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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4/12 13:52
《미개봉 인간》
44년 전, 그는 멈췄고 세상은 계속 흘렀다. 프롤로그 1981년, 그는 임무를 띠고 태평양을 건넜다. 일곱 겹 포장지 아래, 서약서와 함께 철저히 보호되었다. 냉동 캡슐은 그의 온기를 지웠고, 뇌파는 꿈을 꿨다. '나는 언젠가 누군가의 벗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꺼내지 않았다. 1장 - 개봉됨 “심박수 정상입니다. 체온, 안정화되고 있어요.” 창백한 조명이 천장을 가로지르고, 느릿하게 깨어나는 그의 눈동자에 44년이 한 줄기 빛으로 내려앉았다. “어디... 여긴...” “안심하세요. 당신은 무사히 복구되었습니다. 당신은 1981년 ‘극한임무 냉동복원 프로젝트’ 대상자 7호, 코드네임 TCR-341입니다.” 그는 깨닫는다. 자신이 아직도 그 프로젝트의 일부라는 걸. 단, 세상만 바뀌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2장 - 세상의 소리 그가 마지막으로 들은 음악은 LP였다. 비닐에 둘둘 말린 채로 비행기에 실려왔고, 낯선 기술자들의 손에 건네지며 차가운 캡슐 속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당신을 특정 지역의 문화 전파 및 정보 저장 장치로 설계했어요. 당신의 사명은 아날로그 감성을 복원하는 것이었죠.” 하지만 세상은 스트리밍을 탔다. 소리도, 정보도, 친구도 전부 ‘업로드’되는 시절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더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의 테이프는 돌릴 필요가 없었고, 라디오는 잡히지 않았다. 세상엔 이제 안테나도, 고무버튼도 없었다. 3장 - 박스를 연 이 그를 ‘구매’한 사람은, 오래된 기계를 수집하는 한국인이었다. 이름은 민수. 민수는 말없이 그를 박스에서 꺼냈다. 박스 속에서 쉰내가 아닌, 먼지 냄새가 났다. “정말 당신이 살아있는 거라면...” 민수는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도 민수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마치, 세상에 처음 도착했던 그날처럼. 하지만 이번에는 꿈꾸지 않았다. 아이의 친구가 되는 상상도, 라디오를 켜는 환상도 없었다. 이번에는 단 하나, 자신이 쓸모없다는 사실만이 분명했다. 4장 - 그리고, 작은 소리 민수는 그를 조심스레 해체했다. 갈라진 고무패킹, 말라붙은 윤활유, 바래진 배선들. 하지만 민수는 어딘가에 선을 연결하고, 아주 작은 모터를 돌렸다. 찰칵— 테이프가 돌아갔다. 기적처럼, 아주 옛날 어떤 노래의 도입부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누군가의 목소리도 실려 있었다. “이걸 들을 사람이 있을까? 그래도 난... 남긴다.” 그건 44년 전, 그와 함께 캡슐에 들어간 누군가의 육성 메시지였다. 그는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임무는, 아마 이거였겠지. 잊힌 시간을 틀어주는 것.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마음을 재생하는 것. 에필로그 그는 더 이상 임무 수행 장비가 아니었다. 그는 박물관 유리장 안, 한 구석에 놓인 작은 카세트 라디오였다. 누군가 지나가며 가끔 말을 걸었다. “와, 이거 옛날 거네.” 하지만 그는 알고 있다. 자신이 여전히 한 사람의 ‘좋은 친구’가 되었다는 것을. 다만, 조금 다른 방식으로. ChatGPT한테 소설 써 달라고 했더니...ㅠ.ㅠ
25/04/12 14:26
은색에 ,주파수 잡는거랑,손잡이,안테나 등등 제 기억속의 우리집에 있던 라디오랑 똑같네요?
형님이 영어 공부한다고 무슨 교육용 영어 카세트 테이프 비싼거 사서 이걸로 들었구요. 오른쪽의 동그란 다이얼로 주파수 조정했던 기억나네요.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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