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모두가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유머글을 올려주세요.
- 유게에서는 정치/종교 관련 등 논란성 글 및 개인 비방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Date 2006/04/28 00:56:31
Name 부산저그
Subject [유머] 복수혈전)4장 서문비연과 월아(격투술편)






                *                *                *


4장. 서문비연과 월아(격투술편)


고요한 사막의 밤이다. 밤 하늘의 별빛만이 빛나고 있었다. 그 별빛 아래 두 남자가 앉아 있었다.
냉혈객과 조인웅이다.
조인웅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는 냉혈객에게 자신이 어떻게 황금 신전의 비밀을 손에 넣었는지 말하고 있었다.

                *                *                *

화북, 하북성, 천태산 녹립十팔연맹.
지금 이곳에는 엄청난 수의 무사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각기 열여덟 산채에서 본맹을 지키기 위

해서 모여든 사파의 무사들이다. 곳곳에서 흉흉한 살기가 뻗어 나왔다.
그러나 그들의 굳게 다문 얼굴에는 한줄기 어두운 기색이 스며있었다.
지금 천태산은 구대문파와 강남무림맹이 천라지망을 펼친 채 포위하고 있었다.
맹주 염라수 조인웅의 거처.
열여덟 산채의 두목들이 조인웅 앞에 좌우의 의자에 앉아 있다. 그들은 모두 긴장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이제 맹주의 말 한마디면 죽음의 결전을 나선다.
"음...."
조인웅은 비통한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
지금 천태산에는 구대문파 휘하 무사들이 모두 모여 있다. 그들은 물샐틈없이 천태산을 포위하고 있

다. 그 뿐이 아니다. 강남무림맹을 이끄는 서문세가의 무사들도 연합해서 공격해 오고 있었다.
이제까지 겪어 보지 못한 정파의 대공세였다.
조인웅이 골똘히 난국을 헤쳐 나갈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그 동안 정파는 위천강이 죽은 이후 강남무림맹과 구대문파간에 싸움이 그치지 않았는데

갑자기 연합해서 우리 천태산을 공격하다니, 이럴수가?'
조인웅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난국을 타개할 뾰족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싸우게 된다면 불리한 상황에서 전멸할지도 모른다.
그의 눈앞에는 열여덟 명의 두목들이 앉아 있었다.
하지만 모두들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들 역시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는 것 밖에는 대책이 없었다.
'빌어먹을, 조금의 여유라도 있었다면 혈련마교와 연합할 수도 있었을텐데..."
조인웅이 머리에는 천하를 삼분하고 있는 혈련마교가 떠올랐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다.
끼이익...
정면의 문이 열리고 한 인물이 들어왔다. 이제까지 본 적이 없는 졸개다.
열두 두목 중 한명이 말했다.
"어떤 놈이냐?"
문을 열고 들어온 자는 약관의 미남자다. 그의 쌍꺼풀진 큰 눈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그는 조인웅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이 지옥염라 조인웅이오?"
좌우의 소두목들이 벌떼처럼 일어났다. 미소년이 침입자라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무례하다! 죽고 싶으냐? 창남 같은 놈이 감히?"
"저 놈의 목을 날려 버려라!"
일부 성급한 두목들은 이미 칼을 빼 들고 있었다. 여차하면 그 미소년의 몸은 순식간에 어육이 될

형편이다.
조인웅은 그 미소년을 바라보며 손을 들었다.
"그만!"
그러자 소두목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미남자를 노려보는 그들의 눈빛만은 무시무시했다.
조인웅은 그 소년을 지켜보고 있었다. 여기까지 무사히 들어 온 것을 보니 무공이 보통이 아닐 것이

다.
조인웅이 입을 열었다.
"넌 누구냐? 이곳까지 오다니 재주가 좀 있구나."
미소년은 조인웅을 바라보았다. 그가 이곳의 두목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그 소년은 탁자 위에 무언가 내려놓았다. 탁자는 조인웅에게까지 연결된 긴 탁자였다.
그리고 미소년은 그것을 가볍게 밀었다.
탁.....
조인웅은 탁자를 가로질러 자신에게 오는 물건을 집어 들었다. 그것은 한 장의 서한이었다.
조인웅은 그 서한을 집어 펼쳐 보았다.

<녹림연맹주 조인웅 보시오.
이 편지를 갖고 간 자는 강남대협의 아들 서문정욱이오. 그와 잘 협상한다면 우리 구대문파와 강남

무림은 더 이상 천태산을 공격하지 않겠소. 남북 정도무림을 대표해서 씀.
                                -무당 장문 태극도장 친필>

조인웅은 편지지를 왼손으로 힘껏 쥐었다.
화르르르..
편지지는 그대로 불터 올랐다. 조인웅의 독문무공인 지옥염라였다.
몇 몇 두목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오.. 맹주님의 무공은 이미극에 달했다."
"정파놈들이 아무리 많이 모여도 불나방이다."
조인웅은 손을 들어 소두목들을 조용히 하게 했다.
"조용해라."
그는 눈을 돌려 미소년을 바라보았다. 조인웅의 지옥염라를 본 서문정욱이 고개 숙이며 말했다.
"과연 대단한 무공입니다. 조맹주님."
매우 아름다운 목소리다.
서한에 아들이라고 써 있지 않았다면 남장여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조인웅은 서문정욱이 어떤 부탁을 할지 생각에 잠겼다. 그는 의자에 앉은 채 입을 열었다.
"음, 그래 할 말이 무엇이냐?"
서문정욱은 말없이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았다. 열두 명의 두목들이 마음에 걸리는 듯 했다.
조인웅은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모두 나가라!"
지금 상황은 적이 조금 무리한 부탁을 하더라도 들어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모습을 수하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소두목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두목, 위험합니다. 혹시 자객일지..."
이 말에 조인웅은 크게 웃었다. 그는 매우 우스운 듯 탁자를 치면서 웃었다.
"크하하하하! 누가 감히 나를 죽이겠느냐? 무림 천하에서 나와 일대일로 상대할 자는 아직 없다. 모

두 나가라."


                *                *                *

여기까지 말한 조인웅의 얼굴은시뻘개졌다. 자신의말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더니 지금 이 사막에는 조인웅이 만만하게 상대할 자는 한 명도 없었다. 더구

나 광혈마도와 냉혈객은 자신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들이다.
냉혈객은 고개를 돌려 조인웅을 보지 않고 차분히 말했다.
"그자가 틀림없이 서문형욱의 아들 서문정욱이란 말인가?"
냉혈객은 진지하게 질문했다.
그의 말에 조인웅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약간 의심스러운 것 같았다.
"글쎄? 서한에 그렇게 쓰여 있으니 그러려니 했지. 왜 서문정욱을 알고 있나?"
냉혈객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문정욱은 자신의 처남이 될 뻔한 사람이다. 자신은 서문정욱의 누나인 서문비연과 결혼식을 치루

었다.
조인웅이 다시 말했다.


                *                *                *

두목들이 나가고 나자 서문정욱이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조맹주는 사파의 인물이면서도 인망이 있으셔서 부하들이 목숨을 걸고 충성을 다한다고 들었습니다

."
조인웅은 볼을 씰룩거렸다. 쉬운 말도 알아듣기 어렵게 돌려서 말하는 정파의 어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긴말 필요 없고 본론으로 들어가라. 원하는 것이 뭐냐? 나의 목이냐? 아니면 돈푼이나 던져줄까?"
서문정욱은 다시 의자를 움직여서 다소곳이 앉았다. 앉는 모양도 여자 같았다.
조인웅은 거친 남자였기에 그런 모습을 보고 눈쌀을 찌푸렸다.
'계집애 같으니라구. 빌어먹을! 정파놈들은 모두 저런 놈들이 인기를 끈다니까. 사파는 오직 실력이

우선이지.'
서문정욱이 다시 조용히 말했다. 그는 매우 침착했다.
"또한 조맹주님도 부하들을 매우 아낀다고 들었습니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쾅!' 조인웅은 탁자를 치면서 말했다.
"난 성질이 급하다. 원하는 것이 뭐냐?"
그는 핵심을 벗어나서 요리저리 돌려서 말하는 정파의 말투에 질려 있었다. 그들의 말투는 꼭 일이

잘못되었을 때 변명하기 위한 것 같다.
서문정욱은 조용히 다시 말했다. 조인웅의 협박에 조금도 겁먹지 않은 태도였다.
"당신이 한가지 부탁만 들어준다면 이곳 천태산에는 한명의 백도무림인도 남지 않고 모두 철수할거

요. 물론 당신 수하들은 한사람도 다치지 않겠지요."
염라수 조인웅은 어이가 없었다. 이제야 겨우 본론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말 한마디 하는데 이렇게

시간이 걸려서야 '성질 급한 놈은 어디 밥이나 얻어 먹겠나' 싶었다.
조인웅은 포기 한 듯이 선선히 말했다.
"좋아, 좋아. 그러니까 부탁이 뭐냐고 묻잖아."


                *                *                *

조인웅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서문정욱이 부탁한 것은 무림세가를 습격해서 한권의 책을 빼앗아 달라는 것이었어."
냉혈객은 고개를 끄떡였다.
백도 무림은 정파이기에 직접 빼앗기에는 강호의 이목이두려울 것이다. 그리고 추격의 이목을 돌릴

필요도 있었다.
조인웅이 다시 말했다.
"나는 그 책이 무엇 때문에 필요한지는 알 수 없었지. 하지만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조인웅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                *                *


조인웅은 신음을 토하듯 한마디했다.
"빌어먹을, 그냥 책 좀 빼앗아 달라고 하면 되잖아."
장장 한나절에 걸쳐서 이리 빼고 저리 빼서 이야기하는 요점이라고는 한가지였다.
그가 차를 마시고 있는 서문정욱에게 다시 말했다.
"좋아. 너희 정파 놈들이 항상 뒷구멍으로 계집질한다는 것쯤은 내가 알고 있으니까. 부탁을 들어주

지. 허나 너는 너무 건방져! 나이도 어린 것이 감히!"
조인웅이 벌덕 일어서면서 오른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한줄기 불꽃이 서문정욱에게 쏘아졌다. 조인웅의 독문무공인 지옥염라였다. 무서운 불길이

서문정욱을 덥쳤다. 그러나 서문정욱은 조금도 놀라지 않은 것 같았다.
그는 앉은 자리에서 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어? 어?"
조인웅이 놀라는 순간 이미 서문정욱의 몸은 흐르는 물처럼 바람처럼 유연하게 움직여 조인웅의 앞

까지 접근했다.
조인웅은 방심하고 있었기에 그런 그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서문정욱의 손은 조인웅의 울대를 겨누고 있었다.
그가 나직하면서도 단호히 말했다.
"조인웅! 한가지 알아 두어라. 우리가 힘이 없어서 너에게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                *                *

조인웅은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햇병아리같은 소년에게 제압당했기 때문이다. 그

리고 조용히 말했다.
"솔직히 나는 그때까지 나의 무공 수준을 강호십대고수 정도로... 그런데 나의 지옥염라는 서문정욱

의 단 일초에 파해되고 말았네.."
조인웅의 말을 들은 냉혈객이 중얼거렸다.
"파황금나수!"
조인웅이 고개를 들면서 냉혈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의아한듯이 말했다.
"그 수법을 알고 있나?"
냉혈객은 고개를 끄떡였다. 동시에 손을 휘저었다.
조인웅의 눈은 놀람으로 가득 찼다. 바로 자신을 제압한 서문정욱의 수법이다.
냉혈객은 그 당시 상황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 몇번 손을 움직이고는 말했다.
"그래. 강남 서문가의 독문 무공이지. 나는 서문비연과 상대하면서 몇 수 배웠지."
냉혈객의 눈에 슬픔이 어리었다.
한때는 결혼식을 올린 여인이다. 그리고 사랑했던 여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만나게 될련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냉혈객이 다시 중얼거렸다.
"하지만 서문정욱은 어릴 때 수련 중 주화입마를 당해서 무공을 전혀 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조인웅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리고 절대 그럴리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지 않아. 물론 본격적으로 싸운다면 내가 지지는 않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내가 완벽하게 제압

당했단 말야. 자네도 내 실력 알잖아."
냉혈객은 고개를 저었다. 조인웅의 실력이 떨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휘이이잉.
적막한 사막 위에 한줄기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냉혈객은 용문객잔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무언가를 한참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
"서문비연! 그녀가 변장한 것이 틀림없어!"
냉혈객의 목소리는 매우 쓸쓸했다.
그리고 그의 눈동자에는 그녀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차 있었다.
조인웅도 냉혈객을 뒤따라가며 말했다.
"서문비연? 강호제일재녀로 알려진 여자 말인가? 그녀는 자네의 부인..."
조인웅은 입을 다물었다. 냉혈객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냉혈객은 자신의 고거를 말하고 싶지 않았다. 이곳 사막에서는 과거가 소용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리움의 감정은 어쩔 수 없었다.
냉혈객은 조인웅이 입을 닫자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은 머리 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것도 같았다.
황금신전으로 갈수 있는 지도를 얻기 위해서 정파 무림이 연합해서 조인웅을 협박한다. 그리고 조인

웅이 지도를 구하고 그 지도는 다시 정파무림 손에 들어간다. 하지만 관부에서는 단순히 산적들만

의심할 것이다. 조인웅은 당연히 그 자도에 관심을 갖고 조사를 한다. 그리고 황금신전의 전설을 알

고서 사막으로 자진해서 오게 된다.
냉혈객은 중얼거렸다.
"사막에 떠도는 황금신전의 전설은 사실이었군."
다시 그의 머리에는 어느 정도의 상황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이제 곧 중원의 고수들이 황금신전의 비밀을 풀려고 밀려들 것이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그녀가 있

을 것이다.
냉혈객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비연!"
이 정도의 계략은 유치한 수준이다. 하지만 성공시키기란 유치할수록 어려운 일이다. 곳곳에 깔린

우연을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우연을 계산하고 황금신전의 지도를 얻을 수 있는 자는 서문비연뿐이다.
조인웅은 냉혈객의 중얼거림을 들었지만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 혼자의 힘으로는 황

금신전을 찾을 수 없다. 또한 무림인들을 상대 할 수도 없다.
조인웅은 그에게 질문했다.
"냉혈객 조장, 나와 함께 황금신전으로 갈꺼지?"
그는 고개를 끄떡였다.
"좋아, 일주일 후다."
조인웅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한시가 급했다.
"안돼! 이미 그들이 사막으로 왔을거야."
냉혈객은 빙긋 웃었다. 그러면서 말했다.
"사막을 우습게 보지 마라. 그까짓 지도 한 장 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줄 아느냐? 하루에도 수

십번씩 변하는 것이 이곳 지형이다. 걱정하지 말고 여기서 살아 남을 궁리나 해라."


                *                *                *

사막의 모래 바람은 해가 지자 멈추었다.
밤하늘에는 혈랑성(血狼星)이 사막의 피바람(血風)을 암시(暗示)하는 듯 더욱 붉게 빛을 발하고 있

었다.
냉혈객은 용문객잔 밖에 위치한 자신의 거처로 돌아와서 정좌하고 운기를 시작했다.
그는 지난 삼년간 무예수련을 하루도 거른 적이 없었다. 그가 강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냉혈객이 중얼거렸다.
"강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
광혈마도가 항상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항상 미(친)놈처럼 보이지만 가끔 성한 말도 하는 그였다.
냉혈객은 가볍게 자신의 진기를 일주천했다. 그의 진기가 몸안의 백팔대혈을 회전했다.
'이곳에서 생존하려면 필살의 신념과 극기의 정신으로 끊임없이 수련해야만 한다.'
그는 다시 검술을 연마하려고 몸을 일으켰다.
냉혈객은 모래 무덤에 꽃혀 있는 자신의 검을 잡고서 낙성십이검법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그는 항상 실전에서는 거대한 도를 사용한다. 하지만 그가 사용하는 것은 검법 중에 최강이라 불리

는 강북천도맹의 낙성십이검법(落星十二劍法)이다.
"아버님!"
냉혈객은 구대문파의 배신과 갑자기 밀어닥친 동창의 고수들속에서 멸망한 삼년전의 기억이 떠올랐

다.
그는 고개를 내저어 슬픈 과거를 떨치고 다시 자신의 검법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가 사문을 감추려고 도를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냉혈객의 생각은 그게 아니었다. 그는 항상 무거운 도를 가지고 가볍고 변화 많은 검법을 펼

침으로써 자신의 실력을 더욱 향샹시키고 가다듬고 있었다.
"하앗!"
휘두르는 검날은 별빛을 받아 번쩍이며 거대한 원호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수많은 유성들이 움직이고 있는 듯 했다. 떨어지는 별(낙성落星)의 모습이다.
냉혈객은 이곳을 탈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검법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 이곳에 오기 전에 연마한 검술은 자신의 체력을 다지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서의 수련은 살아남기 위한 필사의 수련이다.
"버려라. 검을 버려라."
냉혈객은 깜짝 놀랐다.
그러나 그것은 환청이다. 그는 검법을 연마하는 중에도 머리속에서 권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생긴 환청 같았다.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는 말이다. 어디서 본 글일까?'
냉혈객의 머리에는 오늘 도살자들에게 당한 치욕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의 내공과 검법은 이전에

비해 장족의 발전을 이룩하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처럼 검이나 도가 없을 때는 어떻게 하지? 천하에 명검과 명도는 수두룩하다. 나의 도

가 아무리 무겁고 강해도 그것을 두부처럼 자를 검은 무수히 많다.'
사막의 모래 바람은 더 이상 불지 않는다.
다만 밤하늘의 혈랑성이 사막의 피바람을 암시하는 듯이 더욱 붉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권법을 익혀야 한다. 무기가 없을 때를 대비해서..'
냉혈객은 조용히 자신이 배운 권법들을 생각했다.
그의 머리 속에는 서너 가지 권법들이 순식간에 떠올랐다. 하지만 냉혈객은 고개를 저었다. 적어도

사귀대의 도살자들을 능가할 수준은 되어야 한다.
냉혈객의 머리에는 서문비연이 가르쳐준 무공이 떠올랐다.
"파황금나수?"
그러나 그는 그 수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다만 건성으로 익혔을 뿐이다.
냉혈객은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자신의 마음 속에서 누군가가 말하는 것이 들려 오는 듯 햇다. 강

해지고자 하는 그의 욕망이 잠재의식을 깨우고 있었다.
그것은 과거로의 회상이기도 했다.



                *                *                *

'아들아, 내가 비록 강하다고 하지만 삼백년 전 송나라의 전설의 무림와 소봉 태지太志에게는 미치

지 못한다.'
인자한 아버지가 어린 아들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의 말을 듣는 소년의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
'만일 네가 어머니를 따라 황실 장서고에 갈 일이 있으면 반드시 소봉의 격투술을 찾아보아라.'
소년은 그 뒤로 틈만 나면 어머니에게 졸랐다. 황실 장서고를 보고 싶다고.
소년의 어머니는 황실의 부용 공주였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의 손을 따라 황실에 들어 갔다.
수 만권의 책이 어린 소년의 눈에 들어 왔다. 소년은 무학서적이 있는 곳에서 수백권의 책들을 뒤적

였다.
어머니가 잠시 볼일을 보는 사이 소년의 눈에 한 권의 책이 들어왔다.

<격투요비록. 소봉>

소년은 호기심에 건성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무기를 버려라. 버릴수록 강해진다>

첫장에 나오는 말이다.
책 안에는 소봉의 행적과 그가 사용한 권법들, 그리고 그 사용방법이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소년은 어느새 그것들을 암기하고 있었다.
마지막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미천한 신분으로 태어났지만 하늘의 힘을 타고 태어나 동서고금 공전절후한 무공으로 사해를 평정

한 진정한 무림왕 소봉을 그리며 삼가 탁卓이 몇 글자 적었노라. 소봉이 직접 쓴 책은 분실되고 전

해지지 않는다. 다만 아쉬울 뿐이다.
                                                        -동방국 탁.>

소년이 막 마지막 장을 읽었을 때였다.
누군가 소년의 책을 빼앗았다.
'도련님, 이 책은 함부로 보시면 안되는 오랑캐의 무공입니다.'
인자하게 웃고 있었지만 두 눈에 간교하고 교활한 기운이 흘러넘치는 태감이다.



                *                *                *


"태공공!"
냉혈객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자신의 가문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은 사람이 생각났다. 그의 몸은 분노로 부르르 떨렸다.
냉혈객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놈도 수하일 뿐! 진정한 흉수는 바로.....'
그의 눈에서는 흉흉한 살기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의 눈에 불타는 듯 빛나는 혈랑성이 들어왔다.
징키스칸의 별 혈랑성(血狼星).
수 백년에 한번씩 유난히 빛날 때마다 세상을 피로 물들인다는 혈랑성이 빛나고 있었다. 징키스칸이

푸른 늑대의 힘을 받아 온 세상을 피로 뒤덮지 않았는가?
모든 별의 주성인 북극성은 혈랑성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 없다. 다만 그를 보호해 주는 일곱개의

북두칠성만이 혈랑성에 대항해 빛나고 있었다.
냉혈객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은 점차 진정되었다. 요동치는 가슴은 점점 잦아들었다.
밤 하늘의 수 많은 별들이 냉혈객의 눈 안에서 빛나고 있었다. 거대한 은하수도 그의 눈동자 담겨

있었다.
냉혈객은 이를 악물고 낮게 내뱉었다.
"반드시 돌아간다! 내가 잃어버린 모든 것을 찾기 위해서!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두 찾으리라!"

휘이이잉!
한줄기 차가운 바람이 냉혈객을 스치고 지나갔다.
고요한 밤이었다.
무공을 수련하고 있던 냉혈객은 고개를 돌렸다. 그는 인기척을 느꼈다.
자신의 천막 뒤에서 한 여인이 걸어 왔다.
이곳 사혈대에서는 여자라고는 둘 뿐이다.
위안부 소랑과 소수마인 월아.
"호호호. 어디로 돌아간단 말이야?"
냉혈객은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월아였다. 잔인함에서는 소마왕을 능가하고 무공에 있어서는 광혈마도와 맞먹는 여인이다.
이 세상 누구보다도 예쁘고 연약한 것 같지만 상상할 수 없는 잔인함과 표독함을 가지고 있는 여인

이다. 그녀의 다섯 손가락이 펼쳐졌을 때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는 여인 월아

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이 밤중에 어딜 갔다 오는 거야? 그건 그렇고 소마왕의 계집을 가로챘다면서? 어때, 재미 좀 봤

어?"
냉혈객은 말이 없다.
그 역시 이 여인이 껄끄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월아를 상대하는 법을 알고 있다.
그는 조용히 그녀를 제압할 방법을 생각했다.
월아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긴, 그런 풋내기들이 무슨 맛이 있겠어? 이 누나가 맛 좀 보여줄까?"
그녀는 서서히 다가와서 냉혈객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음, 부드러운 살이군. 냄새도 죽이는데!"
이때 냉혈객이 갑자기 주먹을 내질렀다.
퍽!
그녀의 가슴을 때린 냉혈객은 다시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서 오른손으로 맹렬히 후려쳤다.
철썩! 철썩!
냉혈객은 정신없이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순식간에 그녀의 얼굴에서는 피가 흘렀다.
다시 그는 월아의 머리채를 잡은 채 복부를 강타했다. 냉혈객의 발길질은 인정사정 없이 월아의 몸

을 강타했다.
"으윽! 그만해. 이 자식아! 그런다고 내가 말할 줄 알아?"
냉혈객은 아무 말 없이 그녀의 팔을 꺽었다.
부드득!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그녀의 오른팔이 탈골되었다. 그녀가 주르르 모래바닥에 쓰러졌다. 성한 곳

이라고는 엇었다.
턱!
냉혈객은 쓰러진 그녀의 가슴을 밟았다. 그녀는 숨을 헐떡였다. 무척 애처러운 모습이다.
그는 온통 피로 물든 그녀를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월아, 살고 싶은 마음이 생겼나?"
그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그녀의 갈비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월아가 '퇘'하고 침을 뱉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지쳐 있었기에 그 침은 멀리 날아가지 못했다.
냉혈객은 다시 입을 악다물고 그녀를 걷어찼다.
퍽!
그녀의 몸이 허공에 뜨는 순간 냉혈객의 두 주먹이 다시 그녀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조금의 인정도

없는 무지막지한 주먹이다.
다시 냉혈객이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모래바닥에 후려쳤다.
월아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만 뒤! 빌어먹을 자식아, 살고 싶단....."
그는 월아의 머리채를 놓았다.
스르르 그녀가 모래바닥에 쓰러졌다.
갑자기 월아는 고통스러워했다.
냉혈객은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안쓰러움이 가득했다.
잠시후 고개를 쳐드는 그녀의 눈빛이 변해 있었다. 그전까지 표독하고 독랄했던 눈빛이었다면 지금

은 연약하고 순진한 눈빛이다.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고마워요. 요즘에는 그녀가 영악해져서 좀처럼 나로 변해주지 않아요."
월아의 얻어터진 입에서는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냉혈객은 쓸쓸한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 지옥으로 온 자들은 아무리 하찮은 자라도 지옥에 올 수 밖에 없었던 과거가 있다. 하지만 누구

도 자기 손으로 부모를 죽일고 가문을 멸망시킨 이 처첨한 여인에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냉혈객은 탈골된 월아의 어깨를 고쳐주면서 말했다.
"괜찮아? 쉬고 싶으면 내 천막에서 쉬어. 용문객잔 안에 변신한 채 들어갈 수는 없으니까."
그의 눈에는 약간의 눈물이 어리었다. 그녀를 변신시키기 위해서 매번 그녀를 혹독하게 다루어야 하

는 자신이 싫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월아는 고개를 그떡였다.
순진한 그녀로는 도저히 정상인이라고는 한 명도 없는 용문객잔 안에 들어갈 수 없다. 그 곳에는 지

옥을 찾아온 자들 뿐이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걸어 갔다.
월아는 냉혈객의 천막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
"조장님도 들어와요. 지난 번같이 밖에서 잠잘 수는 없잖아요. 벌서 겨울이에요."
냉혈객은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소봉의 격투술을 연마하려고 했다.
그러나 외롭고 불쌍한 여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월아는 자신도 그녀를 따돌린다고 생각할지

도 모른다.
"그럴까? 천막은 넓으니까."
냉혈객은 고개를 끄떡이고 안으로 들어 갔다.
아무도 월아에게 말을 걸지도, 아는 척도 하지 않는다.
가장 광폭하다는 광혈마도도 무식하기는 했지만 자기 비위만 맞추면 절대 손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잔인하게 변한 월아는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였다.

꽤 넓은 천막이다.
이 정도의 천막에서 기거하려면 이 사혈대에서의 지위는 상당해야 할 것이다. 바로 냉혈객이 그런

사람이다.
냉혈객은 탁자에 앉아 가물거리는 촛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월아가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자, 이걸 덮어."
그는 담요를 집어 주었다. 불쌍한 그녀의 얼굴은 너무나 참혹했다.
월아는 담요로 다리를 덮으면서 말했다.
"고마워요."
그녀는 가만히 냉혈객을 바라보았다.
넓은 이마, 짙은 눈썹, 굳게 다문 입술, 별처럼 빛나는 검은 눈동자, 우뚝한 콧날. 오른쪽 눈썹에

있는 검상만 없다면 이토록 완벽한 얼굴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냉혈객보다 더 아름다운 남자를 알고 있었다.
자신 때문에 완벽하게 파멸한 강남의 영웅을......
일렁이는 촛불 아래 그녀는 마치 사랑하는 연인에게 속삭이듯이 낮게 중얼거렸다.
"지옥에 가고 싶어! 지옥에 가고 싶어!"
월아는 죽고 싶다는 말 대신에 지옥에 가고 싶다는 말을 사용한다.
그 이유는 죽고 싶다고 간절히 생각하면 성격이 변하기 때문이다. 지옥의 혈마로 변하는 것이다.
냉혈객의 천막은 평화롭고 조용했다.
용문객잔에서 아직도 술을 마시고 떠드는 무사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고함소리는 이곳까지는

들리지 않았다.
"....."
냉혈객은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월아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었다. 그녀를 죽이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부모와 자기 가문을 멸문시

킨 여인에게 용기를 갖고 살아가라고 말 할 수도 없었다.
냉혈객이 아무 말이 없자 월아는 쪼그리고 앉아 눈을 감았다.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냉혈객은 조용히 운기를 시작했다. 주위에 월아가 있었기에 한가닥 통는 남겨

뒤었다.
'버려라. 검을 버려라. 검을 버릴수록 강해진다.'
냉혈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6/04/28 01:19
수정 아이콘
하하핫....카사노바 출격준비 완료인가요?
TheAnswer
06/05/13 18:41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1714 [유머] 대항해시대를 아시나요? [21] HuJuP6212 06/09/22 6212
27782 [유머] 이게임을 아시나요?? [39] 길시언 파스크7192 06/06/26 7192
26530 [유머] 복수혈전)2권8장 사막이여 안녕 후반부+예고편 [5] 부산저그3696 06/05/22 3696
25373 [유머] 복수혈전)4장 서문비연과 월아(격투술편) [2] 부산저그3632 06/04/28 3632
25366 [유머] 대찌질시대 (대항해시대 온라인하는분만 공감되는자료) [10] Lord4064 06/04/27 4064
21353 [유머] 마이클 조던의 말말말. [16] 후치 네드발8143 06/01/23 8143
20497 [유머] 조조전 야그가 나와서... [37] 오크의심장9296 06/01/03 9296
18144 [유머] vs 미들스브로 전 맨유팬들 반응 + 일본 축구 국대 퇴출 대상자에 대한 일본팬들의 논의 [10] 발가락은 원빈 7081 05/10/30 7081
18015 [유머] 대항해시대2에서 가장 좋은 음악!!!!!!!!!!! [48] 차라리죽을까?9802 05/10/26 9802
9535 [유머] 낚였다 맵핵.. [11] 핸드레이크5310 04/12/19 5310
7810 [유머] OST로 유명한 칸노 요코(Kanno yoko)... [20] P_anic4220 04/08/30 4220
7585 [유머]  [펌] 진정한 공포 + 그레이트한 짜증 +약간의 웃음..;; [6] 랑란4181 04/08/21 4181
6305 [유머] 조던...(웃대펌) [11] Dr.protoss5944 04/06/19 5944
3924 [유머] 이번 사건에 대한 각국 지도자들의 반응.. [3] 비쥬얼3670 04/03/12 3670
1450 [유머] 김제동님 어록 두번째;; [5] 비타민C4328 03/07/15 432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