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를 당해서 자살을 할 바에야 차라리 따돌리는 놈을 죽이면 되잖아.]
이런 이야기를 이따금씩 보곤 한다.
솔직히 과격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내 중학교 시절 친구 중 저런 이야기를 했던 S라는 녀석이 있다.
S는 성격이 밝은데다 덩치가 제법 있는 열혈남이었다.
왕따 같은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녀석으로 기억한다.
어느 방송사에서 특집으로 왕따에 관해 방영한 다음 날, S는 위에 적은 것 같은 이야기를 했다.
[나라면 차라리 저렇게 할 거야. 그냥 죽어버리는 건 너무 한심하지 않냐?]
다른 아이들의 의견은 어땠는지 잊어 먹었지만, S가 콧김을 거세게 내쉬며 그렇게 말했던 것만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나는 S와 사이가 멀어졌다.
원래 자주 어울리는 패거리가 아니었던데다 학교도 갈렸던 것이다.
그런데 졸업 후 반년쯤 지날 무렵, 나는 묘한 소문을 듣게 되었다.
S가 고등학교에 와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냥 상상이 안 됐다.
차라리 S가 따돌리는 역할이면 모를까, 따돌림을 당한다는 것 자체가 생각 외의 일이었던 탓이다.
그 소문을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S가 우리 집에 전화를 건 적이 있다.
그 전까지 S는 나에게 한 번도 전화를 하지 않았었다.
무슨 일인가 갸우뚱거리며 어머니에게 수화기를 건네 받았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S냐? 야!]
[아... 응... 어...]
[야, 오랜만이다. 잘 지내냐?]
[아... 응... 저기...]
[응?]
[...아, 아니야... 아무 것도 아니야. 미안.]
그리고 S는 전화를 끊었다.
그 전화를 받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S가 정말로 왕따를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목소리는 S였지만, 완전히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
몹시 안절부절하고 있는 것이 목소리만으로 느껴졌다.
다음 날,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녀석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그 녀석도 S에게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나랑 비슷한 즈음에, 제대로 이야기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날 점심 시간,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야, S가 옥상에서 뛰어 내려서 자살했대!]
충격적이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유서도 있었다.
원인은 역시 왕따였다.
장례식은 밤샘도 없이, 친지들만 모여서 조촐하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장례식 때문에 오랜만에 모인 중학교 시절 친구들에게, 나는 이상한 공통점을 찾아냈다.
그 자리에 모인 거의 모든 친구들이 그 날 S에게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S는 그 누구에게도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던 모양이다.
S는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것일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마지막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싶던 것일까?
친구들과 마지막으로 이야기가 하고 싶던 것일까?
아니면 우리들과 이야기를 하는 걸 통해서, 자신이 가장 즐거웠던, 눈부시게 빛나고 있던 시절의 잔영이라도 붙잡고 싶었던 것일까?
이제 와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나에게는 그렇게나 밝던 S가 너무나 짧은 시간 사이 딴 사람처럼 변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것이 너무나 안타깝고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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