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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7/23 21:27:24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m.blog.naver.com/supremee13/223164080931
Subject [일반] 감각을 되살리고 픈 이야기.
What to do? 어쩌면, 저의 그닥 길지 않은 삶 동안 가장 많이 한 질문일 겁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 항상 많은 고민과 걱정거리를 안고 살아가는 타입의 인간으로서, 저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어떻게 해야하는 가를 항상 고민하고 걱정해왔습니다. 그리고 대체로 제가 해내왔던 일들은 눈앞에 닥친 일들, 그리고 지금 당장 제가 해야할 일들을 처리하는 것 들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에 대해 고민을 안해본 적이 없다면 거짓말일 거에요. 그런데 항상 저는 두려웠습니다. 선 바깥으로 나가는 것도 두려워했고, 선 밖을 상상하는 것 조차 두려워했습니다. 저에게 선은 땅바닥에 그어진 선이 아닌, 하늘 높이 세워진 장벽과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저에게 그 미지의 영역이 무엇이었냐, 그 두려우면서도 궁금하고, 또 다가서고 싶은 공간이 무엇이었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창작’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재밌게도,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창작이 현실이나 혹은 비슷한 무엇인가를 재현하여 ‘가상’을 만드는 일이라면, 지금의 일은 철저하게 ‘현실’에 기반하고 있으니까요.

왜 제가 창작을 좋아하게 되었냐는 물음에는 저도 참 애매합니다. 그래서 완벽하진 않지만 제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한 구절을 빌려 설명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세계는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닫힌 이야기, 열린 이야기. 그 다양한 이야기들 속에서도 또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하나의 닫힌 이야기와 닫힌 세상 속에서 숨구멍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은 그 안에 존재하는 열린 이야기입니다.
뭐 정확하게는 기억나진 않지만, 이런 류의 이야기였던 것으로 생각이 나네요.

동시에, 저는 이런 창작을 하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두려워했습니다. 그러니까, 첫째로는 전혀 새로운 분야에서, 잘하고 싶은 제 욕심이 결합되었기 때문이고, 두번째,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이유는, 제가 솔직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삶의 방식이나, 혹은 감정의 표현이라는 방식에 있어서 모든 것이 솔직하지 못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정확하게는 부정적인 감정의 표현들에 대해서요. 그러니까, 저는 분노할 때나, 슬퍼할 때나, 우울해할 때, 어떠한 방식으로 터뜨려야할지, 어떻게 해야 상대방이 덜 불편하게 내 감정을 받아들일 지에 대해서 고민했었습니다. 때때로는, 제 감정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짐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하기도 했구요. 그래서 저는 아주 자주, ’부정적인 제 모습‘에 대해 거부하고 부정했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인거 같아요. 감정이 무뎌지고, 무던한 사람이 되고, 무감각해지는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면서 저는 냉담해지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이런 저런 회피를 하는 와중에 솔직함이 많이 사라지고, 제가 느끼는 감정의 생기가 사라지고, 그렇게 저는 감각적으로 마비가 된 사람이 되어 버린 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상황이 약간은 그래요. 장염으로 몸은 고생 중이고, 마음도 불편하고, 또 다양한 일들이 있었는데, 저는 되게 무감각한 느낌이 들거든요. 이게 옳은 방향인가, 이게 정말 나를 위해 좋은 방향인가 잘 모르겠어요. 영화 <고지전>에 보면 이제훈이 맡은 인물이 상처 주변을 아무리 눌러도, 모르핀의 영향으로 고통을 못 느끼는 장면이 있거든요. 저는 제가 혹여나 그런 상황은 아닐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이 글을 쓰는 건 조금 더 분노하고, 슬퍼하고, 격정에 휩싸이기 위해서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라는 사람이 더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그리고 그 것들을 어떠한 방식으로든(글이든, 음악이든, 그림이든) 남기기 위해. 그래서 나라는 사람이 어떠한 것들을 느끼고 생각했는지 알리기 위해 이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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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대바구니만두
23/07/23 22:07
수정 아이콘
두려움을 마주하려면 나를 먼저 사랑해야 합니다. 나의 몸에 기쁨을 주세요. 내 몸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하세요. 두려움이 지속되면 끝내는 마음을 닫게 됩니다. 하지만 끝없이 내 마음은 좁은 방 안에 갇힌 채 병들고 있죠. 밖으로 꺼내서 기쁨을 주세요. 오늘 밤 여기 소파에 앉아 은은한 조명 아래 좋아하는 잔잔한 음악을 듣고 있는 지금이 순간만큼은 두려워할 게 없다고 몸에게 신호를 주세요. 걱정은 내려놓고 오늘 밤 만큼은 잠시 부처님 웃음을 지으면서 보낸다는 생각을 해보세요.
그러다 기쁨을 느끼는 때가 온다면, 잠시 즐긴 후, 지금껏 고민하던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도록 놔둬보세요. 많은 것이, 모든 것이 달라질 겁니다.
aDayInTheLife
23/07/23 22:10
수정 아이콘
나의 몸과 정신에 더 많은 숨쉴 공간과 사랑할 거리를. 그리고 그 즐거움과 기쁨이 더 오래 깃들 수 있기를. 좋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
작은대바구니만두
23/07/23 23:53
수정 아이콘
이후 블로그의 글들을 보고 좀 더 장문의 간증을 할까 하다가(종교 없습니다;;;), 스스로 깨닫는 더 큰 기쁨을 잃게 될까 저어되어 말을 접습니다. 당신에게 고뇌라는 시련을 준 것은 더 큰 기쁨을 깨달을 수 있게 하려 한 것임을, 지옥의 불구덩이와 같았던 고뇌의 길 끝. 바로 그 곳에서 돌아보면 비로소 무엇보다 더 빛나는 고요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술담배를 하시는지는 모르겠습니만 혹여나 손도 대지 마시구요.. 명상 + 관련상식습득 츄라이 츄라이.. 한 발짝만 더 가도록 하세요. 정말로 다 오셨습니다.
aDayInTheLife
23/07/24 02:00
수정 아이콘
명상. 명심하겠습니다. 크크. 항상 어두운 길을 가는 거 같아요. 이정표도 잘 안보이고… 하지만 원래 사는 게 그런 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작은대바구니만두
23/07/24 10:42
수정 아이콘
(수정됨) 명상을 추천드린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두려움이 지속되면 우울증이 찾아오고 지적 체력은 바닥나게 됩니다. 더불어 스트레스 수인 한도가 가득 차게 되어서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다는 이성적 결단을 내리더라도 내 감정은 그것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변하지 못하게 됩니다. 일단 닥치고 해보는건 정말 확실하고 좋은 해결책이지만(뇌는 새로운 일에 집중하면 금새 익숙해집니다. 즉 생각에 가속이 붙습니다.) 닥치고 할 수 없는 상태의 사람에게 그러한 추천은 달성할 수 없는 목표이기에 좌절감에 자존감을 더욱더 밑바닥으로 끌어내립니다. 또한 이런 상태에서는 닥치고 한다고 해도 10분조차 지속할 수가 없기에 실패할 경우 오히려 더더욱 거부반응이 일어나게 됩니다. 부정적인 감정이라는 경험이 남게 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일단 내 몸이 가장 편안하게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두려울 필요가 없는 상황임을 인식시켜 주고, 편도체에게 빼앗긴 내 몸의 주도권을 전전두엽이 되찾아와야 합니다. 그 순간이 자각하지 못한 채 일생에서 수없이 겪어본 고요의 행복입니다. 기분이 편안해지고, 전전두엽이 활성화되면서 수많은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되고, 스트레스 수인한도와 지적체력이 올라가 마침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집니다.
어? 오늘은 이것도 해볼까? 그래도 될거 같네. 재미있을거 같아. 나 그렇게 힘들지 않아. 지금 기분 좋아. 할까 말까? 라는 뭔가 아리까리 알딸딸한 기분이 든다면, 비로소 조심스럽게 시도해보세요. (첫 명상에선 그 상태에서 자는걸 추천하긴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생소한 경험은 처음엔 꽤나 저항감이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편도체는 이게 뭔지 몰라 혼동상태가 됩니다. 내가 편안한 상태였다면 안전하니까... 저건 뭘까? 하는 호기심을, 평소처럼 나쁜 상태였다면 즉각 두려워하게 됩니다. 명상이 필요한게 이래서입니다. 발표자라던가, 운동선수들이 노래를 듣거나 춤을 추거나 독특한 방식으로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등 자신들만의 쿠세를 본 적 있을 겁니다. 다 긴장을 낮추고 내 가능성을 높여주는 명상의 한 갈래에요.
나는 이 명상으로 스트레스 수인한도가 올라갔으니 아주 작은 일은 할 수 있겠지라고 믿으며, 이게 재미있을거란 작은 기대를 주세요.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동그라미 하나를 그리면 재미있을거야. 글을 쓰고 싶다면 주인공 이름 세글자를 정하면 재미있을거야. 작곡이라면 건반 몇개를 눌러 멜로디를 만들어보면 재미있을거야. 결코 어떠한 높은 수준을 설정해놓고 거길 바라보지 마세요. 아직 재미도 못붙인 죠밥에게 높은 목표는 좌절감만 안겨주는 거대한 벽일 뿐입니다. 아무리 별것 아니더라도 단 한번의 긍정적 감정이 도출되는 도파민 보상회로를 완성시키세요. 나 좀 개쩌는데? 라고 자뻑에 취해 피식 웃으며 박수를 치세요. 입으로 내뱉는건 자기 몸에 확신을 주는 행위입니다. 힘들어도 긍정의 말을 하고 긍정적인 행동을 하라는게 여기 있습니다. 내 몸은 언제나 신경망의 정보처리를 거친 환각 속에 살고 있습니다. 내 생각에 의해 세상을 왜곡 변조해서 바라보고 있기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착각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자기최면, 현실부적응이 아니라 원래 그렇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지나치게 착각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단 한번의 작은 보상회로를 완성했다면 어느새 이런 이야기들을 모두 잊은 채, 무아지경에 창작에 재미를 붙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입니다. 비로소 무언가 행동을 하면서도 명상 중인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aDayInTheLife
23/07/24 12:35
수정 아이콘
세세한 피드백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하나부터, 조금씩 시작해봐야죠.
-안군-
23/07/23 22:33
수정 아이콘
창작이라... 그냥 머리속에 떠오른 것을 글이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뭐든간에 일단 닥치고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예전에 작곡 동아리 활동을 하던 때가 떠오르네요. 그냥 닥치는대로 곡을 썼고, 그 중에서 대충 건질만한게 한두개는 나오더라고요.
썩 잘하는 건 아니었던 것 같지만, 그래도 뭔가 결과물이 나왔을 때의 희열 만은 또렷하게 기억납니다. 그 기분을 동력으로 다시 도전하는거죠.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딱히 위험한 일이 아니라면 자신을 그냥 내던져 보는 것도 괜찮다 봅니다.
aDayInTheLife
23/07/24 01:58
수정 아이콘
항상 그런 것들을 하고 싶어했는데 스스로 멈칫거리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게 아무래도 정서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제자신의 문제가 아니었나 싶어서… 쓰게 된 글입니다:
-안군-
23/07/24 09:43
수정 아이콘
제 경험으론 창작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는 스킬의 영역입니다. 자꾸 해야 느는거죠. 수영을 처음 할땐 엄청 괴롭고 어렵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물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듯이, 창작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미지의 영역에 일단 발을 디디고 나면 그때부턴 미지의 영역이 아니게 되는거죠.
aDayInTheLife
23/07/24 12:36
수정 아이콘
스스로 높이를 너무 세워놓는 거 같아요. 조금씩 천천히 해보면서 늘어야 하는 건데 말이에요. 조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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