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라야. 정말 남을 거냐? 내가 가는데?"
로코가 말했다.
매라는 모니터에서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마우스를 딸칵거렸다.
매라는 로코의 탈퇴 선언 이후 하루종일 입을 열지 않았다.
"같이 떠나자."
"......"
매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로코는 입술을 깨물고 가방을 들쳐맸다.
게임룸을 나가기 직전, 흡낫을 쓸어넘기며 마지막으로 매라를 쳐다본다.
말 없는 뒷모습.
로코는 한숨을 내쉬었다. 눈을 내리깔고 방 밖으로 한 걸음 내딛는다.
그때 매라가 말했다.
"하나 묻자."
매라가, 기계처럼 감정 없이 속삭였다. 로코가 돌아보았다.
"니 성질머리 받아줄 사람이 필요해서 나 찾는 거냐. 최윤섭."
"무슨......"
"상의도 없이 멋대로 떠난다고 하고. 그러고는 나더러 같이 가자고 하고."
매라가 일어나서 로코의 눈을 마주했다. 로코는 매라의 눈에서, 전에 보지 못한 격동을 읽었다.
"넌 날 장난감 정도로 생각하겠지."
"민기......"
"가라."
매라가 의자에 앉아 다시 마우스를 쥐었다.
로코가 눈을 질끈 감았다.
"민기야... 민기야!"
고해성사하듯 가슴을 부여잡고, 차마 입밖에 내지 못한 것들을 속에서 가다듬었다.
입 밖에 내면, 그 간절함이 빛바래버릴까봐.
"매라... 난 그냥 게임만 하고 싶어. 단순하게 진짜 게임만 하고 싶어. 오더 하기 싫어. 지면 내 탓이니까.
대회도 싫어. 지면 팬들이 실망하니까. 스크림도 싫어..... 팀 분위기 이상해지니까."
"......"
"피방 가서 느꼈어. 항상 사람들이 날 바라본다는 거. 이젠 늦었어... 예전으로 돌아가기엔...
항상 주목 받고 살아야해."
"윤섭아."
로코의 목소리가 젖어 있었다. 매라의 손가락이 떨렸다.
"난 그냥 단순히... 친구와 듀오하고 싶어. 둘이서... 즐겁게. 아무 생각 없이."
윤섭의 눈에 차오른 물기가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흘러내렸다.
"그 친구가 너야, 민기야. 너 뿐이야."
"윤섭아."
"너가 다른 새끼 서폿하는 거... 그딴 거 보고 싶지 않아."
그의 고백에 매라의 표정이 무너져내렸다.
매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로코가 들쳐맨 가방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you are my bitch."
로코가 매라를 끌어안았다. 매라는 어린애처럼 자신을 찾는 윤섭의 어깨를 보듬으며 눈을 감았다.
그의 눈에서도 물방울이 떨어져내렸다. 뜨거운 것이 가슴에서 들끓는다.
매라는 흐르는 눈물 속에서 웃었다.
윤섭아.
사람들은 다들 로코도코가 매라 아니면 안될 거라고 말하지.
다들 모르고 있어...
"i'm your bitch."
나야말로.... 너 아니면 안된다는 걸.
로코랑 너랑 봇듀오 할 거댜. 인사해댜.
캐떡의 소개로 처음 봇듀오를 섰을 때, 본능적으로 느꼈었지.
너로 인해 난 완전히 달라질 거라고.
매라가 로코의 흡낫을 쓸어넘겼다. 로코의 눈물을 닦아주며.
"같이 가자. 윤섭아."
"민기야...."
건웅은 문 바깥의 벽에 기대어, 둘의 속삭임을 듣고 있었다.
"녀석들......"
건웅은 말없이 걸어 나가며 휴대폰을 열었다.
"감독님... 봇라인 새로 구해야 되겠네요."
"왜? 무슨 일인데? 민기도 나간데???"
"그야..."
건웅은 생각했다. 무어라고 표현해야 하나. 저 둘의 관계를, 자신의 조악한 언어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는 픽 웃고 말았다. 악역은 익숙하니까.
"아시잖아요. 제 시선에서 out."
"이 새끼..."
둘이 떠나는 날.
현관에서, 인사하고 떠나는 둘의 뒷모습을 보면서, 건웅은 미소지었다. 햇살이 따갑다.
mig 프로스트. 준우승.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리그의 전장은 이제 시작이다. 전장에서 저 둘을 만나는 날이 오겠지.
"배신자들을 저렇게 놔둘 수 없지."
문득 뒤에서 검은 그림자가 그 둘을 따라가고 있었다.
"아...안돼...!"
건웅이 소리쳤다.
중앙대 일보 클라우드 템플러가,
무한나선을 그리며 차츰 그 둘의 등을 향해 거리를 좁혀가고 있었다.
"배신자는 처단. 가차 없죠."
빠른별이 낄낄댔다. 건웅은 클템의 주먹질에 허물어지는 둘의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 흘렸다.
"미안... 미안하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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