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4일 JTBC 뉴스룸 단독 보도를 통해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대통령의 연설문, 국무회의 자료, 대선후보 시설 방송토론 원고파일을 PC를 통해 미리 받아보았으며 붉은 글씨로 첨삭을 가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사실이 밝혀졌다. 해당 PC는 최순실씨의 사무실에 버려져 있었다고 한다.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할 국가의 정책과 관련된 공문서를 일개 사인이 미리 읽어보았다는 것은 나라의 기강을 문란하게 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 현안을 비선을 통해 자문을 받고 지도받은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도대체 박근혜 대통령은 무슨 생각으로 자리에 있는 것인가?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가 원수라는 사람이 공과 사도 구분을 못하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이는 대통령으로서 아니, 한 사람의 공직자로서도 심각한 결격 사유이다. 국민이 선거라는 과정을 통해 막대한 통치권을 안겨준 것은 그 권력을 이용해 국민과 국가에 봉사하라는 취지에서 준 것이니 그만큼 그 권력에는 막대한 책임감이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와 국민이 아닌 최순실과의 친분을 우선시하는 사람이 어찌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겠는가? 빠른 시일내에 대통령의 공식적인 해명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동안 국민들은 정말로 많이 참아왔다. 국정원의 대대적인 공작을 통한 부정선거로 권력을 찬탈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포기 선언을 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색깔론을 펼쳐도, 아이들이 희생당한 세월호 사건에서 7시간동안이나 행적이 묘연하며 유가족들을 돈이나 밝히는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도, 청와대는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도, 메르스 발병 때 무능한 모습을 보여도, 백남기 농민에게 무자비하게 물대포를 뿌려 돌아가시게 만들어 놓고 사과하지 않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여도, 시위대를 IS에 비유하고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국민들에게 혼이 비정상이라는 막말을 쏟아내고,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국가 비상상태임을 이야기하며 유언비어를 퍼뜨리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아도, 피해자와의 소통 없이 일방적인 위안부 합의를 통하여 피해자들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어도, 외부세력 운운하며 사드 배치를 밀어붙였어도, 그래도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니까 우리가 뽑았으니까 참아온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사태는 참고 이해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 지금의 의혹이 사실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당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지난 한달 간의 의혹들을 명쾌하게 해명할 수 없다면,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최소한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역사에 추악하고 더러운 모습을 더 남기기 싫다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도리이다. 애먼 김제동을 건드리지 말고, 문재인을 종북주의자다 색깔을 칠하지 말고, 스스로 블랙홀이라 했던 개헌을 언급할 것이 아니라 말이다. 2016년의 박근혜 대통령께 당신이 하셨던 말씀을 그대로 돌려드리고 싶다. “참 나쁜 대통령.” 그리고 사족을 달자면 순자, 왕제 편에 이런 말이 나온다.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