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2/20 14:49:43
Name aura
Subject [일반] <단편?> 카페, 그녀 -46 (부제 : 연애하고 싶으시죠?)
늦어서 죄송합니다. 일도 일이지만...(일 바쁘다는 건 사실 핑계로 들리시겠지만..)
사실 48회 까지 써놨다가 마음에 안들어서 엎었습니다. 슬럼프 아닌 슬럼프를 겪는 것 같네요.
글쓰기 재능이 지지리도 없는 놈이 여기까지 써온 것도 글을 읽고 항상 댓글로 응원해주시는 분들 덕분인데...
연재에 소홀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래도 완결까지 힘내겠습니다... (끝까지 글을 봐주시는 한 분이라도 계신다면..)


- - -


수업을 마치고, 곧장 수영이가 있는 카페 허니로 향했다.
잠을 설쳐 잔뜩 뻑뻑해진 시야에 카페 간판이 보일 쯤 내 발걸음은 눈꺼풀만큼이나 무거워졌다.


주찬이를 통해 들은, 어제 밤 수영이의 배려를 생각 할수록 마음이 무겁게 가라 앉는다.
민망함... 미안함... 고마움... 여러 가지 감정이 한데 엉켜 가슴 한 켠에 응어리진다.


카페 허니에 다다른지 오래지만, 괜스레 쪼르르 들어가기가 무안해 밖을 서성였다.
집중력을 발휘해 빛에 반사되는 내 모습 너머에 수영이를 흘깃 도둑질하듯 훔쳐본다.
제법 후끈해진 날씨 탓인지 샷을 내리며 송글한 땀을 닦아내는 수영이의 모습이 보였다.


두근.


참 예쁘구나.
외모며, 마음이며 뭐 하나 빠짐없이 예쁜 여자다.
저런 여자와 썸을 타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낯설게 느껴졌다.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면, 내 부끄러운 시선을 수영이가 눈치챌까 슬쩍 고개를 돌린다.
하릴없이 주변을 빙빙 돌고 나서야 유리 너머 수영이를 다시 훔쳐 볼 수 있었다.


수영이는 능숙한 손길로 음료 한 잔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 희끗한 손이 무어라고
눈을 뗄 수가 없게 시선을 고정시킨다.


두근.


가슴 한 켠에 쌓였던 여러 감정들이 하나로 풀어지며 심장을 간지럽히는 듯 하다.


"하아."


그러면서도 마냥 그 감정을 반길 수 없는 내 상태에 깊은 한숨이 내쉬어졌다.
이 달달하고, 생기 넘치는 감정이 어째서 마냥 기쁘지 않을 걸까.


"아."


그 와중에 너무 뚫어져라 수영이를 쳐다봤나보다. 밖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시선을 느꼈는지
유리 너머로 고개를 돌린 수영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 반짝 빛나는 눈빛에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쭈뼜거리는 발걸음으로 카페 허니에 들어서며 수영이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수영이의 눈빛을 그대로 대하기 어쩐지 미안해져 카페 구석자리로 후다닥 앉았다.


"이거 마셔요."
"어?"


수영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건네왔다.


"아직 주문도 안했는데?"
"어떤 분이 원샷만 뽑아 달라 했는데, 모르고 투샷을 뽑아버렸거든요. 기왕 뽑은거니까요?"
"고마워. 나도 이거."


오는 길에 제과점에 들러 산 쿠키를 수영이에게 건넸다.


"와. 왠 쿠키에요?"
"그냥. 어제 일도 있고..."
"고마워요. 오빠 잠시만요?"
"응."


내 미안한 마음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답례 쿠키지만, 또 그걸 받고 싱긋 웃는 수영이를 보니
주책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정말 나는 답도 없는 놈이구나.


수영이가 준 아메리카노를 쪼르륵 마시며 애꿎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길 10분 쯤,


똑똑.


"뭘 그렇게 찾아봐요?"


어느새 카페 앞치마와 머리끈을 푼 수영이가 테이블을 두드리며 내 앞에 앉았다.


"알바 괜찮아?"
"네. 특별히 제가 시간을 냈습니다!"


수영이는 웃으며, 내가 준 쿠키를 꺼내보였다.


"이거 같이 먹어요."


고양이 모양 쿠키 하나를 집어먹으며, 슬쩍 수영이의 눈치를 살핀다.
어제 일에 대해서는 뭐라고 얘기를 꺼내야할까. 고민하던 차에 수영이가 거리낌 없이 먼저 내게 물어왔다.


"어젠 잘 들어갔어요?"
"잘 들어갔지. 수영이 너는?"
"저도 잘 들어갔으니까 이렇게 일도 하고 있겠죠? 그 분은 잘 달래주셨어요?"


소희에 대한 것도 구김없이 물어와준다.


"음.. 그게 잘 못달래준 것 같아."
"그렇구나... 잘 달래줬으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였으려나..."
"응?"
"아니에요."


뭔가 중요한 걸 들은 것 같은 기분인데...


"그나저나 주찬이한테 들었어. 어제 본 내 남자 동기 녀석. 내가 소희 따라가고나서 돌아올 때 까지
  꽤 오래 기다렸다고..."
"네."
"어젠 정말 미안해. 나도 정신이 없어져서..."
"아니에요. 제가 괜찮다고 조심히 들어가라고 한걸요."


그러고 보니, 소희는 어째서 굳이 다들 헤어졌다며 나를 배려해준걸까.
아니, 가만 생각하면 어떻게 배려할 수 있었던거지? 나와 소희가 어떤 일이 있었을 줄 마치 알았다는 듯이.


"혹시 알고 있었어?"
"글쎄요... 어떤 걸 알고 있었을까요."


수영이는 특유의 매력넘치는 웃음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갸웃갸웃 거렸다.
반응을 보니 제대로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풉. 미안해요. 오빠. 장난 그만 칠게요. 당황해하는 오빠 모습이 조금 재밌어서."
"?"
"당연히 알고 있었죠. 어떤 여자가 그 날 그 자리에 있었어도 알았을걸요?
  그 소꿉친구 분이 오빠를 오랫동안 좋아했구나 하는 거."


수영이 입으로 들으니 조금 충격이긴 하다. 스스로 연애감정에 있어 둔한 놈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소희와 오래된 소꿉친구라지만 처음 본 수영이가 알아 차렸을 정도면 내가 무지막지하게 둔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게 오빠가 그 분을 따라 나갔을 때도, 쉽지 않겠구나 생각도 들었구요."
"어째서?"
"그냥... 여자들끼리만 통하는 감이죠. 행동 하나하나, 눈빛 하나하나에 담긴 감정이 가볍지 않구나.
  얕지 않구나 하는. 그리고 그 감정만큼 화도 짜증도 많이 나겠구나."


수영이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참 기분이 묘하다.


"하아."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수영이에게 만큼은 뭘 속이거나, 감추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런 얘기를 미주알고주알 늘어 놓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기꺼이 수영이에게 모든 얘기를 털어놓았다.


"하아. 역시 그렇구나."


어느 정도 예상했었는지 수영이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쩐지 공감이 가네요. 헤헤. 그렇지만 저도 지고 싶지 않기도 하고..."
"?"
"수영씨!"
"아, 이만 다시 일 하러 가봐야겠어요."


무심코 시계를 보니 어느새 30분도 넘게 시간이 흘러있었다.


"잠깐만!"


부랴부랴 일어나는 수영이의 가는 손목을 붙잡았다.


"다음 주 축제인데, 하루 시간 괜찮아?"
"음... 저도 간만에 기분내고 괜찮을 것 같은데요? 기다릴게요. 그럼."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과 동시에 기쁜 마음이 동시에 들어 이질적인 자괴감이 들었다.
태어나서 겪어본 적 없는 감정이랄까.


소희의 마음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수영이와 축제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에 데이트 신청을 하는 걸 보면
나도 참...


"나쁜 놈이다..."


그 어떤 마음도 외면하기 싫었기에, 지금은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충실할 뿐이었다.


- - -


완결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이니, 뭐니 하면서 연재를 늦춰서 죄송합니다. 최대한 초기 구성한 스토리에 문제가 없는 선에서
빠르게 완결을 향해 가도록 하겠습니다. 늦었지만, 오늘도 카페, 그녀를 읽어주시는 분들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7/02/20 18:10
수정 아이콘
소희파였는데 어째 힘들어 보이네요 완결까지 힘내 주십시오
17/02/20 18:16
수정 아이콘
저의 불성실함에도 응원 감사드립니다.
17/02/20 19:07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17/02/20 19:4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미카엘
17/02/20 21:30
수정 아이콘
수영이 화이팅! 주변 여자들이 다 만만치 않습니다? 나중에 머리끄댕이 씬 한 번..
17/02/20 21:33
수정 아이콘
크크 미카엘님 감사드려요. 원로응원러님!크크
Alchemist1
17/02/20 21:37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저렇게 관계가 얽히고 설키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건 현실에서의 이야기고, 소설은 갈등의 문학이잖아요?? 작가님을 응원하겠습니다. 아 저는 소희파입니다. 소희야 힘을내!!
17/02/20 21:44
수정 아이콘
소희파 많습니다?! 크크. 감사합니다. 내일 연참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Tiggeryun
17/02/21 11:32
수정 아이콘
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결말이 궁금한데
끝까지 연재 부탁드려도 될까요?!
(마음을 이리 간지럽게 할라면
이거 경험담 아니신..?!)
17/02/21 12:08
수정 아이콘
감사드려요! 완결 무조건 달려야죠. 너무 기다리게했으니... 올해 반기가 가기전에...!
한걸음
17/02/21 18:44
수정 아이콘
오오오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0728 [일반] 날개를 접습니다. [177] 마스터충달13670 17/02/21 13670 146
70727 [일반] 사회적 약자를 가장한 이기적 개인에 대하여. [37] 유유히8317 17/02/21 8317 17
70726 [일반] 현대차그룹 전경련 탈퇴(4대그룹 전부 아웃) [28] 좋아요8056 17/02/21 8056 1
70725 [일반] 명불허전 우갑우씨 또 노려보기 시전하셨군요 [58] 서현1210090 17/02/21 10090 2
70724 [일반] 현재 한국의 모양을 맹자가 보셨다면 아마도 이 말씀을 다시 할거 같습니다. [7] 서현126256 17/02/21 6256 3
70723 [일반] 안희정 지사가 결국 선한 의지 발언에 대해 사과했군요. [110] 삭제됨11183 17/02/21 11183 0
70722 [일반] 박 대통령 자진사퇴 이야기가 슬슬 나오는 것 같습니다. [87] Neanderthal11122 17/02/21 11122 0
70721 [일반] 동로마에게 거부감을 느낀 서구인들 [36] 서현129002 17/02/21 9002 4
70720 [일반] 친구가 히말라야 마칼루 등정에 도전합니다... [12] Neanderthal5388 17/02/21 5388 4
70719 [일반] 북한 "김정남 자연사한것" [62] ZeroOne7966 17/02/21 7966 0
70718 [일반] 민주당 후보들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 [72] 레스터7015 17/02/21 7015 3
70717 [일반] 스시녀와 김치남 작가 사야카님 근황 [100] 유리한19733 17/02/21 19733 1
70716 [일반] 오나라 대도독들의 군사적 재능에 대해서 [89] ZeroOne15127 17/02/21 15127 3
70715 [일반] 최근 구입한 게이밍기기들.jpg [65] 김치찌개14941 17/02/21 14941 18
70714 [일반] 갤노트7, 리퍼폰으로 판다? [110] 삭제됨13050 17/02/20 13050 0
70713 [일반] 구시대정치의 마지막 유산 안희정. [539] 뜨와에므와23833 17/02/20 23833 77
70712 [일반] [일드] 한자와 나오키 후속이 사실상 무산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네요. [32] 비타에듀8528 17/02/20 8528 0
70711 [일반] 어느 게임 회사 이야기 (13) [15] 삭제됨6340 17/02/20 6340 12
70710 [일반] [시 이야기] 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4] 유유히4304 17/02/20 4304 9
70709 [일반] 놀랍게도 다들 관심이 없었는데 지금 동계 아시안 게임중이군요 [46] 서현1211037 17/02/20 11037 1
70707 [일반] 근래 읽은 장르 소설 @ 카카오페이지 [50] 나가사끼 짬뽕11805 17/02/20 11805 0
70706 [일반] 유일호 부총리 "4월, IMF 같은 경제위기 가능성 낮아" [43] 아라가키8067 17/02/20 8067 2
70705 [일반] 오늘 부로 Pgr의 스포츠/연예 게시물의 격리수용이 확정되었습니다. [246] 호리 미오나12978 17/02/20 12978 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