습니다. 더불어 이런 '건방진' 시도가 pgr에 해가 된다면 즉시 삭제할것을 약속드립니다...



ps. 이 글을 쓸때, 컴에선 유리상자의 '신부에게' 가 흘러나오는군요...pgr21님 이하 모든 운영자, 회원분들이 스타에, 프로게이머들에게 느끼는 부분이 아닐까요...왠지모르게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저또한 누군가의 팬인만큼 다시한 번 into the rain의 천지스톰이 작열하고 우승의 기쁨을 나눌 수 있길 바래봅니다. the marine의 질식할것같은 답답함도 다시한번 느끼고 싶습니다. Mouse Of Zoro의 현란함에 다시한 번 멀미를 느껴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저에게 이런 행복함을 주시는 모든 프로게이머들이여...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3/05/29 06:48
수정 아이콘
"그 시간이 아까웠던적이 없었던것 같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러기가 전보다는 어려워진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난폭토끼
03/05/29 09:54
수정 아이콘
한 커뮤너티에 k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가 속한 커뮤너티는 과도한 통신체나 욕설, 비방이 절대로 금지되며 누군가의 비방글도 안됩니다. 그곳은 RPG 게임 커뮤너티라 아이템 관련글도 올라올 수 있는데 그 곳의 원칙은 트레이드글이나 시세성글, 구걸(?)글은 절대 안됩니다. 무엇때문인지 처음 오시는 분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몇일간 거기의 글들을 읽어나가며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런 규제도 필요하단걸 느끼게 됩니다.

k는 그 커뮤너티의 그런 '보수적임' 이 마음에 든답니다. 언제나 눈살 찌푸릴 일 없이 모든글에 부담없이 손이 갈 수 있다는게(읽을만한 글이 아니더라도)너무 편하답니다. 가끔 그 커뮤너티에선 '유령회원들' 에 대한 배려를 부르짖는 사람이 나타나곤 합니다. 그러나 그런 얘기가 나올만큼 k는 꽉 막힌 사람이 아닙니다. 소위 유령회원이라는 분들이 조금만 노력하면 될일일뿐... 학교동아리든 다른동호회든 어디든, 먼저 다가서지 않을때 일부러 '이리 오세요, 함께해요' 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잘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지 못한다 하여 비난해서도 안됩니다. 그들은 '전형적인', 그저 '일반적인' 우리네 소박한 사람들일뿐 기득권이니 마음을 열 줄 모르느니 따위의 소릴 들을만큼 무서운 사람들은 아니라는 겁니다.

누구도 k를 비난할 순 없습니다. 물론 그 커뮤너티엔 상냥하고 아주 open된 자세를 지니며 처음본 모든이에게도 친한척을 잘하는 곰살맞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그런것은 그의 성향일 뿐입니다...얼마든지 숫기없고 보수성을 띈사람도 세상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전 pgr의 '너무나 당연한' 암묵적인 동의들이 좋았습니다. 과도한 통신체나 욕설, 비방및 어리석은 투정은 누가 말 안해도 알아서 걸러지는게 참 좋았습니다. 설혹 누가 그런 어리석은 글을 적더라도 그러면 안된다는걸 지적해주고 별 트러블 없이 그런 '사심없는' 충고를 받아들이는 분들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다시금 그걸 기대하는것이 나쁜것이란 말인지...

자게엔 고드방님과 스코님의 입장이 정리된 글이 있습니다. 예, 분명 우리는 정체되어있고 새로운 진입자들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비유는 좀 은 비약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없이도 살 사람들인지는 모르겠지만 남한테 상처안주면서 스타같이 좋아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나름의 얘기들을 하는곳이 pgr이 아닐런지...커뮤너티엔 얼마든지 보수적인 사람도, 아주 progressive한 분도 계실 수 있습니다. 커뮤너티란 사람사는 냄새 묻어나는 사회의 축소판일 뿐인겁니다. pgr은 나름의 색깔이 있고 그게 좋은 사람들은 이 사회(피지알)에 남을겁니다... 그게 싫은 사람들은 온겜넷 게시판이나 드랍동(이든 누구동이든 팬까페) 에 갈겁니다. 혹시 이것 아실런지... 온넷 게시판의 일부 사람들에게 pgr이 좋다며 소개를 해주면 이곳이 마치 싸이코들의 집단인것처럼 손사레를 치는경우도 있습니다. 전 그저 웃지요...^^;

너무 무겁게 시작해서일까요... 입장을 밝히시는 분이 아무도 안 계시는군요....아쉽습니다...
03/05/29 11:34
수정 아이콘
난폭토끼님// 저도 오랫동안 PgR21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회원중의 한명입니다. 요즘 일어나는 소란스러움에 대해 걱정도 많고 고민도 많은 회원분들은 아마 다수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와는 반대로 그런 소란스럼움을 동경하는 많은 분도 계실꺼구요. 저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봤던 깔끔하게 정제되어 있는, 그러나 조금은 황량해보이는 그 느낌에서부터 현재 조금은 소란스러운 분위기까지 다 이해하는 편입니다. 현재의 소란스러움은 제가 느꼈던 한 때의 혼란스러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열린 공간에 다양한 사람이 오는 건 당연할 수 밖에 없고 그로 인해 소란스러워지는 건 자연스런 결과지요. 한사람의 노력으로 바뀌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난폭토끼님처럼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 계속적으로 고민을 하시는 많은 회원분들의 보이지 않는 손은 그래도 새로온 회원분들에게는 정말 투명한 보호막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소란스러워도, 그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다크템플러처럼, 언제나 보이지 않는 그런 회원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저는 많은 분들이 아직도 모든 소란스러움에 대꾸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의 가치관에서는 대답할 이유가 없기 때문일테니까요. 전 그게 바로 PgR21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묵묵히 그리고 끝까지 이곳을 지키는 분들은 바로 보이지 않는 그 분들일거라고 생각합니다. PgR21 쥔장님도 그 분들을 믿는 것일테지요. 이곳에는 그분들이 쉴만한 공간은 늘 마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분들에게는 새로운 분들의 길이 있기 마련이지요.
고민을 많이 하는 것은 좋습니다만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에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들 귀에 들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메아리는 항상 우리 주위를 감싸고 있습니다.

그럼 즐 PgR21 하세요. ^-^%
넋업샨
03/05/29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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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공감하는 바입니다^^
다만, 이 자유로운 분위기않에서 '절제' 할수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그 또한 나쁘진 않을것 같군요
03/05/29 14:28
수정 아이콘
네개의 싸이트 중에서 제가 다니는 곳이 3개나 되는군요-_- 모두 게임싸이트로..
솔직히 느끼는 것은 이 곳은 글쓰기가 너무도 힘든 곳이라는 겁니다.. 조금이라도 논쟁이 일어날 듯한 주제는 꺼내기가 어렵죠. 세 곳 중 pgr이 제일 좋게 느껴지지만 좀 시끄럽다 싶으면 일단 덮어두자는 식의 분위기는 저에게는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것 중 하나입니다. 뭐 저만 그런걸지도 모르지만..
난폭토끼
03/05/29 14:42
수정 아이콘
모든 분들의 답변이 pgr을 위한 힘이 되리라 믿습니다. 생각이라는것, 모두가 다를 수 있습니다. 으음...변증법의 논리가 인간사에 무척이나 많이 적용되고 합당하다 느낍니다. 정-반-합의 과정을 통해 좀 더 서로를 이해해 나가고 보기좋은 일치점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크 템플라도 그의 특수한 샤이언 블레이드를 휘두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님이 느끼는 부분이나 분수님이 갈무리 하고 있는 피지알에 대한 인식이, 그것이 어떤것인지 저를 포함한 다른분들이 알게될때 비로소 좀 더 좋은 피지알을 향한 첫발이 내딛어 질것이라 생각됩니다...
03/05/29 16:45
수정 아이콘
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의견이 분분한 곳에서 한쪽에서 샤이언 블레이드를 꺼내든다면? 아마 다른쪽은 방패를 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 저는 샤이언 블레이드는 정말 필요한 경우에만 꺼내고 싶습니다. 그때가 오기를 바라지도 않고요. 그래도 난폭토끼님의 의견에 감사합니다. 되도록이면 토론적인 글에는 답글을 안 다는데 이글은 토론을 벌일 수 있는 요소가 많음에도 답글이 없어 제가 주제넘게 댓글을 달게 되었네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는 것이 꼭 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명확하게 표현하기란 정말로 어려운 일이란 걸 알기에 오늘 짧은 댓글을 이만 마감할까 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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