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6/05/30 22:26:34 |
Name |
용용 |
Fil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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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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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타국에 잊혀진 고려의 금관 |
벌써 2년 전 일이네요.
당시 회사일로 한달 간 대만 출장을 갈 일이 있었죠.
사실 크게 기대한 것도 아니지만 해외 출장인데 나름으로 여행 책자도 사고 구경 다닐 계획을 많이 세웠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생각보다 별로 볼 것이 없더군요.
특정 국가를 비하할 생각은 없지만 관광적인 측면에서는 좀 실망이었습니다.
그래도 처음부터 정말 한 곳 기대 했던 곳이 있었지요.
고궁 박물원이라고 우리 나라로 말하면 국립 중앙 박물관쯤 되는 곳입니다.
뭐 제가 아는 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많이 보러 다닌 것도 아닙니다만 제가 고대 유물(특히 아시아계)을 좀 좋아한다고나 할까요.
거기다가 초등학교 때던가 중학교 때던가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제 마음의 기대를 더 크게 했는데요.
그 때 해주신 말씀이란 게 어떤 것 이었냐면, 장개석이 공산당에 패해 대만으로 도망칠 때 중국 문화재 중에서 알짜 중의 알짜는 모두 대만으로 빼돌렸다는 거였지요. 그래서 정작 북경 박물관에는 볼 것이 별로 없고 수많은 중국 유물의 진수는 모두 대만에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그 수가 하도 많아서 유물을 보관하는 창고가 따로 있고 박물관에는 그 일부만 몇 개월 마다 로테이션 하면서 전시를 한다. 이런 식으로 해서 유물을 모두 전시하는데 만 몇 년이던가 몇 십 년이던가 걸린다 뭐 이런 얘기였습니다.
어째서 여태껏 그 얘기를 기억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어릴 때는 참 임팩트가 큰 얘기였었나 봅니다.
아무튼 부푼 기대를 안고 주말을 이용해 고궁 박물원으로 향했었지요.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고궁 박물원은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 중이었습니다. 다행이 공사 중이라고 완전히 문을 닫은 것은 아니었지만 전체의 삼분의 일 정도만 일반 개방을 하고 있더군요.
전시된 유물 수도 적고 여행 가이드에 나와 있는 A급 유물들은 상당 수가 전시되고 있지 않아 적잖이 실망이 되더군요.
그래도 비싼 입장료 내며 들어 왔는데 돈이 아까와서라도 열심히 구경을 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워낙 기대가 커서 그랬는지 정말 대단하다 싶은 느낌이 드는 게 없어서 그랬는지 역시 또 조금 실망스러운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그런데 한 전시실에 들어가자 드디어 확 눈에 들어오는 유물을 하나 볼 수 있었습니다. 방 한가운데 전시된 금관이었는데 관 자체의 디자인이 너무나 화려하고 세공이 정말 기막힐 정도로 정교하게 되어있어서 저도 모르게 감탄이 나오더군요. 솔직히 제가 무슨 전문가도 아니고 이 분야에 매니아적 취미가 있는 정도도 못 되지만 제가 보기에는 또 제가 아는 한에는 금관 자체를 세공 한 기술이라던가 예술성이라던 가의 면에서 단연 세계 최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제가 알기로 그만큼 정밀하게 세공 된 금관은 본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던 것 같았거든요.
‘아, 이건 정말 대단하다. 인정하긴 싫지만 중국 유물이 진짜 대단하군’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이건 어느 시대 유물인가 싶어 팻말을 들여다 봤는데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라, 이게 뭐야? 고려 금관?’
정말 망치로 한 대 얻어 맞은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이게 우리 나라 거라니. 거기다 고려 금관? 신라 금관은 봤어도 고려에 금관이란게 있었나? 한동안 멍해 있다가 다시 생각해 보니 참 가슴이 아프더군요.
순전히 제 주관적인 판단이긴 하지만 이 금관이 우리 나라에 있었다면 금동 미륵 보살 반가 사유상이나 백제 금동 대향로 급의 국보일 텐데 어째서 우리는 알지도 못한 채 남의 나라에 와 있는걸 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역시 순전히 제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그날 고궁 박물원에 전시된 유물들 중 단연 이 금관이 최고의 물건이었습니다. 제가 사 들고 갔던 여행 가이드 북에 나와있던 고궁 박물원의 대표 유물들과 비교한다 해도 나았으면 나았지 절대 못한 놈이 아니었습니다.
화려하긴 하지만 무거워서 저걸 도대체 어떻게 쓰나 싶던 신라 금관에 비해서 이 녀석은 풍성한 볼륨감으로 화려할 대로 화려하면서도 한눈에 봐도 무게를 엄청나게 줄여 놓았더군요. 도교적인 이상향을 표현한 듯한 각각의 장식들은 너무나도 정밀하게 세공되어 있어서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금관밑의 봉황(?) 장식이나 구름 위를 노니는 신선과 용, 그 외의 알 수 없는 화려한 장식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 금관을 만들었을 이름 모를 고려 시대의 장인에게 절로 찬사를 전하고 싶어 지더군요.
고궁 박물원의 대표 유물 중 하나가 되어도 충분한 녀석인 것 같은데 중국 유물이 아니라 고려 유물이라는 이유로 전시는 되고 있지만 제대로 대접을 받지도 그다지 알려지지도 못하고 있는 것을 보니 안타깝기 그지 없더군요. 더구나 이 녀석의 진짜 주인인 우리 나라 사람들은 이런 것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다니.
그래서 그 때 사진을 열심히 찍었습니다. 한국 가면 아무데나 인터넷에 띄워야겠다 싶어서요.
그런데 당시만 해도 왕초보가 빌린 낡은 디카로 찍은데다가 뭐 좋은 건 줄 알고 박물관 모드로 찍다 보니 노출 시간이 길어져서 대부분의 사진이 손 떨림으로 흔들려서 나오고 말았습니다. 이 금관은 디테일이 생명인데 말이죠. 나중에 산 700만 화소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이랑 비교해 보니 눈물만 나옵니다.
그래도 그나마 건질만한 사진이 몇 장 있었지만 막상 그림이 나오는 인터넷 계정이 별로 없더군요. 네이버에 올렸다가 네이버 소년만 나오는 해프닝도 있었고.
그러다가 개인 생활에 이래 저래 문제가 생겨서 때를 놓치고 귀차니즘과 까먹기를 반복하다가 2년이 지나 버렸네요.
그런데 며칠전 문득 pgr에 그림 첨부가 된다는 사실이 생각났고 pgr이라면 오히려 이런 사진을 올리기에 적당한 곳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이렇게 부랴 부랴 올리게 됐습니다.
비록 실물의 화려함을 반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사진이지만 국사책에서 배웠던 화려한 귀족 사회 고려가 어떤 것이었을지 그 일부나마 직접 느껴보실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네요.
뱀다리: 혹시 인터넷에 그림 올리는 계정 주는 사이트 아시는 분 계시면 알려 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올리고 싶은 사진이 좀 더 있어서요. 싸이 월드처럼 로그인 해야 나오는 곳 말구요.
뱀다리2: 사진 보니까 다시 한번 느끼는 건데 참 안타깝습니다. 실물을 제대로 살리지를 못 했네요. 실물은 정말 화려하기 그지 없는데. 원래 금빛의 광채도 더 나고 크기도 생각보다 큽니다. 아래 사진의 용이 정밀 세공의 하이라이트인데요. 5-10cm 크기의 용에 1mm 도 안되는 비늘이 정말 촘촘히 새겨져 있죠. 사진에 나오기는 했는데 흐릿하네요.
* 천마도사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6-0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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