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회원들이 연재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연재를 원하시면 [건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ate 2012/01/21 15:54:53
Name VKRKO
Subject [번역괴담][2ch괴담]저주의 키홀더 - VKRKO의 오늘의 괴담
[야, 저주의 키홀더라는 거 알고 있냐?]

어느날, 같은 과의 A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뭐? 키홀더?]



A는 한 마디로 말하자면 기분 나쁜 녀석이다.

얼굴은 잘생겼지만, 초중고를 거치면서 누구를 왕따시켰느니, 싸워서 진 적이 없다는 둥 쓸데 없는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말한다.

머리가 나쁜 놈이다.



어째서 그런 녀석과 친구로 지내냐 하면, 사실 A는 한심할 정도의 겁쟁이인데다 자신에게 영감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슨 일만 있으면 오컬트를 좋아하는 나에게 상담하러 오는 것이다.

하지만 당연하달까, 지금까지 영적인 것에 관련된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 키홀더. 가지고 있으면 며칠 뒤에 죽어버리는 저주가 붙어 있다던데.]

[들어본 적이 없는 이야기인데. 뭐, 그냥 종종 나도는 소리 아니야?]

[몰랐나 보네... 너는 취미가 취미니까 혹시 가지고 있나 싶었는데.]



나의 취미는 말했다시피 오컬트 관련 물품의 수집이다.

철이 들 무렵부터 모으기 시작해서, 지금은 상당한 수준이 되어 있다.

[그럴리가. 애초에 그런 걸 가지고 있으면 내가 먼저 죽어버리잖아.]



[아, 그건 그렇구만... 그렇지만 들어본 적도 없는건가...]

[내가 아는 한 그런 건 없어. 무슨 일 있냐?]

[실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어.]



[...?]

A는 가방 속에서 이상한 모양의 키홀더를 꺼내 나에게 보여주었다.

마름모꼴의 동판 한 가운데에 십자가가 그려져 있고, 그 위에 X가 그려져 있다.



솔직히 말해 어디서든 팔 법한 싸구려 키홀더였다.

[이게 저주의 키홀더라고? 뭔가 짚이는 거라도 있냐?]

[아니,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어제 밤에 집에서 가방을 살폈더니 이게 들어있었어. 메모 같은 거랑 같이.]



A는 그렇게 말하며 그 메모를 나에게 건넸다.

["이것은 저주의 키홀더다. 너는 이제 죽을 수 밖에 없다." ...좀 유치하네. 누가 장난친 거겠지.]

[그렇겠지? 장난이겠지? 도대체가... 누구 짓이야? 이건 너 줄게.]



[뭐? 필요 없어, 이런 건. 나는 제대로 된 물건만 모으고 있다고.]

[아, 그런가... 그러면 버리고 가야겠다. 정말 귀찮네...]

A는 투덜거리면서 근처의 쓰레기통에 키홀더를 버리고 돌아갔다.



그리고 이틀 후, 또 A가 나를 찾아왔다.

어째서인지 벌벌 떨고 있었다.

[지난번에 버렸었지? 그거, 확실하게 버렸었지?]



[무슨 소리야?]

[키홀더말이야. 쓰레기통에 확실히 버렸었는데, 또 가방에 들어 있었어!]

그렇게 말하고 A는 가방에서 키홀더를 꺼냈다.



확실히 지난 번 그 키홀더다.

[정말이네...]

A는 확실히 그것을 쓰레기통에 버렸었다.



나도 보고 있었으니 그것은 확실하다.

[저주 받은걸까? 이제 끝인거야? 야, 어떻게든 해줘! 이거 줄게. 제발 좀 가져가 줘!]

[조금 진정해. 그렇지만 그건 더 이상 버리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무슨 소리야? 그럼 이대로 죽으라는거야?]

[저주 받은 물건은 버리려고 하면 역효과가 나타난다고. 버리면 버릴 수록 힘이 강해지는 것도 많으니까...]

[뭐라고? 그런 건 빨리 말했어야지! 벌써 한 번 버렸었잖아!]



도대체 이 녀석은...

[아, 그럼 조사해 볼테니까 며칠만 좀 기다려줘.]

[며칠이나 걸리는데? 서둘러!]



나는 시끄럽게 떠드는 A를 달래고 그 자리에서 빠져 나왔다.

다음날, 내가 도서관에서 조사를 하고 있자 A가 다가왔다.

왠지 생기가 없다.



[야, 좀 들어줘. 정말 위험한 것 같아.]

[무, 무슨 일인데?]

[어젯밤 자기 전에 화장실에 갔었어. 나 자취하잖아. 그런데 화장실 문을 열려고 했더니 문이 안 열리는 거야. 분명 아무도 없을텐데 안에서 잠겨 있었어... 게다가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어. 그것도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의 목소리가, 어이, 어이, 어이하고 부르는거야...]



A는 어젯밤의 일이 생각난 것인지 몸을 떨고 있었다.

[너무 당황해서 그대로 방에서 도망쳐 나왔어...]

A는 그 후 아침까지 편의점과 만화방에서 시간을 보내다 아침이 되어서야 방으로 돌아갔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부탁할게. 그래, 너 오늘 우리 집에서 묵고 가라.]

이 녀석의 집에는 몇 번 간 적이 있지만, 오늘은 사정이 좀 좋지 않다.

[아니, 오늘은 좀 무리야... 그래, 그 대신 이걸 줄게.]



나는 준비해 온 부적을 A에게 건네 주었다.

[이걸 방에 붙여 둬. 너를 지켜줄테니까.]

[오... 고마워! 아무튼 빨리 좀 찾아봐!]



A는 부적 덕분에 안심했는지, 또 제멋대로 말을 하고 돌아가 버렸다.

다음날, 또 A가 나를 찾아왔다.

어쩐지 살이 쫙 빠진 것 같다.



아무래도 부적은 효과가 없던 것 같다.

[한밤 중에 자고 있는데, 무슨 낌새가 느껴져서 일어났어. 그랬더니... 방에 무언가가 있었어. 검은 그림자가 방 구석에 있었다고. 그리고 또 들렸어, 부르는 소리가. 이번에는 내 이름을 부르고 있어...]

A는 머리를 움켜 쥐고 있다.



[그 부적으로는 안 된건가...]

나는 조금 생각하고, 어제보다 강력한 것이라고 말하며 다른 부적을 건네 주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 밖에 없다.



A는 그것을 들고 휘청거리며 돌아갔다.

그러나 A의 주변에서는 계속해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다.

들려 오는 소리도 바뀌었다.



더 직접적으로, 아예 [죽어라!] 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휴대폰의 음성 사서함에도 들어 있고, 방이 무서워서 공원 벤치에서 노숙하려 할 때도 들려 왔다고 한다.

A는 점점 혼잣말을 하는 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주변에 친한 사람이 드물었지만, 이제는 아무도 A 곁에 가려고 하지 않았다.

미쳐 가고 있는 것일까?

아니, 이미 미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얼마 뒤, A는 대학에 나오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뒤, A는 방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 되었다.

지금 내 손 안에는 A가 가지고 있던 키홀더가 있다.


http://i1.ruliweb.daumcdn.net/uf/image/U01/ruliweb/4F1A605F3941AE0009">


싸구려 키홀더.

내가 샀던 평범한 키홀더.

A 덕분에 이것은 저주의 키홀더가 되었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키홀더를 찾고, A네 집의 여벌 열쇠를 만들고, 목소리를 녹음해서 틀었던 보람이 있다.

A가 단순한 녀석이라 쉬웠다.

이걸로 나의 수집품이 또 하나 늘었다.



저주의 키홀더...

정말로 끔찍한 죽음의 물건이다.

실제로 가지고 있던 사람이 죽은, 진짜다.



Illust by Mamesiba








영어/일본어 및 기타 언어 구사자 중 괴담 번역 도와주실 분, 괴담에 일러스트 그려주실 삽화가분 모십니다.
트위터 @vkrko 구독하시면 매일 괴담이 올라갈 때마다 가장 빨리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 VK's Epitaph(http://vkepitaph.tistory.com)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더미짱
12/01/21 15:59
수정 아이콘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이번건 좀 으스스하네요.
12/01/22 13:51
수정 아이콘
중간쯤부터 예상은 했지만 결말을 보니 무섭네요. 잘 읽었습니다.
12/01/25 08:56
수정 아이콘
헐...역시 사람이 제일 무섭네요.
12/01/25 16:55
수정 아이콘
아 섬뜩하네요...
Abrasax_ :D
12/01/26 19:09
수정 아이콘
이건 정말 대박이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49 [번역괴담][2ch괴담]도토리 줍기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5553 12/02/10 5553
348 [번역괴담][2ch괴담]오소레 산의 돌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5936 12/02/09 5936
347 [청구야담]베옷 입은 노인의 영험한 예언(料倭寇麻衣明見) - VKRKO의 오늘의 괴담 VKRKO 5754 12/02/08 5754
346 [번역괴담][2ch괴담]트라우마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5759 12/02/06 5759
345 [번역괴담][2ch괴담]목을 매단 사람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7282 12/02/05 7282
344 [번역괴담][2ch괴담]싱글벙글 아줌마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5907 12/02/04 5907
343 [번역괴담][2ch괴담]바다에서 온 사람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5876 12/02/02 5876
342 [청구야담]왜란을 예견한 류거사(劫倭僧柳居士明識)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5429 12/02/01 5429
341 [번역괴담][2ch괴담]다리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5681 12/01/31 5681
340 [번역괴담][2ch괴담]벽장 속의 아줌마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6016 12/01/30 6016
339 [실화괴담][한국괴담]어느 한여름 날의 기묘한 사건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6548 12/01/29 6548
338 [번역괴담][2ch괴담]화장실의 안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5208 12/01/28 5208
337 [번역괴담][2ch괴담]웃는 소녀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5564 12/01/26 5564
336 [청구야담]가난한 선비와 선전관 유진항(赦窮儒柳統使受報)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5547 12/01/25 5547
335 [청구야담]이유가 귀신을 쫓아내다(逐邪鬼婦人獲生)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5608 12/01/24 5608
334 [번역괴담][2ch괴담]저주의 키홀더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9169 12/01/21 9169
333 [번역괴담][2ch괴담]현실로 나타난 꿈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6083 12/01/20 6083
332 [번역괴담][2ch괴담]한밤의 드라이브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5327 12/01/19 5327
331 [번역괴담][2ch괴담]빨간 구두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5144 12/01/18 5144
330 [청구야담]네 선비의 관상(會琳宮四儒問相)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5494 12/01/17 5494
329 [번역괴담][2ch괴담]맨발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5269 12/01/16 5269
328 [실화괴담][한국괴담]천장에서 나타난 귀신 - VKRKO의 오늘의 괴담 [6] VKRKO 6029 12/01/15 6029
327 [청구야담]별에 기도하던 세 노인(坐草堂三老禳星)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5871 12/01/14 587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