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08/15 14:10:21
Name 만수르
Subject [일반] 나에게 치매가 온다면 얼마나 존엄성을 지킬 수 있을까
존경하던 어른 분이 치매가 오셨습니다.
항상 인생의 멘토 같던 분이고 몇번 찾아 뵀는데 그 전까지 제가 누군지 기억은 하셨는데 이번에는 누구지? 하는 질문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럼에도 저에게 웃으시며 참 예쁘다 예뻐 이 말에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예전에 읽은 책이 문득 기억났습니다.
천재 과학자가 치매가 와서 본인을 잃어가다 어느 하루 기억이 돌아온 날 투신을 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그 책을 읽었을 때 20대 초였는데, 어떤 마음으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너무도 이해가 갔습니다.
그 때부터 내가 그런 상황에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때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이런 생각이 항상 머리 한구석에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지금처럼 주변에 치매를 겪는 분들이 하나 둘씩 늘어가고
너무나 멀게만 느껴지던 그 병이 이젠 언제든지 나와 내 가족에게도 올 수 있다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그럼에도 그 상황에 오면 어찌 될지 아직은 너무도 막막합니다.

내 가족이 치매가 왔을때 마지막까지 사랑으로 돌볼 수 있을 지
나에게 치매가 왔을때 존엄성을 잃어가는 내 모습을 견딜 수 있을지
그리고 무엇보다 두려운건, 그 존엄성을 잃고 싶지 않다는 그 생각마저 치매에 먹히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 후 제 자신은 더 이상 지금 제가 생각하는 제 자신이 아닐테니까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비둘기야 먹쟛
22/08/15 14:27
수정 아이콘
자 멀티태스킹 그만 하면 치매 늦출수 있답니다. 회사에서 엑셀 곁눈질하면서 피지알 하시는 분들 당장 엑셀 끄세요
스덕선생
22/08/15 14:28
수정 아이콘
그러니 우리 모두 일을 안하고 당당하게 뻘짓을 하는겁니다?
Sousky Seagal
22/08/15 16:10
수정 아이콘
피지알을 멈추는게 아니구요? 크크크
라멜로
22/08/15 14:29
수정 아이콘
존엄성이라는 게 그렇게 큰 가치일까요
어쩌면 존엄성을 잃어가는 게 순리인지도 모르죠
22/08/15 14:44
수정 아이콘
인본주의의 세상에선 존엄성, 인권이 큰 가치이죠. 야만의 세계가 순리라면 순리를 거스르는게 맞는 것 같아요
황금경 엘드리치
22/08/15 15:08
수정 아이콘
굉장히 큽니다
라멜로
22/08/15 15:13
수정 아이콘
순리를 거스르는 일일지도 모르죠
결국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으니
황금경 엘드리치
22/08/15 15:23
수정 아이콘
그 세월이 흐른다고 무조건 치매 걸리는것도 아니고
그렇게 치면 여름에 더운건 당연한 순리입니다 근데 에어컨은 다들 쓰잖아요.
라멜로
22/08/15 15:32
수정 아이콘
그렇다고 제가 치매 예방하는 일을 하지 말라거나 한 게 아닙니다

다만 어쩌면 인간이 옛날보다 훨씬 오래 살게 되면서 나타나는 순이 아닌가 해서요
제가 쓸데없는 소리를 적었는지도 모르겠네요
황금경 엘드리치
22/08/15 15:36
수정 아이콘
그거야 뭐..맞는 이야기긴 하죠.
오래 살아서 더 나타나는 건 그냥 사실이에요.

다만 자연적인 것과 순리는 많은 차이가 있어서..
내우편함안에
22/08/15 14:41
수정 아이콘
치매에 대해서 남다르게 조심하는 사람입니다
일단 치매에도 여러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다같은 치매이지만 그중에서도 중증도와 관계없이 증상자체가
최악의 치매가 있고 최선의 치매가 있습니다.
전 이두가지 치매와 그외 치매를 다 지근거리에서 겪어봤기에 치매가 정말 두렵습니다.
일단 최악의 치매는 말그대로 최악입니다.
대소변 못가리고 몸도 못가누고 심지어 밥도 못씹어 씹어서 먹여주거나 갈아서
먹여주어야 합니다. 인지기능 자체가 없어서 감정도 없고 남아있는건 오직하나
고통에 의한 반은 아프다고 알아들을수 없는 고함 괴성을 밤새도록
말그대로 지쳐 못할때까지 고래고래 질러댑니다.
알콜성 치매걸린 분들이 이런경우가 꽤있다고 합니다.
실재 제외가쪽 이치매 걸리신분은 평생 술자랑만 하시던 분이셨습니다.
좋아하던 술로 결국 자신도 가족도 나락으로 가버렸는데
가족들이 견디다 못해 다 집을 나가다 못해 서로 봉양을 포기 가족이란 연결자체가 와해되더군요
최선의 치매는 치매증상은 최악의 상태이지만 곁의 가족들로선 안도할수 있는 수준입니다
제 장모님이 걸리신 치매인데 인지기능 저하로 거의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지만
인지기능만의 문제라 최소한의 운동능력은 남아있어서 주면 식사도 하고
움직이고 일단 대소변을 약간만 도와주면 자신이 해결할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심은 목적성을 발현해낼수 없어서 그냥 두면 딱히 어디가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힘들지만 그래도 무난하게 수발을 들수있는 상태인데 이상태로 제 장모님은 인지기능
자체가 거의 사라진후로는 약 7년정도 사시다 가셨습니다.
요양병원에서도 매우 좋아하는 증상의 치매라 병원에서도 무난하게 받아주고 치료받다 가셨습니다.
문제는 병원비죠 제경우 처가쪽이 형제가 다섯이라 서로 공평하게 나누니 월20만원정도면 되서
사실 부담은 거의 없었습니다.
허나 절가장 충격에 빠지게 한 치매는 대학교수까지 하셨던 분이 치매 그것도 60중반에 걸려
나중에는 가족도 다 못알아보고 담당의사를 아빠라 부르고 갓난아기처럼 아장아장 기어서
다니던 모습이었습니다.
평생공부만 하셨을 교수셨던분이 저런 치매에??
하고 놀랐는데 이분도 알콜성 치매라고 그러더군요
술을 너무 좋아하면 결과는 마약이나 진배없이 인간존엄성을 상실할수 있다는걸 또한번 절감했고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보게된것은 집안자체에 치매력이 있고 부모 형제중 치매로 고생하다 간 가족력이
있는데도 당신 자신은 치매에 걸리지 않고 여든 아흔까지 천수를 누리다 가신분들도 봐서입니다.
대부분 공통점은 이분들 모두 매우 절도있는 생활을 하셨다는 점이었습니다.
젊어서 고생해서 몸여기저기 아프신곳은 있어도 돌아가실때까지 한겨울 얼어붙은 마당 얼음장을
손해머로 두들겨 깨고 청소하시던 친척 할머니는 지금도 그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뭐 그래서 전 다른댓글에도 몇번 썼지만
딱 두가지는 무조건 지킵니다 지킨지 벌써 이십년을 저만치 두고있는데
1. 운동=유산소운동 그중에서도 무조건 닥치고 달리기입니다. 치매에 달리기운동은 모든의사 전문가들 공통으로
치매예방 1순위라는겁니다 달리기에 의한 혈류량증가 특히 뇌혈류량 증가는 치매예방에 있어
top중의 top라는건 이미 입증완료된 거라더군요
2.손운동=공부
손을 무지하게 많이 쓰거나 이게 힘들면 책을 읽든 신문을 보든 잡지를 뒤적이든 하여간
공부하고 손쓰기도 공부도 여의치 않으면 두가지 다 되는 뭐라도 하다못해 낙서라도 좋으니
무작정 또 무진장 손으로 막 써대는 거라더군요
전 외국어 공부와 (현대 호주에서 기러기 아빠라 또 해야되기도 해서 ) 독서입니다
덕분에 이나이에 볼일도 없는 도킨스저서 이기적 유전자 만들어진 신부터 칼세이건 코스모스에
심지어 자본론 경제학 유명저서등등 몇번이고 읽고 또읽고 지금은 호모 사피엔스를 세번째 읽고있습니다.
치매와 그치매로 가족까지 와해되는 끔직하고 안타까운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본경험이 있어서인지
제 두려움 1순위는 내가 혹 나이들어 치매에 걸리지 않을까 입니다.
그래서 전 안락사가 빨리 현실로 합법화 되는 세상이 됬으면 좋겠습니다
이리해도 혹 내가 치매증상이 나타난다면 인지능력이 남아있을때 내 인간존엄성을 유지한채 세상을 뜨고 싶네요
비둘기야 먹쟛
22/08/15 14:55
수정 아이콘
뛰러갑니다
하루는이렇게끝이난다
22/08/15 21:22
수정 아이콘
러닝.. 저도 뛰러가야겠네요. 혹시 영양제는 따로 드시는건 없나요?
22/08/15 15:13
수정 아이콘
인간이 장수하게 되면서 기존에 부각되지 않았던 퇴행성 질병인 암과 치매가 새로이 떠오르는데 이 둘마저 정복된다면 어떤 새로운 질병이 떠오를지도 궁금하군요.
날아가고 싶어.
22/08/15 15:16
수정 아이콘
최근 연구된 영양제중에 알츠하이머성 치매에서 타우린 결과들이 좀 괜찮은것 같더라구요.. 부모님께 타우린 주기적으로 사다드리고 있습니다.
치매 원인 자체가 다른데 퇴행성 뇌질환이 치매라는 한 종류로 묶여서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헷갈리는 부분도 많더라구요.
저희 할머니가 100수 하셨는데, 치매를 20년넘게 앓다가셔서.. 가족들의 고통도 어마어마 했어서, 참 마음이 그렇습니다.
데몬헌터
22/08/15 20:05
수정 아이콘
낙지가 답이군요!
22/08/15 20:49
수정 아이콘
순간 나치로 보고 흠칫했습...
만수르
22/08/16 23:20
수정 아이콘
주신 댓글보고 저도 타우린 주문했습니다.
22/08/15 15:40
수정 아이콘
상상만으로도 너무 무서워서 그저 존엄사를 선택할 수 있게 되길 바랄 뿐입니다.
단비아빠
22/08/15 15:5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제가 아버님 보내드리고 나서...
저도 나중에 만약 치매 걸리면 자살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AaronJudge99
22/08/15 16:20
수정 아이콘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병입니다
록타이트
22/08/15 18:07
수정 아이콘
저는 치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테드 강연이 생각 나더라구요.
앙몬드
22/08/15 20:18
수정 아이콘
안락사 결정도 어차피 정치적 결정일테니 노령인구 급증하는 앞으로 20년 안쪽에는 시행이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22/08/15 20:58
수정 아이콘
병실에서 전라로 벗겨놓고 줄 세워서 사워실로 이동시킨다는 얘기가 기억에 나네요. 사실 존엄을 지켜주는 건 좋은 요양소와 나라의 제도, 복지 예산, 인권 의식입니다.
정회원
22/08/16 13:38
수정 아이콘
저런 방식이라도 자주 목욕을 시켜주는건 괜찮은겁니다. 그냥 기저귀를 안갈아주고 며칠씩 가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답이머얌
22/08/16 00:34
수정 아이콘
지금이야 경제적으로 어느정도 가능하니까 종교계에서 안락사 반대하지, 586이 786 정도 되는 시기가 되면 아마도 안락사법이 통과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 시기쯤되면 젊은 인구에 비해 노인 인구가 너무 많아서 개인의 빈부에 따른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도 돈이 없어서 내색은 못해도 빨리 세상 떠버렸으면(정확히는 의보재정 파탄을 막을수만 있다면) 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 같아서요.
물론 무조건적인 안락사가 아닌 각종 조건이 붙겠지만.
저도 치매가 온다면 그나마 정신이 오락가락할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을 현재는 하고 있습니다.
영양만점치킨
22/08/16 06:40
수정 아이콘
저도 안락사가 빨리 합법화 됐으면 하네요. 제가 대소변가리는데 문제생기거나 인지능력에 문제생기면 보내줬으면 좋겠네요.
Dark Swarm
22/08/16 10:03
수정 아이콘
사망시 장기기증한다는 카드처럼 이런 것도 지갑에 넣어놓는 카드 형태로 나오면 좋을 것 같아요
약쟁이
22/08/16 16:28
수정 아이콘
제가 치매 걸리면 안락사 시켜줬으면 하는게 솔직한 심정이라
안락사가 합법인 나라는 일정 수준 이상의 치매가 오면 미리 안락사 해달라는 요청이 가능한지 궁금하더군요.
블랙팬서
22/08/16 19:18
수정 아이콘
치매 진짜 무섭죠 좋게 말해 어렸을때로 돌아가는거니 마니 좋게 포장하는거지 주변 가족이 당하면 멘탈도 찢어질듯
앙겔루스 노부스
22/08/18 00:58
수정 아이콘
저는 만약 거동불가능한 장애가 생길경우, 법이 허용만 한다면 바로 안락사할 생각이 있습니다만 치매의 경우는 어느 조건부터 내 의사가 무의미해질지 알 수가 없는거라, 그런 부분이 훨씬 무서운 거 같더군요. 미리 말해놓자니, 어느정도 증상의 시점에서 결단을 내릴 건지에 대한 책임을 나 자신도 못지고 다른 사람에게 넘길수도 없으니까. 결국 현 단계의 인류에게 인간이란건 실질적으로 자아가 있는 존재인건데, 그 자아를 파괴하는 병이라니... 그야말로 현존하는 코스믹 호러 아닌가 싶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6359 [정치] 이준석의 성상납접대 의혹은 너무 억울하지 않나요. [156] jjune19527 22/08/15 19527 0
96358 [정치] 올해 광복절과 작년 광복절 비교 [101] 틀림과 다름13931 22/08/15 13931 0
96357 [일반] 자뻑에 대한 오지랖 혹은 성토(원래제목:수영장 TPO) [174] 쏘군13457 22/08/15 13457 9
96356 [정치] 이준석, UNCOMMON이 아니라 UNIQUE인 이유 [312] 스토리북21807 22/08/15 21807 0
96355 [일반] 라이젠 7천 시리즈에서 DDR5용 메모리 최적화 진행 [13] SAS Tony Parker 8595 22/08/15 8595 0
96354 [일반] 나에게 치매가 온다면 얼마나 존엄성을 지킬 수 있을까 [31] 만수르7811 22/08/15 7811 14
96353 [정치] 이준석과 공천 개혁, 싸가지가 정말 문제였을까? [103] 토루14268 22/08/15 14268 0
96352 [일반] 엘든링 식 산책 [7] 초모완7371 22/08/15 7371 7
96351 [정치] 윤 “일본은 자유위협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야 하는 이웃” [201] slo starer22203 22/08/15 22203 0
96350 [일반] 차를 계약했습니다. [63] 소이밀크러버12281 22/08/15 12281 9
96349 [일반] [역사] 1936년 일제 고등문관시험 행정/사법/외교 기출문제 [14] comet2111867 22/08/15 11867 13
96348 [정치] 이준석은 왜 정당정치인이 될수 없는가 [257] 오리와닭19106 22/08/15 19106 0
96347 [일반] [판타지] 행복한 대한민국 [51] Amiel13188 22/08/15 13188 3
96346 [일반] [팝송] 제임스 베이 새 앨범 "Leap" 김치찌개5514 22/08/15 5514 1
96345 [일반] (스포) 헌트 리뷰입니다 [3] 패스파인더7487 22/08/14 7487 2
96344 [정치] 이준석 "내일부터 라디오에서 뵙겠다" [373] 체크카드22426 22/08/14 22426 0
96343 [일반] 요즘 본 애니 후기(스포) [12] 그때가언제라도7181 22/08/14 7181 1
96342 [일반] 당당치킨 이야기 [34] 상하이드래곤즈10109 22/08/14 10109 17
96341 [일반] 무술이야기 복싱! 권투! [11] 제3지대8408 22/08/14 8408 18
96340 [일반] 제 주위엔 대졸자가 없었습니다. [84] 마음에평화를16731 22/08/14 16731 198
96339 [정치] 윤대통령 폼페이오 접견? [87] 같이걸을까18432 22/08/14 18432 0
96338 [일반] 주변사람 중에 피타고라스 정리를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211] 구미나18590 22/08/14 18590 7
96337 [일반] 제26기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선거 결과 [25] 붉은벽돌10944 22/08/14 10944 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