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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4/23 13:30:48
Name Marcion
Subject [일반] 강간인가 아닌가? - 당신이 판사라면?(해설 편) (수정됨)
0. 들어가며

주말에 할일 없는 많은 피지알러들의 활발한 참여 덕분에 지난 문제편이 흥행에 성공하여 해설을 올립니다.
이 해설은 실제 사건에 대한 법원 재판결과, 그외 이를 보충할 몇가지 전문지식에 바탕하여 작성된 것이나
이런 것들이 과연 '정답'에 해당한다고 단언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에 이 해설은 '해설'일 뿐 '해답'이 아닙니다.

이 해설은 아래 1.에서 실제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2.에서는 그와 관련된 배경설명을 다루고자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3.에서 글쓴이의 사족을 몇줄 쓰는 것으로 결론을 갈음하도록 하겠습니다.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실제 사건에 대한 법원의 결론을 심급 별로 요약해 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1) 1심: 무죄
2) 항소심: 유죄
3) 상고심 및 환송 후 원심: 무죄(확정)

즉 실제 사건에 관하여는 최종적으로 피고인에 대한 무죄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1. 실제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


가. 1심: 무죄

(1) 판시이유

1) 1심 법원이 제시한 판시이유는 총 5가지였고 그 중 3가지는 피해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나머지는 네일 손상, 피고인의 수사기관 인정진술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2) 우선 1심 법원은 몇가지 사정에 비춰 피해자 주장대로 강간이 있었다고 볼 소지도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일관된 피해진술, 피해자가 우는 것을 보았다는 언니의 목격진술, 네일 손상, 피고인의 인정진술입니다.

3) 피해자는 당시 취해있었다고 진술했으나, 1심 법원은 혈중알콜농도 감정서에 비춰 이 진술은 신빙성 없다고 봤습니다.
1심 법원은 또한 피해진술 중 피고인의 구체적 행위에 관한 진술의 모순점도 지적했습니다.
(상세내용은 민감한 내용일 수 있고, 해설에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보아 흐리게 처리함.)
1심 법원은 피해자 자신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때린 적 없었다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많은 분들도 주목하셨던 언니의 목격진술이었습니다.
많은 피지알러들과 마찬가지로, 1심 법원은 언니한테 격하게 혼나서 강간을 당하게 됬다고 말한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봤습니다.

4) 1심 법원은 네일 손상의 경우 손상경위에 대해 피해자조차 정확히 알지 못하고 사진상 손상정도가 심하지도 않아
강제성을 입증할 증거가 되지 못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피고인의 수사기관 인정진술은 그 진술 경위에 대한 피고인의 변소를 받아들였습니다.

(2) 기타 참고사항

1) 피고인은 사건발생 직후 체포되어 구속됬고 1달을 못넘겨 기소됬습니다.
피고인에 대한 1심 판결선고는 기소된 날로부터 4달도 지나지 않아 이뤄졌습니다.

2) 피고인의 구속된 경우의 공판절차는 국선변호인이 있어야만 진행 가능한데(형사소송법 제282조, 제33조 제1항 제1호)
국선변호인 선정과 관련하여 약간의 차질이 있어 재판은 상당한 기간 이렇다할 심리 없이 공전했습니다.

3) 변호인은 이 사건 피고인의 경찰 피신조서를 부동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4) 1심에서 피해자 증인신문이 있었습니다. 언니에 대해서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나. 항소심: 유죄

(1) 판시이유

1) 피해진술 신빙성

- 우선 1심 법원은 혈중 알콜농도 감정서에 비춰 주취 부분에 대한 피해진술 신빙성을 배척했습니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당사자들 진술대로 피해자가 주량을 훨씬 초과하는 술을 마신 사실이 있고
감정서 기재만으로 이를 배척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 한편 1심에서는 피고인의 직접 가격행위나 협박이 없었던 점이 중요한 사정으로 지적됬습니다.
그러나 항소법원에 의하면 범행장소가 협소했고(원룸), 피고인과 피해자의 체격차에 비춰
가격 등의 물리력 행사가 없이도 피해자의 전항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피해자가 법정에서 피고인의 폭행, 협박이 없다고 진술한 것은
일반인인 피해자가 폭행, 협박의 의미를 법률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데서 기인한 데 불과하다고 봤습니다.

- 그 외에 항소법원은 피해진술이 중요한 부분에서 일관적이며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들어 피해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습니다.

2) 언니 목격진술
언니 목격진술은 1심 무죄판결의 가장 중요한 근거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피해자가 처음에 가만히 있었던 것이 성폭행당한 것에 따른 수치심 때문이었을 수 있고
언니는 처음엔 다그치다가 나중에야 피해자의 울음을 보고 강간임을 깨달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3) 네일 손상
한편 항소법원은 피해자가 당시 하고 있던 젤네일은 쉽게 손상되지 않는 성질의 것이라는 점을 들어
이것이 손상되었다는 것은 물리적 충돌의 존재를 암시한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아마 네일아티스트인 피해자 진술에 근거해 이런 판단이 나왔던게 아닐지 추측됩니다.

4) 피고인의 거동, 인정진술
그리고 항소법원은 피고인이 도망친 점, 체포된 후 수사과정에서 인정진술을 한 점을 유죄의 증거로 인정했습니다.

(2) 기타 참고사항

1) 항소심은 접수 후 선고까지 1년 가까이 진행되었습니다.
피고인이 무죄판결을 받아 석방되었으므로 구속기간 문제로 인한 제약이 사라졌던 것도 요인이겠지만
항소심에서 대단히 치열하게 심리가 진행되었음을 암시합니다.

2) 항소심에서도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습니다. 언니에 대해서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3) 항소심의 선고형은 징역 1년 6월이었습니다.
이는 강간에 대해 작량감경을 하여 깎아줄 수 있는 최하한의 선고형인데(물론 집행유예를 해줄 수도 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피고인의 무죄주장이 배척된 경우인데다(소위 '반성이 없는' 경우), 성범죄 전과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항소심의 선고형은 전후 사정에 비춰 결코 높은 것이라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항소법원이 유죄 판단에 자신감이 충만했던 것이 아님을 암시합니다.


다. 상고심 및 환송 후 항소심: 무죄

(1) 판시이유
대법원의 판시이유는 딱 1가지 점을 추가하는 외에 1심과 동일했습니다.
피고인, 피해자 모두 상처는 일체 없었고 피해자의 옷도 멀쩡했다는 점입니다.
다만 대법원은 주취 정도에 관한 항소심 판시를 반박하진 않았는데
이게 항소심의 해당 판시는 적절하다고 본 것인지 여부는 불분명합니다.

(2) 기타 참고사항
상고심 판결은 접수 후 2달 만에 이뤄졌습니다. 환송 후 항소심의 판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후자는 놀랄 것이 없지만, 전자는 무죄 취지 파기환송임에 비춰 흔치 않은 케이스입니다.
실무가들로서는 대법원 상고사건에 대해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선고기일이 지정될 경우 상고가 기각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이 사건 피고인도 변호인에게 그런 취지의, 암담한 설명을 들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무래도 이 사건 대법원 주심 대법관이 무죄결론에 대한 강한 확신이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2. 몇가지 배경설명


가. 강간죄에서의 강제성 인정기준 일반론

(1) 현재까지의 해석론에 의하면 강간죄의 구성요건인 '폭행 또는 협박'은
단순히 형법 상 폭행죄(타인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나 협박죄(타인에 대한 해악 고지)를 구성할 만한 것에 그쳐서는 안되고
소위 '항거불능 또는 항거 현저곤란'을 야기할 만한 것이어야 합니다.
이를 흔히 '최협의설'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 해석론에 대해선 피해자(주로 여성)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부당하거나,
심지어 가부장적이라는 비판이 광범위하게 제기되어 왔습니다.

(2) 이에 법원은 형사실체법 상 강간죄 구성요건에 대한 해석론인 최협의설 자체를 폐기하지는 않았으나
형사절차법 상 강간죄에 대한 사실인정 기준을 중대하게 수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그 요지는 강제성의 존재 유무는 범행 당시 피해자의 사정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피해자가 성교 전에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사력을 다해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강간이 아니라고 봐선 안된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5도3071 판결)

(3) 이 판결로 인해 남자가 성관계를 시도하는데 여자가 살짝 밀치거나 한두마디 이러지 말라고 한 경우거나
극단적으로 아예 가만히 있던 경우라도 제반사정에 따라 강간이 인정될 여지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나. 강제성에 대한 사실인정에 있어 법원이 채택하는(것으로 보이는) 몇가지 경험칙

(1) 범행장소 관련
위 2005도3071 판결의 판지는 2012년의 한 대법원 판결을 통해 보다 구체화됩니다.
(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2도4031 판결)
이 2012도4031 판결은 강간죄 사실인정에 관한 오늘날 법원의 태도를 이해함에 있어 필수적인 판결인데
여기서는 그 상세내용에 관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장소가 좁고, 외부와 차단되어 있을수록 피해자가 반항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인정되고
따라서 강제성의 존재가 추측된다는 경험칙이 있다는 정도로만 정리하겠습니다.
화간무죄가 다퉈질만한 사안의 경우 거의 대부분 이런 장소에서 성교가 이뤄질 것입니다.

(2) 피고인-피해자 체격 관련
위 2012도4031 판결에서 제시된 인상적인 기준 중 하나가 '체격' 기준입니다.
요컨대 체격차가 날수록 피해자가 반항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저 사건에서는 남자 키 175, 몸무게 70 v 여자 키 158, 몸무게 51인 경우였고
이정도면 남자가 직접 가격 등 물리력 행사가 없더라도 여자가 반항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남자 키 165, 몸무게 58 v 여자 키 170, 몸무게 58인 경우라면 다른 결론이 나올 여지가 있을 것입니다.

(3)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할 이유' 관련

1) 대법원이 이런 법리를 일반론으로 설시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판시 이유 부분에 등장한 사례로는 대법원 2005. 7. 29. 선고 2004도5868 판결, 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7도21249 판결 참조)
따라서 이런 판례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사람이 있을 것으로 보이나
이런 유형의 사건에서 유죄 판결이 날 경우 거의 상투적으로 이 표현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이런 내용의 '실무관행'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사료됩니다.
요컨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허위신고를 할만한 사정(치정, 돈 등)이 드러나지 않으면
진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피해신고를 했을 것으로 추단된다는 것입니다.

2) 형사소송법에서야 거증책임은 검사가 진다지만, 저런 사정의 존재는 사실상 피고인이 입증해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성폭력 사건에서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성이력 관련 사실은 증거능력을 배제해야 된다는 법안이 제출되기도 했는데
(https://pgr21.co.kr/?b=8&n=70039 참조)
이 법안이 실제 통과된다면 이 부분과 관련하여 피고인의 방어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결과를 야기할 것입니다.
가령 전여친에게 강간범으로 고소당한 피고인이 헤어지고서도 성관계를 했었던 증거(카톡 대화 등)을 제출하며 무죄주장을 하는 경우
카톡은 증거능력이 없고, 거기에 위에서 본 경험칙을 고려해볼 때
피해진술 일관성이 있는 한 법원은 유죄심증으로 강하게 기울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참고로 위 법안에 대해 국회 법사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가 올라왔는데,
전문위원은 완곡하게 이 법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 혈중알콜농도와 위드마크 공식
이 문제는 주로 교통사고 사건, 음주운전 사건에서 자주 쟁점이 되는데
관련 내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이 문제와 관련된 한 대법원 판례를 소개하는 것으로 정리하겠습니다.
(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5도6368 판결)
그 핵심 논점은 위드마크 공식을 이용해 혈중알콜농도를 역산하는 방법의 신뢰성이 생각보다 낮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피지알에서도 가끔 음주운전 관련으로 몇번 얘기가 나왔던 적이 있습니다.)

1) 위드마크 공식에 따른 혈중 알코올농도의 추정방식에는
알코올의 흡수분배로 인한 최고 혈중 알코올농도에 관한 부분과 시간경과에 따른 분해소멸에 관한 부분이 있다.
2) 그 중 최고 혈중 알코올농도에 있어서는
섭취한 알코올의 체내흡수율과 성, 비만도, 나이, 신장, 체중, 체질은 물론
인종, 지역, 풍습, 시대 등도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또 음주한 술의 종류, 음주속도, 음주시 위장에 있는 음식의 정도 등에 따라
그 최고치에 이르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
3) 알코올의 분해소멸에 있어서는 평소의 음주정도, 체질, 음주속도, 음주후 신체활동의 정도 등이
시간당 알코올분해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4) 위 공식의 적용에 필요한 기본자료들 이외에도
음주 후 특정 시점에서의 혈중 알코올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운전자인 피고인이 평균인과 마찬가지로
위와 같은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고 쉽게 단정할 것이 아니라
이 역시 증거에 의하여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5) 위 모든 증명을 위하여 필요하다면 전문적인 학식이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도움 등을 받아야 하고,
만일 그 공식의 적용에 있어 불확실한 점이 남아 있고 그것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작용한다면
그 계산결과는 합리적인 의심을 품게 하지 않을 정도의 증명력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사족


가. 이 사건은 여러모로 실제 강간이 있었는지 의심해볼 요소가 많았음에도
수사단계에서 신속하게 구속기소가 결정되고, 항소심에서 실형이 선고되기까지 했는데
그렇게 된 요인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됩니다.

1) 피고인의 전과
2) 피해자 진술 신빙성을 되도록 배척하지 않으려는 실무관행의 정착


나. 1)과 관련하여, 문제 편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 피고인은 사건 발생 5개월 전에 기존 성범죄 건 수형을 마치고 출소한 상태였습니다.
한마디로 변태적 습벽을 가진 피고인이 출소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다시 재범에 나선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이런 정황 때문에 수사기관은 화간을 주장하는 피고인의 주장을 완전히 헛소리로 일축했고
검사는 공소를 제기하며 피고인에 대한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함께 청구하였고
심지어 1심 변호인조차 무죄주장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던게 아닌가 싶어보이기도 합니다.


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은 역시 2)였을 것입니다.
비록 미심쩍은 정황은 보이지만 어쨌든 피해자는 범행 당일 고소장을 접수해 법정에 이르기까지 강간 진술을 유지했고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할 정황이 현출되었던 바 없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범행장소는 좁은 원룸,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는 적지 않은 체격차가 있었습니다.
심지어 1심 법원조차 이런 사정에 비추어 정말 강간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사족을 붙이기도 했고
항소법원의 경우, 기왕의 실무관행에 위의 사정들을 더해보면
피고인의 억울함은 양형에서나 반영하면 족할 뿐, 유죄 판결을 할 사정이 충분하다고 보았을 수 있습니다.
(덤으로 항소법원 입장에선 1심 법원이 과연 심리를 제대로 해본 것인지 의심스러웠을지도 모릅니다.)


라. 이 사건 피고인이 실제로 억울했는가 여부와는 별개로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고려하여 도입된 법리, 실무관행이
분명히 억울한 피고인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해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이 사건 피해자에 대한 무고, 위증 등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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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리
18/04/23 13:50
수정 아이콘
음....... 어렵네요.
문제 편도 보고 생각도 많이 해 봤지만, 답을 보고 나니 더 혼란스러워졌어요.
foreign worker
18/04/23 13:51
수정 아이콘
무죄라고 봤는데, 역시 무죄로 확정되긴 했네요. 그래도 기분이 씁쓸합니다.
덩치 큰 사람은 말 그대로 위협적 존재가 된다고 법정에서도 인정했네요.
(특히 여자한테) 원한 살 일은 만들지 않는게 최고네요.
18/04/23 13:52
수정 아이콘
오 이게 무죄가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근데 이게 대법원까지 갈 일인가 하면...... 판사분들 몸이 남아나질 않겠네요
유지애
18/04/23 13:53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닉네임
18/04/23 13:55
수정 아이콘
문제 볼 때도 이런 일 꽤나 자주일어나는데 판사님들 힘들겠다 싶었는데 해설을 보니까 무한한 존경심을 가지게 하네요
초록물고기
18/04/23 13:58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대로 1심에서 무죄가 난 것을 2심에서 1년 반이나 심리해서 유죄로 바꾸었고, 그걸 또 상고심에서 2달만에 파기했다는 게 굉장히 이례적으로 느껴집니다. 양형을 보면 분명 고등도 결론에 망설였던 느낌은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고등부장과 주심판사에게 약간의 충격을 안겨줬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본 사례중에 피해자가 일관되게 진술을 하고 있음에도 강간을 정면으로 다투어서 무죄를 확정받은 경우는 대개 두가지 종류인데, 하나는 여자가 성관계 이후에 남자에게 모욕적인 대우를 받은 경우, 둘째는 성관계 사실이 제3자에게 알려지거나 노출된 경우였습니다. 둘째의 경우 수치심 때문에 한 사람을 사회적 죽음으로 몰아 넣는 거짓말을 한다는게 믿기지 않는데 자주 있더라구요 (물론 업무상 제가 그러한 케이스를 자주 본 거겠지만요)

아참, 두가지 경우에 무죄가 잘 나온다는게 아니라 이러한 사정이라도 있어야 무죄를 노려볼 여지가 생긴다는 게 정확하겠죠. 아래에서도 썼지만, 피고인이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아니라 피해자의 진술이 사실일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판단구조가 뒤집혀 유죄추정으로 기울게 되는데 성범죄에서 그런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18/04/23 14:43
수정 아이콘
고견 감사합니다.
이 사건은 말씀하신 두번째 유형에 딱 들어맞는 사안입니다.
미성년자가 성매매나 유사한 행위를 하다가 부모님한테 걸린 경우라든가,
불륜 내지 그와 유사한 관계가 들통난 경우라든가,
이 사건처럼 사람에 따라 문란한 사생활로 평가될 수 있는 행동이 들킨 경우 등이
이런 유형으로 포섭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이런 류의 변소가 늘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고
변소에 실패하면 역풍으로 양형이유에 '반성의 기미 없고 용서를 받지 못함'이라는 가중사유가 추가되니
난감한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거믄별
18/04/23 14:14
수정 아이콘
판사는 정말 극한 직업이네요.

근데... 강간으로 고소당하는 남자들은 결백을 주장하고 입증하기 정말 힘들겠네요.
성관계시 여자가 거부의사 포함해서 가만 있어도 강간으로 성립될 수 있다는 것도 충격인데...
거기에 여자보다 체격차이가 꽤 나면 그것도 불리하고... 장소 역시 뭘 어쩌라는 건지.
이거 정말 여자가 못된 맘 먹고 걸어버리면 남자는 빠져나올 수 있는 구멍이 있긴 한 겁니까.
사악군
18/04/23 14:23
수정 아이콘
장소가 넓고 외부와 차단되지 않은 공개된 곳에서 성관계를 하면 안전합니다..? 응?
괄하이드
18/04/23 18:45
수정 아이콘
뭐.. 원나잇은 지양하고, 여자친구랑만 하거나 / 앞으로 여자친구가 되겠다는 마음을 먹은 경우에만 해야죠.. 미성년자랑은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더라도 절대 하지 않고요.
사악군
18/04/23 14:2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진짜 이례적이네요 항소심을 뒤집는데 그렇게 빨리 대법판결이 나오다니..
최근 추세로 보아 유죄나왔을 줄 알았는데 그나마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나와 다행입니다.

요즘의 실무관행에는 불만이 많습니다.
'피해진술이 중요한 부분에서 일관적' 이 판시 표현은 진짜
나 강간 안당했음 강간당했음 이렇게 왔다갔다하는 게 아니면 아무데나 가져다 붙인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

구체적으로는 2년간 교제했던 동거남을 사건 후 6개월 지나 강간상해로 고소하면서
상대와 교제하며 동거한 사실/ 임신했다 낙태한 경험이 있는 사실(피고인과)/ 피고인의 모친과 상견례했던 사실
사건이 있던 날 병원에 갔다가 피해자가 만취상태로 난동을 부려 봉합수술을 하지 못하고 돌아온 사실
사건당시 깨진 유리등을 치우는 뒷정리는 피고인이 한 사실 등등..-_-을 모조리 숨기거나 번복했는데도

'피고인이 강간 목적으로 유리병을 깨어 자신의 팔을 그었다'는 진술이 일관된다고
'중요한 부분에서 일관적'이라고 판시하는 판이라....
18/04/23 14:38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중요부분 일관성'이란 판시는 분명히, 일부는 일관되고 일부는 오락가락하는 피해자 진술에 대해 이 두 가지 요건,
즉 1) 중요부분, 2) 일관성이라는 두 요건을 동시에 갖췄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함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1) 중요부분 일관, 비중요부분 일관: 신빙성 O
2) 중요부분 일관, 비중요부분 비일관: 신빙성 O
3) 중요부분 비일관, 비중요부분 일관: 신빙성 X
4) 중요부분 비일관, 비중요부분 비일관: 신빙성 O

이런 식으로 판정되어야 하는데 실제 실무는 이런 식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인상마저 듭니다.

1) 중요부분 일관, 비중요부분 일관: 신빙성 O
2) 중요부분 일관, 비중요부분 비일관: 신빙성 O
3) 중요부분 비일관, 비중요부분 일관: 신빙성 O
4) 중요부분 비일관, 비중요부분 비일관: 신빙성 X (이런 경우는 흔치 않음)
18/04/23 14:29
수정 아이콘
의외로 유죄가 나와줘야 꿀잼인데, 무죄가 나온게 또 의외 크크
18/04/23 14:30
수정 아이콘
다른건 그렇다 치지만 성행위 장소중에 장소가 좁고, 외부와 차단되어 있지 않은 곳이 있나요?
18/04/23 14:45
수정 아이콘
있......
그렇구만
18/04/23 14:42
수정 아이콘
항소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들어 피해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습니다.' 이 부분은 뭔가좀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네요.. 무고할 이유가 없으니까 넌 유죄야 하는 느낌...
18/04/23 14:57
수정 아이콘
사실 이 사건의 배경이 된 법리나 실무관행이 전적으로 부당한 것이라고 단정할 것은 아닙니다.

가령 소위 '체격 기준'은 키 크고 몸무게 무거운 사람을 범죄자 취급하는 거냐는 비판을 받을 여지는 있지만
등빨 좋은 남자가 갑자기 위에서 깔고 앉아 옷을 벗기고 스킨쉽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여리여리한 여자 입장에서는 겁에 질려서 아무 것도 못하고 그냥 가만히 이 상황이 지나가길 기다리자
본능적으로 이런 식으로 생각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인데
그런 상황에서 최협의설이 암시하듯 괜히 남자를 때리고 소리를 질러야만 강간이 인정된다는 결론이
과연 현실적이냐는 데서 유래한 것입니다.
이런 지적 자체는 어느 정도 합리적이라는 걸 부인하긴 어렵습니다.

결국은 기준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 운용이 보다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피해진술 중요부분 일관성' 같은 기준도 대체 중요부분이 뭐고, 비중요부분은 뭔지를 좀더 명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사악군
18/04/23 15:37
수정 아이콘
물론 종전의 최협의설적인 판례방향도 비현실적이지만 요즘의 실무관행은 반동으로 또 너무 나갔다는 생각이 들지요..
결국 구체적인 사례의 케바케로 대응해야 하는 것인데 판사들조차 너무 대세를 따라간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본인들한테 본인들의 지식과 양심으로 판단할 권한이 주어져 있는데 유사사례에서 다른 법원에서 어떻게 했나
눈치보는 것도 좀 적당히 했으면..-_- 싶달까요. 관련 사건 결과 어떻게 되었나 보고 하자고 양 사건이 서로
판결 안하고 핑퐁할 때는 좀 짜증이......사실 종래의 판사상은 제멋대로 하는게 더 문제인 느낌이었다면
최근의 판사상은 일반공무원화가 심해진달까.. 뭐 그런 생각을 가끔 합니다.
18/04/23 15:06
수정 아이콘
동화속에 나올만한 극적인 명판결을 기대했는데 현실은 애매한 것이군요...
솔로몬의악몽
18/04/23 15:21
수정 아이콘
이런 판례와 해설서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이 있을까요?
내용도 재미있고 생각해볼만한 점도 있는 것 같네요. 법을 따로 공부해본 적이 없어서 법적인 마인드가 약하기도 해서 공부도 좀 하고 싶고요.
이왕이면 민법이나 행정법 같은건 말고, 이렇게 자극적인 내용이 있는 쪽으로요.
왠지 사시 관련 서적으로 있을 것 같기는 한데요...
사악군
18/04/23 15:31
수정 아이콘
사실 시험공부용으로는 이런 사례가 중요하다 보기는 어렵지요....
수험용으로의 적합도는 그다지 없지만 보는데는 재미있는 편인 신동운 형법판례백선이
그나마 낫지않을까 하고 추천해봅니다.
솔로몬의악몽
18/04/23 15:34
수정 아이콘
헉 비싸네요 담달에 회사 도서구입비 일부 지원받아서 사야겠습니다 :) 추천 감사합니다
1llionaire
18/04/23 17:10
수정 아이콘
도진기 작가님의 관련 책 한번 찾아보세요. 전직 부장판사/현직 변호사 시면서.. 추리소설 작가(매우 잘 쓰시는..)이십니다. 사례를 다룬 책이 하나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솔로몬의악몽
18/04/23 17:22
수정 아이콘
넵 감사합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
가고또가고
18/04/23 15:34
수정 아이콘
자세한 설명 재밌게 잘 봤습니다. 역시 성범죄 사건은 진짜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제가 못보고 지나갔을 수도 있는데 이 사건이 언제쯤 발생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18/04/23 15:38
수정 아이콘
이 부분은 사생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일부러 흐리게 처리했습니다.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이 어디서 발생했는지도 알 수 없도록 처리를 했는데
클럽이 여럿 있는 번화가가 존재하는 도시는 그리 많지 않으니 사실 어느 정도 상상은 가능하실 겁니다.
Suomi KP/-31
18/04/23 15:54
수정 아이콘
예상했던 그대로 나오긴 했는데, 항소심이 의외네요.
18/04/23 16:17
수정 아이콘
역시 저번에 댓글 남긴대로 제 예측이 맞았군요..
及時雨
18/04/23 18:09
수정 아이콘
뜸을 너무 들였는지 해설편은 반응이 덜하군요 크크
18/04/23 20:16
수정 아이콘
무고 위증은 왜 불인정인가요?
Thanatos.OIOF7I
18/04/23 21:48
수정 아이콘
무혐의가 아니라 무죄라서 그런게 아닐까요?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만 그 둘이 다른 개념이라들어서..
18/04/24 11:41
수정 아이콘
범죄의 증명은 합리적 의심 없을 정도로 이루어져야합니다.
그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판사들마다 판단이 다르겠으나, 대략 90% 이상 확신이 있어야 유죄 판결을 선고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렇다면, 판사가 생각하기에 어떤 피고인이 유죄일 확률이 7~80% 정도 되는 것으로 보인다면 무죄를 선고하겠죠.

그런데 이러한 기준은 무고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무고죄가 인정되기 위하여는 판사가 고소인이 피고인을 무고하였음을 90% 이상 확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근데 앞서 유죄를 판단할 때 판사가 피고인이 7~80% 유죄라고 생각했는데, 고소인이 무고하였을 확률을 90% 이상으로 볼 수는 없겠죠.

쉽게 이야기하면, 형사소송에서 애매할 때는 무죄판결을 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둘 다 무죄가 나오는 것입니다.
솔로13년차
18/04/23 21:49
수정 아이콘
상고심은 지나치게 유죄추정인데요. 항목항목마다 법적 요건을 '만족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진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큰 성범죄의 특성상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너무 과해보입니다. 세세한 상황을 몰라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요.
사실 저런 기준이라면 성관계 동의서를 쓰든, 동의를 받아 성관계를 하겠다는 녹취가 있다고하더라도 위력에 의해 강제로 받아냈다고 하면 그만입니다. 물론 그만한 상황이 되어야합니다만, 섹스를 하는데 그럴만한 상황은 자주 연출되는 거죠.
뽀롱뽀롱
18/04/23 22:32
수정 아이콘
문제편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 입장에서 해설편을 환영합니다

성범죄라는 것이 지나치게 감정 위주로 되어 있다는 점과
증거라는 것이 남기 힘들다는 점이 판사들을 극한으로 몰아가는게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한가지 생각해볼 점은
성범죄의 대상으로 고려되는 대상은
대부분 심리적으로 위축된 약자이고
이런 대상을 쉽게 마음대로 휘두르려는 범행임을 고려하면

심리적 약자가 선택하는 반항이 대게 소극적이라는 점입니다

아무튼 혼외정사를 할 때에는 적극적인 예스가 아니면
그냥 바보 취급 받는게 나은 세상이 된 것 같습니다
Bluelight
18/04/24 01:51
수정 아이콘
무죄라고 봤을 때, 대체 왜 여자는 남자를 강간으로 고소했을까요? 이 부분이 궁금하긴 하네요. 무슨 생각이였는지 제 머리론 잘 이해가 안가요.

갑자기 억울했던 건가
사악군
18/04/24 02:21
수정 아이콘
실수라고 생각될때 그걸 되돌리고 싶고 내 잘못이 아닌걸로 바꾸고 싶은 심리는 남녀를 가리지 않지요. 손해보는 계약을 하고나서 사기당했다고 주장한다던가..
청운지몽
18/04/24 10:19
수정 아이콘
언니에게 해명하는 이유일 가능성이 먼저 떠오르네요

얼마전 인천에서 바람피다 걸린 여자가 성폭행당했다고 신고했다가 무고죄 먹은 일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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