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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3/01 21:43:27
Name 王天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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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스포] 바닷마을 다이어리 보고 왔습니다.


영화는 요시노가 애인과 자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알람소리에 깬 요시노는 남자친구에게 인사를 남기고 떠난다. 바닷가 옆을 따라 가니 요시노의 집이 있다. 낡아보이는 목조 건물은 푸른 잎이 가득한 정원에 둘러쌓여있다. 셋째 치카는 잠에서 덜 깬채로 요시노를 반긴다. 맏언니 사치는 엄한 목소리로 나무란다. 외박을 들키고 말았다. 듣는 둥 마는 둥 요시노는 명랑스레 자기 방으로 도망간다. 혼나는 사람, 혼내는 사람, 이를 보고 있던 사람은 아침 식사 자리에 모인다. 그리고 다 같이 밥을 먹는다.

가족 영화라고 하면 대부분 헐리우드, 혹은 그 최전선에 있던 스필버그를 떠올릴 것이다. 나한테는 살짝 옛날 이야기다. 그 꿈과 희망이 유효한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영화로 가족을 이야기한다. 결혼과 출산, 그리고 혈연으로 이어지는 공동체가 소중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가끔은 설득되고, 더 많은 경우 코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가족에 관해서 늘 마음 한 구석을 내 줄 수 밖에 없는 감독이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단 두 편의 영화 <걸어도 걸어도>,<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내가 가족이란 개념을 포기하지 않게 만들었다. 이 사람의 영화에는 “속아준다” 라는 뒷맛이 남지 않는다. 고레에다는 달콤한 거짓말을 속삭이지 않기 때문이다. 가족은 절대적이지 않다. 언제나 사랑하는 사이도 아니다. 최후의 보루는 더더욱 아니다. 시간이 흐르고 가족이라 불리던 이들은 모였다가 흩어진다. 가족 안에는 늘 공백과 균열이 있다. 고레에다는 어쩔 수 없는 것들을 어쩔 수 없다고 인정한다. 그 위태로운 충돌 사이에서 나는 오히려 접합점들을 발견한다. 가족이란 게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서 가족이 가족이 아닌가 하고.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도입부는 이런 고레에다의 세계관을 명백히 보여준다. 가족의 한 구성원이 가족의 울타리 밖에 있다가 울타리 안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는 같은 공간 안에서 잠을 잔다는 절차를 거슬렀다. 가족을 조율하는 누군가가 이를 지적하고 작은 갈등이 일어난다. 갈등은 온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얼머부려진다. 그리고 가족은 다시 회복된다. 아침 식사라는 행위를 통해 가족은 다시 원래의 사이클을 되찾는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원래대로의 가족이라면 마땅히 있어야 할 부모가 없다. 오로지 자매 뿐이다. 그래도 어떻게든 가족의 형태를 띄고 있다. 누군가는 혼나는 자식 노릇, 누군가는  혼내는 부모 노릇을 하고 있다. (전통적인 아내와 남편의 역할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렇게 나름의 균형을 갖추고 돌아가는 소우주의 전체 궤도가 흔들린다. 아버지가 죽었고 그 장례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미 부재중인 아버지이지만 그래도 아버지다. 맏이인 사치는 불참을 선포한다. 가장 크게 공전하던 행성의 자전축은 살짝 비뚤어져있다. 첫째, 둘째, 셋째로 완성되어 있는 가족의 세계는 부재한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훨씬 더 큰 세계로 확장된다. 삶은 죽음으로 이어지고 현재는 과거를 만난다.

코우다 가족의 역사를 시작한 아버지가 죽었다. 코우다 가족의 한 부분이 끝난 것이다. 이는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진다. 요시노와 치카는 아버지와 바람 핀 여자 사이에서 생긴 딸, 스즈를 만난다. 나이는 어리지만 의젓한 아이다. 요시노와 치카는 스즈의 안내를 따라 지름길을 가지만 언덕은 꽤나 가파르다. 새로운 만남, 잃어버린 자를 조우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이들은 스즈의 새 어머니와 자식을 본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버린 채 어떤 여자와 바람이 나서 스즈를 낳았다. 스즈의 친어머니는 병으로 죽었고, 스즈의 아버지는 어떤 여자와 재혼을 했다가 그 또한 죽었다. 코우다 자매의 입장에서는, 의붓동생이 모든 혈육을 잃고 의붓어머니와 의붓 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셈이다. 고레에다의 가족관은 계속 확장한다. 자매들끼리 모여있는 코우다 가족, 그 가족을 떠난 아버지, 그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스즈, 그 아버지가 또 다시 선택한 여자와 자식. 그리고 스즈에게서 이 연결고리는 끊어진다. 거기에는 오로지 부모의 결혼이라는 제도만이 있다. 심지어 스즈의 의붓어머니는 무책임해보인다. 안 오다던 사치가 장례식장에 도착한다. 사치는 고립되어있는 스즈를 발견한다. 떠나기 전 기차에서 사치는 스즈에게 갑자기 제안한다. 그러지 말고 우리 집에 와서 사는 게 어떻겠냐고. 아무런 논의가 없었지만 요시노와 치카도 선뜻 동의한다. 스즈는 그렇겠다고 대답한다. 바닷마을의 세 자매 가족은 네 자매로 개편된다.

고레에다는 이들을 통해 가족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 코우다 세 자매는 부모의 부재 없이도 하나의 가족을 꾸리고 있다. 이는 곧 부모와 자식간의 핏줄이 가족의 필요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스즈가 이들 안에 들어오게 되는 것은 핏줄의 또 다른 긍정이다. 그것도 아버지라는, 가족을 이루는 데 필요한 핏줄의 반쪽일 뿐이다. 심지어 스즈는 아버지의 불륜의 증거이다. 코우다 자매의 아버지가 스즈의 어머니를 만났기 때문에 코우다 가족은 부숴졌다. 유대라고는 반쪽의 핏줄,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앙금뿐인 상황에서 절연했던 과거는 현재로 이어질 수 있을까.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는 이들은 그렇게 합쳐진다. 단 하나의 공통분모를 잃고 남이 되는 그 순간 이들은 가족이 되는 것이다.

스즈는 코우다 가에 들어온다. 그리고 차츰 적응해나간다. 고레에다의 영화가 그렇듯 이들은 크게 비뚤어지지도, 그것을 분출시킬만큼 뻔뻔하지도 않다. 그래도 스즈와 나머지 이들 사이에는 얇지만 투명한 막이 있다. 이들은 어렵고 조심스럽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고레에다의 마법이 있다. 그것은 시간이다. 영화의 많은 장면에서 카메라는 좌우로 천천히 움직인다.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꾸준히 무언가가 흘러가고 있다. 맛있는 밥을 같이 먹고 정원에서 같이 매실도 따고 각자의 생활을엿보고 주워듣는 일상이 이어진다. 그리고 함께 한 시간이 차곡차곡 쌓인다. 영화 속에서 이들은 매실주를 담가 먹는다. 매실주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비로서 완전해질 수 있는 먹거리다. 이처럼 영화는 시간속에 이 네 명을 함께 담가놓는다. 점점 하나의 가족으로 완숙해지는 그 안에서도 크고 작은 사건들은 일어난다.

이들은 각자 연애를 한다. 치카는 요상한 아프로 머리의 신발가게 사장과 연인 관계다. 요시노는 즉흥적으로 연애를 하는 탓인지 이번에 만난 남자도 놈팽이라는 결말을 얻는다. 스즈는 같은 축구부의 남자애와 조금씩 가까워지지만 아직까지 연애상대로는 의식하지 않는다. 사치는 같은 병원의 의사를 몰래 만나는 중이다. 신중하고 엄격한 사치가 비밀로 연애를 하는 이유는 사내연애라서만은 아니다. 다정하고 자상한 카즈야는 유부남이다. 그는 정신적으로 불안한 아내와의 이별이 예정되어있다. 믿음직한 사람과, 아직 풀리지 않은 매듭 뒤로 조금 더 일찍 매듭을 맺는 관계일뿐이다. 사치의 연애는 불안하고 충동적인 것이 아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서로 이해하며 만들어 나가는, 더 성숙한 관계다. 그러나 이것을 불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의 아버지에게 접근했던 그 여자처럼, 내가 누군가의 가족을 부수는 건 아닐까. 사치는 차마 알릴 수 없다. 사치는 자신에게나 남에게나 엄격하다. 그래서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는 마음 또한 가장 크다. 그런 자신이 누군가의 실수를 똑같이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영화는 이를 통해 사치를 비판하지 않는다. 대신 어떤 감정은 반드시 제도와 다른 모두의 축복을 충족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고레에다가 마련한 이해의 창구는 똑같은 죄의 계승이다. 아비가 저지른 실수를 자식도 저지른다.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미워하는 자만큼 자기 자신도 불완전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사치의 옆에는 아버지라는 죄인에게서 얻은 결실, 스즈가 있다. 정말로 아버지의 선택은 나와 당신의 가정을 파괴한 것이 전부일까.

영화는 계속해서 죽음을 이야기한다. 누군가의 죽음이 새로운 만남을 위한 거름이 된다. 떠나간 사람들을 통해 남는 사람들은 더 끈끈해진다.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코우다 가족은 떨어져나간 외행성을 마주한다. 바로 아버지의 불륜 이후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친어머니 미야코다. 코우다 자매끼리 무덤덤해질 수 있던 과거는 흉터 껍질 아래 통증을 되살린다. 요시노와 치카는 대수롭지 않게 어머니를 대하고 웃는다. 맏이인 사치는 ‘어머니’란 딱지 앞에 ‘무책임한’이라는 수식어를 떼고 보지 못한다. 그래서 이 둘은 이번에도 서로에게 걸려 매끄럽게 넘어가질 못한다. 과거를 과거라 점을 찍고 새로 선을 긋는 두 자매와, 과거부터 계속 점선을 긋는 맏이, 이 둘 중 누가 더 속 깊은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거기에 스즈가 끼어든다. 잊고자 했던 과거는 포물선이 되어 현재의 선으로 이어진다. 새로운 가족의 역사를 나의 것으로 소화하는 과정이기에 스즈는 장례식장에 왔다. 그러나 아버지의 전부인, 불륜으로 깨진 가족의 피해자를 만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용서할 자격이 없는 사람과, 용서받을 필요가 없는 사람이 서로 사과를 주고 받는다. 이제는 지나간 일이다. 과거와 현재는 교차한다. 어색한 미소를 짓고 포옹을 풀면 상처는 다시 옛날 일이 되고 함께하는 현재는 함께하지 않는 과거를 자연스레 떠나보낸다.

아직 숙제가 다 풀리지 않았다. 아버지의 과거는 그렇게 용감히 대면했지만 어머니와의 과거는 여전히 목에 걸린 가시다. 사치의 책임감은 만들어진 것이다. 다른 여자를 택하고 떠난 아버지, 자신들을 챙기지 않고 재혼한 어머니. 사치는 이 둘이 밉다. 이들을 닮을 수 없었다. 어미아비의 빈 자리를 채우느라 싹싹하고, 씩씩해져야 했다. 그렇게 지탱해온 가장으로서의 지위가 어떤 것인지 어머니란 사람은 아직도 모른다. 이 집을 팔고 아파트로 이사가면 어떨까, 정원 손질하기도 힘들고. 미야코의 무심한 말에 사치는 이번만큼은 싸우지 말라던 누이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없다. 여태 정원 관리는 해보지도 않은 사람이 어떻게 그런 말을. 고레에다는 늘 이야기한다. 가족은 부딪히는 존재라고. 이해할 수 있지만은 않을 거라고. 미야코는 힐난한다. 스즈를 데리고 온 것도 결국 나 보란 거 아니냐고. 사치는 미움에서 비롯된 오기로 가족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한다. 사치와 미야코는 아직도 어머니와 딸로 남아있어서 그렇게 서로에게 실망하고 화날 것이 남아있다. 어찌어찌 싸움이 마무리되고 미야코는 실언이었다며 집을 떠난다. 다음날 미야코는 다시 집을 찾는다. 전날 주려고 했던 선물을 미처 주지 못했다면서 주섬주섬 포장된 꾸러미들을 건넨다. 그리고 거기에는 원래 준비하지 않았을 스즈의 선물도 있다. 그리고 사치와 미야코는 할머니의 무덤을 같이 방문한다. 둘은 딸과 어머니로서 언덕을 같이 올라 같은 과거를 바라본다. 역에서 작별을 고하기 전 딸에게도 미처 주지 못한 것이 생각난다. 어머니가 집을 떠난 후에도 계속 담가왔던, 죽은 할머니가 만드는 법을 전수해준 매실주다. 사치는 어머니에게 매실주를 나눠준다. 고여있던 시간은 끊어질 수 없는 핏줄을 타고 다시 흐른다.  

스즈는 카마쿠라의 시간에 녹아들며 다른 사람들에게서 아버지의 흔적을 조금씩 모은다. 그리고 치카에게 아버지를 털어놓는다. 처음 먹어본다던 잔멸치 덮밥은 사실 아버지가 만들어주던 음식이라고. 못난 아비라는 코우다 가의 금기는 서서히 깨져간다. 스즈의 기억은 털어낼 수도 지워낼 수도 없는 흔적이다. 어렸을  때의 일이 희미한 치카부터, 스즈는 그렇게 자신만의 아버지를 나누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치는 같이 떠나자고 한 카즈야와 이별한다. 이는 과거로부터의 강박도, 무언가를 위한 희생도 아니다. 사치에게는 일과 가족이라는 현재가 있다. 치카는 자기도 모르게 낚싯대를 자꾸 휘두른다. 스즈의 기억 속 낚시를 좋아했던 아버지의 유전자를 증명하듯이.

마침내 영화 속 시간은 사치와 스즈로 수렴한다. 가장 아파했던 이, 가장 외로웠던 이, 손을 내밀어준 이와 그 손을 잡은 이 사이에서 들어맞을 리 없는 아비의 흔적은 데칼코마니가 된다. 이들은 아버지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아무리 미워도 이들을 낳고 만나게 해준 존재는 결국 아버지이기에. 이 둘은 카마쿠라의 언덕을 올라 크게 소리친다. 바보 같은 아버지!! 바보 같은 어머니!! 맏언니와 막내는 사랑받고 싶은 만큼 사랑받지 못했던 존재들이다. 그래서 그렇게 의젓해야 했고, 아이다울 수 있던 시간을 서둘러 졸업해야 했다. 가슴 속 풀리지 않은 응어리는 메아리를 타고 조금 더 가벼워진다. 세월 속에서, 같은 대상을 향한 애증의 간극에서, 다시 한번 만나지 못할 뻔 했던 과거는 현재 속으로 섞인다. 사치는 아버지에게 조용히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래도 당신이 있었기에 이렇게 예쁜 동생이 나한테 생겼다고. 부모의 과오가 빚은 과거는 상처만을 남긴 게 아니었다.

자매는 또 한번 사랑해줬던 이를 잃는다. 자주 가던 음식점의 아주머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자매는 장례식장을 찾는다. 더 이상 나만 알고 다른 이는 모르던 이의 장례식이 아니다. 네 자매 모두가 함께 좋아했고 같은 모습을 기억해 낼 수 있는 이가 떠나간 것이다. 모두의 마음에 같은 구멍이 났다. 같은 아픔은 시간이 지나 이들을 엮는 유대의 조각이 될 것이다. 이들은 바다를 거닌다. 모든 것을 지우고 지워내는 파도 옆을 아슬아슬하게 걸으며 자매는 함께 웃는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그래서 반복되는 하루하루 속에서 맨들맨들해진 상처를 껴안고 쭉 이어질수 있다는 듯. 고레에다는 다시 한번 기적 같지 않은 기적을 이야기한다. 흐르고, 쌓이고, 겹치고, 포개지는 시간이 다 같이 적시는 이들. 때로 허우적대고 차갑겠지만 앞서거니 뒷서거니 파도 곁으로 나란히 발자욱들을 남긴다. 시간이라는 물결이 무심히 지워나가겠지만, 누군가는 조개껍질을 담아올 것이다. 오랫동안 간직될 그 무언가를.

@ 저게 <사랑에 빠진 것처럼>의 카세 료였다니. 전혀 알아채지도 못했다.

@ 드래프트로 남기려던 게 왜 이렇게 길어졌을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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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승화
16/03/01 21:52
수정 아이콘
저게 <사랑에 빠진 것처럼>의 카세 료였다니. 전혀 알아채지도 못했다. + 1

감상평 잘 읽었습니다.
에버그린
16/03/01 22:03
수정 아이콘
솔직히 재미가 없더군요.
갈등구도없이 그냥 계속 물 흐르듯이 흘러가서 보다 졸려서 죽는줄 알았네요.
드라고나
16/03/01 22:04
수정 아이콘
제가 영화는 못 봤는데 본문에 나오는 이 영화의 가족에 대한 내용은 원작 그대로군요. 요시다 아키미가 그려낸 이야기가 고레에다 감독의 성향과 맞았나 본데 기왕이면 원작 만화를 추천합니다. 아무래도 분량 문제상 원작이 가진 섬세한 이야기들이 영화에선 생략된 게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 이후에 바닷마을 다이어리 만화를 보시고 마음에 드셨다면, 바나나피시 야차 길상천녀 러버스키스도 보는 쪽을 아주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16/03/01 22:08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보고 난 후 가장 먼저 떠올랐던 영화는 '디센던트'였습니다. 바닷가+구성원의 죽음으로 재편성되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까지. 어쩌면 제가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처음 봤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잘읽었습니다.
킹이바
16/03/01 22:14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연말에 재미있게 보고 왔던 영화입니다.
지나치게 악한 사람도 없고 갈등도 거의 없다시피한데, 세상이 워낙 시끌시끌하다보니.
이런 판타지스러운 따뜻함이 오히려 반갑더군요.

블로그에 남겼던 짧은 평으로 저도 감상을 대신할게요.
시나브로 쌓이는 일상의 더께
수없이 마주할 상실의 순간보다,
그 뒤에 남겨진 자국의 온기에 대하여
지나가다...
16/03/01 22:41
수정 아이콘
저는 지루해서 좋았습니다. 요즘은 이런 심심한 영화가 마음에 드네요. 그리고 가마쿠라를 다시 한 번 가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재미있었던 게, 툭하면 'あれ'가 나오는데 이걸 거의 '거시기'를 넘어서 '스머프' 같은 용법으로 쓰더군요.
지금까지 일본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나 영화, 예능,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등을 보면서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한 용법이어서 신기했습니다.
한들바람
16/03/01 23:09
수정 아이콘
영화 보고 좋으셨던 분들은 원작 만화도 꼭 보시길 권합니다. 분량과 감독 의도상 나오지 못한 얘기들도 정말 좋습니다.
할러퀸
16/03/01 23:37
수정 아이콘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영화를 다시 한번 보는것 같이 세심하게 이야기를 풀어놓는 필력이 참 부럽습니다.
16/03/02 01:21
수정 아이콘
영화가 시종일관 기승전결이 없어 재미는 없더군요.등장인물들이 다 천사야~~~ㅠㅠ (현실에 있을 수가 없어 보이는....)
프로토스 너마저
16/03/02 01:22
수정 아이콘
추천박고갑니다.
마나통이밴댕이
16/03/02 07:05
수정 아이콘
인간에 대한 미화가 너무 심해서 힐링이 되었던 영화입니다.
너무 따뜻해서 울뻔했어요.
하지만 이런 배우도 아름답고 화면도 아름답고 이야기도 아름다운 영화를 보면,
자기기만과 소통수준미달로 인해 몰이해와 증오로 치닫는 게 일반인 한국의 가족관계가 대비되어 불량식품을 먹은 것 같은 죄책감이 듭니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판타지이고 힐링용으로 족하다"는 감상을 최후에는 남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이 영화의 대척점에 있는 영화가 에이미인데, 제가 에이미를 보고 얼마 안 지나서 이 영화를 봐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경험하기로는 절대로 저렇게 많은 수의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는 없었습니다.
제가 내린 총평은 인간에 대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판타지 영화.
근데 진짜 힐링용으로 정말 좋아서 불량식품인데 자꾸 먹고 싶어지는 매력은 확실하게 가지고 있다고 보입니다.
16/03/02 10:54
수정 아이콘
저는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특유의 여백이 좋더군요. 이 감독 영화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죠. 그래서 호불호가 갈립니다만. 드라마도 한 편 찍었는데 거기도 마찬가지 분위기가 너무 좋더군요.
구밀복검
16/03/02 12:29
수정 아이콘
<걸어도 걸어도> 이후의 고레에다 히로카즈에게는 실망만 했고, 그 중에서도 이 작품이 가장 불만스러웠습니다. 그 이유는
1) 특유의 나이브한 목가성이야 그렇다치더라도
2) 원작 코믹스 다섯 권에 있는 수많은 에피소드를 2시간 짜리 영화에 짜깁기해서 때려박다보니 서사 전개가 산만했으며
3) 배우들의 연기도 그러려니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게 어색하다보니 몰입이 깨지죠.
4) 결국은 스즈와 사치가 이 영화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데, 둘 사이의 밀도는 더 조밀해졌어야합니다. 사치에게 있어 스즈는 자신의 지난 날입니다. 잃어버린 자신의 유년기를 상기시키는 동병상련적 존재인 동시에 부모의 추락의 전철을 밟아나가는 현재의 자신에게 경종을 울리는 존재죠. 그리고 관객에게 있어 사치는 자신들의 모습이고요. 지치고 망가지고 어긋난 성인이 된 입장에서 잃어버린 목가적인 유년기를 희구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사치에게서 찾게 되는 거죠. 따라서, [스즈를 바라보며 몰입하는 사치의 시선][관객이 몰입]할 때 이 영화의 드라마적 감흥이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못했죠. 그냥 몇 개 둘 사이 므흣한 에피소드 몇 개 던져주고 후다다닥 끝이 나죠.

해서 차라리 2쿨 짜리 애니메이션이나 미니시리즈 드라마로 만드는 것이 더 나았을 거라 봅니다. 사실 원작도 통속적인 빤한 작품이라 보는데, 영화는 원작에도 못 미친다 보네요.
독수리가아니라닭
16/03/02 21:38
수정 아이콘
명감독에 호화캐스팅에도 불구하고 러브라이브 극장판에 털렸던 그 영화군요(...)

요즘 일본영화의 장점과 단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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