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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0/10 10:50:02
Name 王天君
Subject [질문] 페이소스 pathos (파토스) 라는 게 대체 뭐에요?
문학 비평 용어 정리에 보면 페이소스가 따로 등재되어 있는데, 거기 적힌 설명에 따르면 일반적인 슬픔과는 다른 무엇이라고 나와있네요.
그리고 일반적인 슬픔, grief or sorrow 와 페이소스 pathos 를 나누는 구분은 연민pity라고 하구요.
그런데 연민이 느껴지지 않는 슬픔이 따로 있을려나요? 연민이 있으니까 슬픔이 생기는, 당연한 전제라고 보는데.
교수님들한테 여쭤봤는데도 다 정확히 설명은 못하시네요.
일반적으로 대중매체 같은 곳에서는 '웃프다'의 개념으로 페이소스를 설명하잖아요. 페이소스는 "프"의 개념이 더 큰거고.
책에서도 베이소스 bathos 는 페이소스가 실패했을 때 슬픔보다 우스꽝스러운 느낌이 더 많이 드는 거라고 하고.
그러니까 페이소스는 완벽한 비극이 아니라 희비극이 섞였을 경우의 느낌이 아닌가 하는데....

누가 좀 설명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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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10 11:00
수정 아이콘
보통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켰을 때 많이 쓰던데 정확히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14/10/10 11:33
수정 아이콘
문학이라는 분과 안에서 페이소스라는 단어가 쓰여지는 것은 아마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의 영향이 크겠지요.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에서 인간을 설득하는 방법 중에 하나로 '감정을 일으켜 원하는 방향으로 상대의 의견을 바꾸는' 방식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때 감정이라는 단어가 '페이소스'입니다.
여기서 가장 주요한 페이소스라는 용어의 특성이 드러난다고 볼 수 있는데, 페이소스라는 것은 불러일으켜진 감정이라는 것이지요.
내가 나의 삶의 경험에서 느끼는 슬픔과 달리, 페이소스라는 것은 간접적인 형태로 불러일으켜진 슬픔을 이야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민이라는 특성과 연결되지 않은가 합니다.

간단한 예시를 들면, <오이디푸스 왕>에서 오이디푸스가 사건의 전말과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게된 후 자신의 눈을 '떠있으나 진실을 보지 못하는 눈'이라 말하면서 찌르게 될 때 관객들은 "페이소스의 극단"을 경험할 수 있다고 종종 말합니다.
여기에서 느끼는 슬픔이란, 관객들 자신의 경험이 아닌데도 느껴지는 슬픔이고 그 바탕에는 연민의 감정이 깔려져 있죠.
페이소스라는 단어가 현대에 올수록 조금 더 복잡한 의미 층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만(논의 자체도 조금 더 복잡해졌습니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기본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보입니다.
王天君
14/10/10 12:48
수정 아이콘
파토스, 에토스, 로고스 와의 관계를 문학에서는 딱히 따지지 않는 것 같아서요.
특히나 문학에서 페이소스가 뭐냐? 라고 정의를 물었을 때 대답하기가 상당히 애매하거든요. 교수님도 연민 어쩌구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씀하시고...(정작 자기도 설명은 구체적으로 못하면서)
여덟글자가뭐가짧
14/10/10 11:33
수정 아이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나오는 귀도의 연기가 떠오르네요
아들 조슈아가 수용소의 진실을 알지못하도록 익살스럽게 술래잡기게임인것처럼 말하는부분이나
자신이 죽는순간에도 아들을위해 우승꽝스럽게 걸어나가는모습을보고 관객들은 슬픔을 느끼죠
즐겁게삽시다
14/10/10 11:36
수정 아이콘
워우 어렵네요... 제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읽어 봤다면 멋지게 설명해드렸겠지만.
어차피 철학자, 미학자들 마다
페이소스, 파토스에 대해서 정의 내리는 게 조금씩 다르지 않을까 싶은데요.

기본은 '시학'에서 시작했을 테니 아리스토텔레스 부터 찾아보시는 게 어떨까 싶네요.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비극의 종류 중의 하나로 파토스적 비극을 꼽았을 겁니다.
王天君
14/10/10 12:48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시학 읽어봣는데 잘 생각이 안나네요.
이청준
14/10/10 12:01
수정 아이콘
주인공에게 불행한 사건이 계속 발생하면, 슬픔(비애감)이 환기됩니다.
이 감정은 슬픔일 뿐이지, 연민이 동반되었다고 보기 힘듭니다.
그런데 주인공이 불행으로 인해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합니다.
그 때 독자는 웃기긴 한데, 왠지 그 행동이 더 안쓰럽고 슬퍼집니다. 주인공에게 정감이 가는 거죠.
이건 연민이 동반된 슬픔입니다.
이러한 감정을 일으키는 장면이나 장치가 페이소스입니다.

일례로 <만무방>에서 응오는 농사를 열심히 지었지만, 빚 때문에 수확을 하지 못합니다.
지주에게 다 갖다 줘야하거든요. 이 상황은 슬픈 상황이긴 한데, 연민을 느낄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데 누가 그 논의 벼를 도적질합니다.
응오의 형 응칠이 그 도적을 잡아, 복면을 벗겨보니, 응오입니다.
빚 때문에 자기 논의 벼를 자기가 몰래 훔쳐야 하는 상황인거죠.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독자는 응오에게 연민(동정심)을 갖게 됩니다.
이 장면은 독자에게 연민과 함께 슬픔을 촉발하는 페이소스입니다.

그나저나 王天君님께서 문학도이신줄은 몰랐네요.
영화평 잘 보고 있습니다~
王天君
14/10/10 12:50
수정 아이콘
문학도라니. 껄껄 민망한데요. 어쨋건 예시 감사하니다. 좀 와닿긴 하네요.
그런데 만무방의 예에서, 농사 빚때문에 수확을 하지 못하는 장면에서도 연민이 개입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청준
14/10/10 19:31
수정 아이콘
논을 수확하지 못하는 상황은 그냥 안타깝긴 한데, 인물에게 애정을 자아낼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독자라면 연민까지 나아갈 수 있겠지만요.

연민에는 슬픔과 함께 애정이 결부되는 것 같습니다.
'그냥 슬프다'는 것과, 정감 가면서 안타깝고 그러면서도 알싸하게 슬픈 그런 느낌은 다르죠.
후자가 좀더 복합적이고 고양된 감정에 가깝습니다.
그러한 감정을 자아내는 예술이 미적 가치가 뛰어난 예술이고요.
독자로 하여금 후자의 감정을 체험하게 하는 문학적 장치가 페이소스입니다.

그냥 슬픈 일들만 계속 벌어지면, 신파적이랄까요? 슬프기만 하지, 재미는 없죠.
내용 뻔한 눈물만 짜는 영화처럼요;;
王天君
14/10/10 19:40
수정 아이콘
아항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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