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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8/26 01:33:56
Name 토다에
Subject [일반] 튤립버블
네덜란드 하면 떠오르는 것은 간척사업을 위한 풍차와 아름다운 튤립이 있다. (마약, 그리고 읍읍) 여하튼 튤립이 네덜란드의 상징이 되었지만, 네덜란드 역사에 있어서 튤립은 애초에 들어와서는 안 될 식물이었다. 아름다운 꽃인 튤립은 터키에서 16세기 후반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이색적인 모양이 귀족들과 상인들에게 큰 관심을 두게 되었다. 특이하고 희소성 높은 튤립은 베블린효과(비쌀수록 잘 팔린다.)를 받고 귀족들의 `과시적 소비`로 이어졌다.

자세히 살펴보면 당시 에스파냐의 지배를 받던 네덜란드는 1568년 에스파냐의 중과세에 대한 조세저항이 독립전쟁으로 이어지고, 결국 1647년 독립국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저지대 지역 가운데 가중 부유하고 주식거래소와 은행이 밀집해 있던 안트베르펜이 포함된 남부 지역이 1578년 에스파냐에 점령당한 뒤 암스테르담이 금융의 중심지로 주목 받으며 많은 전문 인력이 몰려들었다. 게다가 종교적 박해를 피해 도망온 유대인들과 위그노(칼뱅파의 신교도) 들이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네덜란드에 들어왔다.

그들이 네덜란드에 오게 된 이유는 레콘키스타(에스파냐의 무어인(아랍인)에 지배를 받던 이베리아 반도 재탈환) 이후 그 지역에서 생산과 금융을 이끌어 가던 유대인들을 에스파냐는 종교적 이데올로기에 사로 잡혀 박해했다. 갈 곳이 없어진 그들은 비교적 종교적 관용을 베푼 네덜란드로 모여들게 되었다. 오죽하면 `암스테르담은 유럽의 예루살렘`으로 부르기까지 했다. 프랑스에서 주로 상공업계층이었던 위그노 들은 프랑스와 독일에서 발생한 (1562~1589) 30년 전쟁을 피해 네덜란드에 정착하였다.


유대인과 위그노 들이 금융업에 뛰어들자 네덜란드 토박이들 역시 1609년 암스테르담 은행을 세우고 1610년에는 새 증권거래소가 들어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느슨한 연방구조 아래 독립된 8개 주마다 은행과 증권거래소가 들어섰다. 특히나 증권거래소는 주요 도시마다 설립되어 네덜란드 각지에서 실물 상품과 주식, 외환, 해상보험까지 거래가 됐다. 그전부터 간척사업에서 만들어진 곡창지대의 곡물 수출과 청어잡이, 직물산업으로 번영을 누리던 네덜란드는 순풍을 맞은 배처럼 경제는 나날이 발전을 했다.

네덜란드는 호랑이가 날개 달듯이 연이어 터지는 호재에 환희의 비명을 질렀다. 에스파로부터 군사적 위협이 사라지고 주로 독일에서 벌어진 30년 전쟁의 여파로 보헤미아, 체고의 직물산업이 붕괴해 네덜란드 업자들은 독점 속에서 번영을 누렸다.

부자들의 부동산과 별장은 늘어만 가고, 가난한 사람일지라도 그림 한두 점은 걸어 놓고 소장하는 풍요의 시대에 넘쳐나는 자본은 투기로 이어졌다. 투기의 대상은 앞서 말한 튤립이었다. 오스만튀르크의 이스탄불에 주재하던 외교관이 선물로 받은 튤립을 소개한 1550년 이후 아름다운 튤립은 서서히 부호나 꽃을 좋아는 사람들 사이로 퍼져나갔다.

얼마 뒤 한 식물학자가 다양한 변종을 만들어 내어 모양과 색이 다양해지자 귀족들 말고도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이때만 해도 튤립은 부유층들만의 전유물이었다. 희귀한 튤립은 보유 여부는 부의 척도로 여겨지자 저택과 별장을 사들이던 자금은 희귀한 튤립을 구매하는 데 혈안이 되었다. 그러자 희귀종을 잘만 키우면 돈이 되고, 더욱 아름다운 변종을 만들어 내면 더 큰돈을 벌 수 있게 되자 네덜란드 전역에 튤립 알뿌리(구근)확보 경쟁이 일어났다. 튤립 재배는 네덜란드 환경에 알맞고 작은 국토 때문에 좁은 집에서 살던 네덜란드인 들은 마당에서 튤립을 키우며 일확천금의 꿈을 키워갔다.

고가주 였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주식을 사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 주식시장 근처에도 못 갔던 시민들은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을 가지고 튤립재배에 모든 것을 걸었다. 돌연별이 덕에 변종을 일으킨 튤립은 더욱 고가에 팔려나가고 나중에는 400여 종에 가까운 품종이 개발되었다. 튤립마다 황제·영주·대장 등 군대 계급과 비슷한 이름이 지어졌다. 이젠 서민들에게 너무나 올라버린 튤립의 가격에 부담을 느껴 투기가 주춤 하나 싶었지만 때마침 네덜란드에 흑사병이 재발하여 전체 인구의 1/8이 사망했다. 이젠 정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될 대로 되라지라는 심정으로 사람들은 모든 것을 튤립에 걸었다. (그래 이제 남은건 오직 튤립 뿐이야)

튤립의 최종 수요자는 부유층이었지만 투기의 대상은 꽃을 생산하는 알뿌리(구근)이었다. 변형을 일으킨 종자, 족보가 확실한 종자들은 희귀품이 되고 비싼 값이 되어 높은 가격에 팔렸다. 재배인구가 늘어난 1620년에는 모두가 돈을 벌었다. 튤립재배는 절대 실패하지 않는 투자라는 인식이 되어 `튤립 불패`라는 신화가 생겨났다.(우리나라 부자들이 집을 사듯이) 이러한 열풍 속에서 영농 과학화와 금융 기업이 가격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품질 고급화를 위해 알뿌리를 심은 밭에 두렁마다 표시하고 알뿌리마다 품종에 대한 꼬리표를 붙였다. 거래내역서를 작성해 뿌리별로 거래된 내용을 상세히 적었다. 거래내용은 알뿌리의 가격의 규격화가 되어, 귀한 희귀종은 1/20그램 단위로 거래가 되는 가 하면 일반적인 품종은 두렁 단위로 거래가 되었다.

상품의 규격화는 튤립시장을 전전 후 시장으로 만들었다. 알뿌리가 채취되는 여름뿐만 아니라 1년 내내 거래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변하게 하였다. 튤립이 출하되거나 알뿌리가 열리는 계절이 아니어도 수확할 튤립의 소유권에 대한 서류만으로도 거래가 성립되었다. (이 시점에서 근대적 선물거래가 시작되었다. 미래에 특정한 시점이 오면 튤립을 살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 뒤 약속한 결제 시점이 오면 시가와 거래가의 차액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방식이었다. 거기에 각종 조건을 붙이면 바로 옵션이 됐다.)

이제 현물이 아닌 선물로 거래되는 알뿌리 시장은 간소해진 거래방법 덕분에 가격은 더욱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당시에 일반 가정의 1년 생활비가 300길더였는데, 총독이라 이름 붙여진 튤립은 3,000길더에 거래 되곤 했다. 3,000길더는 배 6척을 살 수 있는 가격이었다. (무슨 쓸데없는 꽃이) 1636년 내내 오르던 가격은 이듬해 1637년 1월에 절정에 달했다. 하루에 두세 배 이상 오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사람들은 점점 튤립의 가격이 올라가자 집과 땅을 팔아서 튤립 알뿌리를 샀다. 현금보다는 어음으로 주로 거래가 되었다. 그러나 이미 최종 소비자인 부유층들은 한 발 뺀 상태였다. 그들은 튤립은 과시의 목적이었을 뿐, 투기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던 튤립의 가격은 그해 2월 5일 정점을 찍었다. 최상품 튤립으로 황소 45마리를 살 수 있는 5,200길더에 팔려나갔다. 그날에 정점을 찍은 가격은 더는 이어지지 않았다. 내림세로 반전했다. 언제까지 오를지 모를 불안감 속에서 가격이 한번 꺾이자 공항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여 연일 폭락세를 기록하며 불과 4개월 사이에 가격은 95~99% 까지 내려갔다. (테마주 하다 쪽박 차는 이유와 같지) 상투를 잡은 투자자들은 본전에 1~5% 밖에 건지지 못했다.

탐욕은 거대한 후유증을 안겼다. 어음은 휴짓조각이 되고, 선물 계약을 맺은 사람은 줄행랑쳤다. 서민들이 집 팔아 키운 튤립은 땅속에서 썩어가고 알거지가 된 사람들은 투기로 돈을 번 사람들에게 찾아갔지만 실제로 돈을 번 사람은 많지 않았다. 서로 폭탄 돌리기만 하는 중에는 패자가 모든 것을 뒤집어쓸 뿐 중간에 돈을 번 사람은 웬만하면  나오지 않았다.

최종 패자가 되어 막대한 빚을 떠맡게 된 사람들은 정부에 지원을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투기가 막바지로 접어들던 1636년 11월을 기점으로 계약을 무효화 하고 그 이후 맺어진 계약은 투자자가 생산자에게 10%를 물어주는데 모두 합의를 했다. 하지만 이런 합의는 자금시장이 극도로 경색된 탓에 지켜지지 않았다. 간혹 큰돈을 번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들은 재산을 감췄다. 재산을 감추니 원활하게 돌아가던 금융시장 역시 충격에 빠지고 더러는 제3국으로 자금을 몰래 빼내었다. 그 결과 튤립 버블은 전성기를 누리던 네덜란드를 경제 침체에 빠지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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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씨
16/08/26 01:49
수정 아이콘
진짜 '인간의 광기'는 측량 할 수 없는것 같아요.
토다에
16/08/26 01:52
수정 아이콘
뉴턴도 버블의 피해자라서 이런 얘기를 남겼죠.
포도씨
16/08/26 02:00
수정 아이콘
사실 피해자라기보다는 같이 미쳤던 자...에 가깝죠.
토다에
16/08/26 04:59
수정 아이콘
크크크 그렇죠 크
이름없는자
16/08/26 01:55
수정 아이콘
근데 사실 여기서 중요한건 저 시기에 이미 유럽은 증권 거래 제도에 단순 선도거래를 넘어 제도화된 선물과 옵션의 개념이 싹트고 있었는데 같은 시기 조선은... 정말 차이가 극명한 부분이네요 오히려 저런 부분들은 감탄스럽습니다. 1600년대에 말이죠
토다에
16/08/26 05:03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유럽은 고만고만한 나라들이 경쟁(쌈박질)하며 세계로 뻗어 나가던 시절이 였지만, 조선은 중국의 영향으로 뭘 어쩌기 힘들었죠. 물론 상공업을 경시하던 유교의 영양도 컷 습니다.

그리고 아쉬운건 그때 네덜란드에서 코레아라는 배를 만들고 조선과 무역을 하려 했지만 당시 네덜란드와 무역중인 일본의 거센 반발로 조선으로 오던중 해상에서 돌아 갔었습니다. 만약 조선과 거래를 했더라면 조선도 대항해시대를 열지 않았을까 합니다.?(우린 유교 때문에 안될거야)
리듬파워근성
16/08/26 02:34
수정 아이콘
너무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토다에
16/08/26 05:28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품아키
16/08/26 02:59
수정 아이콘
3대 거품 중 가장 이해 안되는 사건이에요.
아무리 일확천금의 광기가 더해졌다고는 하지만 정말 아무 짝에도 없는 튤립에 피같은 돈을 퍼부어댔다는게...
토다에
16/08/26 05:12
수정 아이콘
우리도 써니전자라던지 네추럴엔도텍이라던지 코데즈라던지.. 많았죠
아세춘
16/08/26 07:04
수정 아이콘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버블은 터지기 전까지는 정말 모두가 집단 최면 상태....

요새 국제 채권시장이나 주식시장을 보면서 이 또한 버블이려나 하는 생각을 가끔 하네요.
토다에
16/08/26 11:19
수정 아이콘
일본의 버블과 미국의 서브프라임사태를 보면 정부의 의도적인 금리인하는 투기를 불러왔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의도적인 낮은 금리는 부동산 시장에 돈이 돌게 하고 있죠. 다들 자신이 상투가 아니라 믿고 있지만, 언제 터질지는 아무도 모르죠
16/08/26 10:05
수정 아이콘
저는 아직도 튤립 버블을 확실히 모르겠어요..
튤립이 버블시기의 일본 부동산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건가요? 인플레이션이라든지 금리같은 게 같이 서술된 자료가 있으면 좋을것 같은데..
아마 버블이었다면 수확되지 않은 튤립으로 대출을 받아서 또 튤립을 사고 또 대출을 받고 그 과정에서 유동성이 증가될거 같은데 1600년대에도 그런게 가능했을지 궁금해요~
그리고 영국과의 다툼으로 실물 시장도 위축된 요인도 고려해봐야될거같아요. 극호황기의 엄청난 소비가 식민지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다가 서서히 경색되면서 왜곡된 투기른 부추기진 않았을까요?
토다에
16/08/26 11:15
수정 아이콘
당시에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낮은 3프로대의 금리를 자랑했습니다. 낮은금리는 일본의 버블과 마찬가지로 투기를 불러왔고, 그 투기 대상이 일본이 부동산과 주식이였다면, 네덜란드는 튤립이였습니다. 튤립에 자본이 몰린 이유는 애초에 후추와 마찬가지로 부유층의 과시욕에 상응하는 희소성을 가지고 있었죠. 그래서 그들이 무조건 사줄거라는 믿음반, 난 호구가 아닐거라는 믿음 반으로 투기를 했습니다.

1600년대 조선을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대항해시대 이후 근대적 은행과 증권, 보험시장이 100년전에 형성되어 많은 발전을 하던 시기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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