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모두가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유머글을 올려주세요.
- 유게에서는 정치/종교 관련 등 논란성 글 및 개인 비방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Date 2012/12/24 11:31:20
Name 젊은아빠
File #1 허수아비는허수허수하져.png (0 Byte), Download : 24
Subject [기타] [LOL] 레딧괴담 - 피들스틱


이 글은 해외의 플라티넘 랭커 biblos가 블로그에 올린 것을 번역한 것이다




안녕, 친구들.

오늘을 끝으로 나는 lol을 접으려고 해.

이 게임을 한 지 오래 되었지만 이젠 정이 떠나서 접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

마지막으로 그동안 팀 랭크 게임에서 활약한 apito와 XPXmove에게 감사를 보내고 싶어.

그리고 내가 lol을 접게 된 이유를 지금부터 간략하게나마 설명해볼까 해.


알 사람들은 알겠지만 우리 클랜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했어.

챔프를 rp로 살 수는 없었을 뿐더러 IP 요구량은 어마어마하잖아? 다들 공감할거야.

그래서 우리 클랜. No22와 nolxlon, pito, quante와 나는 일단은 실력을 기르고 싶은 나머지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어.

ip를 모을 때 쯤이면 벌써 신 챔프는 나와있고 구 챔프에 대한 연구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실정이었으니까.
(주 : 해외에는 프리미엄 pc방같은 개념이 없습니다)


어쨌든 방법을 찾던 우리는 웹서핑 도중 한가지를 발견했어.

바로 lol 프리 서버 클라이언트였지.

반쯤 속는 셈 치고 다운로드해서 들어가봤어.

따로 가입할 필요 없이 접속만 하면 바로 ID가 할당되는 식이었지.

특이하게도 로그인 화면에 피들스틱이 있길래 뭐야, 벌써 이전 버전이잖아 하고 생각했어.

프리서버가 그렇지, 뭐. 라고...



접속한 후 내 ID는 20000으로 되어 있었어.

신기하다고 해야될까, 낚시프로그램도 아니었고 생각보다 꽤 멀쩡하게 돌아가는 클라이언트였어

사용자 설정으로 테스트까지 끝낸 나는 클랜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우리는 모두 프리서버에 접속했지.

여기서 각자 새로운 ID를 할당받았는데, 106, 180, 4286, 5555가 그것이었어.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방을 짜 게임을 시작했어.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은, AI 상대 협동 플레이밖에 없었다는 거야.

'아마 이 프리서버를 제작한 해커가 랜덤 매칭까지는 구현하지 못한 모양이다'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일단 AI전을 돌리기로 했어.


그리고 방이 열린 그 순간 우리는 환호했어.

캐릭터들이 전부 있었거든. 가장 최신 캐릭터인 제이스까지 모든 챔프가, 그것도 무료였어.

우리는 평소에 각자 하고 싶었던 챔프들을 골라 바로 AI전을 시작했어.

그리고 게임이 시작되었지. 나는 평소에 연구를 해보고 싶었던 드레이븐을 픽했고,

나머지 녀석들은 제이스, 아무무, 아리, 말자하를 골랐어.


상대 봇 AI는 평소에 lol에서 보던 녀석들이었어. 애니, 소라카, 타릭, 트런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피들스틱이 있었어.

게임이 시작되고 우리는 AI를 상대로 싸움을 시작했지

근데 이 AI전이 생각보다 만만하지가 않았어. AI 수준은 lol의 중급 난이도 이상의 것이었어.

한타 유도나 봇이 때때로 다이브까지 해서 무리한 킬을 챙겨가는 수준까지 되었으니, 우리는 조금 의아해했어.

그리고 가장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어.

피들스틱 봇이 보이지 않았던 거야.


게임 시작 7분 후에야 우리는 피들스틱이 어디에 있는지 알았어.

피들스틱은 소환사의 협곡 가운데 강을 따라 상대 정글쪽을 통해 반대쪽 강까지,

마치 초승달의 형태를 하며 무한하게 뛰고 있었어.

그냥 뛰고 있을 뿐이었어. 그 피들스틱은.


일종의 버그라고 생각해 그 피들스틱에게 접근해 공격을 시도해 보았어.

하지만 그 피들스틱의 체력은 이상하게 높았어.

아이템 칸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체력이 9000이 넘었고, 그 리젠속도도 어마어마했어.

데미지는 박히나 마나 하게 되어 있었고, 피들스틱은 내 챔피언을 무시한 채 그냥 종횡무진 뛰어다닐 뿐이었어.

일종의 프리서버 관리자의 이스터 에그인가 싶었지.

어쨌든, 그래서 피들스틱을 제외한 봇 4개와 우리 5명은 정상적인 게임을 진행했고,

우리는 여러 CC연계기를 연습하며 가볍게 클리어했어.

그렇게 한 열 판쯤 원없이 원하는 챔프를 한 후에 우리는 로그아웃했지.


다음 날 다같이 그 프리서버에 접속했어.

팀 랭크를 올리기 위해서 호흡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

그리고 어떤 챔프가 가장 효율적인지 연구해서, 그 챔프를 본래 lol에서 빨리 구매하는걸 목적으로 삼기로 회의했어.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어.

모두의 할당된 ID가 변경이 되어 있는 거야.

정확히는, 모두가 전 날의 숫자에서 11만큼 줄어 있었어.

95, 169, 4275, 5544.

이걸 눈치 챈 건 두 번째 날의 플레이가 끝날 때 쯤이야.

다들 별로 신경 쓰지 않았고 어쨌든 두 번째 날도, 이상한 피들스틱을 무시한 채 연습에 매진했어.


세 번째 날, 이미 80대의 숫자가 되어버린 No22가 한 가지 제안을 했어.

퍼센트 데미지를 주는, 올라프 같은 챔프만으로 풀템을 도배해서 저 피들스틱을 잡아보자는 의견이었어.

나는 귀찮기도 하고 의미가 있을 것 같진 않아서 안 한다고 했어.

하지만 기어이 No22와 pito는 그 피들스틱을 잡고 싶었던 모양이야.

그들은 우리 셋을 제외한 다른 예비 클랜원들에게 연락을 해 그 피들스틱을 공략하기 시작했어.

당시 그래도 조금 호기심이 생긴 나는 녀석의 게임을 관전했지.



피들스틱은 퍼센트 데미지에 의해 체력이 깎이긴 깎였어.

그렇게 한참을 씨름하고 템을 변경해 5명의 챔프가 딜을 때려박은 결과, 마침내 피들스틱은 쓰러졌어. 킬을 먹은 건 올라프였어.

그리고 동시에 No22 녀석의 올라프가 움직이지 않았어.

5분쯤 흘렀을까, No22에게서 전화가 왔어. 수화기 저편의 녀석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허탈한 것 같았어.

녀석은 내게 이렇게 말했어.

'어이, biblos, 저 피들스틱 말이야... 하하. 세상에. 어떻게 저런 게 존재할 수 있는 거야? 하하. 웃음밖에 안 나와.'

나는 무슨 소리냐고 물었지.

'내가 미리 경고하는데... 하하. 저 피들스틱을 절대로 잡지 마. 그 순간 저게 뭔지 알게 된다니까? 하하. 저건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 돼.'

전화는 곧 끊겼고, 현실의 No22가 살던 아파트에서 투신자살 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그로부터 3일 후였어.

오프에서 만나본 적은 없지만 소환사의 협곡에서 든든한 동료를 잃는 건 슬픈 일이었지.

장례식을 갔다가 pito를 만났어. pito는 실제로도 내가 잘 아는 동생이야.

하여튼 No22의 방을 둘러본 pito는 이상하게 녀석의 컴퓨터에 관심을 가졌어.

pito는 내가 말렸지만 컴퓨터를 멋대로 키고 프리서버에 접속했어. ID 할당은 '0'이 되어 있었어.

pito는 그 후로 '나는 No22가 뭘 봤는지 알아야겠어. 자살 따윌 할 녀석이 아니란 건 너도 잘 알잖아.' 라고 말하고는

다시 그 피들스틱의 공략에 들어갔어.


어쩐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지만 착한 녀석이기에, 공황상태인 것도 이해할 수 있었어.

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어.

pito의 자살소식 역시 3일 뒤에 들려왔어. 사실 그것을 발견한 건 나야. 연락이 안 되어서 녀석의 자취방에 갔더니 목을 매고 있었어.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놀랍고, 무서운 경험이었어. 트라우마가 될 것 같았지.

경찰에 연락을 하고, 가족은 없는 녀석이기에 적당히 장례식을 하고 녀석의 유품은 내가 처리하는 것으로 되었어.

그리고 녀석의 방을 정리하다가, 무심결에 컴퓨터를 켜 보았지.

순간 섬뜩했어.

바탕화면에 빨간 글씨로 '피들스틱은 알려져선 안 된다'라고 쓰여 있었거든.

녀석이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였어.



어쨌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 나는 피들스틱 따위 궁금하지도 않아. 하지만 동료와 친한 동생을 잃은 것도 사실이야.

내가 lol을 떠날만한 이유가 되기엔 충분하지. 나는 컴퓨터를 포맷해 버렸어.

내게는 너무나 가혹한 시간들이었어.

이 이야기를 다른 lol 유저에게 들려주었어. 그 유저는 그런 프리 서버따위 찾을 수 없었다고 내게 말했어.

그 피들스틱은 뭐였을까.

소환사의 협곡의 강가를 가로지르며 기괴하게 뛰기만 하던 피들스틱.


한 가지 확실한 건, 혹시 너희가 어디선가 lol 프리서버를 발견하더라도 절대 피들스틱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거야.

어쩌면 정식서버 어딘가의 AI전에서도, 그렇게 뛰고있는 피들스틱을 찾게될지도 모르지...

그럼 다른 소환사들의 건투를 빈다.

나는 여기서 리타이어할게.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2/12/24 11:43
수정 아이콘
호오 역시 괴담은 뭔가 쪼는 맛이 있군요.
Purple Haze
12/12/24 11:45
수정 아이콘
피들스틱 개인적으로 참 싫어하는 챔프죠 네.

공포 아오..
12/12/24 12:27
수정 아이콘
녹턴. 피들스틱. 샤코
롤 대표 호러챔프들.


자매품
우르곳, 요릭, 오리아나, 앨리스. 마오카이.
12/12/24 13:39
수정 아이콘
범인은 루니어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260668 [기타] [지식채널e]환상적인 실험 [5] 배주현7562 15/12/23 7562
259730 [기타] 빨간약 바르는 법.jpg [10] 배주현7421 15/12/11 7421
246944 [기타] 추억의 음료.jpg [16] 삼성그룹10989 15/07/23 10989
222246 [기타] [기타] 스테비아의 군대이야기 - 당직 & 귀신 편 [6] 스테비아6215 14/10/21 6215
213662 [기타] [기타] 양귀비가 가진 뜻 [6] 요정 칼괴기6861 14/07/28 6861
209081 [기타] [기타] 노인네 인증 [9] 아이유4898 14/06/16 4898
208385 [기타] [공포] 한국을 들었다놨다 했던 괴담들 (혐오포함) [31] 짱구 !!8035 14/06/11 8035
200266 [기타] [기타] 신형 소나타 내부.jpg [78] wook989238 14/03/25 9238
199117 [기타] [기타] 힘이 7배로 강해지는 흥겨운 노래 [5] 스테비아5074 14/03/15 5074
197474 [기타] [기타] [계층] 열도의 흔한 학습지광고 [15] 여자친구4825 14/03/03 4825
196806 [기타] [기타] 압류한 일베회원 재산은 기부 허나 다음엔 그냥 도끼로 일괄처리할랍니다. [19] 개평3냥6401 14/02/26 6401
194484 [기타] [기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괴담 [34] 눈시BBv37077 14/02/10 7077
193936 [기타] [기타] [스타1] 고전 추억팔이 [5] 카우보이 김밥6403 14/02/06 6403
193571 [기타] [기타] 남자가 부르는 Let it go [7] Realise4284 14/02/03 4284
186305 [기타] [기타] 킹오파 96이 만들다 만 게임인 덕분에 수혜를 입었던 캐릭터 한 명 [17] 비참한하늘이빛나7923 13/12/11 7923
181040 [기타] [기타] 진리의 패완얼을 거부하는 그 남자.jpg [17] GTA19054 13/11/07 19054
176271 [기타] [기타] [스포주의] GTA5의 깨알 같은 디테일 100가지 [4] 먼지가 되어33034 13/10/03 33034
175231 [기타] [기타] 빨간 원기옥 19 [10] tyro6422 13/09/25 6422
166178 [기타] [기타] 피지알 0.0001%? [11] 도시의미학5402 13/07/23 5402
163515 [기타] [기타] [계층] 심심해서 건담 덕후 퀴즈 (+ 문제 몇개 추가) [30] 사장10776 13/06/29 10776
148930 [기타] [기타] 빨간색 보면 더 강해지고 빨라져… [10] 좋아요7382 13/02/16 7382
148097 [기타] [기타] 이쯤에서 봐주는 [13] 사티레브5487 13/02/08 5487
143774 [기타] [LOL] 레딧괴담 - 피들스틱 [4] 젊은아빠7628 12/12/24 762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