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4/16 14:44:29
Name santacroce
Link #1 http://santa_croce.blog.me/220631787300
Subject [일반] 폴란드 추가 소식: 스파이가 된 바웬사와 인종주의 물결

최근 폴란드의 정치 상황이 결코 예사롭지 않다는 글을 얼마 전 썼습니다만 음모론에 사로잡힌 집권세력 법과정의당의 최근 행보는 매우 놀라울 정도입니다. 


폴란드 정부는 목요일(2016.2.18) 폴란드 자유노조의 지도자로 반공산주의 운동에 앞장섰고, 1983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고, 63년 만에 실시된 자유선거로 1990년 대통령에 선출된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이 냉전 시절 공산당의 비밀 정보요원이었다고 발표했습니다. 

폴란드 정부에 따르면 바웬사는 1970~1976년 Bolek이라는 코드네임을 사용하며 공산당 정보기구로부터 급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 증거로 폴란드 당국은 350여 개의 문서가 있으며 그중에는 바웬사가 자필로 협조를 맹세한 문서도 포함되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 1983년 자유노조 운동을 주도하는 바웬사


그런데 바웬사에 대한 공산주의 부역 혐의(아마도 이 혐의도 음모론자들이 제기했을 것 같지만)는 2000년 특별 법정에서 무혐의로 처리되었으며 바웬사의 자유노조가 폴란드 공산당을 실질적으로 무너뜨렸다는 것을 감안하면 논리적으로도 쉽게 연결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법과정의당을 주도하는 카친스키와 측근들은 1989년 사회주의 블럭 붕괴 이후에도 폴란드는 공산당 정치국원들이 커튼 뒤에 숨어서 폴란드를 조종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확고히 믿고 있으며 바웬사 전 대통령에서 투스크 전 총리들이 여기에 가담한 것으로 확신한다고 합니다.    

아직 증거물에 대한 공개 검증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입법/행정부는 물론 사법부와 언론을 완전히 수중에 넣은 법과정의당의 이번 발표가 과학적 증거에 기반을 뒀는지는 상당히 의심스럽습니다. 

당장 다음 칼날은 EU 정상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투스크 전 총리로 향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런 놀라운 발표 와중에 폴란드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잡지 중 하나는 정말 선정적이고 극단적인 표지를 선보였습니다. 

검은 피부의 난민들이 유럽 깃발을 감싼 백인 여성을 집단으로 성폭행하려는 장면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표지는 그 어떤 대중매체도 시도하지 않은 인종주의적 공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한때 동유럽의 모범국가로 주목을 받았던 폴란드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정치 불안은 폴란드는 물론 EU와 NATO 체제를 내부에서 흔드는 심각한 위협으로 커가는 것 같습니다.



http://www.breitbart.com/london/2016/02/17/islamic-rape-of-europe-polish-news-magazines-shockingly-frank-cover/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나이트해머
16/04/16 15:23
수정 아이콘
크림, 동부 우크라이나 이래로 폴란드의 우경화는 놀라울 정도인데다(스몰렌스크 참사만이 아닙니다. 폴란드의 우경화 행보는 몰아넣고 있는건 [21세기에 무력으로 타국의 영토를 뺏어간다는 사상 초유의 사건]을 저지른 러시아의 크림 합병, 동부 우크라이나 위기가 결정타였습니다) 난민문제까지 겹치니 우경화 정도가 아니라 극우에 가깝게 변모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폴란드에게 러시아는 우리의 일제(지금의 '일본' 이 아니라 1945년 이전의 '일제')+북한+중국 급 되는 이미지라 핵준비했다가 러시아가 처들어오면 자폭하자는 발언이 서슴찮게 나오요. 요즘 첩자로 몰리는 그 바웬사도 14년에 '핵 준비했다가 러시아가 한발짝이라도 이쪽에 넘어오면 그 핵 다 쏟아붙고 러시아랑 자폭하자'는 요지의 발언을 했습니다(관련기사: http://www.defencetalk.com/poland-needs-nuclear-arms-to-ward-off-russia-walesa-60642/ ) 그정도죠.

아래에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폴란드는 EU에서 가장 경제지원을 많이 받는 국가인 동시에 NATO 유럽방면 군대의 핵심적 역할(서유럽이 과도한 군축에도 불구하고 안심할 수 있는 방파제가 되는게 폴란드와 터키(여기도 에르도안이 목소리 키우죠)라서요. 이 둘이 1차로 막고 시간버는 동안 미국이 달려와 커버한다, 입니다)을 맡고 있는데다 비세그라드 그룹(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의 중심축입니다. 현재 러시아가 크림 및 동부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일을 유럽에 인정받고자 하는데 가장 강하게 태클을 걸고 있는 국가기도 하고요. 그런 폴란드가 갈수록 더 심하게 우경화하는 건 굉장히 우려스러운 일이 사실입니다. 폴란드에서는 NATO그런거 때려치고 미국과 새롭게 방위동맹을 짜자, 즉 서유럽 놈들에게 더이상 굽신대지 말고 우리 친구 미국만 믿고 가자는 주장이 상당히 강하게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문제는 미국이 그걸 받아줄 것인가지만.
수면왕 김수면
16/04/16 16:40
수정 아이콘
미국이 나토를 만들었던 이유가 애초에 서유럽 국가들을 소련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이라고 쓰고 서유럽 대륙을 영국의 1차 방패로 삼는) 동맹이었기에 서유럽 없는 폴란드의 지리적 가치를 미국에 묻는다면 앙꼬없는 찐빵 같은 느낌일겁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지금 폴란드가 미쳐 돌아가는 걸 미국이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이유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놓고 땅따먹기를 하는 정국이 진정되기 전까지 미봉책이나마 폴란드의 민족주의 성향을 이용해서 러시아를 틀어막겠다는 의도를 가져서가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그렇지만 비슷한 형국으로 미국이 방조했던 중동의 민족주의 성향의 괴뢰 정권들(아프가니스탄, 시리아)이 어떤 최후를 맞이했느냐를 생각해본다면 과연 이 선택이 옳은 것인가는...
Anastasia
16/04/16 16:49
수정 아이콘
근데 막상 카토비체에서 롤 대회 열려서 아시아 대 러시아 팀 붙으면 러시아팀 미친듯이 응원하던데...그럼 아시아는 그 러시아보다 이미지가 안좋은...??
나이트해머
16/04/16 16:52
수정 아이콘
아 그쪽은 기본 약간의 인종주의가... 폴란드의 극우화가 가져온 대표적인 요소가 인종주의죠. 진짜 극우라니까요? 20세기 초중반의 그.
16/04/16 19:30
수정 아이콘
근데 우리도 유럽과 동남아 팀이 붙으면 동남아팀을 응원하기도 하니까요 흐흐
Anastasia
16/04/16 23:56
수정 아이콘
근데 러시아가 "우리의 일제(지금의 '일본' 이 아니라 1945년 이전의 '일제')+북한+중국 급 되는 이미지"라 하셨는데 정작 한국에서는 일제까지 갈 필요도 없이 2006 월드컵 호주랑 일본이랑 붙었을 때 히딩크의 싸커루가 막판 3골 터뜨리니 거의 2002월드컵 수준으로 국민들이 열광의 도가니에 빠진 기억이 나서요 크크. 2010 월드컵때 덴마크랑 일본이랑 해서 일본이 이기니 별로 반응이 좋지 않았던 것도 기억나고 2014년 역시 코트디 부아르나 콜롬비아가 일본 이기니 사람들이 좋아했던 기억이 나는 걸 보면 폴란드에서 부정적인 러시아 이미지에 거품이 좀 끼어 있지 않나...제가 느끼기엔 우리는 같은 아시아 사람이라고 특별히 백인보다 favor 하진 않는 반면 폴란드는 한국 중국같은 동양인들에 비하면 차라리 같은 백인인 러시아 놈들이 좋다 이런 이미지라...크크
Camomile
16/04/16 18:09
수정 아이콘
제가 유럽쪽 뉴스를 안보는 동안 정말 별 일이 다 일어나네요. 덜덜....
16/04/16 21:38
수정 아이콘
세상에. 폴란드 경제 상황이 미친듯이 안좋나요?
폴란드 소식은 충격과 공포네요.
santacroce
16/04/16 22:03
수정 아이콘
경제가 좋은 상황은 아닙니다만 유럽 전체가 워낙 안 좋다 보니 상대 비교로는 좋은 편입니다. 그러나 조국을 떠나는 젊은이들이 많아서 생기는 문제가 좀 심각합니다.
16/04/16 22:18
수정 아이콘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읽었습니다. 폴란드 상황이 이해가 가네요.
앞으로도 귀한 글 부탁드립니다.
스푼 카스텔
16/04/16 23:10
수정 아이콘
전혀 모르고 있던 사실들이네요. 제 기억 속의 폴란드는 마스터 키튼이나 몬스터 같은 90년대 만화에 기반한 이미지가 전부였는데, 정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
16/04/17 01:02
수정 아이콘
바웬사는 우리로 따지면 김구나 김대중 대통령을 능가하는 인물인데, 저정도면 전체주의의 부활이네요.
패스파인더
16/04/17 18:48
수정 아이콘
외람된 질문입니다만, 어떤 신문을 주로 읽으시나요?
구글 뉴스를 보는편이지만 별로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아서요
santacroce
16/04/17 18:51
수정 아이콘
옮겨 오다가 누락되고 있는데 블로그에 가보시면 제가 쓴 글의 참조문헌들이 있습니다. 주로 FT, The Economist, NYT 등 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4665 [일반] [I.O.I] I.O.I in 프듀 101 [19] Leeka5751 16/04/18 5751 0
63839 [일반] [공지] 선거게시판이 열렸습니다. [35] jjohny=쿠마12529 16/03/01 12529 6
64664 [일반] 제아/육성재x조이/SM STATION의 MV와 정은지/예성의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2] 효연덕후세우실3146 16/04/17 3146 0
64663 [일반] 김성근 감독이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하는 이유. [129] 화이트데이15198 16/04/17 15198 49
64662 [일반] 80년대 미국에서 김대중을 감시했던 반기문. [177] KOZE15948 16/04/17 15948 4
64661 [일반] (사진많음/저화질주의)샌프란시스코에 다녀왔습니다. [45] 꼭두서니색5570 16/04/17 5570 7
64660 [일반] [야구] 한화 고바야시 코치 쓴 소리 남기고 일본행 [60] 이홍기15730 16/04/17 15730 3
64659 [일반] 에콰도르도 지진이 터졌습니다...7.8규모로.. [17] 다크슈나이더9746 16/04/17 9746 0
64658 [일반] 샌더스 후보의 의료개혁 고찰: 중산층 연대가 가능할까? 2 [5] santacroce4252 16/04/17 4252 12
64657 [일반] 샌더스 후보의 의료개혁 고찰: 중산층 연대가 가능할까? 1 [2] santacroce6117 16/04/17 6117 8
64655 [일반] 지금 그것이알고싶다에서 국정원과 세월호의 연결고리를 파헤치고 있네요. [313] 아깽24704 16/04/16 24704 34
64654 [일반] 김정준-로저스 사태의 새로운 국면? [86] Yande.re17009 16/04/16 17009 3
64653 [일반] 이제! 25살! [17] 그룬가스트! 참!5700 16/04/16 5700 2
64652 [일반] 의료비 급증의 시대 [23] santacroce10524 16/04/16 10524 3
64651 [일반] <사진영상재업>남초팬덤 걸그룹 AOA 와 러블리즈 [15] wlsak13739 16/04/16 13739 2
64650 [일반] 각국의 의료보험 [46] 모모스201312219 16/04/16 12219 8
64649 [일반] 더민주-국민의당, 국정교과서 폐지 추진 [85] Damulhanol13168 16/04/16 13168 39
64647 [일반] 폴란드 추가 소식: 스파이가 된 바웬사와 인종주의 물결 [14] santacroce5492 16/04/16 5492 6
64646 [일반] 복수는 나의 것! 과거사와 음모론에 빠져버린 공화국 2 [12] santacroce4350 16/04/16 4350 12
64645 [일반] 복수는 나의 것! 과거사와 음모론에 빠져버린 공화국 1 [1] santacroce6018 16/04/16 6018 7
64644 [일반] 오늘은 세월호 참사 2주기입니다. [68] jjohny=쿠마8537 16/04/16 8537 44
64643 [일반] 한화이글스 팀 붕괴의 재구성 (모바일 데이터 주의) [78] 예루리12044 16/04/16 12044 6
64642 [일반] . [15] 삭제됨4203 16/04/16 4203 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