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5/30 18:45:08
Name 대치동박선생
Subject [일반] <강스포 짧은 후기> 20세기를 견뎌낸 대한민국이 21세기에 얻어낸 영화적 성취, <기생충>
지금 막 보고 왔습니다. 상징적이라는 말을 남발하며 아무렇지 않게 상징을 웃기게 던지는 무시무시한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간단하게 한가지 상징만 말해볼까요?
'수석'은, 아주 노골적으로 가난에 대한 비유입니다. 이는 극후반부 부자가 된 자신을 상상하는 최우식이 수석을 원래 자리인 강에 가져다 놓는 장면에서 확인 됩니다. 다만 저는 이 수석의 기원에 대한 대화가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수석은 '육사'를 졸업한 친구의 할아버님이 준 것이며(군사독재로부터 흘러온), 이것이 여기저기에 가득 차 부르주아 박서준의 손을 거쳐 이 반지하까지 흘러들어오게 됩니다. 송강호 일가는 이것을 아주 귀한 것인양,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기생충 두 일가는 서로를 이 돌로 죽이려고 하기도, 돌에 맞아 사경을 헤매게 되기도 합니다.
물, 인디언 등등 당장 재미있는 비유가 너무 많지만, 일단 급하고 짧게만 평하고 가겠습니다. 이 영화는 진정으로 괴물의 후속작이자, 넘치는 상징을 유머로 커버하며, 메세지 뿐만 아니라 테크닉적으로 발전한 봉준호가 20세기에 시작해 21세기로 이어져온 문제를 확고하게 정리한 그의 인생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리콜한방
19/05/30 19:28
수정 아이콘
봉준호는 어쨌든 50살이며 20세기에 장편 데뷔했고 (2000년. 당시 류승완도 데뷔),
21세기 데뷔 감독 중 확실한 두각을 보인 감독이 나홍진, 윤종빈 정도라는 점이 아쉽습니다.

90년대 데뷔햐 박찬욱, 홍상수, 최동훈, 김지운, 이창동 등을 이을 재목이 더 나왔으면 좋겠어요.
특히 2010년대 이후 데뷔 중에선 이제 데뷔작 하나 있는 독립영화계의 윤가은 감독 정도만 떠오르는 상태거든요..

아 그리고 기생충에 대한 얘기 다 공감합니다. 명작이었어요.
대치동박선생
19/05/30 19:29
수정 아이콘
이수진의 후속작이 아쉽다는 것이 너무 슬프죠 크흡...
리콜한방
19/05/30 20:00
수정 아이콘
저는 우상을 좋아하고 또 뛰어난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하나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외면당한 것 역시 백번 이해됩니다. 부디 3번째 작품은 욕심을 버리고 매끄러운 영화가 되길 바라요
박현준
19/05/30 19:56
수정 아이콘
<기생충 강 스포일러> 제목 <짧은 후기> 로 갈음 하시는건 어떠신가요? 스포가 있는지 모르고 클릭했네요. ㅠ
케이아치
19/05/30 22:13
수정 아이콘
물과 인디언은 어떤 비유인가요?
대치동박선생
19/05/31 15:18
수정 아이콘
물은 권력의 방향 혹는 압박을 나타낸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예컨대 주인공 가족이 간신히 탈출한 집에서 물을 따라 이동하니 물이 잔뜩 고여있는 자신들의 반지하 집으로 가게되는 점이나, 똑같은 비에도 이선균의 집은 매우 멀쩡할 뿐더러 (캠핑을 취소하는 수준의 불운만 겪죠) '미제'인 텐트는 매우 안전하게 방수되어 버텨냅니다.
인디언은, 정확히는 아메리카 원주민이 맞는 표기로 알고있습니다만 여튼 그들의 입장에서는 지금은 주류가 된 미국 백인들이 기생충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잘 살고 있는 집에 기생해 들어왔으니까. 하지만 그들이 주류가 되면서 지금은 인디언 쪽이 Affirmative action등의 혜택을 받을 때 기생충 취급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 자체의 근본적 질문; 즉, 누가 숙주이며 기생충인가? 를 드러내기 위한 소재로 읽었습니다. 마지막 칼을 휘두르는 송강호가 인디언 분장을 한 것이 화룡점정이지 않나 싶어요.
처음과마지막
19/05/30 22:36
수정 아이콘
빈부 격차와 한국 근현대사의 풍자 그러면서도 영화적 재미와 반전 그리고 남는 여운

정말 잘만든 영화 입니다

칸에서 황금 종려상 받을만 한 작품입니다
19/05/31 00:19
수정 아이콘
지하철 냄새, 반지하 냄새 이런 걸 외국어로 번역하면 한국인과 같은 정서로 느낄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상받을만 했다는 건 극공감. 주차장 탈출씬이나 씨씨티비 아귀 들어맞히는 설정들도 참 기가 막혔습니다.
19/05/31 01:46
수정 아이콘
마지막이 궁금한데...
아버지 만나는건 꿈인가요? 현실인가요?
19/05/31 02:26
수정 아이콘
기우의 소망이라고 봐야죠.
맥핑키
19/05/31 14:14
수정 아이콘
수석은 말장난이죠.
큰아들 그친구 4수째였나 그래요. 처음부터 애착이 있었던게 아니라 ‘물난리’에 집구석이 날아가면서 집착하게 됩니다. 가슴팍에 큰 돌덩이 하나를 ‘좋은 학교에 입학할 때 까지’ 이고 살아왔던 거죠. 가난을 벗어난게 아닙니다 돈으로 바뀐거죠. 돌덩이는 알아보는 사람만 알아보는 거고, 돈은 누구나 알아보는 가치있는 종이조각이니까요. 귀하다고 받아들인게 아니라 ‘어떤 이에게는 값진데’ 이 집구석에는 쓸모가 없었죠. ‘귀하다’라든지 ‘값지다’의 정의까지 갈 수 있는 문제입니다. 사실 개울에서 주워온 돌인데

말 그대로 수석인거죠
대치동박선생
19/05/31 15:12
수정 아이콘
그냥 돌이면 물난리 이후 대피소 씬이나("이게 나한테 붙어서 떨어지질 않아요"), 돌이 살해도구로 선택된 이유조차 전혀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냥 칼을 준비하면 되는데. 그리고 장남의 마음속 응어리라면 그 돌을 지하의 그분이 흉기로 사용하는 시퀀스 조차 낭비이죠. 마지막 장남의 편지를 통해 장남이 '입시보다도, 취직보다도 돈을 벌겠다' 고 선언 한 바, 그 편지속 상황이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도(당연히 최후 장면을 통해 환상임이 보입니다만) 그는 좋은 대학에 가는 방법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그러므로 맥핑키님의 지적에도 저에게는 돌은 여전히 가난으로 보입니다.
맥핑키
19/05/31 22:14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것에 답이 있습니다. 총 4명이 사망했는데 1명은 뇌진탕으로 죽고 나머지 3명은 현장에서 쉽게 구한 흉기로 사망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한국 관객은 외국관객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느낄거라고 했는데, 수석이 정확하게 이 케이스에 해당하는 장치고요. 상식적으로 물난리통에 수석을 건져와서 가슴팍에 안고 잔다는 것은 정상적이 아닙니다. 이건 죄책감이나 책임감에 대한 은유죠. 이전에는 ‘최소 연세대는 간다’ 라는 n수생에 대한, 현재는 이 사태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 또는 식구를 불러들인 자신에 대한 겁니다. 이걸 떨쳐버리기 위해서 ‘해결’을 하려고 하는거죠. 이 해결을 위한 ‘수단’ 이 수석이고요.
마지막에 수석을 개울에 가져다 놓는 것으로 n수생이 끝나고 사회인으로 기능하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은 여전히 반지하에서 마무리됩니다.
영화에서 가난은 냄새라는 장치를 사용하고요
가생충은 에일리언 외에는 대부분 숙주를 죽이지 않는 선에서 공생하려 하는데, 마지막의 송강호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 숙주는 부자일까요 집일까요?

큰 아들의 목표는 ‘좋은 대학’ 에서 ‘집’으로 바뀐 겁니다. 어찌 보면 성장이지만 어찌 보면 수석처럼 마찬가지로 허황된 수단과 목표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1352 [일반] 케이팝 섹스 스캔들 말레이시아, 태국 사업가의 실명 및 사진 [27] 야다시말해봐 26328 19/05/31 26328 8
81351 [일반] 12레벨 영구강등자 명단 [145] probe19166 19/05/31 19166 80
81350 [일반] 신림동 주거 침입 미수 사건 그리고 강간 미수 [93] Synopsis14710 19/05/31 14710 12
81349 [일반] 강변호텔 (2019) _ 거의 모든 것의 홍상수 [6] 리니시아7967 19/05/31 7967 5
81348 [일반] 한국 극우 개신교 세력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 반미 시위 개최 [59] 나디아 연대기12907 19/05/31 12907 5
81346 [일반] [연재] 제주도 보름 살기 - 여덟째 날, 열심히 돌아다닌 하루 [23] 글곰6775 19/05/30 6775 13
81345 [일반] 최근에 들린 맛집들(부제 '이걸 이렇게 하네', 데이터주의) [48] 치열하게12515 19/05/30 12515 19
81344 [일반] <스포> 기생충을 다 보고 느낀 생각, 내가 XX 뭘 본거지? [73] Chasingthegoals15591 19/05/30 15591 7
81343 [일반] <강스포 짧은 후기> 20세기를 견뎌낸 대한민국이 21세기에 얻어낸 영화적 성취, <기생충> [13] 대치동박선생9329 19/05/30 9329 3
81342 [일반] [일상글] 가정적인 남편 혹은 착각 [53] Hammuzzi10460 19/05/30 10460 30
81341 [일반] <기생충> 보고 왔습니다(스포) [94] aDayInTheLife14118 19/05/30 14118 0
81338 [일반] 결국 정치 글에서 멀어지는구나 [55] 잠잘까13785 19/05/30 13785 44
81337 [일반] [심영의더빙] 스파이더맨-홈커밍 中 [11] 심영6743 19/05/30 6743 6
81336 [일반] <완전 노스포> 기생충 라이브톡 후기 리뷰도 없음 [31] RENTON10744 19/05/29 10744 1
81335 [일반] [연재] 제주도 보름 살기 - 일곱째 날, 바람 부는 날이면 바다에 가야 한다 [12] 글곰5925 19/05/29 5925 19
81334 [일반] [노스포] 아쉬운 고질라 감상 [57] norrell8392 19/05/29 8392 2
81333 [일반] 서훈 국정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회동에 대해... [257] 아유14943 19/05/29 14943 11
81331 [일반] 나경원 "이 모든 게 문 대통령이 전부 기획한 것 아닌가" (이집 재미있다) [121] ICE-CUBE15440 19/05/29 15440 40
81330 [일반] 바람직한 사이트 운영을 위한 제도개선방안 의견 논의 [147] 천호우성백영호8794 19/05/29 8794 9
81329 [일반] 마무리하며 [7] 윤하5507 19/05/29 5507 9
81327 [일반] (강스포)(스압 데이터) 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 지극히 개인적인 소감 [46] 라플비8434 19/05/29 8434 7
81325 [일반] 여러분들의 로망은 무엇인가요? [74] 삭제됨6821 19/05/29 6821 7
81323 [일반] “여론 돌아선 걸 이제야 알아”… '지하철 성추행 무죄' 주장한 형 사과 [226] 밥도둑19252 19/05/29 19252 2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