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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11/08 16:12:14
Name 인간흑인대머리남캐
Subject [일반] [서브컬처] 미국 애니메이션 속의 부모들
전 미국 애니메이션을 즐겨봅니다. 특성상 어린이 혹은 어린 학생이 주연인 것들을 많이 보게 되지요. 이런저런 작품들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 과거에 비해 생각보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등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인종 다문화의 상징인 미국에서 새삼스러울게 뭐 있겠냐 싶습니다만, 적어도 그동안은 아이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에서 그의 가족 형태는 대부분 "백인 친부모-가장 아버지, 주부 엄마" 로 전제되어왔거든요.

가장 유명한 애니인 심슨 가족이나 사우스 파크만 생각해도 그렇습니다. 호머와 마지 및 그 이웃은 전형적인 백인 중산층 부모고 사우스파크 4인방의 부모 역시 모두 백인이죠. 다만 카트맨은 편모 슬하라서 이 중에선 특이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이들은 형태만 이럴뿐, 결코 '정상 부모'라곤 할 순 없습니만, 여기선 그 '형태의 전형성'만 언급하기로 하겠습니다.

심슨 가족이나 사우스 파크는 시청 연령대가 매우 넓습니다. 특히 사우스 파크는 17세 이하 관람불가인 TV-MA 고요.
그럼 그 이하 연령을 대상으로 한 미국 애니메이션에서는 어떨까요? 백인 친부모님들이 사고도 안치고 화목하기 까지 할까요?

사실 심슨이나 사우스파크나 20세기(!)에 나온 작품이죠. 21세기에 시작한, 2016년 현재 방영 중인 12세 이하 관람가 인기 작품들의 부모들은 어떤 모습인지 살펴봅시다(가나다 순). 언급하는 작품들은 모두 한국에서 정식 방영되고 있습니다.



검볼(The Amazing World of Gumball)
엄마가 가장이고 남편이 전업 주부로 표현됩니다. 말이 남편이 전업 주부지 그냥 백수 큰 아들과 다름없지만요(와이셔츠와 넥타이에 속으면 안됩니다)



리틀 프린세스 소피아 (Sofia the First)
엄마가 히스패닉이고 재혼 가정입니다. 재밌는건 주인공 소녀가 왕자에게 시집가는게 아니라 친엄마가 아내 잃은 홀아비 왕과 재혼한 설정.



링컨의 집에서 살아남기(The Loud House)
주인공의 부모는 평범한 백인 부모인데, 주요 조연인 친구의 가정이 몹시 특이합니다. 바로 아빠가 동성 결혼한 게이라는 겁니다.
흑인인 친아빠의 반려자는 백인인데 이 사람도 아빠라고 부르고 있습니다(My dads).
이런 설정은 한국에선 아직 파격이라 생각되었는지 정식 더빙판에서 이 백인 아빠는 삼촌으로 바뀌었습니다.



산제이 & 크레이그 (Sanjay and Craig)
백인 엄마에 인도계 아빠입니다. 본격 다문화 가정.



스티븐 유니버스 (Steven Universe)
백인 아빠에 외계인 엄마입니다. 어차피 엄마는 백인처럼 묘사되서 의미는 없습니다. 중요한 점은 엄마는 돌아가시고 아직 주인공이 10살 남짓한 애임에도 아빠가 키우지 않고(!) 외계인 엄마의 동료 여성들이 이모 포지션으로 데려다 양육한다는 점. 심지어 주인공은 학교도 다니지 않습니다. 이 외에도 페미니즘이 강하게 드러나는 독특한 포지션의 작품이란 특징이 있습니다.



어드벤쳐 타임 (Finn and Jake's Adventure time)
주인공 소년이 지구가 대충 멸망한 뒤의 판타지 세계의 용사이고 아기때부터 버림받아서 딱히 부모님이 중요하진 않습니다.
일단 설정은 지구의 유일한 인간으로 되어 있고 마법개 부부에게 양아들로 양육되었습니다.



위 베어 베어스(We Bare Bears)
한국말하는 곰돌이로 유명한 작품이죠. 주인공들의 친구이자 주요 조연인 대학다니는 천재 꼬맹이의 부모가 한국계입니다. 한국말도 유창하고
영어 발음도 전형적인 한국식 영어입죠. 이 애니의 또다른 특징은, 배경 엑스트라의 인종을 매우 다양하게 신경써서 그렸다는 점입니다.



클라렌스는 엉뚱해 (Clarence)
백인 엄마가 있고 엄마의 남친이 아빠 포지션을 맡고 있습니다. 굳이 아빠로 안그리고 남친이란 설정을 했군요. 이 캐릭터가 루저처럼 표현되서
그런걸까요? 이 작품은 제대로 보지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남친도 백인은 아닌듯 하군요.



티미의 못말리는 수호천사 (The Fairy Odd Parents)
맞벌이 백인 부부입니다. 이 목록에서 이제 겨우 백인 부모가 나왔는데 이쯤되면 전형적이라고 할 수도 없군요.
작품의 내용 또한 이들이 주인공 10살 꼬맹이를 거의 방치하다시피 키우는 것이 발단이 되는지라 더더욱 그렇구요.



파워퍼프 걸 리메이크 (The Powerpuff Girls)
중년의 총각 교수가 꼬마 여자애 3명을 만들어(!) 키웁니다. 워낙 능력자 그런지 여자애 셋을 훌륭히 키우면서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피니와 퍼브 (Phineas and Ferb)
부모가 백인인데 미국인과 영국인의 재혼 부부입니다. 주인공 둘은 의형제지요. 흥미로운 점은 시즌이 길고 수많은 에피소드가 있는데
각자 헤어진 엄마나 아빠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작중 그 어떠한 단서도 없다는 점입니다. 이럴거면 굳이 재혼 가정으로 그릴 필요가 있었나 할 정도로요.



프린세스 스타의 모험일기 (Star vs. the Forces of Evil)
주인공 중 한명인 소년의 부모가 히스패닉입니다. 갈색 피부가 아주 매력적이에요.


물론 이 외에도 많은 애니메이션들이 방영되고 있습니다만, 시청률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작품들입니다.

보다시피 백인부모님이 등장하는 작품이 드물 정도지요. 현재 사회의 모습과 걸맞게 한가지의 전형을 내세우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역할 역전, 싱글맘, 싱글대드, 재혼, 아시아계, 라틴계, 입양, 혼혈, 동성 부부 등등. 이것이 자연스럽다는 뜻일 겁니다.

오히려 14세 이상으로 가면 백인 부모를 설정한 작품이 더 많습니다. 인기 작품인 패밀리 가이, 밥스 버거, 아메리칸 대드, 릭 앤 모티 등등이 그렇죠. 하지만 이런 애니들은 방향 자체가 기존 전형에 대한 풍자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든 측면이 강합니다. 처음에 언급한 심슨 가족과 사우스파크도 그런 맥락이겠고요.

문득 든 생각이, 한국어에서 부모란 단어는 글자 자체가 엄마아빠잖아요? 그럼 위에서 언급된 동성 부부는 부모라고 하면 틀린 표현일텐데,
적당한 우리말이 뭐가 있는지 있을까요? 이쪽에 대해서 합의된 표현이 있는지 궁금해지더군요. 영어는 그냥 Parents 라고 하면 되는데 말이죠.

작품이란 의례 시대를 반영하는 법입니다. 언젠가 한국 어린이 애니에서도 이런 모습들이 그려진다면 한국도 본격 다문화 가정 시대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한국 애니 쪽은 문외한이라 이미 그런 애니들이 나와있는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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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군
16/11/08 16:20
수정 아이콘
'어버이'란 말이 있지요..
16/11/08 16:25
수정 아이콘
'연합'?... --;
'어버이' 자체는 뭐 큰 문제가 없는 단어인데 참...
사악군
16/11/08 16:28
수정 아이콘
어버이 자체는 아무 문제없는 좋은 말입니다! 아버지의 자음과 어머니의 모음을 합쳐놓은듯한 :)
영어 parents를 그대로 성별빼고 옮기면 '양육자들'정도 될까요.. 정말 무미건조하다 ㅜㅜ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6/11/08 16:29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니 양친 이라는 말도 있군요.
Daniel Day Lewis
16/11/08 16:41
수정 아이콘
살아계시냐? 라는 문장에 자주 등장하는!!
답이머얌
16/11/08 16:40
수정 아이콘
어린이 프로그램(만화말고 예전 뽀뽀뽀 같은 프로그램, 프로그램명이 기억 안남)에서 불편하게 느끼는게, 혼혈아(이게 인종차별주의적인 단어인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다문화 운운 하는게 더 가식적으로 보여서요.)가 나오는데 백인 혼혈아만 나오죠.

우리가 현실적으로 더 자주 마주치는 동남아 계열이나 또는 소수지만 흑인 혼혈아 등도 프로그램에서 더 자주 나왔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그리고 애니에서는 혼혈보다는 그냥 국적 불명의, 노랑머리, 빨강머리, 파랑머리를 한 등장 인물이 많죠. 눈도 크고 애들이 몸매도 쭉빵...-_-;;;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6/11/08 16:53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한국은 아직 인종이 절대다수가 한쪽 계통이라 그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모두가 같은 피부색에 검은 머리면 심심할테니.. 상황이 그렇지 않은 미국은 시대가 분명한 작품일경우 인종적 특징을 가능한한 지키려고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피부색, 머리색도 그 범위내에서 표현하고요. 그걸보고 인종을 대강 추측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나이에 따라서도, 주연 캐릭터라도 어린 소녀에게 주근깨를 거침없이 박아넣고 중년 탈모도 종류별로 아주 디테일하게 구분해서 그려넣지요-_-;;;
Nameless
16/11/08 17:16
수정 아이콘
리틀 프린세스 소피아 재미있습니다.
이게 평민이었다가 공주가 된 소녀가 상류층의 편견 / 성별의 편견 등 여러 편견들과 마주 대하며 해결해가는 내용이라 꽤 재미져요.
물론 평민 -> 상류층이기 때문에 사는 모습 자체가 어마어마한 금수저 (소피아~ 우리 성에 놀러올래? 우리 성에 아이스링크가 있어! 라던지... 애들끼리 여행클럽 만들어서 여행가는데 날아다니는 범선 -_-을 몰고 가는 등...) 라서 좀 괴리감은 있지만 나름 재미는 있습니다.

라이언 수호대는 심바와 닐라의 사고뭉치 둘째 아들래미 이야기고...
투모로우 나라의 마일스는 엄마가 우주선 선장님입니다.
장난감 의사 닥 맥스터핀스는 흑인 가족이네요. 셋째로 입양아를 들이는 이야기가 있었던거 같기도 한데.. (새로 올 막내 동생 방을 꾸미는데 엄마가 만삭이 아닌걸로 봐서)
카봇은 형사 아빠 - 만능 엄마 (자격증이 수백개)... 였던거 같고
또봇은 하나와 두리의 경우 편부가정 -_-.. 세모던가 ? 는 홀아비가 입양한 거고.. 오공이도 편부가정인거 같고..
16/11/08 21:07
수정 아이콘
또봇이 국내 애니중에 정말 다양한 가정형태가 나오죠.
주인공 하나랑 두리는 편부가정인데 아버지가 장애인입니다. 또다른 주인공인 세모는 역시 편부가정인데 입양아입니다. 네옹이는 가출한 날라리고요. 나중엔 집안 허락받고 독립하여 1인가정을 꾸미죠. 오공이는 엄마는 없고 아빠는 빚도촉에 도망가서 형제 둘이만 살고 여주인공은 아버지가 언급되거나 나온적이 없습니다. 또 다문화 재혼가정도 나오는데, 백인이 아닌 동남아 계열입니다. 본지 한참 되어서 이 정도만 기억나네요.
동성부부는 아직 정서상 받아들이기 힘들어서인지 동성부부는 안 나왔지만, 한국에서만 나올 수 있는 특이한 가족관계로서는 할아버지가 한참 젊은 젊은이에게 삼촌이라고 부르는 에피소드도 있어요.
김여사
16/11/08 22:58
수정 아이콘
추가로... Miles from tomorrow land는 엄마가 선장님이기도 하고 중국인입니다. 소위 말하는 똘똘한 아시안이죠. 마일즈와 그 누나는 중국인엄마와 백인 아빠의 혼혈이에요. 별다르게 언급되지 않다가 외조부모님이 방문하는 에피소드에 잠깐 언급됩니다.
Nameless
16/11/08 23:00
수정 아이콘
아 맞다. 기억이 나네요.

그러고보니 미라큘러스 레이디버그의 마리네뜨 뒤팽-챙도 아버지가 프랑스인이고 어머니가 중국인인 혼혈이네요.
3막2장
16/11/08 21:26
수정 아이콘
조카가 피니와 퍼브 봐서 저도 가끔 보는데, 꽤 재미있습니다.
아이들이 누나 동생 남매관계로 나오는데 뭐랄까 미국식 조크도 잘 나오고, 누나는 허영끼가 좀 있고 수다스런 반면 남동생은 똑똑해서
누나가 친 사고들을 곧잘 해결하곤 하죠.
딱히 부모자식 관계가 어떠한 지에 대해서는 잘 안나오더라구요.
김여사
16/11/08 23:05
수정 아이콘
우리집 꼬맹이들덕에 고정되어있는 채널 3개(Disney junior, Cartoon Network, nickelodeon)에서 늘 보던 만화들이군요. 그런데 보다보면 어른들인 우리나 아 소피아 엄마 히스패닉이네, 곰들 친구 한국애다, 클래런스 엄마는 백인이어도 미용실 하는 딱한 형편이군 뭐 이런 생각을 하지 애들은 저언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더군요. 피부색이나 국가등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개념이 아이들에겐 크게 의미가 없었어요. 이 아이들이 크게되면 인종차별이럴까 이런게 좀 줄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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