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카카오페이지 뷰어의 최대 수혜자라 할 만한, 그리고 단단한 팬층과 독자적인 성취로 무장한 『괴담 동아리』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괴담동은 공포를 전달하는 소설이라기보다는 공포를 파훼함으로써 쾌감을 선사하는 소설이죠.
그렇기에 괴담동이 온전히 호러물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괴담동을 제외한다면, 선뜻 떠오르는 웹소설이 없는 분들이 꽤 많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 괴담동의 안티테제라 할 만한 또 하나의 걸출한 소설이 있습니다.
바로 『심야십담』입니다.
이 작품은 비록 노벨피아에 있지만, ‘노벨피아’ 하면 떠오르는 주류 소설들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옥탑방 유니버스, 들피칼 등과 함께 노피아 다양성 쿼터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흡입력으로 말하자면, 가히 노벨피아를 대표할 만한 소설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대형 소설이라고 말하기 어려웠음에도 탑툰에서 웹툰화가 되었고, 첫 번째 에피소드는 영상화가 되었으며, 잠깐이나마 노벨피아 사이트 대문에 홍보 배너가 걸렸던 것을 보면, 이것이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사뭇 간단합니다. ‘폐건물에 10명이 모여서, 매주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신이 겪은 괴담을 들려준다.’
그래서 제목도 심야십담(深夜十談)이죠. (참고로 주인공의 순번은 9번째입니다.)
그리고 이 괴담의 퀄리티와 분위기가 무척 빼어나기 때문에, 처음 읽는 독자라면 여기서 이미 심야십담에 빠져들게 됩니다.
이건 물론 직접 첫 에피소드를 읽어보시면 바로 느낌을 잡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계속해서 독자의 예상을 한 발짝씩 앞서나가면서 의외의 전개로 충격을 주는 서술이 일품입니다.
괴담이 으레 그렇듯이 ‘이래도 되나’ 싶은 선택들이 쌓이면서 점점 긴장감이 고조되다가, 마침내 반환점을 돌았다는 느낌이 드는 즈음부터는 기이한 사건들이 한꺼번에 몰아치기 시작하죠.
그렇게 정신없이 휘둘리다 보면 급속도로 무서워지면서 ‘이제 괴담의 주인공이 죽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그러지는 않고 딱 제일 무서워지는 순간에 오싹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마무리를 남기면서 끝납니다.
(사실 컨셉 자체가 각 등장인물들이 ‘자신이 겪은’ 괴담을 들려주는 거니까, 안 죽고 끝나는 게 당연하죠.)
그러니까, ‘괴담 말하기’는 그렇게 끝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다시 폐건물로 장면이 전환되면 다시 평온한 현실이 찾아오느냐 하면, 아닙니다.
등장인물들이 겪었던 기이한 사건, 맹목적인 악의, 배회하는 비존재들은 아직 종료되지 않은 채로 도사리고 있다가, 괴담 말하기가 끝나는 순간에 찾아와 다시 이빨을 드러내고야 맙니다.
그리고 이러한 괴담의 엄습, 현실로의 침투, 일상의 잠식은 비단 괴담을 말한 당사자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이 소설의 주인공에게도 서서히 닥쳐오죠.
심야십담을 심야십담으로 만들어 주는 공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생성됩니다.
그것은 상식이 무용해지는 공포이거나, 또는 세계가 무너져내리는 공포입니다.
경험적으로 자명한 일이 자명하지 않은 것으로 바뀌고, 같은 것이 다르게 되며, 다른 것이 같아질 때 느껴지는 무서움입니다.
이렇게 하면 필연적으로 저렇게 되어야 한다는 믿음이 사라질 때 주인공은 두려워하고, 독자 역시 두려워합니다.
읽다 보면 이게 현실이 개변된 것인지, 아니면 주인공이 헛것을 보는 것인지 헷갈려서 사실 이 세상이 전부 괴담이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지도 모릅니다.
저의 경우에는 한 세 번째 괴담까지 읽고 나니 대체 이 환장판에서 주인공이 어떻게 될지, 그리고 이렇게 기괴하게 벌려놓은 이야기를 어떻게 갈무리할 수는 있을지, 이런 것들이 너무 궁금해져서 완결까지 눈을 뗄 수가 없더군요.
(물론 63화 완결이라 그랬던 면도 있습니다만)
그리고, 눈을 떼지 않은 보람은 있습니다.
엄청나게 조마조마하고 또 기대되는 심정으로 결말을 보면, 이걸 영리하다고 해야 할까 기발하다고 해야 할까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단합니다.
그때까지 쌓아 온 개연성에 대한 우려를 한 방에 뒤집어 버리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아주 속이 시원한 설명은 아니고 또 그럴 수도 없기는 한데, 그럼에도 그렇게 끝을 내 버리니까 특별히 허술한 부분이나 소홀한 점 없이 죄다 의도된 부분처럼 느껴진다는 말입니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요.
그래서 그 감상을 처음 느꼈을 때부터 언젠가 심야십담 글을 써야지 생각하고 있다가, 이제야 쓰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리뷰를 쓰려다가 아직 안 보신 분들이 많겠다 싶어서 방향을 틀었는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여름이 아니라는 게 좀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번쯤 찍먹해 보시기를 권해봅니다.
...아, 그래서 주인공은 살아남냐고요?
글쎄요. 아마 직접 읽고 판단하시는 게 가장 정확하지 않을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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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파티 때려치웁니다 -> 강추작입니다. TS추방물인줄 알았는데, 사실 전통적인 용사물. 다만 감정과잉묘사가 좀 있긴 합니다.
마법대학 신임교수의 연구생활 -> 비교적 추천작. 대학원생 개그물로 시작한 느낌이긴 한데, 나름의 전개가 재미있긴 합니다. 완결작.
코인후 기사단 퇴직합니다 -> 강추작. 완결작. 판타지 세계에 코인이 도입되었다가 벌어지는 일들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판타지 랜드의 사람들이 코인맛보고 일확천금에 눈뜨다 절망하는 낙차와, 그 세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