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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7/29 22:12:42
Name yangjyess
File #1 1q84.jpg (29.2 KB), Download : 49
출처 이동진의 빨간책방
Subject [텍스트] 이동진이 말하는 하루키


이동진의 빨간책방 들으며 메모한거 정리했습니다. 짤은 1q84의 한 문구입니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이하 쓰쿠루)는 일본에서 출간된지 1주일만에 백만 부가 팔렸고

국내에서는 번역 1주일만에 30만 부가 팔렸다.

국내 판권의 높은 선인세와 초판 발행부수 등 많은 떡밥이 있었고 평가도 다양했다.

한국사람들은 하루키 에세이도 많이 읽는다. 작가 하루키 뿐 아니라 생활인 하루키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거다.

그러면 자연히 하루키의 소설을 읽는 독법도 다른 나라와는 다를법 하다.

하루키는 아마 우리나라에서 읽히는 모든 외국 작가를 통틀어 가장 인기있을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미여사가 인기가 있긴 하지만 하루키 정도는 아니다. 알랭드 보통 같은 작가도 상대가 안된다.

하루키는 많이 팔리는 것만이 아니라 팬들이 어떤 존경심 같은걸 가지고 있다.

상실의 시대로 하루키가 한국에 처음 알려졌을때 충격이 워낙 컸다.

상실의 시대에서 이야기하는 전공투 세대 썰이 한국의 386세대, 즉 격렬한 청춘의 시기를 보낸 독자들의 마음 깊숙히 파고들었던 것이다.

도피처를 원하던 사람들에게 하루키가 도피처를 만들어줬다.

이렇게 삼엄하고 엄중한 시기에 나는 개인적이어도 되는가 고민하던 사람들에게 하루키는 그래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80년대 문학에서 개인적인 것을 추구하면 백안시될수 있는 풍토가 있었는데 그게 90년대 사소설 비슷한 분위기로 넘어올때 하루키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근데 정작 하루키는 개인주의자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가 최근으로 올수록 자기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사회적 책임도 느끼고 있다.

그러면서도 젊은 스타일을 놓치지 않고 동시대성을 유지한다. 그렇게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했다.

하루키가 소설 쓰는 기간과 분량을 보면 기본적으로 엄청 성실한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이 혈기와 에너지가 넘치다보면 다른 분야에 광적인 애호도 보내고 그러다가 삑싸리나고 말실수 하고 물의를 빚게 되는데 하루키는 그런게 없다. 예루살렘상 관련해서 조금 그랬긴 하지만.

어떤 우리나라 소설가가 하루키 팬임을 고백하면서 '이렇게 말하면 주변에서 우습게 볼까봐 말을 못했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인 적이 있다.

이렇게 하루키를 폄하하는 분위기가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있었다.

<1q84 어떻게 읽을 것인가>라는 책에 수록된 일본 문학평론가들의 말을 보면 하루키를 이제 막 등단한 어린 작가 취급한다.

1q84를 쓴 하루키는 이미 카라마조프를 쓴 도끼보다 나이가 많았는데.

일본에서도 '어쨌든 이 정도 되었으니까 인정해줄 수밖에 없다'하는 순간에 이를 때까지 하루키를 저평가해온 것이다.

하루키는 일본에서 주는 신인상인 아쿠타가와상도 못받았다.

두 번 떨어졌는데 대여섯명의 심사위원 중 엔도 슈샤쿠와 오에 겐자부로가 있었다.

엔도 슈샤쿠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 대해서 '의미를 배제해나가는 방식으로 소설을 쓰는데 이렇게 스타일만으로 쓰는 소설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했고 두 번째로 후보에 올라간 <1973년의 핀볼>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도 안했다.

오에 겐자부로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 대해서 '커트 보네거트에 대항 짝퉁 소설'이라고 했고 <1973년의 핀볼>에 대해서는 '아무리 빌려온 것이지만 그걸 이렇게 구사한다는건 대단한 재능'이라고 칭찬?을 했다.

하루키는 그러한 일본 문단의 견고한 편견과 경멸을 하나씩 맞서나갔고 사실상 대중이 먼저 발견하고 인정한 거다.

한국도 예전과 달리 하루키를 낮춰 보는 시선이 많이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나 하루키 안 읽었어'하는게 오히려 허세일 수도 있다.

하루키 소설은 늘 잘 읽히는데 하루키가 이런 말을 했었다. 소설에서 중요한건 한 블록이다. 하루키의 소설들은 블록이 굉장히 균일하다. 문단을 보면 일정한 덩어리들이 이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책을 읽을 때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정도의 덩어리를 씹어 삼키기 좋게 잘 잘라서 적당히 배치해 놓았다.

이것은 하루키가 가지고 있는 내재된 리듬이다.

마치 마라톤을 할 때 일정한 보폭으로 내딛듯이 정확한 문단의 덩어리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리고 초반 인물묘사가 상세하다.

우리가 소설을 읽을 때 초반에 등장인물이 어떤 사람일까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리는데 하루키는 그런 면에서 친절하게 초반 세팅을 완벽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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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29 22:17
수정 아이콘
자게로 가시는게 낫지 않을까요? 단락구분만 좀 해주시면 좋을 거 같네요.
yangjyess
16/07/29 22:32
수정 아이콘
아.. 밑에 이동진이 말하는 영화 관련 게시물 두개와 같은 성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름 물들어왔을때 노 저은건데.. 운영자분께서 적절히 조치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단락구분은... 그냥 받아적다시피 메모한거라 그냥 줄만 띄우는걸로 수정했습니다.
it's the kick
16/07/29 22:18
수정 아이콘
인터넷에서 하루키 저술 관련 뉴스만 나오면 리플은 거의 일관되게 "허세", "섹스", "된장", "도움 안되는 책"이 중심내용인 리플이 달리는데, 그럴 때마다 그럼 당신들은 얼마나 대단하고 유익한, 인생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으시냐고 묻고 싶은 말이 매번 손가락 두번째 마디까지 차오르다가 멈춰요.
16/07/29 22:42
수정 아이콘
내가 읽은 것들과 다를 바 없다. 다시 말해 크게 특별하지 않다. 뭐 이렇게 생각하셔도 될 듯 합니다.
16/07/29 22:31
수정 아이콘
하루키 소설은 참 편하게 읽히면서도, 날아가지 않을만큼만 가벼워서 좋아요. 하루키의 문학성에 대해서는 참 말이 많았지만, 영미문학계에서 하루키가 그토록 성공한 뒤로는, 영미 문학이론을 기반으로 성장한 한국 평단에서도 하루키를 업신여길 수가 없게 되었죠. 한국 젊은 작가들도 하루키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파다하구요
저 신경쓰여요
16/07/29 22:36
수정 아이콘
하루키는 우리나라 기준으론 너무 고평가 되다가 너무 저평가 되다가... 충분히 재밌는데 말이에요.
달달한고양이
16/07/29 22:47
수정 아이콘
하루키 소설보다 에세이를 더 좋아했었는데-상실의 시대도 뭐 이런 게 왜 이리 인기가...했었는데- 1Q84는 왜인지 모르게 정말 좋았어요. 펑펑 울어가며 읽었던. 이후로 하루키 다른 소설들도 다시 보게 됐네요. 하지만 역시 하루키 여행기가 짱짱이라며 크크
히히멘붕이오
16/07/29 23:14
수정 아이콘
맞아요 하루키 여행기 재밌죠. 그리스 가서 조깅하고 이탈리아 가서 조깅하고 크크킄크
달달한고양이
16/07/30 00:37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 반박불가 크크크크
이센스
16/07/30 08:38
수정 아이콘
샐러드도 먹어야죠
다혜헤헿
16/07/29 22:55
수정 아이콘
상실의 시대 밖에 못봐서평가 보류 중인데 다른 채들도 읽을만한가요?
16/07/30 00:32
수정 아이콘
하루키가 쓴 모든 에쎄이(소설말고) 질이나 양적으로 정말 훌륭 합니다.
이웃집하이드씨
16/07/30 06:30
수정 아이콘
상실의 시대는 하루키 소설 중에서 좀 이질적인 편이라서.. 상실의 시대가 최고 히트작이긴 한데 다른 소설들과는 결이 좀 달라요. 상실의 시대를 읽고 실망했다고해도 다른 소설들에는 열광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고. 뭐 이런 취향을 떠나서 일반적으로 읽어볼만한가라고 묻는다면 웬만해서는 다들 그렇다라고 할 겁니다.
제이쓴
16/07/29 23:01
수정 아이콘
하루키 [먼 북소리] 강추합니다.
유럽 여행기인데, 문장도 좋고 경험을 잘 살려서 읽기 편합니다.
달달한고양이
16/07/30 00:38
수정 아이콘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하루키 작품입니다!
개백정
16/07/29 23:18
수정 아이콘
토니 타키타니 너무 좋아하는 소설이자 영화예요.
16/07/29 23:20
수정 아이콘
하루키는 여행기가 꿀잼..
가서 달리고 산책하는 것만 나오는데도 꿀잼...
무무무무무무
16/07/29 23:34
수정 아이콘
지금 젊은 작가들은 거의 하루키의 아이들 수준으로 봐도 무방하니까요.
슈퍼집강아지
16/07/29 23:44
수정 아이콘
https://books.google.co.kr/books?id=DMSYBgAAQBAJ&pg=PT333&lpg=PT333&dq=%EC%9D%B4%EB%8F%99%EC%A7%84+%ED%95%98%EB%A3%A8%ED%82%A4&source=bl&ots=E5h8rV1Emv&sig=MQ5LPjsQ9ICZCXp9LG7boy6NHmA&hl=en&sa=X&ved=0ahUKEwiO7d-X9JjOAhVFwmMKHabbAc44ChDoAQgqMAI#v=onepage&q=%EC%9D%B4%EB%8F%99%EC%A7%84%20%ED%95%98%EB%A3%A8%ED%82%A4&f=false

팟캐스트 빨간책방 내용을 글로 정리했던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에도 하루키 책이 추천되있네요.
요기 좀 더 디테일하게 나와있습니다 참고하셔요 흐흐
글이 재밌어서 검색해보다가 찾았습니다.
MoveCrowd
16/07/30 01:29
수정 아이콘
문화매니아와 대중의 접점이 생길 때 이런 상황이 항상 생겨나죠. 딱히 대단한건 없는 것 같은데 대중들은 너무나 좋아하는.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편한걸 참 좋아한다고 느낍니다.
Samothrace
16/07/30 01:50
수정 아이콘
뭐 그렇죠. 한 때 도갤에서도 하루키를 지나치게 천대한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또 어떤 분들은 지나치게 높이 사죠. 하루키가 굉장히 대중적인 작가이기 때문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MoveCrowd
16/07/30 11:35
수정 아이콘
그 대중성을 폄하할 이유야 없겠지만 대중들 역시 항상 매니아적인 시각을 존중하면 좋겠어요.
재미있지
16/07/30 04:28
수정 아이콘
여러분들 '대중문화의 이해' 라는 박성봉 교수님의 수업을 한번 들어보셔요 크크크.
EBS 문학책 소개 프로그램에 '멋지다 마사루' 소개하신 분입니다.
16/07/30 13:47
수정 아이콘
의도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하루키의 소설은 확실히 평론가보다 대중에게 파고들 수 있는 몇 가지 "기술"을 잘 구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기술이,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약았달까? 처세적이랄까?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요약하자면, 대중들의 워너비 심리와 내가 그 워너비에 동치된다고 느낄 때의 만족감 내지 안도감, 문화적 허영 같은 걸 잘 찔러준다는 거죠. 일종의 세련된 선동입니다.

하루키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문화적으로나 감성적으로, 혹은 인격적으로 소설 안에서 주변인으로 그려지는 일반인들 타인들에 비해 우월합니다. 고차원적이죠.
하루키 문학에서 그려지는 일반인이란 상징적으로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같은 겁니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도어즈나 라디오헤드의 오케이 컴퓨터 같은 거고요.

하루키의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당연히 주인공의 감성에 자신을 동치시킵니다. 안 그러면 짜증나서 못 읽죠. 만약 훌리오이글레시아스의 팬이 하루키 문학을 읽는다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하루키의 약음(?)은 여기에 있습니다. 추상적인 표현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이고 친근한 고유명사를 사용해서 저런 식의 심상을 만들어내는 거죠. 랄프로렌의 고상한 원피스, 비틀즈나 도어즈의 노래들, 그 밖에 어느어느 메이커의 커피, 자동차, 구두와 고전 소설 같은 것들.
어머! 나도 그 노래 좋아하는데! 나도 그 브랜드 좋아하는데! 나도 그 샌드위치 좋아하는데! 그래 나도 훌리오 이글레시아스는 싫었어! 같은 매우 친근한 일치감이 감성적으로나 인격적으로 대중에 비해 우월한 주인공들에게 쉽게 몰입하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그런 일치감과 대리만족적인 우월감이 여운으로 남죠.

한때 하루키의 책이 셀카와 sns의 필수요소가 되었던 현상의 근저에는 저런 식의 친근하면서 세련된 허영심의 자극이 상당부분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하루키에 대한 저평가는 반면 그런 부분에 대한 반발심리가 깔려있지 않을까 싶구요.

그것과 별개로 개인적으로는 작가로서 매우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하고 존경합니다.
일단 그렇게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그렇게나 수려한 문장으로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굉장한 일이니까요.
히히멘붕이오
16/07/30 20:42
수정 아이콘
좋은 댓글 잘 읽고갑니다^^
맨송맨송
16/11/12 21:20
수정 아이콘
우와 이 댓글이 좋습니다.
냉면과열무
17/04/07 08:3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좋은 댓글이네요.
어디가서 아는체좀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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