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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8/18 20:52:52
Name 나주꿀
Subject [일반] 무너진 아프간을 보고 생각난 아랍의 봄의 시작점 (수정됨)
1) 요 며칠 사이 인터넷을 보면 탈레반에게 나라를 빼앗긴 아프가니스탄의 참상에서 눈을 돌릴수가 없습니다.
외국으로 탈출할 길이 막힌 사람들은 카불공항으로 몰려들고 있고, 몇몇은 군대에 사살당했다는 뉴스도 보이고.
어떤 사람들은 그 혼란한 상황속에서 넘어져 군중에게 밟혀 죽고,
피난민들이 비행기 옆에 매달렸다가 추락했다는 소식, 그 외에 차마 말로 못할 영상들이 인스타나 각종 사이트에 퍼지고 있어요.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남베트남이 망한 후 보트피플들의 끔찍한 참상을 떠올리셨을텐데, 전 그런걸 알 나이대가 아니라서...
아무튼 어떤 나라가 망했다는 걸 이렇게 생생하게 지켜보는 건 정말 기분이 이상해집니다.


2) PGR은 그래도 좀 점잖은 사이트라 비난 수위가 낮긴 한데,
다른 사이트에선  이번 사건에서 한국에 협조했다가 목숨이 위험해진 사람들을 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글에
'이슬람 놈들을 믿냐', '아니 그래도 우리나라에 협조했던 사람들을 저렇게 버리면 다음번엔 
다른 나라 사람들한테 어떻게 우리나라를 믿고 협조해달라고 하냐' 등등으로 엄청나게 싸우더군요.
(신뢰를 잃어버려선 안되니 적어도 우리나라에 협력하거나 같이 일했던 사람들은 구했어야 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3) 이번 사건으로 '결국 아프간 사람들은 탈레반을 선택했다', '도와줘도 안될 놈들은 안됨' 등 부정적인 의견이 많이 보였습니다.
저도 아프간에 한정해선 앞에 나온 말들이 완전 틀리진 않았다고 봅니다. 20년이면 한 세대가 교체될 시간이었는데...
다만 이번 사건을 다른 무슬림 국가에 전부 다 그대로 적용시키는 건 좀 오바라고 생각합니다.
16억 정도의 무슬림이 있지만 인종, 언어, 나라의 발전 정도, 종파에 따라 천차만별로 갈리는게 이 사람들 다양성이라서요.

터키의 여성 참정권 인정(1934)이 프랑스(1944, 실제선거는 45년)보다 10년 빨랐고,
튀니지의 낙태 권리 인정이 1973년으로 한국의 낙태죄 폐지 (2020)보다 40년 이상 빨랐습니다.

하지만 세계 최악의 여성 인권으로 악명 높은 탈레반이 2021년 다시 돌아왔고
아랍에서 맹주 자리를 노리는 사우디 아라비아는 19살 공주도 남자친구와 사랑의 도피를 떠났다가 사형당했고 (사우디 미샤공주)
이란은 뭐...사우디보단 낫죠 뭐. 그래봤자 우리 입장에서 보면 개차반이지만요.


4) 인터넷에서 가끔 돌아다니는 짤들을 보면 아프간이나 이란이 시작부터 인권을 억압하는 끔찍한 나라였던것은 아닙니다.
image

어떻게 보면 동시대 한국이랑 별 다를 바 없어보이거나 오히려 더 진보적인 면도 보이는 사진들이죠.


5) 이슬람이랑 민주주의는 상극아니냐? 결국 세속 독재 혹은 공산주의가 더 낫지 않았냐?
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저도 생각이 참 복잡해집니다. (아는건 쥐뿔도 없지만요)
그나마 지금 현재 아랍권에서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는 나라는 아랍의 봄의 시작이었던 튀니지만 남은거 아닌가 싶은데...

그런데 지금 현재 튀니지도 경제적 어려움, 특히 코로나 이후로 더 어려워져서 국민들의 위기의식이 높아진 상태입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10726018500009?input=1195m
'아랍의 봄 발원지' 튀니지 또 정국 혼란…총리 해임·의회 정지
연합뉴스/2021-07-26 08:22 


6) 얼마전 튀니지출신 친구와도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제가 그 친구에게 보내줬던 링크는
Could Tunisia fall under a new dictatorship? | Inside Story
튀니지가 독재로 빠져들 것인가? (굳이 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https://m.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107261650001
‘아랍의 봄’ 시작점 튀니지, 민주주의 흔들…대통령, 시위 격화에 총리 해임

이 두가지였는데, 그 친구는 위 기사를 보고 웃음을 터트리더군요.

1) "오빠, 알자지라는 믿지마"  "아랍 에미리트랑 사우디 후원 받는 놈들이야"
2) 다른 미디어들도 알자지라가 말하는 거랑 똑같아.

좀 더 설명을 요구하니 
1) 아랍의 다른 국가들이 튀니지가 민주주의를 하는 걸 탐탁지 않아해서 현 튀니지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많이 내보낸다. 
특히 왕족의 후원을 받는 방송사들

2) 지금 튀니지의 대통령이 총리를 해임한 것은 튀니지내에 있는 이슬람 규율을 우선시하는 당(친 무슬림형제단 성향)의 부정부패가
너무 심각해서 의회를 정지시킨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현 대통령의 지지율은 80퍼센트가 넘는다고 하더군요)
기존 정치인들의 부패가 너무 심해서 대통령을 믿는 사람들이 더 많다. 대충 이런 말이었습니다. 

http://www.dongpo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4441
튀니지의 시위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재외동포신문/2021.07.27 09:30

나중에 한국에선 제대로 쓴 기사가 없나 찾아보니 그나마 그 친구가 말한 걸 잘 설명한 기사는 이거 하나였습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지금 튀니지의 민주주의가 순항중이냐? 라고 하면 일단 그건 아닌 건 맞는데
그렇다고 x망각 확정이냐 하면 그것도 아닌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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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좀 어수선하네요. 제 머릿속에서도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를 글로 써 내려니 이번 글은 x망각인거 같습니다.
그래도 요약해보자면

a.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나고 있는 참상은 정말 끔찍하다, 이걸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도 참 이상한 기분이다.

b. 아프간에 주어졌던 기회가 아깝게 낭비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그걸 다른 무슬림 국가에 다 적용시키는건 좀 오바라고 생각한다.

c. 의외로 아랍, 무슬림 국가들이 원래부터 개차반이었던 것은 아니다.

d. 아랍권에서 제대로 민주주의를 하는 튀니지도 순항중은 아니며, 위기에 빠져있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주류 미디어는 튀니지에서 일어난 일이 뭐가 문제인지 전달할 공정한 플랫폼이라고 믿고 보기엔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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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8 21:18
수정 아이콘
부패의 만연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는데,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적당한 시기에 정권 교체도 잘 되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결국은 털리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탐탁치 않게 생각하지만 최근 20대들의 정치 참여나 목소리 발산에 적극적인 것도 미래를 긍정적으로 볼만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나주꿀
21/08/18 22:10
수정 아이콘
결국엔 한국의 정치적 역동성이 부패도 줄이고 성장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abc초콜릿
21/08/18 21:19
수정 아이콘
60~70년대 카불이나 테헤란의 모습만 보고 "왕정 시절의 아프간/이란은 지금보다 살기 좋았구나!"라고 어림짐작 하기 쉽지만 그것도 오해입니다. 정말 그렇다면 왕정이 무너지지도 않았겠죠. 저 시절에 남아 있는 사진은 정말 도시에서 상류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이고 그 외의 사람들은 지금이나 크게 달랐다 보기 힘듭니다.
오히려 아랍의 봄 이후로 세속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나선 이슬람 원리주의 정부가 등장해서 이슬람 소수파(가령 시아파)나 이교도에 대한 탄압이 이전 세속 독재 정부보다 더 심각한 건 의미심장하죠. "원래 무슬림은 그렇지 않다"라는 건 의미 없는 얘깁니다. 대부분의 무슬림은 그것에 찬성하거나 혹은 묵인하거든요
나주꿀
21/08/18 22:08
수정 아이콘
무슬림은 원래 착해요 같이 물러터진 소리는 저도 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냥 종교가 독재정치와 결합하면 피를 보는건 기독교든 불교든 회교든 다 마찬가지라...

친한 무슬림 친구들 이야기 들어보면 결국엔 본국의 차별이나 이슬람 특유의 억압을 못 이겨서 한국까지 온겁니다.
게다가 나름 나이브한 북아프리카, 터키 출신 친구들이요. 대체 이란이나 사우디 이런데는 어떤 마굴인지 참...
두부빵
21/08/18 21:20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나주꿀
21/08/18 22:1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간혹 번역글 쓸게 없으면 이런 글도 쓰면서 기분이 나쁘진 않더라고요
21/08/18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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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봤던 영화 '킬링 필드'가 떠오르는 요즘입니다.
나주꿀
21/08/18 22:19
수정 아이콘
좀 다른 분위기지만 호텔 르완다를 보면서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쥴레이
21/08/18 21:40
수정 아이콘
본문에서 2번은 현재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악의 외교위기라고 엄청까이고 있더군요.
저렇게 아프간을 버리면서 동맹국들이 뭘 믿고 미국을 믿겠냐면서..
나주꿀
21/08/18 22:09
수정 아이콘
한국내에서도 이번 일에 대해 진보든 보수든 미국이 떠나면 어떻게 될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기회를 주긴 했죠.
21/08/18 21:57
수정 아이콘
중동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질거같아요.

이슬람 원리주의 세속주의 논쟁
사양사업으로 접어드는 석유
기후변화로 인한 여러 리스크 (물부족)

특히 요새 중동국가들끼리 식수원 확보 문제로 예민하던데 경제난에 환경난 겹치고 종교문제 민족문제 더해지면 어휴... 여기에 미국도 손절쳤으니
나주꿀
21/08/18 22:11
수정 아이콘
저도 동의합니다. 기후변화도 직빵으로 맞을게 아프리카, 중동지역이라...
인구수는 빠르게 늘어나는데
오히려 그게 기후위기 상황과 인공지능, 자동화를 앞둔 미래에선 오히려 족쇄로 작용하는거 아닌가 싶어요.
일반상대성이론
21/08/18 21:57
수정 아이콘
아들 부시... 당신은 도대체 무슨 짓들을 한겁니까
나주꿀
21/08/18 22:13
수정 아이콘
다른 사이트 글 읽어보니
'차라리 북한을 밀어버리고 2000조 쏟아부었으면 지금쯤 평양에서 부시가문을 위한 사당도 지어주고 매년 제사도 지냈을듯'
그러던데요 크크크. 아들 부시가 아빠 반만 따라갔어도...
훈수둘팔자
21/08/18 21:59
수정 아이콘
(수정됨) 개인적으로는 지금 판지시르에서 최후의 저항을 준비 중인 마수드 아들이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사람이 영국 유학 및 샌드허스트에서 교육도 받은 서구 엘리트 + 마수드 명성까지 가지고 있는 상당한 진보 인사라
도스툼과 잘만 연계한다면 북부동맹 지역이나마 건사할 수 있을 지도요.
스위스 칸톤제를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하니 아프간의 반쪽이나마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주꿀
21/08/18 22:04
수정 아이콘
마수드 장군 이야기는 읽어볼수록 '정말 대단하다' + '정말 안타깝다' 2가지 생각이 교차합니다.
최근 아들의 이야기도 읽어보면 사자의 자식은 역시 사자다 라는게 티가 나긴 하더라고요.
초코타르트
21/08/18 22:0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인터넷으로만 정보를 접해서 실제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북아프리카 지역은 이슬람색이 중동에 비하면 약하다고들 하더군요.
유럽에서 식민통치를 강하게 한 지역이기도 하고 교류도 역사적으로 많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슬람색이 강한지역은 국민 전체적으로 원리주의가 강하고 민주주의가 이슬람 원리주의로 쉽게 가는지라 오히려 독재 국가들에서 다양한 민족들이나 종교들이 더 잘 공존해 있는 모습이 보이는거 같습니다.
물론 독재정권을 자유주의라 보긴 어렵고 세속주의라 봐야겠지만요.
그렇게 세속주의를 수십년 단위로 주입해도 도시만 벗어나면 율법에 엄격한 사회가 펼쳐져 있으며 자체적으로 샤리아를 집행하는 곳도 많다는 얘기도 있구요.
거기다가 정권도 틈만 생기면 뒤엎고 원리주의 세력들이 정권을 잡는 모습도 제법 보이니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얼마나 해당 지역에서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지는 상상도 하기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서구적인 사상의 물든 제 입장에서는 차라리 독재가 낮단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독재를 긍정하는게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권은 인류가 어렵게 쟁취한 가치이며 지켜져야하는것도 맞다고 보는데 과연 그 가치를 강제로 다른 국가에 주입하는게 맞는가하면 그것도 그냥 침략같기도 하고... 생각이 복잡해집니다. 현실적으로 미국도 실패했는데 그걸 외부에서 주입한다는것도 웃긴얘기라고 보이긴합니다만...
아랍권 지역에 대한 정보도 한국에선 접하기가 쉽지 않고 민족갈등, 종교갈등도 한국인의 시점으로는 이해하기 측면들이 많은지라 어렵네요.
나주꿀
21/08/18 22:16
수정 아이콘
1. 북서부 아프리카가 '마그레브'라는 이름으로 좀 겉돌기는 한다고 들었습니다.
아프리카라고 하기엔 피부가 하얗고, 아랍이라고 치기엔 서구스러운 마인드고, 유럽이라고 치기엔 아프리카에 있죠.

2.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도시와 시골의 차이가 큰것 같더라고요. 도시는 그나마 근대화, 서구화에 친밀한데
변방지역으로 갈수록 부족사회에 가깝다고 해요
어바웃타임
21/08/18 22:06
수정 아이콘
헬조선 헬조선에 많은 부분이 까이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이지만...

요즘 보다보면 한국같이 선녀인 나라도 몇 없는합니다.

지구 랜덤 가챠 리세마라 돌리다가 한국 떳으면 리세마라 멈춰도 되는 수준인듯
나주꿀
21/08/18 22:23
수정 아이콘
치안이나 기타 밸런스보면 한국만한데도 드믈죠.
몇년 전만 해도 미래 성장도 나쁘진 않겠지 싶었는데 그놈의 출산율이....
이선화
21/08/18 23:07
수정 아이콘
특히 코로나 이후로는 한국 떴으면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지] 수준이 아니라 [이 정도면 거의 세미인권캐 아님?] 정도로 상승한 느낌 -__-;;;
21/08/19 00:27
수정 아이콘
예전에는 외교관이 정말 꿈의 직업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반감된게, 랜덤가챠 해외순환 돌면 80%확률로 한국보다 후진 나라가 걸리죠. 사실 한국은 국내에서 징징징거리는 거에 비하면 턱없이 좋은 나라고 끊임없이 징징거리는 지금 이 순간이 아마 조선땅 역사상 가장 전성기이자 최고점일겁니다.
설탕가루인형
21/08/19 09:47
수정 아이콘
경제력, 군사력, 문화영향력 모두 200여개 가까운 나라 중 탑텐에 드니 SSR수준이라 봅니다
NoGainNoPain
21/08/18 22:25
수정 아이콘
차라리 국민들 입장에서는 아프간을 통째로 들어다가 미국 영토로 바치는게 더 나을뻔 했습니다.
나주꿀
21/08/18 23:04
수정 아이콘
워낙에 쓸모없는 똥땅이라... 몽골에서도 여긴 버리고 호라즘 제국의 심장부만 쳐서 무너뜨렸죠
NoGainNoPain
21/08/18 23:13
수정 아이콘
군사적으로 중국에 엿먹이기 좋은 위치라서요.
신장하고 티베트 압박하기 딱 좋은 위치더군요.
어바웃타임
21/08/18 23:36
수정 아이콘
똥땅인가요? 자원이 많다고 피쟐에서 본거같은뎅...

광물자원 특히 우라늄도 많다고...석유, 천연가스도 많다고...
유념유상
21/08/19 07:56
수정 아이콘
일단 내륙국가.. 바다가 없어서
21/08/19 11:12
수정 아이콘
지금 미국이 자원이 없다고 딴데 때릴 국가는 아니죠
21/08/19 00:40
수정 아이콘
저런 나라는 그 [국민]이라는 것부터가 정의가 힘들어서...
오히려 저 나라 국민들(파슈툰족)은 탈레반을 미제국주의의 해방자로 여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암드맨
21/08/18 22:45
수정 아이콘
과연 서구화가 완료된 시점에서 성장기를 거친 우리들 (20~40대)가 보는 세계관이 과연 얼마나 통용될까 하는 의문이 드는 요즘입니다.
당연히 국민국가 개념이 완성되고, 문화+언어권과 영토가 들어맞는 전통이 있고, 근대화가 완벽히 이루어진 곳에서 사는 우리가 그 들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독재자? 지금의 서방에서는 시대착오적인 권력집착의 싸이코 처럼 보입니다만, 아랍의 봄(+후세인)때 숙청된 독재자들과 이후의 사회를 보면
민주주의의 문제가 아닌, 훨씬 근본적인 중세적인 악과 싸워야하는 곳에서는 이들은 역사의 필요 악 아니 필수 악 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서방이라는게, 과연 그들 눈에 얼마나 신뢰를 줄지 생각해봤습니다.
핵 포기를 하고 순순히 FM 사찰을 받은 카다피는 비참하게 죽었습니다. 핵이 있었으면 나토의 폭격은 없었고 죽을 일도 없었습니다.
반면 김정은은 인민을 굶주리게 하든 뭐든 잘 먹고 잘살고 있고 서방에서 죽어라 까는 아사드도 잘 나가고 있죠.
역시 핵관련 + 외교적으로 미국의 뒷배를 충실히 탓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게 두들겨 맞았지만 아무도 지켜주지않았습니다.

아프간은 아무도 우린 민주주의가 여성인권이 필요해 도와줘 소리 없었지만, 빈라덴에 빡쳤기에 왔고, 단물 다 빠지니 사라졋습니다.
빠지는 방법도 어떤 품위가 보이지 않습니다. 지역 거점 위주로 방어를 펼치고, 미군이 정보자산과 공군, 정예병으로 망치질 하는 전략은 그럭저럭 잘 가동되고 있었으나 미군이 빠지기 시작하자 바로 광대한 외측 영토 방어를 유지할 능력이 없던 아프간군은 쓰러집니다. 아니 즉사합니다.
애초에 미군의 존재를 바탕으로 모든 전략과 군대 구성을 해놧습니다. (물론 더럽게 못싸우고 의지없는건 리얼 팩트입니다)
미국을 믿고 아프간 정부수립에 도움을 줬던 사람들도 죽은 목숨인건 당연하구요.
미얀마를 보십시오. 우리는 민주주의에 서방의 도움이 필요해요. 제발 도와주세요 라고 부르짖어도 아무도 관심도 없습니다.

결국 우리는 제3세계를 이해할 수없을겁니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베트남에서 그 사회를 이해하지 못해 오답만 내놓다 패전했듯이요.
우리가 선진국이 되고 옛날에 겪어봐서 잘 아는데, 민주주의 트라이 해보쉴? 보다는 우리는 좃도 아는게 없고, 왠만큼 박고 전문가를 고용해도 해답을 못내놓으며, 얘네들은 얘네들만의 정당한 이유가 있고 우리를 증오하는 이유가 있다는걸 깔고 가야할거 같습니다.
나주꿀
21/08/18 23:01
수정 아이콘
어찌보면 미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성공적으로 이식받은 우리 한국 사람들은 미국만큼이나 제3세계에 무지할지도 모르겠네요.
우리는 해보니까 됐는데, 님들도 츄라이 함 해보쉴? 혹은 나때는 말이야 해보니깐 다 됐어.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제2의 아프간, 베트남만 늘어나는 걸 보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암드맨님이 써주신 생각이 나중에 북한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때 타산지석으로 삼을 지식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우리 생각외로 마약에 찌들었고, 남녀차별은 탈레반 순한맛에 자본주의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2000만명을 사회의 잠재적
시한폭탄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말이죠.
21/08/19 00:31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수천년에 걸친 교류의 역사가 있고, 같은 문화권으로 분류되는 중국, 일본조차도 그 사회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우리와는 다른 고유의 구조와 논리가 있음을 깨닫게 되죠. 하물며 중동, 이슬람권을 우리의 잣대로 재단할 때 얼마나 큰 오류를 범하게 될지는 뭐..

저는 그래서 아메리카나이제이션 + 시장경제 + 민주주의가 모든 정치사회 문제에 대한 최적해이고, 한국은 그 최적해에 매우 신속히 도달한 우등생으로서 이를 널리 전파할 책무가 있다는 시각이 매우 싫더군요. 소중화사상이 시대와 더불어 '한국의 운명' 혹은 '한국인의 책무'로 둔갑한 느낌이라서요.
21/08/19 00:37
수정 아이콘
사실 한국처럼 미국을 재조지은으로 모실 만한 나라가 아예 없죠. 구 식민국가 중 정말 오직 한국에서나 미국이 해방군이었지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미국도 다른 서구 열강과 다를바 없는 점령군이었습니다. 일본조차도 국민성이 지배계층 말에 순종하는 문화다보니 [미국이 시켜서] 민주주의를 잘 이식받았지, 정작 그 기저에는 서구식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냉소가 은연중에 서려있죠.
실제상황입니다
21/08/19 03:55
수정 아이콘
(수정됨) 미국을 비롯해서 그 서구 열강들과 동아시아 국가들조차도 내로남불과 자기모순의 연속이죠. 양아치짓 하던 미국이 민주니 어쩌니 하는 거 솔직히 서구화가 완료된 우리가 봐도 웃기잖아요. 고유의 논리를 떠나서... 같은 세계의 논리로 봐도 웃긴데... 걔네들은 오죽하겠습니까. 그래도 뭐 저는 어쨌든 미국편 해야 한다고 보지만요.
복타르
21/08/18 23:05
수정 아이콘
한국 공관원조차 탈출길이 막혀 미군헬기로 공항까지 이동하고, 미군도움으로 공항에서 제3국으로 탈출했다고 하죠.
우리나라 조차 미군 도움으로 겨우 탈출하는데, 한국에 협조적인 사람을 뭘 어떻게 얼마나 보호가 가능했을지 의문이네요.
포프의대모험
21/08/18 23:38
수정 아이콘
현 세태에서는 이슬람 국가들은 그냥 독재정권 유지하는게 맞는거같아요
서방이 압도적인 무력과 금력으로 세속화 현대화 민주화 3단콤보를 과반수 시민들 입속에 쑤셔넣을 수 있으면 모르겠는데
요즘처럼 자기 살길 찾기 급급한 상황에서 애프터서비스 해주는거는 요원하고

시민들 의식수준도 독재자 청산=민주주의 발전이 아니라 예외없이 권력 갈라먹기->내전으로 귀결하고

괜히 카다피 터트려서 정은이한테 쓸데없는 교훈이나 주고..
혼날두
21/08/19 00:08
수정 아이콘
3세계 국가들 대부분 군사쿠데타나 정부 부패로 망하는거 보면 급격한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정착 두개를 다 달성한 한국이 그냥 먼치킨 국가라고 봅니다.
21/08/19 00:3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유게에도 달았던 댓글인데 이슬람국가들이야말로 소련식 공산주의 빨간 맛을 먹여야 좀 세속화가 될 것 같습니다.
소련이 차지하고 있던 -스탄계열 국가들이 대부분 회색 물이 많이 빠졌죠. 뭐 좋은 사례는 아니긴 한데 동투르디스탄도 중공이 어떻게든 자국으로 유지는 하고 있고요. 아이러니한데 민주주의 기본 원칙인 다양성 존중이 이슬람 문화에는 독이에요.
본인들이 소수일때는 다양성 운운하며 세력을 키워서는 세력이 커지고 나면 샤리아법으로 소수를 조져버리죠. 사회주의 유물론으로 사고체계 자체를 바꿔버려야지 민주주의 억지로 이식하려 들면 그냥 이슬람 극단주의만 잉태하는 것 같습니다.
초코타르트
21/08/19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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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이 그렇게 공산화 되었다가 무자헤딘이 탄생했고...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벌어졌는데 소련이....
말씀대로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이기고 공산정권이 오래 지속되었으면 종교색이 빠지긴했을텐데 현지인들이 박살내버렸죠.
거기서 탈레반이 탄생했구요. 자유 민주주의뿐 아니라 공산주의 이식도 이미 실패하긴했습니다. 괜히 제국의 무덤이 아닌...
21/08/19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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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그게 맞긴 맞는데.....아랍의봄 실패한 국가들이 단순군사독재아니고 현실사회주의국가였으면 오히려 좀 더 쉽게 민주주의 이식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서요. 아프간은 솔직히 미국이 탈레반 도와주는 헛짓거리 한 게 또 원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형도 엉망이고 민족 구성도 엉망이고...미국이 그대로 둬버렸으면 어쩌면 아프간을 소련이 유지하는데 성공했을지도요. 아 근데 그랬으면 지금까지 소련이 남아있는 if시나리오가 될 수도 있으니 함부로 짐작도 못하겠네요 크크
초코타르트
21/08/19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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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세력에 의해 세속주의를 강력하게 추구하는 국가에서도 샤리아 집행 등 원리주의에 따른 사건 사고가 계속 나오는데 외부 세력에 의한 세속주의 주입이 가능할까 싶습니다.
저쪽에서 세속주의 국가를 추구하는 국가들 대부분 군부를 낀 독재, 왕의 권한이 강한 왕정인데 왠만한 세력과 기반이 있지 않고서야 세속주의를 추구하는건 정말 어려워보입니다.
막상 그렇게 굴러가는 국가들도 민주주의 주입한다고 아랍의 봄때 유럽이랑 미국이랑 또 패버렸죠. 저쪽에서 민주주의 = 자유주의, 세속주의가 아님에두요. 물론 그 독재정부 또한 자국민 학살을 했으니 계속 보면 뭐가 옳고 그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따지고 보면 서구식 가치 주입이 옳은지도 모르겠긴합니다. 명백한 운명 생각나기도 하구요.
미국이 저기 들어간 이유도 빈라덴이 목표였으니... 미국 또한 국익에 도움되면 독재국가도 지원하고 묵인하던 국가이고 그게 국제사회에서는 당연한건데 국제사회는 그냥 냉혹하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사건 아닐까 싶습니다.
정보화 시대라 타국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더욱 가깝게 다가오고 있어서 더 크게보이긴 하지만요.
새강이
21/08/1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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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산업화-민주화-세계화-정보화-선진국 진입(사실상)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고 군부독재에서 민주정권으로의 이양..어찌보면 정말 어려운 전국민 조별과제 2개를 우리나라는 성공적으로 해냈네요..
이제 남은 조별과제는 통일 정도일텐데..과연 50년 정도안에 결론이 날지 궁금해집니다.
21/08/1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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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도 있지만 다른 과제들도 많이 있지요.
저출산. 그리고 요즘 들어 불거지는 부동산 폭등 문제.
21/08/19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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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박사의 지구본연구소 보면 튀니지는 아랍권중에서도 좀 이레귤러한 나라입니다. 우리는 꿈도 못뀨는 연정도 하고 요 한번 알아보면 재미있습니다
어바웃타임
21/08/1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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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가 아랍권에서도 튀는 나라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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