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퇴근한다고 들떠있는 금요일 오후에 마음이 깝깝해 처음으로 pgr 자유 게시판에 사적인 이야기를 몇 자 적습니다.

제게는 전부터 알고 지낸 두 명의 친구가 있습니다. 본 글에서 편하게 A와 B라고 칭하겠습니다.
A는 캐나다 소재의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B와 저는 국내 모 대학을 나왔구요. 평소 A의 언행에 대해서 큰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만,
한 달 전 A와 B 둘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을 때 이슈가 하나 생깁니다.

문제는 사실 크게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우리나라 인구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그에 비해 대학의 숫자는 상당히 많다는 인터넷 기사에서요. 몇 마디의 말이 오가고 나서 A는 자조적으로 출신 대학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본인 대학에 대한 약간의 불만은 누구라도 갖고 있을 테니 저와 B는 적당히 맞장구를 치며 넘겼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지금 글을 쓰는 것과 관계 없는 일입니다.

그러던 도중 A는 세계 100대 대학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스마트 폰을 들고 휙휙 돌려보더니, ~대학이 XX위면 국내 대학을 좀 많이 없애도 될 것 같다는 뉘앙스로 이야기를 합니다. 평소 A의 약간 그러한 성격을 모르던 것은 아니지만 듣고 있던 B가 기분이 좀 상했나 봅니다. B는 최대한 내색을 하지 않으면서 그런 식으로 이야기 하는 것은 접근 방법이 잘못 된 것이 아니냐 이야기 했지만 A는 틀린 말은 아니지 않냐며 반문합니다. 몇 차례 말이 오고 간 후에 이제는 누가 봐도 빈정이 상한 B가 몇마디를 더 툭툭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말리려 했으나 역부족이었고 그렇게 저와 A 둘만 남게 됩니다. A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제게 물었습니다. 본인의 말이 틀렸냐구요. 저는 있는 그대로의 제 생각을 이야기했고, 그렇게 술자리는 끝났습니다.

여기서 일이 딱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항상 원하는 대로만 되지 않는 게 인생인가 봅니다. 이틀 전에 다른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술이 들어가고 한창 왁자지껄 해지자 한 친구가 저와 B 이야기를 합니다. A가 좋은 대학 나온 게 그렇게 부럽냐 짜식~ 이런 식으로요. A의 입에서 사건이 어떤 식으로 전달됐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만 뭔가 망치로 뒷통수를 크게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친구들에게 해명 아닌 해명을 하고 가급적이면 B에게는 비밀로 해줬으면 한다는 부탁을 했습니다.

서른 중반, 제 나름 깨달은 인간관계의 노하우 중 나와 다른 인간을 내 기준으로 이해하고 판단하지 말자라는 부분이 분명 있었는데.. 이렇게 뭔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느낌이 나도 참 나이를 덜 먹은 건지 아님 철이 없는 건가 싶기도 하고.. 잘 모르겠습니다. 전날 밤 이 생각으로
내내 뒤척이다 잠도 제대로 못 자는 바람에 출근 길 와이프가 왜 그렇게 인상을 쓰냐며 핀잔을 줬는데 뭐라 마땅히 답할 말도 없어서 참 답답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