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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10 13:20
임해봉 9단이 '바둑의 신과 3점 접으면 해볼만하고 목숨이 걸렸다면 4점 접겠다'고 했고 서봉수 9단은 '2점이면 충분'이라고 했다는데 저는 이 판단을 존중합니다. 아마 알파고의 실력이 최정점에 이르면 인간 최고수 상대로 3~4점 접을 수 있는 정도까지 실력이 늘어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알파고는 바둑의 신과 동급이 되는거죠. 고스트 바둑왕에 나온 '신의 한 수'도 이 정도 수준일거에요. 만약 5점 이상 접어야할 정도로 실력이 늘어난다면, 인간이 상상한 바둑의 신조차 초월하는 겁니다만...알파고의 한 수가 곧 진정한 신의 한 수가 되겠죠.
16/03/10 13:40
그렇죠. 바둑이라는 게임의 깊이 때문에 지금 이 상황이 의미가 있는 것이죠. 저는 한계해법에서 계산능력이 곧 바둑이라는 게임의 본질로 이어지는가에 대한 물음이 '맞다'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습니다. 일단 컴퓨터도 어쩌지 못하는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라는 뜻이니까요. 그래서 경우의 수를 대폭 가지치기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간'의 기보를 가지고 학습하면서 컴퓨터도 경우의 수를 줄여나간 것이겠죠.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인간에게 컴퓨터 수준의 연산 능력이 있다면 그 사람은 바둑을 제일 잘 둘 것 같기는 합니다. 일종의 사이보그; 라고 해야하나. 그런데 어느 정도 이상의 연산 능력을 가진 사이보그 둘이 대국하게 만들면 계산 능력 하나로 승패가 갈릴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왠지 드네요.
16/03/10 14:13
알파고는 인간이 둔 기보를 학습해서 현재에 온 것이고 그 사고체계는 결국 인간의 머리에서 나온 것들의 집합체라고 생각을 해보면,
알파고가 아무리 잘 해도 결국 인간 최고수의 그것과 동등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인공지능 기계가 가장 무서운 점은 항상 최선의 수를 둘 수 있다는 점, 즉 실수가 없다는 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쩌면 신이라는건 전지전능의 문제가 아니라, 실수없는 모습 그 자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과 같은 알파고의 학습 방식이라면, 체스건 바둑이건 최고수의 인간이 기계를 못이기는 건 어쩌면 방심과 실수의 영역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차피 제 의견이 별 의미도 없지만, 알파고가 빅데이터의 학습을 통해 창조적인 수를 낼 수 있을거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창조적인지를 인간이 구분할 수는 없겠지만요..) Singularity는 누적된 데이터의 학습과 같은 다운-탑과 같은 방식에서 오는게 아니라, 바둑의 근본 원리 체득과 같은 탑-다운 방식으로 이뤄질거 같습니다. 인간이 과연 그 둘을 구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누적된 데이터의 학습을 통한 인공지능이라면, 결국 이창호나 이영호 같은 인간계 괴물에 의해서 또 뒤집어질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16/03/10 14:22
저도 여기에 대해서 생각해본적이 있는데, 알파고들 끼리 대국시켜서 생산된 기보를 가지고 더 깊이 게임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되면 더 이상 학습물의 생산을 인간에 의존하지 않게 되는 상황이 되는거라.
16/03/10 14:23
뒤엣말은 제가 능력이 안 되어 이해가 잘 안 되지만 "신이라는 건 실수 없는 모습 그 자체"라는 말에 상당히 공감이 갑니다. 그리고 그 문장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느낌이 오는 것 같고 말입니다. 이래저래 알파고 이세돌 바둑 대전은 참 많은 흔적을 제 맘에 남기고 갈 것 같습니다. 제가 바알못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16/03/10 14:34
체스의 경우는 방심과 실수의 영역이라기 보다는
컴퓨터가 가지는 인간에 비해 압도적인 수 읽기 능력때문입니다. 인간이 가진 계산용량으로는 실수와 방심이 제로라도 컴퓨터를 이기지 못합니다. 바둑의 미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점은, 과연 바둑이 체스와 같은 상황이냐이겠죠. 계상용량의 증대가 실력의 증대로 이어질것이냐.. 남은 대국이 흥미로운 것은 그걸 엿볼수 있기 때문입니다.
16/03/10 17:51
와... 정말 알파고는 제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네요.
승패자체보다도 승부의 내용이 충격적입니다. 인간의 두뇌가 가진 계산용량으로는 바둑의 한계해법에 도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걸 느꼈네요. 이세돌 9단도 그렇지만, 다른 프로기사들이 받을 충격도 만만치 않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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