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신천지 때문에 제 인생(+지인 인생)에 격하게 타격 맞았던 경험이 있어서 누구못지 않게 개인적으로 신천지를 극혐하는 입장이고 신천지를 옹호하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다는 점 미리 깔아둡니다.


신천지 언론인 천지일보 측의 어제일자 사설입니다. 동의할 수 없는 헛소리들도 있지만, 하나 생각해볼 만한 대목이 있습니다.
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710515
[이런 사회 분위기를 가장 우려하는 이들은 방역 전문가들이다. 그들은 “신천지 교인에 대한 비난을 멈추고 빨리 확진자를 찾아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천지 비난 여론 때문에 신천지 교인 중 유증상자가 숨어버릴 경우...]

여기서 '방역 전문가의 발언'으로 인용된 부분은, 천지일보에서 만들어낸 말이 아니고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대책에 힘쓰고 있는 전문가의 발언입니다.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002201739Y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인 국립암센터 기모란 교수는 "비난 여론 때문에 연락이 안 닿는 유증상자가 숨어버릴 가능성이 있다"며 "환자가 빨리 나와 진료를 받고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퍼지게 된 데는 분명 신천지 측의 영향이 크고, 그 과정에서 신천지 측의 귀책사유로 볼 수 있는 소식들도 다수 전해져서 신천지 집단 또는 각 확진자 개인이 비판 또는 비난을 받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난 여론 때문에 신천지 교인 또는 신천지 교인과 접촉한 사람들이 잠수를 타거나 제대로 행적을 밝히지 않아서 방역당국에서 사태 파악 및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지점입니다.

물론 신천지 교인 또는 관계자들이 여론이 무서워서 숨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지만, 개개인이 그런 선택을 하기 쉬운 환경인 것 같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그렇다고 신천지를 욕하면 안되느냐 하면 꼭 그런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그 비판/비난이 현실세계에서 어떤 영향을 가지게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냐 하면 저도 잘 모르겠어서 함께 고민을 나누기 위해 쓴 글입니다.


이러한 부분은, 꼭 이번 사태 뿐 아니라 다른 질병(특히 감염병)의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부정적 시선 또는 낙인이 실제로 어떠한 문제를 낳게 되는가 하는 점에서 예전부터 전문가들이 지적해온 부분이기도 합니다.


어려운 상황에, 어려운 사회적 문제가 함께 주어졌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런 사회적 난제를 어떻게 잘 극복해나갈 수 있을지, 우리 사회에 그런 문제 해결 프로세스가 잘 갖춰져 있기는 한지, 또는 그런 문제 해결이 실제로 가능하기는 한 건지,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입니다.


p.s 댓글에도 썼지만 비슷한 댓글이 많아서 첨언합니다.

신천지 교인이 숨는 건 예상 가능한 지점인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신천지에서 전략을 전환해서 적극적으로 공개 활동을 펼쳐오기도 했지만)
신천지 교인 접촉자 내지는 관련자들이 덩달아 숨어버릴 가능성이 엿보여서요.

막말로 최악의 경우 공권력에서 강제로 신천지 명부를 입수해서 교인 전수를 파악하는 방법도 있겠지만(좋은 방법인지 모르겠습니다), 접촉자/관련자들은 그런 방식으로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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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 지금까지 달린 댓글들을 읽고 종합적으로 생각해보면 (뒤에도 댓글들이 더 달리겠지만 흐름에 큰 차이는 없겠죠)

일단 신천지에 대한 비판/비난 여론은 상수로 두고,
숨어들고자 하는 신천지교인이나 가족/지인/관계자 등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이번 사태에서 유효한 접근법이 될 것 같네요.

의견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