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07/13 07:46:00
Name Its_all_light
Subject [일반] [역사] 대체공휴일 대체 언제부터? / 공휴일의 역사 (수정됨)
1. 33, 55, 99 조선시대 공휴일

고려와 조선 시대에는 공휴일의 개념보다는 민간에서 자발적인 휴일이 많았어요. 설날(1월 1일), 상원(1월 15일), 단오(5월 5일), 추석(8월 15일)이 대표적인 4대 명절이었고요. 이 밖에도 동제와 영등맞이, 한식, 삼짇날, 불탄일, 유두, 복날, 칠석, 백중, 중앙절, 묘제, 동지, 제석 등이 공적인 휴일에 해당했죠.

관공서에서 규정되어 있는 휴일은 이와는 조금 달랐어요. 태종실록 22권(1378년)을 보면 관공서 휴무일에 관한 기록이 나오는데요. 매월 10일마다 한 번씩 휴무(순휴일)를 하고, 상사(음력 3월 3일 - 삼짓날), 중오(음력 5월 5일 - 단오), 중양(음력 9월 9일 - 중구일)에 각 1일 휴무했다는 기록이 있죠. 이들은 모두 홀수가 중복되는 날인데요. 이날들은 양기가 강한 아주 길한 날로 여겨졌죠.



2. 첫 공식 공휴일은 고종 위주로

갑오개혁기 관공서에서 1895년 11월 17일을 건양 원년(1896) 1월 1일로 삼으면서 정부 간행물에 양력이 사용되기 시작했어요. 이때부터 공식적으로 국가 경축일을 제정했는데요. ‘개국기원절’, ‘계천기원절(고종황제 즉위일)’, 만수성절(고종 탄생일), 천추경절(황태자 탄생일) 등 국가의 기원에 관계되는 날이나 왕실의 축일 등이었죠. 설날, 단오, 추석, 정월대보름과 같은 민간 명절은 공휴일이 아니었던 거예요.



3. 대민 기관은 명절도 쉬었다

이 시기에도 갑오개혁 이후 새로 등장하는 공공기관, 공공단체들은 민간 명절을 휴일로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특히 정부 기관이지만 민간을 대상으로 하는 기관들이 그러했는데요. 명문 귀족 공립 학교였던 육영공원을 시작으로 1900년 무렵 학교는 명절(정월대보름, 한식, 추석 등)을 휴업일로 설정했죠. 이 시기 생기기 시작한 은행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관공서와 여러 공적인 기관들에서는 민간 명절은 휴일이 아니었죠. 1921년 11월 9일 동아일보, 「불공평한 일요일의 배분」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는데요. 내년(1922년)은 음력으로 기념하는 날의 대부분이 평일이라 명절을 즐길 수 없고, 국가 공휴일은 대부분 주말이라 쉴 수 없다는 내용의 기사예요.



4. 해방 후 공휴일

해방 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 전 미군정 시기인 1946년에 공휴일 법제가 운영되었어요. 당시 공휴일은 신정일(1월 1일), 독립운동기념일(3월 1일), 해방일(8월 15일), 추수절(음력 8월 15일), 한글날(10월 9일), 개천절(10월 3일), 기독성탄축일(12월 25일)이었죠.

대한민국 정부에 의한 최초의 공휴일 규정은 1949년에 제정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건」인데요. 당시 공휴일은 국경일(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신정(1월 1~3일), 식목일(4월 5일), 추석, 한글날(10월 9일), 기독성탄축일(12월 25일)이었어요.

이 법령은 이후 총 20차례 개정되었는데요. 그중 3.1절, 광복절, 개천절, 신정, 성탄절은 첫 제정 이래 변함없이 휴일이었죠. 그 외 8개의 휴일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생겼다가 사라졌다 했어요.


- 현충일은 1956년, 부처님 오신 날과 어린이날은 1975년, 음력설은 1985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왔어요.

- UN의 날은 1950년, 1976년엔 국군의 날로 바뀌었고 공휴일이 지나치게 많아 경제 발전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1990년 사라졌어요.

- 한글날은 국군의 날과 같은 이유로 1990년 사라졌다가, 한글학회, 한글문화연대,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노력으로 2006년부터 다시 공휴일이 되었죠.

- 식목일은 1960년만 사방의 날로 바뀌어 시행되기도 했는데요. 주 5일 근무제를 실시하면서 2005년부터 폐지되었어요. 제헌절도 마찬가지로 주 5일 근무제를 이유로 2008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되었죠.

- 1999년에는 IMF의 여파로 생산성을 늘리자는 취지에서 신정 연휴(1월 2일)가 폐지되었어요.


2021년 기준 현재 공휴일은 일요일,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신정, 설날, 부처님오신날, 어린이날, 현충일, 추석, 성탄절, 선거일입니다.



5. 음력 설이 공휴일이 되기 까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총독부가 제정한 양력 공휴일과 기존의 음력 명절이 공존하면서 오는 불편함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어요. 특히 양력 1월 1일은 공휴일로 지정되어 쉬는데, 민간에서는 음력 1월 1일에 설날 행사를 벌이는 문제가 있었죠.

30년대 중반 민족말살정책의 일환으로도 음력 설이 탄압받았으나, 문화민족주의 진영에서도 음력 설 폐지를 적극적으로 주장했어요. 사회적 자원의 낭비라는 시선과 전 세계의 대세를 따라야 한다는 논리였죠.

1984년 당시 여당 의원들이 정부에 건의해서 음력 설을 제도화했어요. 당시 명칭은 '민속의 날'이었죠. 1989년에는 민속의 날의 명칭이 설날로 바뀌었고 추석과 설날을 3일 연휴로 지정했죠. 대신 신정 연휴였던 1월 3일을 공휴일에서 제외했어요.



6. 좌충우돌 대체 공휴일 제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대체 공휴일 제도가 등장한 것은 1959년이에요. 공휴일중복제라는 이름으로 딱 1년만 도입되었는데요. 공휴일이 휴일과 중복되면 그 익일도 공휴일로 한다는 조항이죠. 그래서 1959년은 4월 6일, 7월 18일, 10월 10일, 12월 26일도 휴일이었죠.

그로부터 30년 뒤 1989년 익일휴무제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했는데요. 익일휴무제 역시 1년만 시행해서 1989년 10월 2일만 추가로 휴일이 되었죠. 당시 공휴일이었던 국군의 날(10월 1일)이 일요일과 겹쳤거든요.

2013년에는 관공서를 대상으로 설날, 추석 연휴, 어린이날이 다른 공휴일과 겹치면 그 다음날을 공휴일로 하는 대체휴일제를 도입했는데요. 이 제도는 2020년부터 300인 이상, 2021년엔 30인 이상으로 확대되었어요.

그리고 2021년 대체 공휴일 법률이 통과되었는데요. 추석과 설날, 어린이날에만 적용돼왔던 대체휴일을 모든 공휴일로 확대 시행합니다. 따라서 올해는 8월 16일, 10월 4일, 10월 11일, 12월 27일도 휴일이 될 예정이랍니다.



<참고문헌>

백광열. (2020). 설·추석 명절 공휴일의 계보학. 한국사회사학회. 127.


김종세. (2015). 헌법상 휴식권과 공휴일제도. 법학연구. 60.


조선시대에도 공휴일이 있었을까. 접속일자 : 2021년 7월 11일. URL: https://webzine.nfm.go.kr/2017/06/13/조선시대에도-공휴일이-있었을까/




<이전글>
[역사] 윈도우11이 출시되기까지 / 윈도우의 역사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1/07/13 08:58
수정 아이콘
와 10일에 한번 주말이라니 못 살곳이었네
지니팅커벨여행
21/07/13 09:01
수정 아이콘
부모님 세대의 월화수목금금금 보다는 낫습니다?
Its_all_light
21/07/13 13:31
수정 아이콘
대신 시계가 없는 시대 특성상 출퇴근이 비교적 자유로웠다고는 합니다흐흐
파란무테
21/07/13 09:30
수정 아이콘
와. 재미있네요^^

저는,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묶어서.. 5월5일,6일,7일 이렇게 가족의 날로 연속공휴일 지정해줬으면 좋겠네요.

항상 어버이날에 고향가기에 빠듯하더라구요. 좀 멀리 살아서..
Its_all_light
21/07/13 13:34
수정 아이콘
생각도 못했던 문제네요. 그런 분들이 많아진다면 언젠간 연휴가 될 수도 있지않을까요?
알카이드
21/07/13 10:07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 공휴일중에 꼭 날짜를 지정해야하는 날... (설/추석/광복/석가탄신일/크리스마스) 빼고는 몇월 몇째 월요일 이런식으로 지정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외국도 거의 이런식으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이럴경우 매년 공휴일이 거의 고정되어있어, 계획세우기도 좋고..
닉네임을바꾸다
21/07/13 11:4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사실 어린이날 현충일 정도빼면 다 그 날짜가 의미가 있는경우가 좀 있어서... 고정지정할려면 이 2개정도?
서류조당
21/07/13 12:51
수정 아이콘
한글날 개천절도 있긴 합니다.
닉네임을바꾸다
21/07/13 13:15
수정 아이콘
한글날은 혜례본에 박혀있는 날짜가 있어서
LAOFFICE
21/07/14 01:48
수정 아이콘
공휴일이라는게 꼭 그 날짜에 쉬어야 의미가 있는게 아니라 실제로 쉴수 있을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들어 (대체 공휴일 없을때) 어린이날이 일요일이면 아쉬어하는 것보다 무조건 어린이날이 있는 주는 목요일부터 쉬고 노는게 더 좋지 않나요? 실용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강가딘
21/07/13 11:20
수정 아이콘
어느 곳에서 읽었는데 부처님오신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려고 하자 보수 개신교계에서 반대했는데
불교계에서 "그럼 우리도 부처님오신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라고 안할태니 성탄절도 공휴일에서 빼자"고 하자 깨깽했다고..
Its_all_light
21/07/13 13:36
수정 아이콘
저도 들어본적이 있는 썰이네요크크 개별 공휴일에 대한 내용도 담고싶었지만 너무 길어질 것같아 언제 따로따로 올릴까 생각하고 있습니다흐흐
한겨울
21/07/13 13:11
수정 아이콘
우리도 일본처럼 골든위크 만들면 참 좋을텐데요
Its_all_light
21/07/13 13:35
수정 아이콘
일본은 휴일이 뭔가 많은 것같아요 부럽ㅠ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2517 [일반] 코로나 19 4차 대유행 예측 결과 (2021. 7. 14.) [102] 여왕의심복20083 21/07/14 20083 56
92516 [정치] 윤석열의 강고한 보수 지지율에 금이 가는 여론조사가 나왔습니다.(쿠키뉴스) [194] 마빠이26150 21/07/14 26150 0
92515 [정치] 페미를 보며 생각해보는 권력과 정치인, 선거는 어떻게? [9] 비후간휴9559 21/07/14 9559 0
92514 [일반] 외국어 억양에 조금 더 너그러워졌으면 해서 [58] 나주꿀18905 21/07/13 18905 26
92513 [일반] 만화 순백의 소리. 샤미센으로 연주하는 일본 민요들 [17] 라쇼19439 21/07/13 19439 8
92512 [일반] 최근 재밌게시청중인 트위치 김전일 다시보기 [44] 원장15723 21/07/13 15723 4
92511 [일반]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까요? [63] 너무춰18647 21/07/13 18647 0
92510 [일반] 성문화센터에서 청소년 12%가 n번방에 접근시도했다고 설문 조작한 사건이 터졌네요 [94] 수부왘17264 21/07/13 17264 85
92509 [일반] 책 후기 - <프로젝트 헤일메리> [13] aDayInTheLife9775 21/07/13 9775 3
92508 [일반] 올해도 돌아온 창문형 에어컨 [37] 길갈13728 21/07/13 13728 3
92507 [일반] 폭동이 확산되고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30] 나주꿀18331 21/07/13 18331 0
92506 [일반] 전쟁은 어떤 노래를 만들까요? [63] Farce15008 21/07/13 15008 12
92505 [정치] 양자대결에서 처음으로 이낙연이 윤석열을 이긴 조사가 나왔습니다. [142] 마빠이17920 21/07/13 17920 0
92504 [일반] [역사] 대체공휴일 대체 언제부터? / 공휴일의 역사 [14] Its_all_light21714 21/07/13 21714 15
92503 [정치] 여가부 폐지 찬반 100분토론이 펼쳐집니다. [25] 한이연16672 21/07/13 16672 0
92502 [일반] 중국 문명의 딜레마, 절대 권력과 자율성(1) - 서론 [33] 이븐할둔19197 21/07/13 19197 61
92501 [정치] 내년도 최저임금 9천160원 으로 결정 났습니다. [203] 보라도리24622 21/07/13 24622 0
92500 [정치]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몇시간 사이 상황이 재미있어졌습니다. [47] 원시제17731 21/07/13 17731 0
92499 [일반] 장르 구분의 문제 : 미스터리와 추리 [14] Yureka12342 21/07/13 12342 7
92498 [일반] 확진자 가족이 느끼는 자가격리 시스템 [20] 하와이안피자15046 21/07/12 15046 9
92497 [정치] 55~59세 접종예약 15시간만에 '중단'…185만명분 물량 동나 [67] 깃털달린뱀16604 21/07/12 16604 0
92496 [일반] 2021년 상반기 마신 맥주 한두줄평(짤주의) [94] 판을흔들어라13494 21/07/12 13494 6
92495 [정치] 역대 대선판에서 당시 대통령들의 탈당 상황 [120] 마빠이23304 21/07/12 23304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