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JTBC에서 한국식 나이에 대해 다룬 모양이더군요... 유게에 백플넘는 글이 올라왔길래... 예전부터 생각하던 한국식 나이셈법의 이유..같은 걸 끄적여 볼까 합니다. 검색해 보니 딱 1년전에도 이 주제로 글이 올라와서 몇백플이 달렸더군요. 쿨타임 지난 거 같아서 올려봅니다.

아..가입한지는 엄청 오래됐지만 자게에 글쓰는 것은 아마 처음인데...그간 자게에서 다뤄지는 여러 주제에 관해 몇번이나 어..이 이야기라면 나도 할 말이 있는데..싶어 글쓰기 버튼을 누를까..하다가 무지막지한 게으름의 소유자인 관계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어쩐 바람이 분 건지 저도 모르겠네요.


한국식 나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만 특별한 것이 아니고 일본 중국도 근세에 이르기까지 동일하게 써 왔던 것이라고 하죠. 다만 현재는 전세계에서 아마도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나이셈법입니다. 유독 동아시아에 공통이었던 까닭은 연령으로 서열이 전해지는 유교문화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겠죠.

그런데 중국과 일본은 어째서 이를 성공적으로 없애고 세계 표준을 따를 수 있었던 걸까요? 중국은 문화대혁명때, 일본은 1950년에 강제적으로 못쓰게 하는 과정을 겪었던 거라네요. 문화대혁명의 악명이야 익히 알려져 있고, 일본도 그시절이라면 미군정 직후 서양식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가 있었을 테니까... 정부가 강제로 민간 풍속을 없애는 일이 가능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일단, 도대체 왜 서양과 동아시아는 나이 세는 방법이 달랐던 걸까요?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등 세계 곳곳마다 다 다른 셈법이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편의상 동아시아와 서구셈법의 차이만 이야기해보도록 합시다..^^)

저는 방법이 달랐다기 보다는 개념이 달랐다고 봅니다. 상대의 연령을 묻는 질문이 우리말로는 "나이가 몇살인가요?"이고 영어로는 "how old are you?" 인데요... 이 둘은 사실 동일한 의미를 가지지 않습니다.

"몇살이세요?"라는 말을 영어로 옮기자면 "What is your NAI(age or year number)?" 정도가 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how old are you?" 또는 를 우리말로 좀더 적확하게 옮기면 "얼마나 오래 살았나요?" 가 되겠죠.

따라서 갓난아이일 경우(대답을 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3 days" 혹은 "7 months" 라고 대답해도 어색하지 않습니다만  우리말로 "몇살이세요?"라는 말에 "7개월이요.."라는 대답은 사실 정확한 대답은 아닙니다. '살'이라는 단어는 곧 년(年)을 뜻하기 때문이죠.

흔히들 뱃속의 10개월을 치기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한살로 하는 거라고들 합니다만 (나름 일리는 있는 말입니다만) 저는 이 설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11,12월에 태어난 아이에 대한 설명이 힘들죠...

앞서 이야기한  '살'은 우리가 기간을 셀때 1년되었다 2년되었다.. 할때의 년과는 또 다른 의미입니다. "how old are u"는 살아온 기간을 묻는 말이지만 "몇살이세요"는 기간이 아니라 올해(2017년 혹은 병신년)가 당신에게 몇번째 해인가를 묻는 질문인 것입니다.

즉, '나이'는 기수가 아니라 서수인 것이죠.

1년전 글의 댓글에서 어느 분이 한국식 나이는 연호와 비슷한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정확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는 요즘도 연호를 쓰는데... 쇼와 원년(1926년) 다음해는 쇼와 2년(1927년)이 됩니다.
서기 1년은 있어도 0년은 없는데... 한국식 나이에 0살이 없는 이유와 같습니다. (AD1년 다음해는 AD2년이고 전해는 BC1년입니다)
사실 서기는 예수의 나이를 한국식 나이로 센 것이었던 것입니다.
예수가 (만일 실제로 그 해에 태어났고) 아직도 살아있다면 올해 2017살인 것이죠... (서기 1년 12월에 태어났다면 만 나이로는 2015세밖에 안됩니다..)

12월 말에 태어난 아이가 며칠 지나지 않아 2살이 되는 이유는 그 아이에 있어 올해가 인생 두번째 해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식 나이 셈법때문에 한 살차이에도 존댓말을 해야하는 문화가 더 공고해졌다는 지적들에 공감합니다. 동갑이면 친구, 한살이라도 많거나 어리면 형, 동생...선후배.. 이렇게 되는 것은 같은 해에 태어났거나  같은 학년이었던 사람들은 모두 같은 서열로 취급한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죠.
나이 몇살로 서열이 정해지고 존대말 하대가 당연한 분위기는 없어져야 합니다. 만 나이로 통일하면 그러한 문화가 사라지는데 좀 도움이 될 수도 있겠죠..

그러나 공문서에 만나이로 기재하도록 하는 것 외에 강제적으로 한국식 나이셈법을 금지시킬 수 있을까요? 지금이 문화대혁명 시절도 아니고 말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 나이 따지는 문화는 세월이 갈 수록 점점 없어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더군요.. 오히려 어린 학생들일 수록 1년 차이가 크고 선후배 존대문화가 더 강화된 느낌입니다. 몇십년 전의 학생들은 1년 선배에게 그렇게 깍듯하게 존대를 하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말입니다...(하셨어요?..가 아니라 했어요?.. 정도였죠)
일부 대학 신입생들 군기잡는 문화도 그렇구요.

머..결론은 한국식 나이셈법은 그리 불합리한 것은 아니다.. 다만 개념이 다른 것 뿐이다.. 그리고 쉽게 없애지도 저절로 없어지지도 않을 것 같다... 이런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