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 끝났네요.

이번 시즌 막바지에서 장벽이 무너질 거라는 정도는 대부분 예상했던 내용이고, 그대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서리고룡은 예상 못했습니다. 웨스테로스 내전이 먼저 끝나고 장벽이 무너지느냐 아니면 일단 장벽이 무너지고 나서 내전이 마무리 되느냐의 두 가지 흐름이 가능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장벽이 먼저 무너질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생각한대로 진행되었는데, 돌이켜보면 그렇게 진행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 같긴 합니다. 다음 시즌에서는 언데드와의 결전 + 서세이의 남부군 뒤치기로 이중 전선이 형성될 텐데, 주구장창 싸우는 시즌이 되겠네요. 일단 대규모 전투신은 많이 나올 것 같아서 기대가 됩니다.

여기까지는 가치중립적인 요약이고.... 아쉬운 점들이 너무 많았던 시즌이었네요. 저는 원래 왕겜 드라마가 원작에 비해서 떨어진다는 공격에 대해서 드라마 작가진을 쉴드치는 쪽이었는데, 그런 저로서도 이번 시즌은 좀 아니다 싶은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서세이가 욕심만 많고 머리 나쁜 캐릭터였는데, 갑자기 타이윈 라니스터 2세로 손색이 없는 경륜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 대너리스와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무리수인 것은 이해하지만, 정말로 무리수죠.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유론의 텔레포트 능력을 능가하는 사람은 드래곤 타고 초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대륙 횡단을 하는 대너리스 말고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역시 원작 없이 진행하니 구멍이 점점 많이 뚫리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정리해야하니 주요 캐릭터들을 없애버려야 하는 건 맞지만, 하이가든 3초컷, 야라는 삼촌 배 몽땅 훔쳐오고도 순식간에 털림, 기껏 하이가든 털어준 탈리 가문은 바로 다음화에 끔살.... 캐릭터 삭제 속도가 너무 빨라요.

이런 저런 구멍 중에서 제일 심했던 것은 뭐니뭐니해도 리틀핑거의 허무한 죽음인 것 같습니다. 왕좌의 게임을 시작한 설계왕인데, 시즌1~시즌7에 이르기까지 설계만 열심히 했지 아무 실속도 없었죠. 원래 리틀핑거는 킹스랜딩에서 재무장관이라는 명예 + 섹스 산업으로 벌어들이는 막대한 돈을 거머쥔 사람이었는데, 이런저런 계략으로 혼돈을 불어들이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 결과 점점 본인 처지가 오히려 안 좋아졌지요. 물론 본인의 궁극적인 목표가 철왕좌라고하니 나름대로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의도만 원대하지 실제로 성취한 것은 거의 없었어요. 그러다니 죽을 때도 그냥 갑자기 끔살이라니... 아 정말 아쉬운 캐릭터였습니다. 전 사실 이 놈이 최종보스일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굳이 이해를 해보자면, 유선밑의 황호라던지 진시황 밑의 조고같은 사람이 현실 세계의 리틀핑거와 비슷할 테고, 사실 이런 사람들은 능력이 있어봤자 궁중 암투에서나 뛰어날 뿐, 실제로 뭔가를 성취할 능력은 없는 사람들이죠. 주제 파악 못 하는 놈이 중요한 자리에 앉아서 여러 사람 힘들게 하다가 본인도 망하는 경우는 현실에서 참 흔한데, 리틀 핑거가 현실 세계에 존재했다면 실제로도 드라마와 비슷하게 죽었을 것 같긴 합니다. 그래도 그렇지, 드라마에서 그렇게 띄워줬으면 A/S 를 좀 해줘야하는 건데, 너무 허무하게 죽었어요.

용엄마는... 원래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캐릭터라서 그다지 할 말이 없습니다. 캐릭터들을 상당히 그럴 듯하게 구축한 왕좌의 게임에서 용엄마 캐릭터만 하이틴 무협지에 나올 법한 주인공처럼 '모든 역경은 이 여자가 워낙에 고귀한 혈통이고 엄청 예쁘기 때문에 헤쳐나갈 수 있음' 으로 밀어붙인달까요? 드라마에서 이 캐릭터만 나오면 갑자기 드라마가 좀 싸구려가 되는 느낌이라서 도저히 정을 붙일 수 없더군요. 더구나 이번 시즌에서는 그동안 나름 구축한 '본인의 고귀함에 대한 확신이 넘치는 도도한 여왕' 캐릭터까지 버리고 '멋진 남자 만나서 갑자기 따뜻해짐' 으로 이미지까지 바꿔버리니... 이 역시 받아들이기가 좀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욕하면서도 다음 시즌 나오면 결말이 궁금해서 보긴 보겠지만, 전반적으로 실망이 큰 시즌이었습니다. 너무 설정 붕괴가 많이 나오니, 이젠 줄거리 예측도 거의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