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에게 부탁을 받아 지능에 장애가 있는 아이의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그 녀석은 내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드래곤 퀘스트 3를 하고 있었다.
[이 녀석도 드래곤 퀘스트는 알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30분 정도 그 플레이를 구경하고 있는 동안, 나는 무척 슬픈 것을 알아차렸다.
그 녀석의 플레이는 그저 아리아한 주변에서 슬라임과 까마귀를 쓰러트리는 것 뿐이었다.
파티에 홀로 있는 용사의 레벨은 50을 넘고 있었다.
그 녀석은 계속해서 맨손으로 슬라임을 죽이고 있었다.
무척 즐거워 보이는 얼굴로.
좀 다른 곳으로 진행시켜 보자고 생각해서 패드에 손을 뻗자 그 녀석은 굉장히 험악한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뭐라고 하는지는 알아 들을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보고 그의 어머니가
[미안해. A군은 패미콤을 정말 좋아하거든.] 이라고 나에게 사과했다.
그 녀석은 드래곤 퀘스트 외의 게임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나는 그 후로 게임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이전처럼 게임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
패드를 손에 쥐면 어쩐지 가슴이 답답해졌다.
친구의 집에 놀러 가도, 다른 아이들이 하는 것을 보기만 할 뿐이었다.
TV가 아니라 친구의 등을 바라보기 위해 노력하면서.
정말로 허무했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 나는 패미콤을 미워하게까지 되었다.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그렇게나 무엇을 증오한 적은 없었다.
심지어 게임 따위는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라고 기도했을 정도였다.
나는 게임은 모두 그 녀석에게 줘 버리고, 본체는 버리려고 했지만 형에게 잔뜩 혼만 났다.
자취를 하고 있는 지금도 게임은 싫다.
종종 그 녀석과, 영원히 세계를 구할 수 없었던 그 용사를 떠올리면 무척 슬퍼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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