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진이라 화질구지는 양해 바람)
이 둘은 서로 다른 두 명의 죄수임.
왼쪽 사람 이름은 Will West고 오른쪽 사람은 William West임.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에 동시대에 살던 사람들이고 이 둘은 서로 가족이나 친척 관계도 아니었으며 아예 생판 모르는 사이였다.
1903년에 왼쪽의 Will West는 경범죄로 잡혀들어감. 그런데 범죄경력 조사를 해보니 이미 1급 살인으로 무기징역을 받고 수감되어있다고 뜨네? 그래서 그당시 미국에서 쓰이던 범죄자 분류 체계인 베르티옹(Bertillon) 식별 체계 상 교도소에 수감중인 사람의 얼굴사진과 비교해보니 아무리봐도 기존에 무기징역을 받은 사람의 얼굴과 동일인임. 그래서 교도소 서기가 '또 무슨 짓을 저지른거야?'하고 물어보니 Will West는 '난 여기도 처음왔고 교도소 자체를 처음 와봤는데?'라고 반문했지. 교도소 서기는 당연히 자기 범죄를 부인하는 거라고 생각했음. 그 베르티옹 파일에서 이 사람이 아직도 교도소에 복역중이라는 걸 발견하기 전까진. 근데 아무리 하나하나 따져봐도 두상이라던지 코의 길이라던지 입 모양이라던지 눈의 위치라던지 이런게 너무 똑같은거임.
이름도 사실상 같고 얼굴도 너무 똑같은데 분명 다른 사람인거지. 알고보니 위 사진에서 오른쪽 사람인 William West는 2년전인 1901년 교도소에 수감된 뒤 똑같은 베르티옹 식별 체계로 등록되어있는 상태였던 것.
베르티옹 체계는 프랑스 범죄학자인 알퐁스 베르티옹이 만들었고 1887년부터 미국에서 쓰이던 범죄인 분류체계였는데, 이 당시만 해도 머그샷(얼굴 사진)이랑 얼굴에 대한 문장으로 된 자세한 설명정도였음. 딱 현상수배지정도? 대부분의 경우 별 문제없이 써먹었고 얼굴만 보고 판단하거나 이름만 보고 판단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체계가 도입된지 20년도 채 안되서 머그샷과 이름가지고는 구분할 수 없는 도플갱어급 사례가 발견된거임.
아래는 그 당시 베르티옹 체계에서 쓰였던 머그샷과 새로 도입된 두 사람의 지문이 추가된 모습.
Will and William West conundrum: How two unrelated but identical inmates showed need for fingerprinting
베르티옹 체계를 만든 프랑스의 범죄학자가 지문에 기반한 새로운 분류체계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미국의 감옥들이 이걸 재빨리 도입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사건이었음. 아니나다를까 이 새로운 지문 기반 분류체계는 꽤 정확했고, 1905년에 그걸 도입해서 이 두사람의 지문을 찍어보니, 두 사람의 지문이 완전히 다르다는걸 확실히 알 수 있었지.
팩트는 여기까지고, 저 유사성 때문에 경범죄 저지른 사람이 대신 무기징역으로 잡혀들어갔다는 둥 하는 건 전부 다 뜬소문임. 관련 업종에서 공부하거나 일해본 사람은 다 들어봤을법한 이야기지만 재밌을거같아서 가져와봄.
개드립 - 100년전 지문인식 체계가 재빨리 도입된 이유. (
https://www.dogdrip.net/2998874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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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